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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통수 선협전-178화 (178/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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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극멸기? 요고 탐난다 >

진(眞) 극멸기(極滅氣)는 길우몽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것은 본체인 건우의 기억까지 더하더라도 달라질 것이 없었다.

길우몽은 조심스럽게 진극멸기를 향해 다가가 의념을 펼쳐 그것을 살폈다.

‘극멸기가 극도로 집약된 상태, 거기에 뭔가 다른 것이 섞여 있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 그 다른 무엇.’

길우몽은 건우의 기억까지 총 동원해서 진극멸기를 파헤쳐보려 했다.

하지만 그가 알아낸 것은 거기까지였다.

이제는 직접 사용해보며 확인해 보는 것만 남았다.

‘영기에 상극이라 진극멸기에 영기를 부어봐야 의미가 없다고 했지. 그저 기운만 상쇄되어 약화될 뿐이라고. 거기에 혼돈기 역시 마찬가지. 진극멸기는 혼돈기로도 조절할 수 없다던가?’

이미 그 정도는 인계 수사들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폐월에게 교육을 받으며 그런 사실도 전해 받은 길우몽이었다.

하지만 들은 것과 실제로 확인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

길우몽은 처음으로 얻은 진극멸기를 흡수하기 전에 이런저런 실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인계 수사들이 쌓은 정보와 다른 내용은 없었다.

진극멸기를 직접 이용할 수 있는 것은 극멸기를 품은 멸계 수사들 뿐이고, 이용 방법도 흡수해서 경지를 올리는데 쓰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진극멸기를 영석처럼 보조 재료로 쓰는 방법도 있었다.

당연히 진극멸기를 그런 식으로 사용하게 되면 무척 뛰어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1회성 소모라 아까운 면이 있었다.

‘그래도 큰 위력의 법부를 제작하여 일발 역전을 노릴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모두들 흡수하는 쪽을 선택한다는 말이지.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나도 진극멸기를 흡수해 봐야겠군.’

결국 길우몽의 실험 결론은 그렇게 나고 말았다.

모두들 흡수하는 것을 선택하는 데에는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길우몽은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실험을 끝내고 진극멸기 흡수를 위해 자리를 잡았다.

가부좌를 하고 앉은 길우몽 앞에 호두알 크기의 진극멸기가 얼굴 높이로 떠 있었다.

길우몽이 나타결공법(??結功法)을 운용하며 극멸기를 풀어 내어 진극멸기를 감쌌다.

그러자 진극멸기가 응결된 덩어리에서 누에고치에서 비단실이 풀리듯 진극멸기가 풀려나와 나타결공법의 극멸기에 섞여들었다.

‘으음?’

길우몽은 그 순간 깜짝 놀랐다.

미세하지만 길우몽의 수련 경지가 높아지고 있었다.

그저 극멸기의 양이 늘어나는 것과는 달랐다.

그 동안 성단기 중기까지 성장했던 그의 경지가 조금씩 꿈틀거리며 후기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느껴진 것이다.

‘미친, 그저 진극멸기를 흡수하는 것뿐인데 경지가 올라간다고? 그것도 그리 많은 양도 아닌데?’

길우몽의 경악은 당연했다.

영근을 성장시키고 영기를 키워 단을 만든 것이 성단기다.

그렇게 단을 키워가는 것이 성단기의 수련인데, 지금 진극멸기는 단순 흡수로 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면 정말 진극멸기만 많이 있으면 경지를 올리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로군. 그러니 아까운 진극멸기를 다른 곳에 쓰는 일이 없겠지.’

길우몽은 단숨에 진극멸기의 효과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러면서 더욱 조심스럽게 진극멸기를 흡수하는 과정을 진행했다.

‘극멸기가 응축된 이외에 다른 뭔가가 섞여 있었다. 그게 뭔지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길우몽은 호두알 크기의 진극멸기를 모두 흡수할 때까지 극멸기와 섞여 있는 무언가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했다.

그저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그 무언가 때문에 진극멸기를 흡수하면 곧바로 경지 상승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짐작했을 뿐이다.

‘이렇게 되면? 그래, 어떻게든 많은 진극멸기를 확보해서 경지를 쭉쭉 올려야지. 다른 건 필요 없다. 진극멸기만 있으면 화신기까지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그리고 진극멸기를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당연히······.’

멸계의 인계 침공전(侵攻戰)이 벌어지는 상황.

당연히 그 싸움에서 전공을 세울수록 진극멸기를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

쉽게 말해서 인계 수사를 많이 죽일수록 진극멸기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소리다.

‘전장(戰場)으로 가야겠군.’

멸계 영역과 인계 영역이 만나는 그곳.

길우몽은 서둘러 그곳으로 가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후방에서 이런저런 연구를 하고 경지를 끌어 올리는 것은 시간낭비처럼 느껴졌다.

‘멸계 소속이 되었으면 멸계식으로 성장을 해야지. 아무렴.’

*   *   *

“킬킬킬, 어때?”

“뭐가?”

“잡을 수 있겠냐고.”

“수가 많은데? 성단기 여섯에 축기기 서른.”

“어려울까?”

“우리가 열 명이라고 하지만 축기기 서른을 넷이 상대하긴 좀 버겁지 않을까? 이기긴 할 테지만 몇은 죽어갈 텐데?”

“키키키. 그게 무슨 상관이지? 죽는 놈은 죽는 놈이고, 사는 놈은 보상이 커져서 좋은 거지.”

“그건 그렇지.”

길우몽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둘, 셋, 셋으로 모여 있는 동료들을 바라봤다.

일행은 열.

그 열 명이 둘, 둘, 셋, 셋으로 패를 지었다.

그건 일시적으로 무리를 만드는 마계 수사들의 일반적인 행동 양식이다.

열 명이 있는데 그 중에 혼자만 동떨어져 있으면 어떻게 죽어 넘어질지 모른다.

그래서 많은 수가 모이는 경우엔 그 중에 소규모 패거리를 만들어 서로 견제하는 것이다.

“자, 결정하자. 잡을 거냐 말 거냐.”

길우몽과 패를 이룬 멸계 수사가 다른 이들을 보며 물었다.

그는 검고 긴 머리카락이 철사처럼 뻣뻣하고 강직했는데, 극멸기를 운용하여 그 머리카락을 무기로 사용했다.

때로는 뭉쳐서 창처럼 쓰기도 하고, 때로는 흩어서 하나하나를 침처럼 쓰기도 했다.

게다가 땅 밑으로 은밀하게 파고드는 공격은 모르면 당하기 쉬운 수법이기도 했다.

때문에 같은 패인 길우몽도 항상 그 머리카락의 접근은 경계하고 있었다.

“잡자!”

“잡아야지. 오랜만에 괜찮은 사냥감을 찾았는데 그냥 보낼 수는 없지.”

“마침 멀지 않은 곳에 공허체들도 있다. 그걸 이용하면 좀 더 일이 쉬워지겠지.”

“어? 공허체가 있다고? 그거 잘 됐네.”

“그러게.”

길우몽 패에 속한 수사의 물음에 다른 멸계 수사들 역시 공격을 선택했다.

그런 중에 한 멸계 수사가 공허체의 존재를 알렸다.

그러자 모두의 분위기가 한결 밝아졌다.

공허체는 멸계에 속한 특이체였다.

이것은 극멸기에서 탄생하여 극멸기로 돌아가는 특성을 지녔는데, 극멸기가 농밀하게 고인 곳에서 무작위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런 공허체는 멸계 수사들의 정신 지배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경지가 같거나 높지 않다면 공허체는 말 그대로 멸계 수사의 공짜 노예나 다름이 없었다.

다만 공허체보다 멸계 수사의 경지가 낮은 경우는 잡아먹힐 위험도 있었다.

극멸기를 탐식하는 공허체는 멸계 수사도 가리지 않고 잡아먹기 때문이다.

“성단기 초기 한 마리.  나머지는 모두 축기기 수준의 공허체다. 부려 먹기에는 그만이지.”

공허체의 존재를 알린 그 수사가 공허체의 수준을 정확하게 짚어 주었다.

“괜찮군. 그럼 일단 그것들부터 확보하자. 그 후에 공허체로 저 놈들을 공격하고, 이후 우리가 기습을 하는 것으로.”

공허체의 존재는 그렇게 작전을 수월하게 만들어 주었고, 다른 멸계 수사도 그런 계획을 반대하지 않았다.

길우몽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료들과 함께 움직였다.

그 얼마 후.

인계와 멸계 영역의 접점을 정찰하던 인계 수사들은 멸계 수사들의 대대적인 습격을 받았다.

공허체 수십 마리의 습격이 먼저 벌어졌고, 이어서 혼란에 빠진 인계 수사들에게 멸계 수사들이 사방에서 기습을 가했다.

성단기와 축기기 수사들이 죽을 힘을 다해서 대항했지만 멸계 수사 셋을 죽이는 것에 그쳤다.

결국 멸계 수사 일곱과 공허체 몇 마리가 싸움이 끝난 전장에 살아남았다.

치지지지지지직!

챠르륵! 찌잉! 찌잉! 찌잉!

싸움이 끝나고 얼마 후, 전장에 전파 노이즈 소리와 함께 검은 액체가 나타나 몇 개의 덩어리로 응결되었다.

순간 모두의 시선이 응결되는 진극멸기로 향했다.

거기엔 공허체도 빠지지 않았다.

다만 공허체들은 멸계 수사들보다 경지가 낮으니 본능적인 두려움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을 뿐, 탐욕스런 눈빛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으음. 곤란하게 되었군. 다섯 개나 나왔으니.”

멸계 수사 중에 하나가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남은 멸계 수사는 일곱, 그 중에 둘, 둘, 셋, 셋으로 짝을 지었던 이들 중에 홀로 남은 이가 하나, 나머지는 공평하게 둘씩 패를 짓고 있다.

“제, 젠장!”

두 명의 패거리를 잃고 홀로 남았던 멸계 수사가 분통을 터트리며 몸을 날렸다.

콰드득!

“크아아악!”

하지만 그는 멀리 벗어나지 못하고 검은 머리카락에 하반신이 날아가고, 한쪽 팔이 잘리고, 가슴과 머리에 구멍이 나 죽음을 맞았다.

살아남은 여섯 멸계 수사가 일제히 그를 공격한 것이다.

“잠시 기다려 보십시다.”

그렇게 한 명의 멸계 수사를 죽인 후에 남은 여섯 중에 하나가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남은 다섯이 고개를 끄덕였다.

치지지지지지직!

“오오오! 다행이로군!”

“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 숫자가 맞춰집니다 그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죽은 멸계 수사의 몸 위에 진극멸기가 응결되었다.

사실 멸계 수사의 죽음 후에 진극멸기가 만들어지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것도 인계 수사나 괴수에게 죽어서는 진극멸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진극멸기는 오로지 극멸기에 의해 죽임을 당했을 때에만 생성되는 것이다.

아무튼 한 명의 멸계 수사를 죽여서 남은 여섯이 공평하게 나누어가질 진극멸기가 생겼으니 꽤나 괜찮은 결과였다.

“자, 그럼 모두들 하나씩 챙기기로 하십시다.”

길우몽과 한 편을 먹은 철사머리카락 수사가 그렇게 제안을 했고, 모두들 일제히 나름의 방법으로 진극멸기 하나씩을 취했다.

나타난 진극멸기가 모두 동일한 등급이라 그것을 두고 다툴 일은 없었다.

“그럼 이제 볼 일이 끝난 셈인데 어쩌시려오? 다시 사냥을 가 보시려오?”

진극멸기 하나씩을 나눠가진 후, 멸계 수사 중에 하나가 다른 이들의 의향을 물었다.

그런에 지금껏 과묵하게 있던 길우몽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빠져야겠소. 진극멸기를 얻었으니 최대한 빠르게 흡수하는 것이 좋겠소. 그렇지 않으면 또 누가 탐을 내어 내 목을 노릴지 모를 일이니 말이오.”

“허긴, 그도 그렇지. 그럼 나도 그렇게 해야겠군. 함께 가시겠소?”

“벌써 둘이 빠진다면 사냥을 이어하는 것은 어렵겠지. 그럼 모두들 함께 돌아가는 것이 어떻겠소. 인계 수사는 물론이고 때로 괴수나 공허체도 위험할 수 있으니 수가 많은 것이 좋지 않겠소?”

길우몽이 빠져나갈 뜻을 보이자 또 한 수사가 동참하고, 이어서 모두들 귀환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길우몽을 비롯한 여섯 멸계 수사들은 멸계 영역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퍼억! 콰직!

“크으윽! 죽어라!”

길우몽이 옆구리를 파고드는 단검에 신음을 흘리며 팔을 거칠게 휘둘렀다.

“후욱! 이런, 몸이 꽤나 튼튼하군. 킬킬킬킬.”

철사머리카락의 멸계 수사가 길우몽의 공격을 피해 몸을 뒤로 빼며 웃었다.

길우몽이 주변을 둘러봤다.

이미 네 명의 멸계 수사가 주검이 되어 널려 있었다.

시작은 눈앞에 있는 철사머리카락의 멸계 수사였다.

그가 머리카락을 이용하여 다른 멸계 수사들을 공격한 것이다.

그런데 그 공격을 시작으로 여섯 멸계 수사들의 삼파전이 시작되었다.

길우몽은 뜬금없이 철사머리카락의 동료로 다른 멸계 수사들의 공격을 받는 입장이 되고 말았는데, 삼파전의 양상이라 어찌어찌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싸움은 시작된 것이라 길우몽은 아껴두고 쓰지 않았던 법기를 꺼내어 다른 네 명의 움직임을 억제했다.

당연히 철사머리카락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네 명의 멸계 수사를 도륙했다.

길우몽의 금제 진법과 철사머리카락 수사의 공격은 서로 상성이 무척 좋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넷을 정리한 이후 철사머리카락 수사가 웃으며 다가와 옆구리에 단검을 찔러 넣은 것이 지금 상황이었다.

“내가 몸이 좀 튼튼하지. 그건 알아차리지 못했던 모양이지?”

길우몽이 뻐근한 옆구리를 문지르며 철사머리카락을 노려봤다.

“생각지도 못했군. 금제 진법 이외에도 숨겨둔 수가 더 있을 줄은.”

철사머리카락은 곤란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의 머리카락은 길게 자라나 몸을 휘감고 있었다.

“너도 숨겨 둔 수가 제법이었다. 설마 그 머리카락을 이용해서 빠른 이동이 가능할 줄은 몰랐군. 머리카락의 수축을 이용한 급속 이동이라, 제법 잔재주가 있구나.”

길우몽은 그렇게 상대를 칭찬하는 척 하며 놈을 죽일 궁리로 머리가 바빴다.

치지지지지직!

챠르르륵! 찌이잉!

그 때였다.

네 명의 멸계 수사가 죽은 자리에 하나의 진극멸기가 응결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기운이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길우몽은 본능적으로 이전보다 등급이 높은 진극멸기가 생성되는 것임을 알아차리고 빠르게 몸을 날렸다.

“비켜랏!”

철사머리카락 역시 상황을 알아차리고 달려들며 길우몽을 향해 머리카락을 뻗어왔다.

“흥!”

길우몽이 그 모습에 코웃음을 쳤다.

그런 그의 몸에는 어느새 나타결공법의 극멸기가 뭉클 떠오르고 있었다.

< 진극멸기? 요고 탐난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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