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203화 (203/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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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렬! 영계 통수 맛보기 >

선천진법이 있는 곳은 산맥 중심에 외부와 격리되어 생성된 특이 공간이었다.

다행히 화신기 정도라면 그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 모두가 선천진법의 공간에 들어설 수 있었다.

수 천 장의 넓이에 금빛 영롱한 빛이 얽혀 있는 모습, 그것이 바로 선천진법의 모습이었다.

“오오, 저것이 선천진법(先天陣法)!”

“허어, 내 지금껏 진법만 파고들어 지금의 경지에 이르렀지만 도무지 저 진법은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우리 이럴 것이 아니라, 저 선천진법을 연구해 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저 선천진법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영계 편입도 늦춰질 것이 아닙니까.”

“그건 그렇겠지만 하늘의 그물이 어디 그렇게 허술하겠습니까? 다들 정신들 차리십시오. 자칫 감당하지 못할 화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선천진법을 앞에 두고 수사들 사이에 의견이 갈렸다.

특히 ‘보신주의자’에 속한 많은 수사들은 혹여 선천진법을 그대로 유지하면 영계 편입을 늦출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토벌파에 속한 수사들이 곧바로 반론을 펼쳤다.

계의 승격을 시험하기 위해서 하늘이 주관하는 것이 멸계전이다.

그런데 그 선천진법을 앞에 두고 수작을 부리다가 무슨 화를 당할지 어떻게 알겠는가.

‘수미선문의 비석보다 더 현묘한 이치를 품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내 경지로도 감히 들여다 볼 엄두가 나지 않는군.’

건우는 후미에 있는 수사들 사이에 끼어서 선천진법을 살폈다.

하지만 깊이 파고들어 궁구해 보려 하면 의념이 흔들리고 두통이 생기며, 몸 안의 영기가 뒤흔들렸다.

자칫 무리를 하다가는 한 순간에 경지가 떨어지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치솟았다.

건우는 곧바로 선천진법에 대한 관심을 끊었다.

‘과욕은 화를 부르지. 저건 못 먹을 포도다.’

그렇게 건우가 선천진법에서 눈을 돌릴 때, 각 대륙을 이끄는 대표급 수사들의 언쟁도 격화되고 있었다.

문제는 조금이라도 영계 편입을 늦춰 보려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선천진법을 연구해 보자는 말로 진법 해체를 막으려 드는 것이었다.

쿠구구구구궁!

그 때였다.

선천진법이 있는 공간 전체가 뒤흔들리며 진법의 빛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보면 모릅니까? 진법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닙니까?”

“도대체 무슨 변화가······.”

“그것을 알 수 있는 이가 이곳에 있기나 하겠습니까? 나조차도 진법의 1푼도 헤아리지 못하는데.”

“그, 그럼······.”

“어서 진법을 해체해야 합니다. 자칫하다가 감당치 못할 사달이라도 나게 되면 우리 모두가 떼죽음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여기 모인 우리가 어떤 이들인데 그런 말을······.”

“거 참, 답답도 하십니다. 화신기 완경이 인계에서나 목에 힘을 주는 거지, 영계에 가도 그럴 것 같습니까? 성령기만 되더라도 홀로 인계 하나를 멸망시킬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고작 우리같은 화신기 3백 명이 대수겠습니까?”

“아니, 그렇다고 해도······.”

“멍청하게 이곳이 인계니 그런 힘이 작용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이미 멸계전이 끝난 마당입니다. 게다가 저것은 선천진법이에요. 하늘의 힘을 우리 따위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그만 떠들고 어서 진법을 해체합시다.”

수사들이 잠시 언쟁을 벌이는 사이에 선천진법의 빛은 이전보다 더 강해지고 있었다.

그러자 수사들 중에 일부가 서둘러 선천진법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다들 다급한 상황임을 알았는지 강력한 수법을 동원해서 진법을 공격했는데, 의외로 공격이 먹혔다.

“보시오. 진법의 일부가 흩어지고 있습니다. 어서 계속 공격해서 마무리를 해야 합니다.”

그 모습에 진법으로 화신기 완경에 이르렀다는 수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수사들은 진법의 일부가 흩어짐에도 빛의 강도는 줄어들지 않고 강해지는 선천진법의 모습에 서둘러 공격에 가담했다.

건우 역시 다른 수사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선천진법을 공격하며 주변을 살폈다.

언제든 상황이 바뀌면 선천진법의 공간을 벗어날 궁리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내 건우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고, 공간 이동이 막혔습니다.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요.”

“맞습니다. 그 사이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금제가 생긴 모양입니다.”

“금제가 매우 강력하고 또 심오해서 파악조차 되지 않습니다. 이건 선천진법과 비슷한 수준의 금제인 것 같습니다.”

다른 수사들도 만약을 위해 도망갈 길을 찾고 있었던지 건우와 비슷하게 진법 공간이 금제로 폐쇄된 것을 알아차렸다.

“어서 진법부터 해결하고, 이후에 금제를 풀 방법을 찾읍시다. 서둡시다.”

“허어, 이거 참.”

“어서 힘을 좀 내 봅시다. 어쩌면 진법을 없애면 금제도 사라질지 모릅니다.”

삼백 여 명의 수사들은 뭔지 모를 불안감에 서둘러 진법을 없애는데 최선을 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오래지 않아 나왔다.

화신기 완경의 수사만 삼백.

그들이 쏟아내는 화력은 그야말로 엄청난 것이었다.

게다가 선천진법은 어쩐 일인지 화력에 비례해서 진법을 이루는 선과 빛이 허물어졌다.

그것을 알아차린 수사들은 더욱더 힘을 내어 진법을 공략했고, 결국 선천진법은 작은 정자 크기의 빛만 남고 모두 사라졌다.

“자, 마지막입니다. 머뭇거리지 말고 공격을······.”

“끝이 보입니다 그려!”

“자, 서두릅시다.”

남아 있는 빛이 강력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공격하는 만큼 진법이 흩어진다면 마지막 공격이 될 터.

그래선지 수사들은 더욱 힘을 내어 최강의 공격 술법을 펼쳐냈다.

쿠구구구궁! 콰르르르릉! 쩌저정!

“어엇!?”

“저게 뭡니까?”

“도대체 저것은 어디에서 나온 것이랍니까?”

“조금 전에 우리의 공격이 적중한 직후에 공간을 넘어 나타났습니다.”

“다들 느껴보십시오. 공간의 이동 금제가 풀렸습니다.”

“어어엇, 새로운 금제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수사들은 깜짝 놀라 우왕좌왕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천진법이 마지막 공격에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했는데, 그 순간 거대한 3층 누각 하나가 그 자리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천진법과 함께 사라진 공간 금제 대신에 또 다른 금제가 주위를 둘러싸는 것도 느껴지니 영문을 몰라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모두 조용하거라!

우르르르르릉!

= 시끄럽기가! 어째 이리 경박하단 말이냐!

= 그러게 말입니다.

쿠구구궁! 쿠구궁!

그 때였다.

새로 모습을 드러낸 3층 누각에서 엄청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목소리는 듣는 것만으로 모골을 송연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입령기(入靈期)? 그것도 아니면 성령기(成靈期)?’

건우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3층 누각에서 들린 목소리는 절대 화신기 완경 따위가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른 수사들 역시 그것을 느꼈는지 굳은 표정으로 말을 삼가고 있었다.

= 조용하니 좋군.

= 그러게 말입니다.

= 그나저나 정말 의외긴 합니다. 화신기 완경에 이른 아이들이 저토록 많다니 말입니다.

= 저게 전부는 아니지요. 밖에 더 많은 아이들이 있다 했습니다.

= 그것 참, 특이한 경우지요. 멸계전을 자그마치 백 만 년이 넘도록 이어왔다니 말입니다.

= 관리가 소홀했지요. 이런 일은 없어야 하는데, 다른 급한 일들이 있어서 이런 작은 일은 흘려 버린 것이 아니겠습니까.

= 하긴, 근래에 영계와 선계가 많이 시끄럽긴 했다고 들었습니다만.

= 우리 주제에 그런 일을 두고 입을 놀리는 것도 위험합니다. 그 일은 넘어가고 일단 급한 일부터 마무리를 하십시다.

=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마치 들으란 듯이 3층 누각에서 들려오는 세 사람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이어질수록 삼백 여 화신기 수사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목소리에 담긴 영기의 힘을 견디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목소리만으로 우리 모두를 제압했다. 입령기론 불가능한 일, 못해도 성령기(成靈期) 수준이다.’

건우는 대충 누각 안에 있는 세 수사의 경지를 짐작했다.

당연히 다른 수사들 역시 그와 비슷한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 좋다. 다들 정신을 차린 것 같으니 이제 우리의 말을 듣거라.

그 때, 누각에서 세 목소리 중에 하나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우렁우렁 울리는 것이 크고 굵은 느낌이었다.

= 우리 셋은 각기 현허문(晛墟門), 자천궁(紫天宮), 고현종(古賢宗)에서 나온 장로들이다. 그 중 나는 자천궁의 구장로 매협(每浹)이라 한다.

그는 먼저 자신을 자천궁이란 단체의 구장로로 소개했다.

= 우리 자천궁과 현허문, 고현종은 이번에 영계로 편입된 너희들을 나누어 관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뜻밖의 통보를 해 왔다.

새로 영계로 올라선 그들을 세 세력이 나누어 가지기로 했다는 말이 아닌가.

그 말을 듣고 있던 수사들 사이에서 어수선한 기운이 피어났다.

서로 안면이 있는 이들끼리 의념을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 너희 세상이 일곱 대륙으로 나뉘었으니 그 중에 셋은 우리 자천궁이, 나머지 넷은 현허문과 고현종이 각각 둘씩 나누어 영역으로 삼기로 했다. 이로서 각각의 대륙에는 관리 문파나 종파, 궁과 연결되는 전송진이 만들어질 것이다.

수사들 사이의 소란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자천궁의 매협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러자 시끄럽던 화신기 수사들이 조금씩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떠들어 봐야 마땅한 대책이 없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 알겠지만 수도계의 수련이란 것이 홀로 이루는 것보다 어우러져 이루는 것이 훨씬 쉬운 법이다. 무리를 짓는 것에서 오는 이익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 테지.

그 말에 화신기 수사들이 너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속 없이 떠도는 산수들 보다는 단체에 속한 이들이 월등히 많은 것이 수도계의 현실이다.

단체에 속하는 것이 수련 공법이나 자원을 수급하기에 훨씬 유리하다.

이 자리에 그것을 모르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 그런 즉, 우리가 너희에게 가입을 강요할 일은 없다. 다만 너희가 속한 대륙이 각각 현허문과 자천궁과 고현종의 영역이 되었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된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우리의 허락 없이 단체를 유지하고 번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 허허허. 그야 당연하지. 저 놈들이 어디에서 영계의 수련 공법이나 자원을 얻겠습니까. 제대로 수련을 하려면 우리에게 기대지 않고는 어렵다는 것을 모두 알 것입니다.

= 자자, 매협 수사가 대충 통보를 마친 것 같으니 우리는 이만 돌아갑시다. 나머지야 아랫것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요.

= 그래도 여기 있는 아이들이 각 대륙을 대표하는 아이들이라는데 인사라도 하는 것이······.

= 되었습니다. 고작 화신기 아이들인데 우리가 굳이 알 이유가 있겠습니까.

= 하지만 백 만 년이 넘도록 그 경지에 있었던 아이들이 많으니, 곧 입령기에 오를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까.

= 그리 되면 그 때 보면 될 일이지요. 이만 가십시다.

= 허어, 자문(刺文) 수사께서 그렇게까지 말씀을 하시니 어쩔 도리가 없군요.

= 자문 수사와 경산자 수사께서 그리 결정을 내렸다면 이 매협도 따를 수밖에요. 그럼 이만 가십시다. 저 아이들도 상황 파악은 대충 했을 것입니다.

= 그럽시다.

= 어흠.

3층 누각에서 세 수사의 목소리가 두런두런 들리더니 어느 순간 기척도 없이 누각이 사라졌다.

빛을 남기거나 영기의 파동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삼백여 화신기 수사들은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저토록 기척없이 술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이곳에 있는 수사들 중에서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성령기 수사의 위용을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느끼게 된 것 같았다.

‘일이 우습게 되었네. 그러니까 영계로 편입이 되자마자 저들이 우리를 갈라먹었다는 거네?’

건우는 누각이 사라진 자리를 노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영계로 편입이 되는 것은 좋지만, 어쩐지 힘을 내세운 세력에게 억눌리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 삼백여 수사들의 생각은 조금씩 달랐다.

“이로서 우리도 영계에서 기댈 곳이 생겼다고 봐야겠지요?”

“그야 그렇지만 그래봐야 말단에 속한 하급 조직 정도의 대우밖에 더 되겠습니까?”

“하지만 우리가 입령기에 오른다면 달라질 문제가 아닙니까. 솔직히 여기 있는 이들 중에 입령기에 오르지 못할 이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건 그렇지요. 많은 분들이 이미 입령기의 경지를 엿본 상태니 수 백 년 이내로 입령기에 오를 것이 분명하지요.”

“그러니 하는 말입니다. 오래지 않아서 많은 분들이 입령기가 된다면 아무리 영계의 대문파라 하더라도 우리를 아주 무시할 수야 있겠습니까?”

“결국 어디서나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거지요. 그나저나 우리 대륙은 세 곳 중에 어디에 속하는 것인지 모르겠군요.”

“나가 보면 알지 않겠습니까? 입령기 어르신들이 오실 것 같으니 말입니다.”

“쯧, 어서들 돌아갑시다. 가서 맡은 나라들을 추슬러야 할 것이 아닙니까.”

“하아, 걱정입니다. 그 세 단체의 성향이 어떨지······.”

“그러게 말입니다. 이름으로 봐서는 괜찮을 듯 합니다만······.”

“어서 가십시다.”

3층 누각이 사라진 후, 공간 금제도 없어졌기에 화신기 수사들은 언제든 선천진법의 공간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래서 다들 밖으로 나갔지만 움직이는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원하지도 않았는데 강제적으로 상급자가 생기고 관리를 받게 된 것이 아닌가.

말이 관리지, 실상은 지배나 다름이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일단 세상 돌아가는 꼴을 확인할 때까지는 아공간에 숨어 있어야겠다. 이곳 세상이 영계에 완전히 편입되는 데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겠지. 천지 영기의 농도도 한꺼번에 짙어지는 것이 아니라 영계와 뒤섞이는 방식인 듯 보이니.’

건우도 선천진법의 공간을 벗어나며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려 애썼다.

그리고 그가 선천진법의 공간을 벗어난 순간, 그는 아공간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을 알아차렸다.

인계가 영계에 편입되면서 아공간의 수미산에도 엄청난 변화가 생긴 것이다.

건우는 급히 아공간으로 뛰어들어갔다.

< 작렬! 영계 통수 맛보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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