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 힘내라 쌍두단미영원!
하지만 불행하게도 쌍두단미영원의 상처는 너무 커서 다섯 영체기 수사가 펼친 금제를 뚫을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케켑 케켑!
- 그렇다고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쌍두단미영원의 머리는 죽음이 다가오자 평소보다 훨씬 더 민활하게 돌아갔다.
그리고 결국 잠시의 고심 끝에 쌍두단미영원은 배에서 알 하나를 꺼냈다.
흑은색의 알은 크기가 인간의 주먹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묘한 광채가 어른 거리고 있었다.
케켑 케켑!
- 화신을 나눠 숨기자. 이후에 다시 재생을 하면 될 일이다.
도마뱀이 가진 특성 중에 하나가 신체의 일부를 포기하고 살 길을 찾는 것이다.
쌍두단미영원은 도롱뇽이었지만 도마뱀의 특성 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능력이어서 작게 만든 알이라도 시간만 흐르면 자신의 원래 모습으로 회복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다.
케켑, 케켑.
- 이것을 숨기고 원수들과 끝장을 보자!
알을 만드는 데는 그리 큰 힘이 들지 않았다.
그저 진혈을 조금 뽑고, 거기에 자신이 가진 혼돈기 대부분을 밀어 넣었다.
그 혼돈기에는 영기와 극멸기도 섞여 있었지만 그 양은 그리 많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극멸기와 영기의 양이 아니라 그것을 혼돈기와 섞어 하나로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쌍두단미영원이 영기와 극멸기를 모두 쓸 수 있는 능력, 그것이 그 알 안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미 죽음을 각오한 마당에 그동안 모은 혼돈기를 아낄 이유가 없었다.
지금은 잠시 자신의 극멸기와 영기를 제어할 정도의 혼돈기만 필요할 뿐이었다.
케켑! 케케케케케!
- 이전 싸움에서도 이 마지막 수는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본때를 보여주리라!
쌍두단미영원은 한 몸에 영기와 극멸기를 지니고 있었지만 그것을 혼돈기로 나눠서 충돌을 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도리어 두 기운을 뒤섞어 폭주시키려 하는 쌍두단미영원이었다.
그렇게 폭주하면 원래 자신의 능력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을 터.
마지막 순간에 구차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도 되리라.
거기에 화려하게 타오르는 불꽃같은 종말은 덤일 뿐, 최후의 안배를 빼돌리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쉬쉬쉬쉿! 케켑켑켑!
쿠구구구구궁! 콰르르르릉!
준비를 끝낸 쌍두단미영원이 다섯 영체기 수사들의 금제를 힘으로 무너뜨리며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섯 수사들이 포위하고 있던 평범한 산이 허물어지면서 그 안에서 수백 장 크기의 쌍두단미영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콰광! 콰광! 콰광!
쌍두단미영원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곧바로 다섯 수사들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켑켑켑켑!
- 죽어라!!!
“허엇! 놈이다!”
“피, 피해라!”
“어찌, 저리 강력하단 말인가!”
“커어억!”
“아아악!”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다섯 영체기 수사 중에 둘이 폭발에 휘말려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겨우 몸을 피한 세 명의 영체기 수사도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지금 나타난 쌍두단미영원은 능히 화신기 초기 이상의 힘을 보이고 있었다.
그나마 세밀한 운용을 하지 못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다섯 수사가 모두 피모래가 되어 흩어졌을 것이다.
“모두 정신을 차려라! 금제가 뚫리지 않도록 붙잡아!”
요괴 수사가 고함을 지르며 손에 든 검은 송곳니를 통해 영기를 뿜어 냈다.
요괴 수사의 영기는 요력이 가득 담겨 있었는데, 다섯 수사가 펼친 금제에 기운을 불어 넣어 진법을 강화했다.
그 때문에 쌍두단미영원의 움직임이 살짝 느려졌다.
“우리도 있다!”
“차아압! 절대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리라.”
그러자 요괴 수사를 따라서 두 명의 영체기 수사가 각각 깃발과 법부를 날려 금제에 녹여 넣었다.
우우우우우웅!
그렇게 수사들이 힘을 모아 진법을 강화하자, 쌍두단미영원의 움직임도 이전과 달리 기세가 줄어들었다.
“되었습니다. 어서 더 힘을 내십시다.”
요괴 수사가 그 모습에 쾌재를 올리며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첫 공격에 피를 토하며 날아갔던 수사 중에 하나가 영체의 모습으로 요괴 수사 곁으로 날아오며 공간낭에서 수백 개의 못을 날려 진법 곳곳에 박아 넣었다.
“크으음. 나는 이것이 마지막이오. 영체로는 더 이상 힘을 쓰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한 번의 술법에 원기를 많이 잃었는지 영체의 색이 흐려지고 탁기가 스며들어 비틀거렸다.
“그만하면 충분하오. 스스로 수련 경지의 손해까지 감수했는데 그 이상 무엇을 더 요구하겠소?”
요괴 수사가 영체만 남은 수사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들고 있던 검은 송곳니를 날려 못이 박힌 진법의 한쪽 축에 박아 넣었다.
우웅! 콰드드드드득!
케케켑 케켑케켑!
순간 허공에서 커다란 뱀의 머리 허상이 나타나 쌍두단미영원의 몸뚱이를 꽉 깨물어 움직임을 봉쇄했다.
쌍두단미영원은 어떻게든 그 이빨에서 빠져나가려 요동을 쳤지만 쉽게 몸을 빼지 못했다.
당연히 수백장 크기의 거체가 꿈틀거릴 때마다 금제진을 유지하는 세 수사도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렇게 세 영체기 수사와 쌍두단미영원의 힘겨루기가 다시 한 나절동안 이어졌다.
우우우우우우우우!
그리고 어느 순간 저 먼 곳에서 대지를 떨어 울리는 장소성이 들리며 빠르게 수사 하나가 전장으로 다가왔다.
“오오오, 능토대 선배님께서 오신다!”
“그렇습니다. 결국 선배님께서 도착을 하셨으니 일은 거의 끝이 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하하하. 이렇게 해서 저 쌍두단미영원을 잡게 되면, 우리 인계에 영기가 새로 탄생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능토대의 등장에 영체기 수사들이 기뻐하며 떠들었다.
당연히 쌍두단미영원은 상황이 나빠진 것을 알고는 분노를 터트렸다.
케켑켑켑켑! 푸화화화확!
쌍두단미영원의 은색 머리와 검은색 머리가 동시에 입을 벌리고 영기와 극멸기를 쏘아냈다.
그런데 의외로 두 줄기로 쏘아진 영기와 극멸기는 곧바로 쏘아지지 않고 쌍두단미영원의 두 머리 앞에서 만나 꼬이더니 꽈배기 모양을 만들었다.
“저, 저것?”
“영기와 극멸기가 상쇄되지 않았다고?”
“잘 보면 혼돈기가 사이에 얇게 끼어서 두 기운의 충돌을 막아내고 있소.”
“그, 그렇구려. 하지만 저것으로 무얼 할 수 있다는 건지. 영기와 극멸기가 섞이게 되면 그 힘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 텐데?”
영체기 수사들은 쌍두단미영원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꼈다.
하지만 멀리서 날아오던 능토대는 달랐다.
그는 상황의 다급함을 느끼고 급히 영기를 끌어 올려 대지를 움직였다.
콰콰콰콰콰콰콰!
능토대가 날아오는 속대만큼 빠르게 대지가 융기하며 거대한 파도를 만들어 쌍두단미영원을 덮쳐갔다.
원래라면 그 공격을 피했어야 할 쌍두단미영원이었다.
하지만 이미 죽음을 각오한 쌍두단미영원은 계속 극멸기와 영기를 꽈배기처럼 꼬더니 어느 순간 금제진의 축, 요괴 수사의 검은 송곳니가 박힌 곳을 노리고 쏘아 보냈다.
푸확! 쿠궁!
영체기 수사들은 쏘아진 기운의 빠름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했다.
날아갔다 싶은 순간 이미 진의 축을 뚫고 들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진의 축을 꿰뚫은 기운의 여파는 미미해 보였다.
영체기 수사들의 고개가 갸웃할 때였다.
“피해라!”
멀리서 능토대의 고함이 들리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대지의 파도가 쌍두단미영원은 물론이고 영체기 수사들이 만든 금제진까지 한꺼번에 덮쳐 버렸다.
꾸우우우우웅! 꽈과과과광!
그리고 능토대가 만든 수천 장 높이의 땅이 쌍두단미영원과 금제진을 모두 덮어 버렸을 때, 그 안에서 끔찍한 폭발의 기운이 일어났다.
극멸기와 영기가 만나서 상쇄되지 않고 폭발을 일으키는 특별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쿠르르르르릉!
케케케켑 케케켑!
그 안에서 온 몸이 누더기가 된 쌍두단미영원이 땅을 뚫고 솟아 올랐다.
이미 그 괴수를 가두고 있던 금제는 말끔하게 사라진 후였다.
이제 영체기 수사들은 쌍두단미영원 앞에 제 목숨을 던져 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능토대만 없었다면 분명 그러했을 것이다.
“으음. 어찌 된 일이지? 극멸기와 영기가 불안하게 흐르고 있지 않나.”
능토대가 커다란 흙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서 쌍두단미영원과 마주하며 중얼거렸다.
그의 말처럼 은색과 검은색이 균형을 이루고 있던 쌍두단미영원의 몸에서 은색과 검은색이 서로 넘나들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케케케켑! 케케케!
쌍두단미영원은 자신의 공격으로 금제를 뚫기는 했지만 능토대가 흙에 묻어 버리는 바람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차피 죽기로 각오한 몸이었다.
쌍두단미영원은 제 몸에서 일부의 혼돈기를 덜어내어 대기에 흩뿌렸다.
“뭐? 뭐하는 짓이냐? 그리되면 네 몸에서 극멸기와 영기가 충돌을 할 것인데?”
능토대가 그런 괴수의 행동을 알아보고 기겁을 했다.
저리 두면 결국 극멸기와 영기가 괴수의 몸 안에서 충돌을 일으켜 폭발할 것이다.
그리고 그 폭발은 조금 전에 일어났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할 것이고.
“몸뚱이는 물론이고 그 영체까지 날아갈 것이니 혼돈역 영찬(靈璨)은 얻지 못한다. 저건 막아야 해!”
능토대의 마음이 급해졌다.
영찬은 영체가 결집된 보석 옥을 이르는 것으로 그것이 바로 영기 제작의 주재료로 쓰이는 것이었다.
물론 영계에서는 다른 재료로도 영기를 만들 수 있지만 인계에선 그나마 구할 수 있는 재료가 바로 혼돈역에서 만들어지는 혼돈역 영찬이었다.
영체가 극멸기와 영기에 혼돈기까지 머금고 보석이 되는 것.
어째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는 아직 알지 못하는 신비였지만 어쨌건 눈앞의 쌍두단미영원을 잡으려는 이유가 그것인데, 그것이 물거품이 되게 생겼다.
“끄으응! 작정을 했구나. 그래, 그리 마음을 먹었다면 나 또한 최선을 다해야지.”
능토대도 쌍두단미영원의 각오를 알아차리고 신중한 표정으로 영기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손을 뻗을 때마다 땅에서 굵은 기둥들이 솟아 올라 쌍두단미영원을 포위하며 진법을 만들었다.
쌍두단미영원은 이미 몸을 움직일 처지가 아니었지는지 그것을 그대로 두고보며 계속 몸 안의 혼돈기를 덜어내며 극멸기와 영기를 충돌시킬 기회를 노렸다.
케케케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쌍두단미영원의 몸에서 혼돈기가 빠져 나가지 못했다.
도리어 이전에 흩어 버렸던 혼돈기가 쌍두단미영원의 몸으로 다시 되돌아 왔다.
능토대의 진법이 억지로 혼돈기를 쌍두단미영원에게로 밀어 넣는 것이다.
케케켑?
쌍두단미영원은 원독에 찬 눈빛으로 능토대를 바라봤다.
수 백 장 높이의 흙기둥 위에 올라선 능토대는 그 눈빛을 받으면서도 쉬지 않고 새로운 흙기둥들을 뽑아 올리기에 바빴다.
그 흙기둥이 모두 올라오고 진법이 완성되면 쌍두단미영원을 온전하게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가 원하는 최상의 영찬을 제작할 수 있을 터!
능토대는 일이 의외로 잘 풀려나간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쿠쿠궁! 쿠쿠쿵! 쿠궁!
“뭐? 뭐냐? 이건 설마?”
저 먼 하늘에서 검은색의 창이 날아들어 능토대의 흙기둥들을 박살내기 전까지는 분명히 그러했었다.
“크하하하, 능토대 이렇게 전에 진 빚을 갚게 되었구나. 내가 이 날만을 기다렸더니라!”
까마득한 하늘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능토대 수백 장 앞에 새로운 수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온 몸에 검은 장포를 두르고 살갗은 하나도 내어 놓지 않은 수사였다.
얼굴까지 검은 붕대를 감은 그는 드러난 눈조차 검은 안개가 뭉쳐진 모양으로 때로 안개가 흘러나와 눈물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무묵진(霧墨殄) 네가 이곳에 어찌?”
능토대가 멸계 수사의 등장에 깜짝 놀라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 * *
“아, 이게 무슨 일이지?
그리고 바로 그 때, 마침 요괴 수사의 비행 법기가 쌍두단미영원과 능도태, 무묵진의 대치점 가운데에 와서 멈췄다.
요괴 수사가 비행 법기의 귀환 위치를 그곳으로 지정한 탓이었다.
‘이거 뭣 된 거 같은데?’
문진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베틀 북 비행법기에 서서 식은땀만 주륵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