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194화 (194/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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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는 물어버린 것이여 내가 던진 미끼를 >

“역시 연륜이란 건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군. 좋다, 내 속을 들여다 봤으니 나도 더는 실없는 소리를 하지 않으마.”

“그래서 정말로 전쟁을 끝내지 않고도 본계로 돌아갈 방법이 있다는 거냐?”

여수는 다시 한 번 확인하듯 물었다.

그녀 역시 본계로 돌아갈 수 있으면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보이고 있었다.

“고작 5백 년에 지금의 경지에 이르렀지만 그 전에 내 특기가 바로 진법과 법기 제작 같은 쪽이었지.”

“그래서 그런 재주로 본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았다는 말이냐?”

이번에는 해골바가지 황오가 길우몽의 말에 끼어들었다.

길우몽은 이전과 달리 안달을 내는 모습의 두 수사를 보며 피식 웃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멸계 본계에서 인계로 넘어오면 전쟁에 이기지 않는 이상은 되돌아갈 길이 막힌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인계와의 전쟁 중에도 본계로 돌아온 이들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그런 이야기가 떠돌긴 했지만 진위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

“그야 당연하지, 혹여 인계에서 돌아온 이들이 있었다면 그들은 본계에 오자마자 입령기 이상의 경지로 올라갔을 텐데, 우리 따위가 감히 그들에 대해서 알 길이 있었을까.”

여수와 황오가 그들 역시 인계와의 전쟁 중에 멸계로 돌아온 이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떠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방법은 있는데 알려지지 않은 거다. 나는 그리 생각했고, 그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진극멸기를 흡수하며 경지가 오르기를 기다리는 5백 년 동안 오직 그것만 고민했지. 그리고 분명히 말하지만 방법을 찾았다.”

“정말 본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자! 딴 소리 할 것 없다. 그래서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무엇을 내어주면 네가 알아낸 방법을 알려줄 것이냐?”

황오가 더는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듯이 핵심을 짚고 나왔다.

“그 전에 일러줄 것이 있다. 내가 알아낸 방법은 진법을 이용하는 것이고, 그 진법은 엄청난 자원을 필요로 한다. 특히 극멸기를 품고 있는 상급의 기석(氣石)이 많이 필요하지.”

기석은 기운을 품고 있는 돌을 말하고 수도계의 영석도 그에 포함된다.

하지만 길우몽이 말한 것은 극멸기를 품은 기석으로 멸계에서 주로 생성되는 것이었다.

물론 일반 수사들이 영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처럼, 멸계 수사들 역시 극멸기를 품은 기석을 만들 수 있었다.

다만 그 수고가 적지 않아서 등급이 높을수록 귀한 취급을 받았다.

“상급의 기석?”

황오가 확인하듯 길우몽을 쳐다봤다.

“그 외에도 많은 자원이 필요하지만 축이 되는 것은 상급 기석이지. 그 외에 특별한 재료는 지금 말을 해 줄 수 없고.”

“그럼 상급 기석을 얼마나 내어주면 그 진법에 대해서 알려줄 거지?”

여수는 상급 기석을 충분히 내어줄 용의가 있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상급 기석 200개를 주면 내가 완성한 진법을 알려주지.”

“미쳤군!”

“200개라고?!”

길우몽의 대답에 황오와 여수가 경악의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멸계 본계라도 상급 기석 200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양이다.

그런데 이곳은 멸계 본계도 아니고 인계였다.

이곳에서 극멸기가 포함된 기석은 오로지 수사들이 직접 만드는 것 말고 다른 방법으로는 생성되지 않았다.

간혹 멸계 본계에서 넘어올 때 기석을 가지고 오는 수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영체기 이전의 경지로 넘어오는지라 기석도 중급 이상은 가지고 있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그만큼 상급 기석이 귀한 취급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없다는 말이네? 그럼 더 할 이야기는 없는 거지.”

두 수사의 반응에 길우몽은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짓더니 훌쩍 몸을 뒤로 날려 두 수사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중에도 황오와 여수, 두 수사에 대한 경계는 전혀 늦추지 않는 상태였다.

“잠깐 기다려라. 이것을 가지고 가라. 내가 기석을 마련하면 연락할 방법은 있어야 할 것이 아니냐!”

그 때, 여수가 고함을 지르며 길우몽에게 주머니 하나를 던졌다.

길우몽은 그것을 의념으로 받아 허공에 띄운 후에 낱낱이 살피고 소매안에 넣었다.

“다음에 만날 때에는 거래를 깔끔하게 끝내자. 그를 위해 나도 내 진법의 내용을 3분하여 준비하겠다.”

길우몽의 말은 여수 쪽도 자신의 진법을 확인할 기회를 주겠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에 여수는 길우몽의 진법이 거짓이 아닐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는 동안에 길우몽의 모습이 멀리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어찌 생각하나요?”

여수가 황오를 보며 물었다.

“저리 자신있어 하니 거짓이 아닐 가능성도 있겠지.”

“하지만 상급 기석 200개는 너무 많지 않나요? 게다가 각각 200개 씩이라니.”

“게다가 보아하니 진법을 알려준 후에도 다른 이들에겐 알리지 못하게 맹약을 걸 모양이니 우리가 100개씩 내어서 합치는 것도 의미가 없겠군.”

“저 선태수사란 녀석이 부하들을 모으는 이유도 분명하군요. 부하들에게 기석을 만들게 하는 것이 분명해요.”

“우리도 필요한 상급 기석을 확보하려면 아랫것들에게 일을 시키는 수밖에 없지 않나.”

“그도 그렇군요.”

“일단 자네가 먼저 수고를 해 주게. 자네가 선태 수사의 진법을 확보하고 그것이 거짓이 아닌지 확인을 해 보라는 이야기네.”

“좋아요. 그럼 수고비로 상급 기석 서른 개만 내어 주세요. 그럼 결과를 확인하고 알려드리지요.”

“이런! 그, 그건······.”

“저는 200개를 투자하는 건데, 그만한 대가는 받아야 하지 않나요? 우리 사이가 언제 말로만 상부상조하는 사이던가요?”

“끄응, 알았네.”

황오는 결국 여수에게 서른 개의 상급 기석을 내어 주기로 약속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뒤, 화신기 이상의 멸계 수사들 사이에 선태 수사의 진법에 대한 소문이 은밀하게 나돌기 시작했다.

인계와의 싸움을 끝내지 않고도 멸계 본계로 돌아갈 방법이 있다는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들은 없었다.

*   *   *

모처에 세 명의 수사가 모여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직접 대면한 것이 아니라 허상을 띄운 상태로 마주하고 있었다.

매신살겸(賣身殺鎌) 고중무와 음양쌍인(陰陽雙人) 유매(瑜媒), 거륙하마(巨戮蝦?) 광광(廣狂)으로 모두 멸계 7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들이었다.

“이거 곤란하군.”

매신살겸 고중무의 허상이 중얼거렸다.

그는 커다란 외날 낫을 등에 지고 거적 같은 검은 장포를 몸에 두르고 있어 마치 서양식 저승 사자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게, 아직은 좀 더 시간을 끌어야 하는데 말이지.”

거륙하마  광광이 커다란 입에 뭔가를 던져 넣고 우물거리며 말을 받았다.

거대한 두꺼비를 닮은 광광이 씹고 있는 것은 어느 수사의 영체에서 뽑은 팔다리가 분명했다.

“그 뿐만이 아니지. 인계를 멸망시키고 이곳을 멸계로 흡수하면 그 보상이 어마어마할 텐데, 그 천둥벌거숭이 때문에 그것이 어려워 질 수도 있어.”

이번에는 등이 붙은 남녀 샴쌍둥이 수사가 나섰다.

등 뒤에 붙은 여성 수사는 잠을 자는지 눈을 감고 있었다.

“첩골이나 난독화에 비해서 우리는 후발주자인 셈이지. 그래서 멸기함분에 모은 진극멸기의 양도 넉넉하지 않고. 이런 중에 본계 복귀라니!”

“복귀를 하려면 인계를 멸하고 승리 보상을 노려야지. 어찌 중간에 편법으로 돌아갈 생각을!”

“그야 흑선풍의 멸기함분을 얻었으니 배가 불렀겠지. 이미 화신기 완경에 이르렀는데 본계로 가면 입령기를 넘어 성령기까지도 기대해 볼 양이 남았을 걸?”

다시 고중무, 유매, 광광의 순으로 길우몽을 성토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한 번씩 길우몽을 성토하고는 드디어 고중무가 진지하게 본론을 꺼냈다.

“흑선풍이 이전부터 진극멸기를 많이 모았다는 이야기가 있긴 했었지. 어쨌거나 선태 수사, 그 놈을 어찌했으면 좋겠나?”

그들이 자리를 마련한 것은 길우몽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비록 섬비 하량이 길우몽에게 당했다고는 하지만 자신들 셋이 나서서 길우몽 하나 정도를 어쩌지 못할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어쩌긴, 먼저 그 진법부터 확보를 하고, 이후에 놈의 멱을 따야지.”

“역시 같은 생각이로군. 얻을 것은 얻고, 그 후에 버릴 것은 버려야지. 하하하핫.”

탕탕탕탕!

유매의 말에 광광이 좋다고 탁자를 두드리며 웃었다.

비록 허상이지만 화신기 완경이 만들어낸 허상은 어느 정도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좋아. 진법을 빼앗고, 놈을 죽인다! 그럼 놈을 어떻게 유인을 하지?”

“어쩌긴 일단 진법 거래를 하는 거지. 그리고 우리 모두 진법을 얻고 마지막 거래에서 놈을 함정에 빠트리면 되는 거지.”

“이참에 인계 놈들의 힘도 좀 빌려 볼까?”

“그것도 좋겠지. 어차피 나중에야 서로 죽고 죽일 관계지만 일단 지금은 협력 관계인데, 도움을 받아보자고.”

“아니지, 우리가 나설 것이 아니라 인계 놈들에게 맡기는 게 좋겠지. 저번에 우리가 놈들을 기습했던 것에 대한 보상으로······.”

“그럼 그렇게 할까? 우리는 진법 거래만 하는 거고, 선태 수사 놈을 죽이는 것은 인계 수사 놈들의 몫으로.”

“좋아! 그렇게 하지. 그게 좋겠어.”

“그럼 준비를 해 보자고. 다들 딴 생각들은 하지 말고.”

“적어도 아직은 아니지. 충분한 진극멸기를 쌓을 때까지는 지금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최상이지. 아무렴.”

*   *   *

- 어떻게 될 거 같아요?

루야가 길우몽에게 의념을 던져왔다.

필요하면 아공간 입구를 열지 않고도 루야와 대화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진법이 진짜로 가능하다는 이야기만 퍼지면 그걸로 끝이지. 뭐 사소한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 진법 하나로 고작해야 다섯 명 밖에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게 사소한 문제예요? 그것도 운에 따라서 한 명만 갈 수도 있는데요?

“그거야 뭐 알아서 할 일이지. 그리고 진법을 만들어 가동시키고 본계로 돌아갈 놈들은 모두가 그만한 능력이 있는 놈들뿐이야. 그렇게 실력자를 걸러내면 결국 멸계전은 인계의 승리가 될 수밖에 없지.”

- 생각해보면 참 교묘해요. 멸계 본계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해도, 만약을 위해서 진법은 구하려 하겠죠?

“그야 당연하지. 당장 멸계6존 중에 두엇만 본계로 사라져도 전쟁의 균형이 확 무너질 텐데. 그렇게 되면 돌아갈 생각이 없었던 놈들도 생각이 확 바뀔걸?”

- 일단은 살고 봐야 할 테니까요. 전쟁에서 인계가 승리하면 멸계 수사들의 운명은 깜깜하겠죠.

“그러니 적당히 눈치를 봐서 돌아갈 방법을 찾겠지. 그러자면 진법을 확보해야 하고. 덕분에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자가 될 것이고.”

- 기석이 없다면 다른 걸로 받기도 할 거죠?

“나중에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의외로 멸계 수사들의 공법이나 제련법, 연단법, 진법 따위도 볼 것이 많더라고. 아, 그 전에 인계 쪽의 고위급 장서고도 한 번 들러야 하는데 말이지.”

길우몽은 언젠가는 반드시 인계의 고위 수사들이 만들었다는 장서고를 반드시 섭렵하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 아무튼 이제 진법이 퍼지기만 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멸계 쪽의 전력이 약화되긴 하겠네요.

“게다가 중간에 분명히 한 바탕 싸움도 벌여야 할 거야. 나를 어떻게 해 보려는 놈들이 나올 테니까.”

- 그럼 또 눈치껏 죽이고 빼앗고, 부하로 삼고 뭐 그러실 거죠?

“그렇게 전력도 줄이고, 내 주머니도 채우고, 멸기함분도 채우고 그러는 거지. 하하하핫.”

길우몽은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런 그가 있는 곳은 섬비 하량이 사용하던 거처였다.

이참에 길우몽은 섬비 하량의 동부를 차지하고 눌러 앉아 그의 세력까지 조금씩 흡수하는 중이었다.

“어르신, 음양쌍인(陰陽雙人) 유매(瑜媒)님이 보낸 사자가 왔습니다.”

그 때, 동부 밖에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래 하량의 거처를 관리하던 수사들 중에 하나가 찾아온 것이다.

“사자가 왔다고? 유매의 사자라면 홀대할 수는 없겠지. 데리고 와라!”

길우몽이 동부 밖을 향해서 묵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리고 얼마 후, 영체기 수사가 화신기 수사 하나를 안내해서 길우몽이 있는 거처로 들어왔다.

길우몽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 화신기 수사를 바라보았다.

< 너희는 물어버린 것이여 내가 던진 미끼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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