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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우와 세 인계 수사의 한 판 >
건우는 곧바로 그가 익힌 검선의 검공법 중에 가장 강력한 수법인 백팔십 검공법을 펼쳤다.
그가 오른 손에 든 성광검을 뻗어 세 수사를 가리킨 순간 백팔십 개의 성광검이 쏟아져 나갔다.
순식간에 하늘을 가득 채우는 백팔십 개의 성광검들.
그 검들이 일제히 세 인계 수사의 요혈을 노리고 쇄도했다.
“허억!”
“피, 피해······.”
“처, 천지영기가 움직이지 않······.”
깜짝 놀란 세 수사가 그것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그들은 곧바로 이상을 느끼고 당황했다.
천지영기가 그들의 뜻을 따라주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그들은 건우가 펼친 백팔십 성광검의 공격을 피해내지 못했다.
백팔십 개의 검은 그 하나하나가 수사들의 요혈을 노리고 빠르게 날아드는데 영기는 부족하고 공간 자체도 그들을 억눌렀다.
아무리 애를 써도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천지영기의 양은 얼마 되지 않고 의념도 넓게 펼쳐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 세 수사는 몰랐지만 이미 폐수고 전체에는 건우의 아공간이 구현된 상태였다.
아공간은 곧 건우의 의념공간이니 지금 이곳 공간은 건우의 의지 아래에 놓여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세 인계 수사가 수십 장의 영역을 제 것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용하다 할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건우의 백팔십 성광검이 세 인계 수사를 덮쳤다.
콰자자자장! 콰과과광!
차아아아앙!
투두두두두두웅!
백팔십 성광검은 제일 먼저 소양 선자의 진백고와 충돌했다.
몸을 피할 여유를 찾지 못한 무허와 소양, 역락은 서로 어깨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뭉쳐 힘을 모아 건우의 공격을 막기로 했는데 제일 외곽을 소양 선자가 맡았던 것이다.
하지만 소양 선자의 진백고, 그 백 개의 고리는 건우의 백팔십 성광검 중에서 고작 십여 개를 밀어 내고 힘을 잃었다.
그 뒤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설국왕 역락의 본명 법기가 차가운 한기를 뿜으며 거대하게 부풀어 올라 백팔십 성광검에 맞섰다.
하지만 그 역시 십여 개의 성광검을 무력화 시키고 맥없이 뚫렸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무허 선사의 선장과 염주에서 뿜어내는 황금광(黃金光)의 방어막뿐이었는데 거기서 이변이 일어났다.
투두두두두둥! 두두두두둥!
“으음?!”
의외로 그 황금빛 방어막이 백팔십성광검을 가볍게 튕겨냈던 것이다.
그 모습에 건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역시! 무허 선사님의 불광막(佛光膜)은 명불허전입니다.”
“아아, 정말 다행입니다.”
역락과 소양이 무허 덕분에 위기를 넘기고 안심하며 탄성을 질렀다.
“흥!”
그러자 건우가 코웃음을 치고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선의 유산을 허공에 던지고 그대로 가부좌를 하고 앉아 두 손을 포개 그 위에 성해룡주를 올리고 눈을 감았다.
허공에 던져진 검선의 유산은 건우의 오른쪽 어깨 위에 떠서 무허 등을 향해 검 끝을 가리켰다.
슈슈슈슈슈슉!
“어엇!”
“이런!”
그리고 그 검에서 다시 성광검이 쏟아져 나와 이전 공격에서 소실된 숫자를 채워 넣었다.
‘백팔십 검이 고작 그렇게 끝날 것 같았더냐? 어디 너희가 얼마나 버티는지 두고 보겠다.’
건우는 가부좌를 한 상태로 백팔십 개의 검을 움직여 무허의 불광막을 두드리며 세 인계 수사를 비웃었다.
어차피 지금 이곳은 그의 의념 공간이나 다름이 없었다.
비록 저들이 주변 공간의 천지영기를 일부 장악하고 겨우겨우 버티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봐야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
“저 놈도 무리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니, 누가 오래 버티느냐에 따라서 생사가 결정될 것이오. 그러니 모두들 나에게 영기를 집중시키시오.”
그 때, 무허 선사가 눈을 굳게 감은 상태로 소양과 역락에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가 보기에 건우는 크게 무리하고 있었다.
무허 자신이 펼치는 불광막은 입령기 수준의 공격이라도 막아낼 자신이 있는 공법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불광막이 크게 충격을 받고 있었다.
그 말은 눈앞에 있는 어린 놈의 공격이 입령기 수준에 근접한 위력이라는 뜻이었다.
고작 화신기 완경 따위가 그런 공격을 오래 이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분명 지금의 공격은 크게 무리하고 있는 것일 테고, 오래 지속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멍청한 놈!’
하지만 건우는 속으로 그런 무허의 생각을 비웃고 있었다.
원래 검선의 검공법 중에 백 개 이상의 성광검을 사용하는 수법은 인계에서 쉽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공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장악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펼치는데 필요한 천지 영기가 부족했다.
애초에 인계 수준에서 펼치라고 만들어진 공법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건우도 그것을 펼치려면 큰 후유증을 각오해야 했다.
하지만 이곳은 건우의 의념공간.
필요하다면 천지영기도 한 곳에 집중시켜 그 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당연히 지금 펼치는 백팔십 성광검의 검공법도 그렇게 의념공간이라는 특수성에 기대어 펼쳐내고 있는 것이었다.
- 어떻게 이런 방법을 쓸 생각을 했어요? 정말로 임기응변 하나는 최고라니까요. 호호호.
아공간에서 루야가 건우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리 성해룡주라도 아공간을 모두 밖으로 끌어낼 수는 없지. 게다가 이곳 폐수고의 넓이가 그렇게 넓은 것도 아니고.’
- 그래서 어차피 일부만 구현할 거라면, 아공간에 퍼져 있는 천지영기를 끌어 모은 후에 그 영역을 밖으로 구현하기로 한 거군요?
‘그렇지.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천지영기의 농도가 짙어지고, 내가 검공을 펼치는데 부담도 없어지니까.’
사실상 지금 폐수고 안의 천지영기는 영계보다 짙은 수준이었다.
그러니 건우가 백팔십 성광검을 여유롭게 펼칠 수 있는 것이다.
무허 등의 세 인계 수사도 천지 영기의 양이 많아진 것을 알았겠지만 그래봐야 그들이 끌어 쓸 수 있는 천지 영기는 고작해야 주변 십여 장 범위 밖에 되지 않는다.
사방 십여 리가 넘는 폐수고 전체를 의념 공간으로 쓰는 건우에 비할 바는 전혀 아니니 신경 쓸 일도 되지 못했다.
투두두두두두둥! 두두두두둥!
“크으으으음!”
“아아아!”
“끄으으응!”
무허 선사의 불광막은 여전히 건우의 성광검을 가볍게 막아내고 있었지만 무허와 소양, 역락의 표정은 어둡기 짝이 없었다.
무허 역시 불광막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소양과 역락이 무허에게 영기를 넘겨주는데 그것을 받아쓰는 것도 무허에겐 점점 큰 부담이 되고 있었다.
영기 중에서도 특별한 기운인 불기(佛氣)를 쓰는 무허에게 역락의 냉기(冷氣)나 소양의 금기(金氣)는 오래 끌어 쓰기에는 부담이 되는 이질적인 기운이었다.
그럼에도 건우의 공격을 막고 불광막을 유지하기 위해서 역락과 소양의 영기를 빌려 쓰다보니 조금씩 파탄이 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생각보다 많은 영기를 빼앗기는 역락이나 소양도 마찬가지였다.
무허는 속성에 맞지 않은 두 수사 때문에 더 많은 영기를 받아 그것을 불기로 바꿔야 했다.
빼앗기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양이 많은 것이 문제가 되는 상황까지 몰린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신음소리가 날 수밖에.
‘이제 곧 무너지겠군.’
건우는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계속해서 백팔십 성광검으로 불광막을 두드리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 호호호. 한꺼번에 화신기 완경 셋을 처리하는 거네요? 지금까지 중에서 제일 수확이 클 거 같아요.
그런 건우를 보며 아공간의 루야 역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루야는 한층 강력한 의념을 건우에게 보내 주었다.
“크으으으! 서, 설마···!”
“아아악, 무허 선사님!”
“이, 이렇게 패한단 말입니까!”
무허와 소양, 역락도 결국 끝이 어떻게 되리란 것을 짐작했다.
그들의 얼굴색은 더 없이 창백해지고, 입에서는 조금씩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의념과 영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내상이 깊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갑자기 이렇게 의념이 강해지고 공간 장악력이 이리 커지다니!’
무허 선사는 도무지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놈이 성해룡주를 꺼내 폐수고(幣收庫)에 새로운 공간을 더 불러냈다.
그리고 그 새로운 공간은 온전히 저 어린놈의 뜻에 따르는 것이었다.
‘마치 공간 자체를 연화해 놓은 것과 같지 않은가. 마치 우리가 놈의 의념 공간에 들어와 있는 듯······! 설마, 정말 그렇다는 말인가? 의념공간을 현실로 불러내어 쓴다고? 그게 어찌! 어찌 가능할 수가!’
무허 선사는 눈을 번쩍 뜨며 건우를 노려봤다.
그 때문에 집중이 흔들려 불광막을 뚫고 두 개의 성광검이 날아들어 역락과 소양을 찔렀다.
“아악!”
“크윽!”
어깨와 허벅지를 찔린 소양과 역락이 비명과 신음을 흘렸다.
무허가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불광막을 되살리자 소양과 역락을 찔렀던 성광검이 스르륵 모습을 감췄다.
건우와의 의식 연계가 끊어지며 실체가 흐트러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흐트러진 실체는 다시 검선의 유산 안에서 되살아나니 큰 문제는 아니었다.
도리어 불광막 안쪽에 대한 첫 공격이 성공했으니 건우로선 반길 일이었다.
“끝이 보이는군.”
이에 건우가 번쩍 눈을 뜨며 말했다.
이제 오래지 않아서 무허 등이 무너질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추측은 그리 틀린 것이 없었다.
다만 수 백 만년을 살아온 노괴들도 만만치는 않았다.
건우가 잠시 방심한 그 순간 소양과 역락이 숨겨 뒀던 한 수를 펼쳐냈다.
“죽어라(殺)!”
“뚫어라(貫)!”
무허의 뒤에서 영기나 채워주던 두 수사가 갑자기 강력한 의념을 쏘아냈다.
그리고 동시에 황금색의 영롱한 광채가 날카롭게 건우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야말로 찰나!
투화화화화황! 투황!
하지만 그들이 날린 회심의 한 수는 갑자기 건우의 몸을 가리며 등장한 황금색의 삿갓 방패에 의해 막혀 버렸다.
삿갓 방패는 소양과 역락이 쏘아 보낸 황금빛 공격을 절반은 흡수하고 절반은 튕겨냈다.
파스스스스스스!
하지만 그 직후 황금색 삿갓 방패는 금빛 가루를 뿌리며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쿨럭!”
건우는 천라패갑방패로 간신히 소양과 역락의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천라패갑방패가 크게 상했다.
소양과 역락의 공격은 끝까지 숨겼던 최후의 한 수로 부족함이 없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크으음. 역시 천라패갑방패를 더 강화해야 해. 겨우 상급 법보 수준에 머물고 있으니······.’
소양과 역락이 회심의 한 수로 펼친 공격을 막아냈음에도 건우는 아쉬움이 컸다.
지금껏 본명법보인 천라패갑방패에 너무 관심을 주지 않았다는 자책도 함께 떠올랐다.
‘본명법보는 그 자체로 또 다른 나라고 할 수 있다. 검선의 유산이 가장 뛰어난 법보지만 본명법보는 아니지.’
수사의 의념과 동화되어 영혼과 연결되는 유일한 법보.
그 본명법보의 개발과 성장을 등한시 한 것은 분명 큰 잘못이었다.
‘일단 저것들부터 처리하고, 생각하자.’
하지만 지금은 무허 등을 처리하는 것이 먼저였다.
건우는 어금니를 깨물며 백팔십 성광검에 더욱 강력한 의념을 불어넣었다.
그 순간 무허와 소양, 역락은 자신들에게 더는 기회가 없을 것임을 알아차리고 얼굴빛이 검게 죽었다.
* * *
= 내가 아는 것은 그것이 전부네.
“미리 이야기했지만 나중에 거짓이 밝혀지면 곧바로 마귀에게 넘겨 버릴 거다.”
= 내가 한 말에 거짓은 없네.
“거짓은 없겠지. 하지만 숨긴 것은 있을 거 같은데?”
= 뭐든,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물어보게. 내 숨기지 않고 일러줄 테니까.
“뭐, 대충 물어볼 것은 다 물어봤지. 하지만 또 지내다 보면 궁금한 것이 더 생기겠지. 그럼 그 때, 다시 보지 뭐.”
건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한 뼘 크기의 금빛 불영(佛影) 화신을 바라봤다.
그 화신은 다름 아닌 무허 선사의 영체였다.
그 곁에는 소양과 역락의 영체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이미 옥으로 만들어진 함에 누워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건우와의 싸움에서 패하고 영체만 남아 제압된 상태인 것이다.
그들 역시 무허 선사처럼 건우와 오랜 면담 시간을 가진 후였다.
무허는 셋 중에서 마지막으로 건우와 이야기를 마친 상태였다.
< 건우와 세 인계 수사의 한 판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