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196화 (196/499)

(195)

< 미끼를 물고 나타난 손님 고기들 >

“요즈음 길 수사의 이름이 온 천지를 뒤엎고 있는 것 같소이다.”

“하하하. 거륙하마(巨戮蝦?) 광광(廣狂) 수사께서 그리 말씀을 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무슨 그런 소리를. 길 수사가 이미 멸계7존의 한 명이 된 것은 누구나 인정을 하는 일인데, 그리 겸양할 일은 아니지요.”

“하하하하.”

길우몽은 광광의 칭찬에 멋쩍은 웃음만 지었다.

유독 길우몽에게 사근사근한 태도를 취하는 광광이었다.

그 동안 길우몽이 만났던 화신기 완경의 멸계 수사들 중에서 가장 호의적인 모습이라 할 만했다.

“난독화 여수를 시작으로 첩골 황오, 음양쌍인 유매, 매신살겸 고중무까지 길 수사에게 진법을 구해갔다지요? 이제 나까지 진법을 얻었으니 수엽사 진광을 제외하면 멸계 7존에 이름을 올린 대부분이 진법을 얻게 된 셈이구려. 고마운 일이오.”

“무슨 그런 말을. 거래를 통해 이루어진 일이고, 나도 그만한 이득을 봤는데 고맙다는 소리를 들을 일은 아니지요.”

거륙하마(巨戮蝦?) 광광(廣狂)과의 거래에서 마지막 세 번째 과정까지 끝이 났다.

그리고 광광의 말처럼 수엽사 진광이란 수사만 제외하면 고위급 멸계 수사들 대부분이 길우몽의 진법을 가지게 되었다.

게다가 요즈음은 길우몽의 진법에 대한 맹약이 어디선가 풀려서 진법이 싼 가격에 나돌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길우몽은 볼 만한 이익은 다 봤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식으로 진법이 떠도는 것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다만 다른 경로로 구한 진법을 만드는 곳에 대한 정보를 은밀히 모으고 있을 뿐이다.

어느 정도 진법이 완성되면 들이닥쳐 그 죄를 물어볼 생각이었다.

“어쨌건 고맙소이다. 이로서 나도 급한 상황에서 몸을 피할 수단을 확보했으니 마음이 놓입니다. 고맙소이다. 다음에 볼 기회가 있으면 또 보십시다.”

광광은 팔다리만 사람의 것이고 몸통과 머리는 두꺼비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외형과 달리 길우몽에게 끝까지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길우몽은 인사를 하고 둔술을 펼쳐 사라지는 광광의 뒷모습을 일별하고는 그 역시 그곳을 떠나려 했다.

이번 거래 장소 역시 몇 곳의 장소 중에서 길우몽이 선택한 곳으로 태양이 뜨거운 매마른 사막이었다.

사실 거륙하마 광광의 거래 제안을 받고 광광이 두꺼비 모습인 것을 생각하여 굳이 사막으로 장소를 택했다.

아무래도 두꺼비에게 메마른 사막 환경은 제약이 되면 되지 득이 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화신기 완경의 광광이 그런 환경 때문에 불편해 하거나 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고, 거래는 무사히 끝났다.

“으음?”

그런데 이동을 하려던 길우몽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주위를 매섭게 노려봤다.

보이는 것은 바람 한 점 없이 평온한 사막의 모습뿐이다.

태양은 뜨겁고, 아득한 지평선이 사방에 펼쳐져 있다.

그런데 길우몽은 한 자리에 꼼짝도 않고 서서 연신 지평선 세 지점을 번갈아 노려봤다.

길우몽을 중심에 두고 세 방향에서 화신기 완경의 수사들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다가오는 화신기 수사들은 모두가 인계 수사들이었다.

“이거 나를 잡겠다고 오는 게 확실한데?”

길우몽은 잠시 고민했다.

지금이라도 아공간을 열고 몸을 숨기면 저들을 따돌리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곳은 멸계 수사들의 영역이니 저들이 이곳에 오래 머물지는 못할 것이니 조금만 버티다 나오면 그만이다.

촤롸롸롸롸롸롸롸!

키리리릭 키리리리리리!

길우몽의 발밑에서 선태 괴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 거대한 몸에 쌓였던 모래가 밑으로 흘러 내렸다.

“너는 그만 들어가라. 네가 끼어들 싸움이 아니다.”

길우몽은 선태 괴수에게 명령을 내려 땅 속 깊은 곳으로 숨도록 했다.

선태 괴수는 금선탈각의 재주가  있으니 그 뱃속에 숨어서 도망을 간다면 다가오는 세 명의 인계 수사를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공간을 쓰는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몸을 피하고자 한다면 그것도 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길우몽은 몸을 피하기보다는 맞서 싸우는 쪽을 선택했다.

“이것들이 내가 여기 있는 것을 어찌 알고 찾아왔을까. 분명히 정보를 준 놈이 있을 테지. 그리고 그런 짓은 할 놈이야 당연히 조금 전에 자리를 뜬 그 광광 놈 뿐일 것이고.”

길우몽과 광광의 거래는 당연히 둘 사이의 비밀이다.

게다가 거래가 끝나는 순간에 맞춰서 인계 수사들이 나타난 것을 보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답이 나왔다.

“광광(廣狂), 네가 죽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그래 조금만 기다려라. 어떻게든 찾아서 멱을 따 줄 것이니.”

길우몽은 그렇게 광광의 이름을 마음속에 각인하고 의념을 넓게 펼쳤다.

“수 백 리 안쪽에 인계 수사들 이외엔 아무도 없군. 원래 인적이 없는 곳이기도 하지만 뭔가 통제를 했을 수도 있겠어.”

길우몽이 그렇게 중얼거릴 때, 선태 괴수는 이미 사막 아래 수천 장 밑으로 내려가 몸을 숨겼고, 세 명의 인계 수사는 길우몽을 품(品)자로 포위한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각기 3백장 정도 거리를 두고 길우몽을 포위한 세 명의 인계 수사들.

길우몽은 그들이 화신기 완경, 그것도 입령기를 엿본 경지임을 알아보았다.

“작정하고 찾아왔으니 내가 누군지는 알 테고, 자기 소개를 해 봄이 어떠냐?”

세 명의 수사들에게 포위된 상태에서도 여유로운 태도로 뒷짐을 지고 선 길우몽의 말이었다.

“죽을 놈이 우리가 누군지 알 필요가 있겠느냐? 하하핫.”

그러자 셋 중에 가장 젊은 모습을 하고 있는 수사가 비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이십대 초반의 외모를 지니고 있었는데 머리카락이 하얀 색인 것이 인상적인 수사였다.

“내가 죽을지 너희가 죽을지는 봐야 알 일! 하지만 한 가지는 꼭 묻고 싶다.”

길우몽은 대화의 의지가 없는 인계 수사들과 곧바로 생사결을 하고 싶었지만 혹시 하는 생각에 확인할 것이 있었다.

“이상한 놈이구나, 너희 멸계 버러지와 우리가 서로 무슨 말을 나눈다는 말이야?”

그러자 또 다른 인계 수사가 길우몽의 말을 받았다.

그 수사는 여성 수사였는데 얼굴을 검은 면사로 가리고 있었고, 몸에는 하얀 소복을 걸치고 있었다.

“너희가 나를 죽이려는 이유가 궁금해서 말이지. 굳이 나 하나를 잡자고 우리 멸계의 영역 깊은 곳까지 들어온 이유를 모르겠단 말이지.”

길우몽은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그 여성 수사를 보며 말했다.

“호호홋, 어차피 죽을 놈이 궁금한 것도 많구나.”

길우몽의 말에 여성 수사는 그렇게 대꾸를 하더니 다른 두 명의 인계 수사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다른 두 수사들이 동시에 소매에서 뭔가를 꺼내 허공에 던졌는데 여성 수사 역시 같은 행동을 했다.

길우몽은 문득 불길함을 느끼고 급히 의념을 끌어 올리며 나타결공법의 극멸기 강체술을 극성으로 펼쳤다.

휘리리리리링! 휘리리리링!

그런데 길우몽의 그런 대처는 전혀 소용이 없는 일이 되었다.

세 인계 수사가 허공에 던진 것은 각기 금색, 은색, 청색의 구슬이었는데 그것이 허공에서 만나 하나로 뭉치며 십여 리 범위의 공간을 끌어들였다.

당연히 그 범위에 들어 있던 세 명의 수사와 길우몽도 그 법술에 휘말리고 말았다.

“이, 이게 무슨?”

길우몽은 자신이 어떤 금제 공간에 들어온 것을 느끼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저항을 해 보지도 못하고 공간 금제 안에 끌려 들어온 것이다.

“호호호. 이제 되었다. 네가 아무리 용을 써도 여기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소복을 입은 여성 수사가 계획대로 되었다는 듯이 기쁜 웃음을 터트렸다.

“혹여 도망이라도 가면 귀찮아 질 거라 걱정했는데 의외로 쉽게 잡았습니다 그려.”

흰 머리의 청년 수사도 활짝 개인 얼굴 표정으로 소복 여성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일이 이렇게 잘 풀리다니 그 간의 걱정이 억울할 지경입니다 그려. 허허허허.”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세 번째 인계 수사 역시 입을 열었다.

그는 깡마른 몸에 풍성한 가사를 입고 목에 백팔 염주를 두른 승려 수사였다.

그의 손에는 뿌리가 기괴하게 뒤틀린 커다란 선장(禪杖:승려의 지팡이)이 들려 있었다.

그 때, 길우몽은 자신이 들어온 공간이 따로 자신을 억제하거나  제압하는 성질은 아니란 사실을 알아차리고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이게 뭐하자는 거지? 고작 도주를 막겠다고 이런 공간을 만들었다는 거냐?”

길우몽이 세 인계 수사를 비웃으며 물었다.

그러자 인계 수사들은 소복 여인 쪽으로 모여 길우몽과 대치하는 진형을 만들었다.

“여기라면 우리가 아무 제약 없이 너와 싸울 수 있지. 어떤 술법을 펼친다고 해도 멸계의 버러지들이 우리의 싸움을 감지할 수 없으니까.”

“그렇지. 그 넓은 사막에서 모래알처럼 작게 변해 버린 폐수고(幣收庫)를 누가 찾을 것이냐?”

“여기를 폐수고라 부르는 모양이지? 이름을 들어보니 창고 같은 것인 모양이군.”

길우몽이 인계 수사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어차피 인계 수사들은 급하게 길우몽과 싸울 생각은 없는 듯 했다.

그들은 여유 있는 모습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길우몽을 경계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길우몽을 이미 다 잡아놓은 사냥감으로 보는 것 같았다.

“허허허, 네가 영계의 폐수고를 어찌 알겠느냐. 어렵게 얻은 것이고 제약이 적잖은 영기지만 이렇게 함정을 파기에는 더 없이 좋지.”

“그러게 말입니다. 무허(霧虛) 선사(禪師)의 말씀이 틀린 것이 없습니다. 이렇게 폐수고를 사용하면 다른 멸계 놈들의 눈을 피해 일처리를 하기에 더 없이 적당하지요.”

“자, 뻔한 이야기들은 그만 하고 이제 일을  마무리 짓지요. 시간을 끌 일이 무어랍니까?”

길우몽은 늙은 승려의 이름이 무허란 사실을 알고 눈빛을 반짝였는데 소복 여인이 끼어들어 다른 둘의 대화를 끊어 버렸다.

길우몽은 인상을 쓰며 여인을 노려봤다.

“호호호. 너는 그리 애를 쓸 것 없다. 네가 여기서 벗어날 길은 없고, 또 네가 우리를 이길 가능성도 없음이니 곱게 죽어 윤회라도 드는 것이 좋을 것이다.”

휘리리리리링! 휘리리리링!

소복 여인이 그렇게 말을 하며 영기를 끌어 올리자 그녀의 주변에 백 개의 고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고리들은 은빛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는데, 그 하나하나에 황금색의 무늬가 복잡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무늬들은 시시때때로 고리의 표면에서 흐르며 요동쳐, 형태가 수시로 바뀌었다.

길우몽은 그 금빛의 무늬에서 이전 항국의 왕 종관에게 받았던 령부의 기운을 느꼈다.

“서, 설마 영기?”

길우몽이 깜짝 놀라며 소복 여인을 보았다.

“호호호, 제법 견식이 있구나. 하지만 애석하게도 온전한 영기는 아니다. 부족한 것이 많지.”

소복 여인은 그래도 길우몽이 자신의 본명 법보를 영기로 봐 준 것이 기쁜 모양인지 밝은 목소리로 대답해 주었다.

“소양(素孃) 선자(仙子)의 진백고(盡百?)는 오랜만에 보는 듯 하군요. 다시 봐도 굉장합니다. 하하핫.”

그 모습에 청년 수사가 얼음으로 된 거대한 종을 머리 위에 소환하며 소복 여인 소양 선자의 본명 법보를 칭찬했다.

“역락, 아무리 그래도 내 본명 법보가 당신의 쇄혼(碎魂)만 하겠어요? 엄살 피우지 마세요.”

소복 여인 소양 선자는 역락이라 부른 청년에게 눈을 흘겼다.

그런 중에 무허 선사는 자신의  선장을 앞에 세우고 목에서 염주를 벗어 선장에 걸었다.

그러자 선장과 염주가 동시에 금빛 찬란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길우몽도 그들이 싸움을 준비하는 것을 보고 이미 나타결공법을 극성으로 끌어 올려 삼두육비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영기와 혼돈기, 극멸기를 동시에 품은 그 모습에 세 명의 인계 수사도 놀란 모습으로 경계하기 시작했다.

“기괴하군. 영기와 극멸기를 동시에? 중간에 혼돈기를 놓아 균형을 맞춘 것인가?”

무허 선사가 염소수염 같은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길우몽을 노려봤다.

함께 선 소양 선자와 역락 역시 이전보다는 조금 더 긴장된 표정으로 길우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제 좀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지?”

길우몽이 급격하게 몸집을 키우며 세 인계 수사를 도발했다.

그리고 그 직후 곧바로 세 인계 수사가 길우몽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 미끼를 물고 나타난 손님 고기들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