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183화 (183/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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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문장 괴수와 무서운 금제 >

“후욱! 후욱!”

“괜찮은가?”

“괜찮아 보이나?”

“상처가 좀 심하군.”

“미련하게 달려든 내 탓이지. 누굴 탓하겠나.”

길우몽은 매방의 까마귀 썰매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요상단을 먹고 상처를 돌보는 중이었다.

첫 공세에 물밀 듯이 밀려오는 화염지대 괴수들을 상대로 무리를 하다 크게 상처를 입은 것이다.

그나마 강체술의 튼튼한 몸뚱이 덕분에 뒤로 빠져 나와 목숨을 건졌지, 그와 함께 선두에 있던 몇몇 영체기 멸계 수사들은 죽음을 면치 못했다.

[서두르거라! 부상을 입은 놈들은 뒤에 남고, 나머지는 계속 전진한다.]

그 때, 도관중의 목소리가 잠시 소강상태인 전장을 떨어 울렸다.

그러자 영체기 멸계 수사들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우리도 가세.”

길우몽은 어느 정도 상처를 회복했다는 생각에 매방을 보며 출발을 종용했다.

“무슨 소리를! 자네 상처가 아직도 이리 중한데! 좀 더 요상을 하게. 자 여기 내가 아껴둔 특별한 요상단이 있으니 이걸 먹고 마저 몸을 추스르게.”

하지만 매방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길우몽을 만류했다.

그는 도리어 길우몽에게 자신의 영단까지 내어주며 치료를 이어갈 것을 권했다.

길우몽은 피식 웃으며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역시 매방은 뜻이 잘 맞는 동료였다.

지금도 길우몽은 초기에 적당한 부상을 입고 물러난 상황이고, 매방은 그런 길우몽의 부상을 핑계로 대열의 후방으로 쳐지려 애쓰고 있었다.

그것은 이번 싸움에서 몸을 사려야 한다는 길우몽와 매방의 뜻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과하게 몰아 붙이는 싸움이야. 우리들을 소모품처럼 써서 그저 성과만 내겠다는 거지. 그리고 실제로 이곳은 시선 끌기일 가능성이 높다. 진짜는 흑선풍이 있는 쪽이겠지.’

길우몽은 내심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매방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길우몽의 부상을 핑계로 뒤로 빠지려는 것이고.

꾸구구구구궁! 꾸구궁!

길우몽이 그렇게 뒤쪽 대열에서 부상을 치료하고 있을 때였다.

저 멀리 앞쪽에서 웅장한 울음 소리가 들리며 새로운 괴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염경(焰鯨)이다!”

누군가 괴수를 보며 고함을 질렀다.

그 이름처럼 용암을 둘러 뜨겁게 타오르는 몸뚱이를 지닌 고래 모양의 괴수.

그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나왔군. 갈곡의 수문장.”

매방도 괴수를 알아보았다.

“자넨 본 적이 있다고 했지?”

길우몽이 앉은 상태 그대로 염경에게 시선을 던지며 물었다.

“도관중 어르신과 네 분의 화신기 어르신이 협공을 하고도 결착을 보지 못했던 괴수지.”

매방이 대답했다.

“그렇게 강하단 말인가?”

길우몽도 몇 번 비슷한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다섯 화신기 수사가 잡지 못한 괴수라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끌고 다니는 부하들도 많지만 그보다는 금제가 문제지.”

매방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꾸구구구구구궁! 꾸우우우웅!

그 때, 다시 한 번 염경의 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으윽!”

“어이구!”

그리고 그 순간 영체기 멸계 수사들이 타고 있던 비행 법기들이 일제히 흔들리며 비틀비틀 힘을 잃기 시작했다.

“이게 그건가?”

길우몽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매방에게 물었다.

“어떤가? 직접 당해보니.”

매방이 길우몽을 보며 물었다.

“갑자기 축기기가 된 듯 하군.”

“크하하하. 그렇지. 바로 그거네. 이게 바로 이 화염지대의 진정한 무서움이지. 평소에도 힘을 상당히 제약받는데, 저런 수문장 괴수가 나오면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금제가 발동하는 거네.”

매방은 길우몽이 놀라는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이 크게 웃었다.

하지만 길우몽은 처음 경험하는 강력한 금제에 조금이라도 힘을 더 끌어 올리기 위해서 애쓰는 중이었다.

그런 중에 앞쪽에서 사달이 나고 말았다.

화르르르륵! 푸쉬쉬쉬식!

“크아악!”

“아악!”

“끄으으으으! 피, 피해라!”

“제, 젠장 이걸 어떻게 상대하라고······ 아악!”

앞쪽에 나가 있던 영체기 멸계 수사들이 괴수들의 공격에 떼죽음을 당한 것이다.

“저게 무슨? 설마 능력의 금제는 우리만 당하는 건가? 괴수들은 상관 없고?”

길우몽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지금까지 화염지대의 금제는 괴물이건 멸계 수사건 공평하게 적용이 되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멸계 수사들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게 문제지. 그래서 도관중 어르신과 화신기 어르신들이 협공을 하고도 평수를 이룬 것이 고작이었던 거네.”

매방이 씁쓸한 표정으로 죽어가는 멸계 수사들을 보며 말했다.

끼이이이이이익!

그 때였다.

후방에서 염경의 울음소리에 버금갈 포효가 터지더니 천장 길이의 비룡이 염경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 머리와 날개죽지에는 도관중과 다른 네 명의 화신기 멸계 수사들이 올라 서 있었다.

꾸우우우우웅! 꾸우우웅!

끼이이이이익!

화르르륵! 콰곽! 치지지지직!

일순간 도관중의 비룡 괴수와 염경이 맞붙었다.

붉은 화염을 흩뿌리는 염경과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로 염경을 물어뜯고 찢으려는 비룡 괴수의 싸움.

거기에 도관중을 비롯한 화신기 멸계 수사들의 술법이 더해졌다.

거대한 화염 고래, 염경이 불리해 보이는 상황.

하지만 염경에게는 따르는 화염 괴수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수 백 마리의 괴수들이 일제히 다섯 화신기 수사들을 향해 불과 독연을 뿜으며 달려들었다.

꾸우우우웅!

키릭 키리리릭! 키리 키리릭!

“이런 미물 따위가!”

“이번에도 또 당할 것 같으냐!”

“어림도 없다!”

도관중을 비롯한 다섯 화신기 수사들이 급급하게 소매를 떨쳐 공허체들을 불러냈다.

화신기 초기의 공허체 수십 마리가 염경의 부하 괴수들에게 맞서 날아갔다.

하지만 불행하게 공허체들도 금제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어서 결국 시간 벌이용에 불과했다.

“고약하군.”

도관중이 겨우겨우 염경의 부하 괴수들을 막아서는 공허체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전처럼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겠지?”

그리고 자신이 이끄는 네 명의 화신기 멸계 수사들을 보며 물었다.

“화산까지 길을 뚫으라는 흑선풍 님의 뜻이 분명하니, 그에 따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어지간히 손해를 보더라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설마 예서 물러나실 생각은 아니시겠지요?”

“그리 되면 흑선풍님의 노여움을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네 화신기 부하들은 모두 흑선풍의 명령을 어길 수 없다고 말했지만 그 어조의 차이가 분명했다.

둘은 도관중에게 호의적인 모습이고 둘은 명확하게 흑선풍의 편에 선 모습이었다.

도관중은 살짝 어금니를 깨물고는 고개를 돌려 염경을 쳐다봤다.

그의 비룡 괴수가 염경과 육박전을 벌이고 있었다.

비룡 괴수는 다행히 화염지대의 금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그나마 염경을 상대로 버티고 있지만 끝까지 간다면 패할 것이 분명했다.

“모두 준비해라.”

도관중이 눈길도 돌리지 않고 염경을 노려보며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네 명의 화신기 수사들이 각자 본명 법보를 꺼내 극멸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창, 필, 선, 호리병.

네 화신기 수사들의 본명 법보는 제각각 형태가 달랐지만 끔찍할 정도의 극멸기가 깃들어 있음은 분명했다.

도관중 역시 의념 공간과 하나가 되어 있던 본명법보를 일깨워 불러내며 극멸기를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도관중의 본명법보는 흑죽으로 만든 퉁소(簫)였다.

피리리리리링 피리링 피리리리.

도관중의 극멸기를 주입받은 퉁소가 처량하게 흐느끼는 소리를 내며 울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허공에 엄청난 숫자의 망령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도관중을 중심으로 주변의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며 피가 마르는 느낌이 퍼져 나갔다.

근처에 있던 네 명의 화신기 멸계 수사들도 본명법보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면 버티기 어려울 정도의 기운이었다.

“모두들 허튼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혹여 설렁설렁 흉내만 낸다면 내가 직접 그 목을 꺾어 줄 것인 즉.”

도관중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본명법보를 이용해 기묘한 음률을 펼쳐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곁에 있던 망령들이 일제히 염경과 염경의 부하 괴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치지지지지직! 치이이익!

화염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

처음 망령들이 염경을 비롯한 괴수들에게 달려들 때에는 분명히 그렇게 보였다.

망령들이 모두 괴수들의 화염에 녹아나는 듯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망령들은 불길에 타오르면서도 그 형상을 그대로 유지하며 끝내 염경과 그 부하 괴수들에게까지 가 닿았다.

꾸우우우웅! 꾸우우웅!

키리릭! 키릭! 키에에엑!

그러자 곧바로 괴수들의 반응이 일어났다.

치지지지지직!

불타오르는 망령과 괴수들이 접했음에도 기이하게 한기(寒氣)가 솟아나 화염의 기운과 충돌했다.

휘리리리릭! 쉬쉬쉿!

후우우우웅! 촤롸롸롸롸롹!

그런 중에 네 명의 화신기 수사들도 놀고 있지는 않겠다는 듯이 본명법보를 이용해 염경을 공격했다.

창이 수십 개로 분열하며 날아갔고, 붓(筆)은 허공에 부적을 그리고 부채(煽)는 혹한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마지막으로 호리병은 끝도 없이 북해의 찬 바닷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우와, 굉장하군.”

멀리서 그 광경을 보던 길우몽이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트렸다.

“그렇지. 금제를 당한 상태에서도 저런 공격을 하다니, 놀라워. 하지만 무리를 하시는 것은 분명하지. 저건 본명법보에 담긴 힘을 억지로 끌어 내는 것이라 봐야 할 거야. 금제로 잃은 것을 본명법보를 희생해서 보충하는 것이지.”

매방이 그 곁에서 금방이라도 침이 떨어질 듯 입을 벌리고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검은 까마귀 가면을 쓴 것 같은 얼굴에 부리를 헤 벌리고 있는 모습이 꽤나 희극적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런 모습에 관심을 보일 여유가 없었다.

그 사이에 후방까지 염경의 부하 괴수들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쯧쯔, 고작 성단기 수준의 괴수들이 위협이 되다니! 웃기는 일이군.”

길우몽이 혀를 차며 몸을 날려 매방의 비행 법기로 달려드는 괴수에게 주먹질을 했다.

콰직! 콰득! 좌악!

“크윽, 빌어먹을 이 따위 놈에게 상처를?!”

길우몽의 주먹이 아귀 모양의 괴수 머리를 짓이겼지만 그와 동시에 아귀 괴수 머리에 달려 있던 촉수가 그의 팔을 깨물었다.

게다가 등 지느러미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날아들어 길우몽의 옆구리를 베어 냈다.

아귀 괴수를 죽이기는 했지만 함께 죽자는 식의 공격에 적잖은 피해를 입은 것이다.

하지만 길우몽은 나타결공법을 운용하며 상처를 돌봤다.

“으음.”

그런데 의외로 나타결공법의 운용이 효과가 있었다.

외부로 나타나는 극멸기의 움직임은 금제에 큰 영향을 받았지만 체내에서 움직이는 것은 그나마 덜했다.

억지로 나타결공법을 운용하면 온 몸이 뻐근하긴 했지만 강체술의 효과를 제대로 낼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으라차차차!”

길우몽이 큰 기합 소리와 함께 다시 괴수들 무리로 몸을 날렸다.

“이, 이보게 무슨 짓인가!”

매방이 깜짝 놀라며 그를 불렀지만 길우몽은 이미 괴수들과 엎치락뒤치락 하며 어우러진 후였다.

매방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그가 직접 키우는 공허체들을 불러내어 길우몽을 돕도록 했다.

“으하하하. 이거 좋군. 아주 좋아.”

그런데 길우몽은 의외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성단기 수준의 괴수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다른 영체기 멸계 수사들의 능력이 축기기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진 상황에서 유독 길우몽만 금제를 피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길 수사의 강체술은 굉장하군.”

매방이 저도 모르게 감탄하며 고개를 저을 정도였다.

< 수문장 괴수와 무서운 금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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