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200화 (200/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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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륙하마와 음양쌍인의 싸움 >

“공격해라!”

“죽여!”

“뭐? 뭐냐?”

“이런! 적들이 쳐들어왔다! 막아!”

쿠구구궁! 콰과광!

우르르르릉! 푸쉬쉬쉬쉿!

녹양산맥의 안개 가득한 협곡 안, 숨겨진 호리병 분지에서 수 백 명의 멸계 수사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이 영체기 후기 이상의 고계 수사들이었는데, 한쪽은 거륙하마 광광의 수하들이고, 다른 한 쪽은 음양쌍인 유매의 수하들이었다.

“감히 내 진법을 노려?!”

거륙하마 광광이 허공에서 몸집을 부풀리며 음양쌍인 유매를 노려봤다.

음양쌍인 유매는 옥으로 된 정자 안에 앉아 있었는데, 그 정자는 허공에 정지해 있었다.

“너는 모르겠지만 네가 진법을 만드는데 내 도움이 적지 않게 들어갔다. 내 도움이 없었다면 진법은 절반도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걸?”

유매가 광광을 보며 가느다란 입꼬리를 말아 올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혼자 힘으로 진법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광광에게 진법 재료를 밀어 주었다.

당연히 유매의 그런 행동은 은밀한 것이어서 광광이나 그 수하들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곳은 어떻게 찾았지? 설마 진법 재료에 수작을 부린 것이냐?”

“하하하. 네 수하들이야 금제 때문에 너를 배신하지 못하지만 재료들은 그렇지 않지. 네가 직접 일일이 확인한 것이 아니라면 어찌 내 솜씨를 아랫것들이 알아차릴 수 있을까.”

광광의 물음에 유매는 그렇게 자신이 이곳을 찾아올 수 있었던 이유를 인정했다.

어차피 지난 일, 숨길 것도 없었다.

“유매, 네가 간이 크게 부었구나. 감히 나를 도모하겠다고?”

광광이 그런 유매를 노려보며 다시 한 번 크게 공기를 빨아들여 몸집을 키웠다.

광광은 몸이 커질수록 더욱 두꺼비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다.

“내가 그만한 준비도 없이 너를 찾았을 것 같으냐? 너도 그 쯤은 짐작을 할 텐데?”

유매는 그런 광광을 비웃으며 양 손을 가슴으로 끌어 올린 후 수인을 맺었다.

그런데 유매의 손은 하나의 수인을 맺을 때마다 손목에서 떨어져 나와 공작이 깃을 펼치듯이 그의 등 뒤로 둥글게 배열되었다.

그렇게 유매는 한 손에 열여덟 개, 도합 서른여섯 개의 수인을 만들어 등 뒤에 띄웠다.

꿀렁! 꿀렁! 푸화화화확!

이에 맞서 거륙하마 광광이 커다란 입을 우물거리다가 크게 뭔가를 토해 냈다.

그것은 녹색의 진득한 덩어리였는데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간 수 백 개로 갈라져 사방으로 퍼졌다.

철퍼덕 철퍼덕! 꾸루루루룩!

그렇게 갈라진 녹색 덩어리들은 여기저기 흩어진 상태에서 꿀렁거리며 제각각 여러 모양과 색의 두꺼비들로 변했다.

거륙하마 광광은 마지막으로 입에서 온전하게 자란 두꺼비 세 마리를 꺼내 두툼한 턱에 매달았다.

금색, 은색, 녹색의 두꺼비들은 거륙하마의 턱에 붙은 상태로 목을 부풀렸다.

“죽어라 유매!”

광광이 먼저 공세를 펼쳤다.

그가 의념을 불러일으킨 순간 수 백 마리의 두꺼비들이 일제히 유매를 향해 달려들었다.

화염을 품은 것, 독을 품은 것, 냉기를 품은 것, 예기를 품은 것, 느린 것, 빠른 것, 딱딱한 것, 부드러운 것 등등.

거륙하마 광광의 두꺼비들은 그 종류와 속성이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그것들이 품고 있는 극멸기는 섬뜩할 정도로 강력한 것이어서 유매도 태만하지 못하고 힘을 다해 맞서야 했다.

“막아라! 터져라! 밀어라! 태워라! 막아라! 터져······.”

유매가 가슴 앞에 모은 손으로 수인을 맺으며 진언을 외울 때마다 그의 등 뒤에 펼쳐진 수인에서 허상이 떠올라 두꺼비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 수인들은 유매의 정자를 벗어나는 순간 방어막이 되고, 불길이 되고, 얼음벽이 되고, 바람이 되어 두꺼비들을 막고, 불태우고, 얼리고, 밀어내었다.

“킁! 제법이구나!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광광이 그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거대한 몸을 털어냈다.

그러자 그의 등에 있던 수 천의 돌기에서 또 다시 작은 두꺼비들이 튀어나와 거륙하마의 극멸기를 받아 몸집을 키웠다.

거륙하마는 그렇게 녹색 덩어리를 뿜거나 몸의 돌기에서 두꺼비들을 만들어 음양쌍인 유매를 공격했다.

유매는 등 위에 만들어 놓은 수인을 이용해서 방어하고 또 공격하며 광광에 맞섰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 아래쪽에선 유매의 수하들과 광광의 수사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유매 쪽의 승리로 끝났다.

유매의 수하들은 수 십이 남았는데 광광의 수하는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다.

그렇게 싸움에 승리한 유매의 수하들은 서둘러 광광의 진법으로 달려들었다.

“이 노옴들!”

광광이 분노하며 자신의 두꺼비들을 지상으로 내려 보내려 했다.

하지만 유매는 곧바로 그런 광광을 공격하며 두꺼비들을 막아냈다.

뜻을 이루지 못한 거륙하마 광광의 눈빛에 붉은 빛이 짙어지며 번들거렸다.

그러자 지금껏 목을 부풀리고만 있었던 세 마리의 금은녹 두꺼비 중에 녹색 두꺼비가 입을 벌려 극멸기를 모았다.

그 극멸기는 새까만 가운데 은은한 녹색의 기운을 품고 있었다.

“으음.”

순간 음양쌍인 유매도 위기감을 느끼고 다급하게 수인을 짚어 나갔다.

치이이잉! 츠르르르르르릇!

다음 순간 거륙하마의 목에 달려 있던 녹색 두꺼비가 극멸기로 이루어진 광선을 유매에게 쏘아냈다.

그런데 은은하게 녹색 빛을 머금은 검은 광선은 허공을 가로질러 유매에게 날아가는 동안 매캐한 연기를 만들어 냈다.

“독(毒)!”

유매도 즉시 그 정체를 알아차렸다.

광광의 녹색 두꺼비는 극독이 포함된 극멸기 광선을 날린 것이다.

화신기 완경인 유매를 긴장시킬 정도로 강력한 독이 포함된 광선이었다.

“막아라! 밀어라! 태워라! 태워라! 태워라! 막아라! 밀어라! 태워······.”

유매의 다급한 손짓만큼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진언도 급박했다.

치지지지직! 후우우웅! 화르르륵!

치지지지직! 후우우웅! 화르르륵!

광광의 공격과 유매의 방어는 찰나와 같은 시간에 끝났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둘 사이의 공방은 수십 합이 이루어졌다.

치지직!

“끄응!”

그리고 공수의 충돌이 끝났을 때, 유매의 무릎 앞에는 독연을 뿜어내는 녹색 웅덩이가 작게 만들어져 있었다.

결국 유매의 방어를 뚫고 들어온 녹색 두꺼비의 광선이 정자 바닥에 구멍을 낸 것이다.

조금만 더 밀렸다면 구멍이 난 것은 유매의 무릎이나 허벅지, 혹은 배나 가슴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후우!”

유매는 소매를 저어 독연을 밀어내고 극멸기를 정자에 불어넣어 바닥을 복구했다.

그리고 저 멀리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광광을 노려봤다.

광광은 자신의 공격이 실패한 것에 크게 자극을 받은 듯이 이번에는 극멸기를 극도로 끌어 올려 은색 두꺼비를 자극하는 중이었다.

스르르르륵!

거륙하마 광광의 자극에 은색 두꺼비가 눈을 뜨고 유매를 노려봤다.

유매는 긴장한 표정으로 다급하게 수인을 맺어 등 뒤에 있는 서른여섯 개의 수인에 여덟 개를 더했다.

도합 마흔네 개의 수인.

그것은 유매가 만들 수 있는 수인의 최대 숫자였다.

“어리석은 놈. 네 놈이 반쪽짜리인 것을 내가 몰랐을 성 싶으냐?!”

그런 유매를 보며 광광이 비웃었다.

그리고 곧바로 은색 두꺼비가 크게 입을 벌리고 극멸기의 광선을 쏘아냈다.

새까만 극멸기에 은은하게 은광이 포함된 광선이었다.

쩌저저저저정!

그리고 그 광선은 스치고 지나가는 허공까지 꽁꽁 얼려 놓을 정도로 극한의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유매는 새로 여덟 개의 수인을 더했음에도 안심하지 못하고 다급하게 수인을 맺고 진언을 외웠다.

다시 한 번 광광과 유매의 공수 공방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녹색 두꺼비의 공격 때와 같았다.

유매의 정자 바닥이 크게 상했지만 광광의 공격은 유매에게 닿지 못했다.

하지만 그 결과에 광광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고, 유매의 낯빛은 창백하게 질렸다.

“크하하하하. 어리석은 반쪽짜리 수사 놈. 이제 남은 재주가 더 있느냐? 있으면 어디 이것도 한 번 막아 보려므나.”

광광이 크게 웃으며 극멸기를 움직여 목에 매달린 금빛 두꺼비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광광의 이마에서 불쑥 세 개의 눈을 가진 검은 두꺼비가 튀어 나왔는데 거기에서 진극멸기가 흘러나와 금빛 두꺼비에게 스며들었다.

광광이 자신의 극멸기에 더해서  삼목섬여(三目蟾?)인 멸기함분(滅氣含盆)에서 진극멸기까지 뽑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진극멸기를 직접 쓴다고?!”

그 모습에 유매가 깜짝 놀라며 당황해 했다.

원래 진극멸기를 운용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멸계의 본계에서도 입령기 이상이 되어서야 겨우 흉내라도 낼 수 있는 것이 진극멸기를 직접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광광이 진극멸기를 사용한 공격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 위력은 유매가 감당할 수준은 절대 아닐 것이다.

“이런 빌어먹을 유매매! 어서 일어나지 못해?! 깨어나란 말이다!”

유매가 크게 고함을 지르며 팔을 허우적거렸다.

그러자 그 서슬에 유매와 등을 지고 앉아 있던 여자가 파르르 떨며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무슨 일이지? 어쩐 일로 네가 나를 깨웠어?”

그리고 나른한 목소리로 유매에게 물었다.

“정신 차려!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고! 유매매(瑜媒妹)!”

그 모습에 유매가 다시 고함을 지르며 여자 수사의 정신을 깨우려 애썼다.

“호호호, 유매제(瑜媒弟). 꼴이 우습게 되었구나. 나를 잠재우고 무슨 짓을 했는지 몰라도 책임은 네가 져야지.”

하지만 유매매는 유매를 유매제라 부르며 여전히 세상 일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듯 나른한 표정과 목소리를 유지했다.

“나를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지! 나는 유매, 너는 내 동생인 유매매!”

유매가 그런 유매매에게 버럭 고함을 질렀다.

“아니, 내가 유매, 너는 내 동생인 유매제. 그게 옳지, 뭐 별 상관은 없은 일이지만.”

발악같은 유매의 고함에 유매매는 여전히 나른한 음성으로 말하더니 크게 하품을 했다.

그리고 스르륵 감기는 눈!

“이런 빌어먹을 년! 깨어나지 못해? 깨어나란 말이다!”

유매가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그 순간 광광의 목에서 금빛 두꺼비가 금광이 담긴 흑색 극멸기 광선을 쏘았다.

“흥! 모두가 네 탓이다!”

그리고 그 광선이 닿기 직전, 유매는 앉은 상태로 스르륵 바닥을 회전시켜 유매매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번쩍!

순간 유매매가 눈을 뜨고 닥쳐오는 극멸기의 광선을 노려봤다.

그리고 두 팔을 양쪽으로 활짝 벌려 바닥에서 머리 위까지 올렸다가 다시 원래대로 내렸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유매매의 팔이 마흔네 개로 늘어나며 유매가 만들어 놓았던 수인들과 연결되었다.

유매매의 등 뒤에 공작이 깃털을 펼친 것처럼 마흔네 개의 팔과 마흔네 개의 수인이 자리를 잡았다.

후우우우웅! 콰르르릉!

“아아악!”

하지만 그 팔과 수인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술법을 완성하기에는 시간이 약간 모자랐다.

결국 광광의 금빛 두꺼비가 쏜 극멸기 광선이 유매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스르르르릉!

다음 순간 다시 바닥이 회전하며 유매가 전면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런 유매의 가슴에는 황금빛을 머금은 열두 개의 수인이 뭉쳐져 있었다.

“죽어라 광광!”

푸화화확!

그 열두 종류의 수인은 유매의 의념이 전해지는 것과 동시에 광광에게로 쏘아졌다.

“허엇!”

이번에는 반드시 유매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던 광광은 의외의 사태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미 세 마리의 특별한 두꺼비를 모두 써버린 상황!

잡스럽게 남은 두꺼비를 움직여 유매의 수인을 막아보려 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푸욱! 푸화확! 푸푸푸푹!

“크아아아악! 크악!”

결국 광광의 거대한 몸 곳곳에 유매의 열두 수인이 틀어박혔다.

그리고 그렇게 자리를 잡은 수인들은 또 서로 연결되어 공명하며 흑금빛의 사슬을 만들어 광광을 옭아맸다.

치지지지지지지직!

“크아아아아아!”

그 사슬의 위력이 얼마나 강했던지 광광의 몸을 지지며 깊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기세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이어져 결국 거륙하마 광광의 몸은 수십 토막의 고깃덩이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그 사이에 광광의 영체가 어떻게든 위험을 벗어나려 했지만 열두 수인의 사슬은 영체마저 구속했다.

광광의 영체는 오래도록 비명을 지르다가 결국 흔적도 남기지 않고 소멸해 버렸다.

유매는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후우.”

어쨌거나 마지막에 살아남은 것은 자신이었다.

이곳에는 이제 자신의 수하들 밖에 없으니 위험한 일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이루어졌다.

등 뒤에 있는 유매매도 거의 반은 죽음에 발을 걸쳤다.

“좋군, 아주 좋아. 하하핫. 목우! 목우는 어서 나오거라!”

유매가 크게 웃으며 그의 괴뢰인 목우를 불렀다.

< 거륙하마와 음양쌍인의 싸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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