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
<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 >
“커억!”
공간 균열에 뛰어들어 이동을 마친 순간, 길우몽은 엄청난 충격을 받고 튕겨나가 한참을 날아갔다.
그리고 염화업동의 벽 어느 한 곳에 부딪혀 구멍을 뚫고 처박혔다.
쿠구궁!
강체술 덕분에 피떡이 되는 것은 면했지만 삼장 깊이까지 벽을 뚫고 들어가 박혀버린 길우몽.
하지만 길우몽은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그 상태로 꼼짝도 않고 움직이지 않았다.
밖의 상황이 워낙에 흉흉했기 때문이다.
느껴지는 화신기들의 기운만 여섯이나 되었다.
그 중에 인계 수사의 수가 넷, 멸계 수사의 수가 둘.
4:2로 화신기 수사들이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콰과과광! 콰광!
“그만 죽어라! 멸계의 버러지!”
“넷이서 고작 우리 둘도 압도하지 못하는 주제에 말이 많구나!”
“그래봐야 너희가 얼마나 버틸까!”
“이제 곧 끝장을 내어주마.”
인계의 화신기 수사 넷은 연이어 멸계 수사 둘을 공격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들의 공격은 어딘가 맥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방어하는 멸계 수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벽을 뚫고 처박힌 길우몽은 의념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상태였지만 밖에 있는 수사들의 상태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강체술을 익힌 길우몽 자신이 느끼는 금제의 힘도 상당했는데, 그렇다면 밖에 있는 수사들은 더 심할 것이다.
당연히 그들의 싸움이 어딘가 맥이 빠진 듯이 느껴지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이다.
“이익! 저 놈들의 방어가 유독 강하지 않소?”
“저 멸계 놈의 방어 공법이 이곳 금제의 영향을 덜 받는 듯 합니다.”
“나도 그리 보입니다. 우리도 공격이 아닌 방어라면 금제의 영향을 덜 받는 공법이 있지 않습니까.”
“유독 체내에서 영기를 운용하는 공법에 금제가 덜하긴 하지요. 그리고 방어 술법에 그런 영기 운용이 많기도 하고요.”
“그것만 아니었으면 저 멸계 버러지들을 이미 오래 전에 박살냈을 것인데 말입니다.”
“그렇더라도 여유를 주지는 맙시다. 계속 공격하다보면 저 놈들도 파탄을 일으킬 것입니다.”
“옳습니다. 또 그게 아니어도 사흘 이상은 절대 버티지 못할 겁니다. 오래 버틸 뿐, 끝까지 우리의 공격을 버틸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네 명의 인계 화신기 수사들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멸계 수사들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길우몽은 그 인계 수사 네 명의 목소리 중에서 그가 아는 목소리가 둘이나 끼어 있음을 알아차렸다.
하나는 얼마 전에 만났던 종관이었고, 다른 하나는 제윤국의 국사 손진이었다.
게다가 멸계 수사 둘 중에 하나도 길우몽이 익히 잘 알고 있는 도관중이었다.
‘지금은 내가 나설 때가 아니다. 내가 나서는 것은 어느 한 쪽으로 완전히 승패가 기운 후가 될 것이다. 그런데 도관중과 함께 있는 다른 한 명은 누구지?’
문진은 공간 이동 직후에 닥친 충격으로 튕겨 나가느라 그들의 모습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그렇다고 지금 그걸 확인하겠다고 움직일 생각은 절대 없었다.
‘그나저나 여기가 화산의 중심이면 영족인 예예 수사가 가까이 있을 텐데?’
길우몽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곧바로 예예를 찾아 의념을 펼치는 경거망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다시 이틀이 지났다.
그 사이에 드디어 싸움의 승패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네 명의 인계 수사들이 두 명의 멸계 수사를 거의 막다른 궁지까지 몰아넣은 것이다.
아무리 방어 공법이 금제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해도, 비슷한 수준의 수사 4:2의 싸움은 그 끝이 정해진 것일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드디어 끝이 보이는군.”
“결국 이렇게 될 것을 무에 그리 미련을 가지고 끝까지 버텼누?”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하 자자, 조금 더 몰아치십시다. 여기서 여유를 줄 수는 없지요.”
“이를 말입니까. 끝장을 봐야지요. 그리고 저 안쪽에 쥐새끼처럼 박혀 있는 멸계 놈도 정리를 하고 말입니다.”
“영체기 따위에 무슨 신경을 쓰십니까. 일단 이쪽부터 끝장을 보십시다.”
인계 화신기 수사들은 약간의 흥분을 감추지 않고 즐거워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길우몽은 쥐새끼가 자신을 말하는 것임을 알아차렸다.
이유는 모르지만 네 명의 인계 수사들은 자신을 멸계 수사로 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공간 이동 후의 충격에 날아가는 동안 강체술이 자극을 받아 극멸기를 움직인 듯도 했다.
거의 찰나에 일어난 일이라 명확하진 않지만 그랬던 것도 같은데, 그랬으니 인계 수사들이 자신을 멸계 수사로 여기는 것이리라.
‘이러면 어쩌지?’
<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 >
“커억!”
공간 균열에 뛰어들어 이동을 마친 순간, 길우몽은 엄청난 충격을 받고 튕겨나가 한참을 날아갔다.
그리고 염화업동의 벽 어느 한 곳에 부딪혀 구멍을 뚫고 처박혔다.
쿠구궁!
강체술 덕분에 피떡이 되는 것은 면했지만 삼장 깊이까지 벽을 뚫고 들어가 박혀버린 길우몽.
하지만 길우몽은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그 상태로 꼼짝도 않고 움직이지 않았다.
밖의 상황이 워낙에 흉흉했기 때문이다.
느껴지는 화신기들의 기운만 여섯이나 되었다.
그 중에 인계 수사의 수가 넷, 멸계 수사의 수가 둘.
4:2로 화신기 수사들이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콰과과광! 콰광!
“그만 죽어라! 멸계의 버러지!”
“넷이서 고작 우리 둘도 압도하지 못하는 주제에 말이 많구나!”
“그래봐야 너희가 얼마나 버틸까!”
“이제 곧 끝장을 내어주마.”
인계의 화신기 수사 넷은 연이어 멸계 수사 둘을 공격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들의 공격은 어딘가 맥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방어하는 멸계 수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벽을 뚫고 처박힌 길우몽은 의념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상태였지만 밖에 있는 수사들의 상태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강체술을 익힌 길우몽 자신이 느끼는 금제의 힘도 상당했는데, 그렇다면 밖에 있는 수사들은 더 심할 것이다.
당연히 그들의 싸움이 어딘가 맥이 빠진 듯이 느껴지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이다.
“이익! 저 놈들의 방어가 유독 강하지 않소?”
“저 멸계 놈의 방어 공법이 이곳 금제의 영향을 덜 받는 듯 합니다.”
“나도 그리 보입니다. 우리도 공격이 아닌 방어라면 금제의 영향을 덜 받는 공법이 있지 않습니까.”
“유독 체내에서 영기를 운용하는 공법에 금제가 덜하긴 하지요. 그리고 방어 술법에 그런 영기 운용이 많기도 하고요.”
“그것만 아니었으면 저 멸계 버러지들을 이미 오래 전에 박살냈을 것인데 말입니다.”
“그렇더라도 여유를 주지는 맙시다. 계속 공격하다보면 저 놈들도 파탄을 일으킬 것입니다.”
“옳습니다. 또 그게 아니어도 사흘 이상은 절대 버티지 못할 겁니다. 오래 버틸 뿐, 끝까지 우리의 공격을 버틸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네 명의 인계 화신기 수사들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멸계 수사들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길우몽은 그 인계 수사 네 명의 목소리 중에서 그가 아는 목소리가 둘이나 끼어 있음을 알아차렸다.
하나는 얼마 전에 만났던 종관이었고, 다른 하나는 제윤국의 국사 손진이었다.
게다가 멸계 수사 둘 중에 하나도 길우몽이 익히 잘 알고 있는 도관중이었다.
‘지금은 내가 나설 때가 아니다. 내가 나서는 것은 어느 한 쪽으로 완전히 승패가 기운 후가 될 것이다. 그런데 도관중과 함께 있는 다른 한 명은 누구지?’
문진은 공간 이동 직후에 닥친 충격으로 튕겨 나가느라 그들의 모습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그렇다고 지금 그걸 확인하겠다고 움직일 생각은 절대 없었다.
‘그나저나 여기가 화산의 중심이면 영족인 예예 수사가 가까이 있을 텐데?’
길우몽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곧바로 예예를 찾아 의념을 펼치는 경거망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다시 이틀이 지났다.
그 사이에 드디어 싸움의 승패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네 명의 인계 수사들이 두 명의 멸계 수사를 거의 막다른 궁지까지 몰아넣은 것이다.
아무리 방어 공법이 금제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해도, 비슷한 수준의 수사 4:2의 싸움은 그 끝이 정해진 것일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드디어 끝이 보이는군.”
“결국 이렇게 될 것을 무에 그리 미련을 가지고 끝까지 버텼누?”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하 자자, 조금 더 몰아치십시다. 여기서 여유를 줄 수는 없지요.”
“이를 말입니까. 끝장을 봐야지요. 그리고 저 안쪽에 쥐새끼처럼 박혀 있는 멸계 놈도 정리를 하고 말입니다.”
“영체기 따위에 무슨 신경을 쓰십니까. 일단 이쪽부터 끝장을 보십시다.”
인계 화신기 수사들은 약간의 흥분을 감추지 않고 즐거워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길우몽은 쥐새끼가 자신을 말하는 것임을 알아차렸다.
이유는 모르지만 네 명의 인계 수사들은 자신을 멸계 수사로 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공간 이동 후의 충격에 날아가는 동안 강체술이 자극을 받아 극멸기를 움직인 듯도 했다.
거의 찰나에 일어난 일이라 명확하진 않지만 그랬던 것도 같은데, 그랬으니 인계 수사들이 자신을 멸계 수사로 여기는 것이리라.
‘이러면 어쩌지?’
곤란한 상황이 되었다.
인계 수사들이 승리하면 위문진의 신분으로 종관을 만나면 되리라 생각했는데 그 방법은 물 건너 간 듯 했다.
그렇다고 지금 그가 나서서 멸계 수사를 네 명의 인계 화신기 수사들의 손에서 구해낼 수도 없지 않은가.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멸계의 전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스스로의 손으로 망치기는 좀 꺼려지는 면이 있었다.
길우몽이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여섯 화신기 수사들이 싸움을 벌이는 공간에 또 다시 새로운 공간이동이 일어났다.
“크하하핫! 역시! 일은 이렇게 되어야지!”
그리고 도관중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기뻐했다.
이유는 볼 것도 없었다.
새로 등장한 인물이 멸계 쪽 화신기 수사였던 것이다.
“이게 무슨? 지금 인계 놈들에게 핍박을 받고 있었다는 말이냐?”
“어쩌겠습니까. 넷이 떼를 지어 우리를 공격하는데 말입니다.”
“하긴, 수에서 크게 밀렸으니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너는 어찌 네 비룡을 데리고 오지 않았더냐?”
새로 나타난 수사가 도관중에게 물었다.
그는 다른 네 명의 인계 수사들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막아내며 궁지에 몰렸던 두 멸계 수사에게 숨돌릴 여유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염화업동에 이르기까지 워낙 험하게 굴려 지금은 꺼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상황이면 써 먹기는 했겠습니다만.”
도관중은 그렇게 변명을 했다.
그 때, 도관중과 함께 있던 멸계 수사가 입을 열었다.
“흑선풍 어르신께서 오셨으니 이제 저 인계 놈들의 목을 비틀어 버릴 수 있겠습니다.”
“으음,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불가능하진 않겠지. 하지만 그 전에 이 염화업동의 주인이 문제겠지.”
자신에게 기대를 거는 수사의 말에 흑선풍은 뜻밖에도 염화업동의 주인을 거론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염화업동의 금제가 부르르 떨렸다.
염화업동의 주인이 지금 상황을 지켜보며 금제에 관여하고 있음을 알게 해 주는 대목이었다.
길우몽 역시 금제의 떨림을 느꼈다.
그리고 어기적거리며 벽에 뚫린 구멍 밖으로 나섰다.
나타결공법의 강체술에 극멸기를 극성으로 끌어 올린 그의 모습은 검은 피부에 극멸기 갑옷까지 두른 상태라 종관이 봤던 위문진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 동안 잘도 숨어 있더니 이제야 기어 나오는구나. 전에는 강체술 재주가 특별해서 눈에 담아 뒀었는데 이제보니 하는 짓이 비루하구나.”
길우몽이 구멍 밖으로 나서자 도관중이 못마땅한 음성으로 말했다.
“고작 영체기 주제에 낄 자리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송구합니다.”
길우몽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지금 나온 것은 그나마 승산이 있다 싶어서냐?”
도관중이 길우몽에게 물었다.
“흑선풍 어르신의 위명을 들었는데 어찌 계속 죽을 척을 하고 있겠습니까. 게다가 지금이 아니면 미천한 재주로 끼어들 틈이나 있겠습니까.”
길우몽은 그렇게 말을 하고 슬쩍 흑선풍의 모습을 살폈다.
그리고 흠칫 놀랐지만 금방 표정을 태연하게 바꾸었다.
길우몽이 놀란 것은 흑선풍의 모습이 워낙 특이했기 때문이다.
흑선풍의 몸은 손톱보다 작은 검은 벌레로 뒤덮여 있었다.
벌레는 날개 뽑힌 매미처럼 생겼는데 연이어 꼼지락 거리며 서로 엉켜 있었다.
그것은 마치 흑선풍이 벌레 덩어리로 보일 정도였다.
“네 놈이 무슨 재주가 있어 이런 자리에 끼어든다는 말이냐?”
길우몽의 말을 들은 도관중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길우몽을 비웃으며 물었다.
길우몽은 조용히 소매에서 마귀팔면호령을 꺼내들었다.
“으음?”
마귀팔면호령의 등장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흑선풍이었다.
흑선풍은 그 패에 담겨 있는 거래의 강력함을 어느 정도 파악한 것이다.
“네가 어찌 그런 귀물을 가지고 있더냐!”
다른 수사들이 나서기도 전에 흑선풍이 물었다.
“본멸계에 있을 때에 천겁을 맞아 죽은 수사의 품에서 챙긴 것입니다.”
길우몽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음, 그렇군. 다 좋은데 그것으로는 천겁은 막지 못하지. 마귀들이 천겁의 뇌전에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니 거래를 할 때에 그 조건은 분명히 하니까.”
흑선풍이 길우몽의 말에 그럴 듯 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네 놈이 익히고 있는 공법도 그 때에 얻은 것이겠구나?”
도관중이 길우몽을 보며 물었다.
“몇 가지 공법이 뒤섞여 좀 바뀌긴 했지만 뼈대는 그 때에 얻은 것이 분명합니다.”
“됐다.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 그런 것을 알아서 뭐에 쓸까.”
길우몽의 대답에 흑선풍이 소매를 신경질적으로 저으며 말했다.
순간 인계 수사들의 공격이 그 소매에서 일어난 바람에 흩어졌다.
그런 흑선풍의 위용에 인계 화신기 수사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흥! 너희가 우리를 어찌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내가 나선 이상 너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흑선풍이 그런 인계 수사에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러자 인계 수사들 중에서 손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렇다고 한들 너희가 우리를 어찌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곳의 주인이 너희를 반겨할 것 같지는 않다는 말이지.”
손진의 말에 흑선풍의 몸에서 한 꺼풀 벌레들이 부풀어 올랐다가 다시 가지런히 내려 앉았다.
흑선풍이 분노를 터트리려다가 참았음을 길우몽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거야 봐야 아는 일이지. 보아하니 이곳의 주인은 제 스스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모양인데, 있으나 마나 한 놈을 두려워 할 이유가 있을까?”
흑선풍은 그렇게 말을 하며 다시 소매를 휘저었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검은 벌레들이 안개처럼 퍼져 나가 넓은 공간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인계 수사들도 그 모습에 위기감을 느끼고 제각각 영기를 뿜어 공동의 절반을 자신들의 영역으로 차지했다.
길우몽은 하필 인계 수사들의 영역과 흑선풍의 영역이 부딪히는 선상에 서게 되었다.
당장이라도 멸계 수사들이 있는 쪽으로 움직이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인계 수사들의 공격이 그에게 쏟아질 것이 분명했다.
이번에도 역시 길우몽은 싸움의 도화선 역할을 하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왜 매번······.’
다시 한 번 힘없는 저계 수사의 서러움을 피부로 느끼는 길우몽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두 세력이 대치하고 있는 공간 전체에 여러 공간 균열이 뒤엉켜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염화업동의 주인이 수작을 부리는 모양입니다.”
흑선풍과 도관중이 놀라 소리를 지르며 인계 수사들을 노려봤다.
하지만 인계 수사들 역시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그들 역시 공간 균열에 포위된 상태로 그것을 피할 길을 찾는 중이었다.
‘이거 운이 좋은데?’
그런 중에 길우몽은 내심 환호성을 올리고 있었다.
그의 발 밑에 작은 공간 균열이 생기고 있었는데 그것은 지금까지 염화업동의 내부로 이동할 때에 쓰던 것과 같은 공간 균열이었던 것이다.
다른 화신기 수사들도 간발의 차이를 두고 그것을 느꼈는지 모두가 길우몽 쪽을 바라봤다.
하지만 당장 앞을 가로막는 공간 균열들 때문에 쉽게 움직일 여유가 없어 보였다.
츠즈즈즈즈즈즈!
그 때, 공동의 절반에 퍼져 있던 흑선풍의 벌레들 중에 일부가 길우몽의 어깨 위에서 뭉치며 주먹 크기의 덩어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길우몽이 공간 균열에 휩싸인 순간 그 덩어리 역시 길우몽과 함께 모습을 감췄다.
그 직후, 일곱 화신기 수사들이 있던 공간 전체에 여러 공간 균열이 뒤섞여 어우러지며 폭주를 일으켰다.
“이, 이런!”
그 폭주가 끝난 자리에는 인계 화신기 수사 손진만 남아서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