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170화 (170/499)

169. 없어야 하는데 있었습니다.

“어르신들께서 저를 찾으신 이유가 저희 동기가 원인 불명으로 죽은 곳을 찾기 위해서란 말씀이군요?”

“그렇다. 그러니 너는 어서 채비를 하고 나서거라.”

문진의 확인에 다섯 영체기 수사 중에 가장 경지가 높은 요괴선이 명령을 내렸다.

문진은 왜 일이 이렇게 돌아가는지 영문을 몰랐다.

그곳을 다시 찾지 않기 위해서 양청 일행의 유해까지 가지고 왔던 것이 아닌가.

그런데 성단기도 아니고 영체기 수사들이, 그것도 다섯이나 나서서 그곳으로 간다고?

“따로 준비할 것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수좌의 입장이라 이번 일에 대한 공적 점수를 받고 분배하는 책임이 저에게 있습니다.”

“그거야 조금 늦어도 상관없는 일이 아니냐. 게다가 이번에 다녀오면 어쩌면 네가 상상하는 이상의 공헌 점수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야 그곳에서 쌍두단미영원(雙頭短尾??)의 흔적을 발견하면 당연히 그 공적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겠지.”

“쌍두단미영원(雙頭短尾??)의 종적을 쫓는 것에 걸린 공적 점수가 굉장하니 어쩌면 저 아이가 횡재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려.”

“하하하. 그도 그렇군요.”

문진은 영문을 모르는 가운데 영체기 수사들의 말에서 상황을 파악할 단서들을 모아갔다.

결국 지금 영체기 수사들이 찾아온 것은 쌍두단미영원이라는 것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이들은 양청 일행이 죽은 것을 그 쌍두단미영원이라는 괴수의 짓일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분명했다.

‘음, 그곳의 흔적에서 법기 안에 들어 있던 극멸기가 폭발한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문진은 화신기 후기의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그 문제를 다시 따져봤다.

하지만 자신이 삼결방 법기를 이용해서 양청 일행을 죽인 것을 들킬 걱정은 없을 듯 했다.

특히 그곳에 넓게 퍼진 극멸기가 수사들의 탐색을 방해할 것이 분명하니, 자신이 했던 일을 들킬 것 같지는 않았다.

또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어떻게든 함께 가서 그 흔적을 지워야 할 것이고.

“후배가 불민하여 감히 어르신들의 뒤를 따르지 못할 테니, 어찌 하면 좋겠습니까?”

어차피 공헌 점수도 다녀와서 정산을 받으라니 따로 할 일도 없다.

게다가 벌써 다른 원생들도 멀찍이 떨어져서 자신과 영체기 수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이대로 갔다 와도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였다.

문진은 동기들에게 슬쩍 손짓을 해 보이고는 요괴 수사가 꺼내 놓은 비행 법기에 올라탔다.

비행 법기로 많이 쓰이는 베틀 북 형태의 법기에는 인간형 괴뢰 몇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그 수준이 모두 축기기였다.

문진은 자신보다 경지가 높은 괴뢰들의 등장에 어떻게든 빨리 경지를 올려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되었다.

* * *

“으음. 흔적만으로 쌍두도롱뇽의 짓이라 단정하긴 어렵겠습니다.”

영체기 수사의 비행법기를 타고 사건 현장까지는 금방이었다.

고작 한 나절도 지나지 않아서 양청 일행이 죽은 곳에 도착했고, 영체기 수사들은 이리저리 흩어져 뭔지 모를 흔적을 찾았다.

하지만 그들이 알아낸 것은 지하 공간 한 곳에서 극멸기의 폭발이 일어났고, 그 여파에 휩싸여 연신기 수사 몇이 죽었다는 것 뿐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것 보다는 극멸기가 사건 현장을 휩쓴 것이 더 문제였다.

수사들이 사용하는 영기가 극멸기와 상극이라 좀처럼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일정 공간을 격하고 극멸기를 폭발시키는 것은 쌍두도롱뇽의 특기입니다. 그것을 생각하면 이 흔적이 그 괴수의 것이라 의심해 볼 여지는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쩌긴요, 주변을 면밀히 살펴서 그 괴수가 정말 이 근처에 있는지 확인을 해야지요.”

“으음. 역시 그렇게 해야겠지요?”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당연히 그리 해야지요. 그게 아니었다면 우리가 다섯이나 뭉쳐 다닐 이유가 있었겠습니까?”

다섯 영체기 수사는 문진의 존재는 까맣게 잊었다는 듯이 저들끼리 의논을 하더니 베틀 북 비행법기를 타고 사건 현장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그런 중에 문진은 이들이 찾는 쌍두단미영원이란 것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지금 문진이 있는 이곳 혼돈역은 다른 혼돈역들에 비해서 그리 규모가 큰 곳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런 곳에 굉장한 보물이 있었다.

그 보물은 다름 아닌 화신기 수준의 괴수인데 영성이 제대로 트이지 않아서 수사는 되지 못한 그런 존재였다.

이 괴수는 혼돈역의 특이한 기운에 영향을 받아서 두 개의 머리로 영기와 극멸기를 각각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영기와 극멸기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하는 괴수는 혼돈역에서 간혹 볼 수 있는 것으로 크게 특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수준이 화신기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급격하게 올라간다.

괴수의 몸뚱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영체가 무상의 보물이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혼돈역에서 영기와 극멸기를 동시에 사용하던 괴수가 여럿 잡혔는데, 그 중에 영체기 이상의 괴수들은 죽고 나면 그 영체가 단단하게 굳어 하나의 보석으로 변했다.

그런데 그 보석은 영기를 만드는데 아주 안성맞춤인 재료였다.

법기 위에 법보, 그 법보 위에 있는 것이 영기다.

영기(靈機)는 영계에서 입령기 이상 수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물이다.

그런 것을 만들 수 있는 재료라니, 어찌 욕심이 나지 않겠는가.

게다가 영체기 괴수의 것으로 영기를 만드는데, 화신기라면 어쩌면 영보도 넘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영보가 아니어도 영기만 있어도 멸계와의 싸움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급하게 화신기 수사인 능토대까지 동원되어 쌍두단미영원을 잡으려 했던 것이 아닌가.

‘그런 놈이 이 근처에? 아니 그건 아니겠지. 양청 일행이 죽은 것은 그 놈이 한 짓이 아닌데.’

문진은 영체기 수사들이 헛고생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간혹 생각지도 못한 우연이 변수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 법이다.

“저기! 저기를 집중해 보시오!”

베틀 북이 빠르게 날아가던 중에 요괴 수사가 평범하게 보이는 나지막한 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다른 영체기 수사들이 모두 의념을 집중해서 그 산을 살폈다.

문진으로선 의념이 닿지 않을 거리였지만 영체기 수사들에겐 부담없는 거리였다.

그런데 그렇게 다섯 영체기 수사의 의념이 그 산에 집중된 순간.

꽈광!

터더더더덩!

“으윽!”

갑작스러운 폭발과 함께 베틀 북이 수 십 리를 튕겨 나갔다.

베틀 북의 방어 금제가 발동하며 폭발을 막았지만 그 힘에 밀려 날아간 것이다.

“쌍두도롱뇽이다!”

“쌍두단미영원! 정말로 이곳에 있었구나!”

“찾았습니다. 어서 연락을 하십시오.”

“그보다는 우선 산을 둘러 결계를 치고 놈이 도망가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성급히 이 사실을 알릴 때가 아닙니다.”

“알릴 때가 아니라는 그것은 또 무슨 말입니까?”

“무슨 말이겠습니까? 멸계의 끄나풀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전 우리가 저 쌍두단미영원과 화신기 중기의 멸계 수사가 싸우는 중에 둘을 동시에 덮쳐 이득을 보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우리 또한 같은 꼴을 당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군요. 그래서 멸계의 눈과 귀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고.”

“맞습니다. 우리는 서둘러 쌍두단미영원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고, 이후에 능토대 선배님을 모셔야 할 것입니다.”

“으음. 심부름은 저 연신기 아이를 보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능토대 선배님의 거처에 들어갈 수 있는 패를 주어서 선배님께 이쪽 상황을 알리도록 하지요.”

“그게 좋겠습니다. 제 비행 법기로 저 녀석을 데려다 주겠습니다.”

“아, 괴뢰들이 있으니 그리 할 수도 있겠군요. 좋은 생각입니다.”

이번에도 또 문진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의 진행이 결정되었다.

당연히 문진은 요괴 수사의 베틀 북 비행 법기에 실려서 토벌대의 진영으로 향했다.

그리고 토벌대 진영에 가까워서는 또 한쪽 구석의 삼엄한 금제 속으로 나아갔다.

진영의 다른 수사들은 요괴 수사의 비행 법기를 알아보고 따로 검문을 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렇게 삼엄한 금제 안으로 들어온 비행 법기는 어느 순간 크기가 줄어들며 아담한 정원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정원 정자에 앉아 그런 비행 법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으음? 너는 누군데 요괴 수사의 비행법기를 타고 왔느냐?”

그는 겉으로 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보는 순간 흙냄새가 자욱하게 느껴지는 수사.

그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었지만 느낌은 흙에 가까웠다.

“어린 후배는 요괴 수사의 심부름으로 능토대 어르신을 뵙기 위해 왔습니다.”

문진이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옥간을 내밀었다.

고작 연신기 수준이었지만 그의 경험과 기억이 앞에 있는 수사가 화신기의 고계 수사임을 직감케 했던 것이다.

“음? 요괴 수사가?”

능토대가 손을 내밀어 문진에게서 옥간을 끌어갔다.

그리고 잠시 의념으로 옥간의 내용을 훑어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뭐라? 그 도롱뇽을 찾았어?!”

그리고 그 즉시 능토대의 모습이 정원에서 사라졌다.

“뭐야? 나는 어쩌라고?”

갑자기 홀로 남게 된 문진은 의외의 상황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 때, 때마침 요괴 수사의 비행 법기가 다시 허공으로 떠오르며 부피가 커지기 시작했다.

문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곧바로 몸을 날려 그 비행 법기에 올라탔다.

“위험하겠지만 그래도 화신기 괴수를 잡는 일이다. 근처에 있어야 떨어지는 고물이라도 받아 먹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문진이 그렇게 중얼거릴 때, 비행법기는 높이 떠오른 후, 한쪽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후 토벌대 본진에서는 능토대와 다섯 영체기 수사가 함께 움직인 것을 두고 쌍두단미영원에 대한 사냥 이야기가 퍼져 나갔다.

능토대가 급히 서두르느라 정보 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였다.

그리고 그 때문에 다시 한 번 멸계 수사와 인계 수사, 쌍두단미영원 사이의 삼파전이 벌어지게 될 것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 * *

검은 색과 은색의 머리는 색깔만 다를 뿐, 찍어낸 듯 꼭 같이 생겼다.

짧고 뭉툭한 주둥이에는 흔적처럼 남은 이빨만 있어서 깨물어도 아플 것 같지 않다.

하지만 그 머리 하나의 크기가 수십 장에 이를 정도라면 그런 입에 물리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크르르르르릉!

요양을 위해서 잠들어 있던 두 개의 머리가 밖에서 느껴지는 소란에 번뜩 눈을 뜨며 치켜 세워졌다.

은색의 머리에는 짙은 영기가 감돌고, 검은 머리에는 극멸기가 사납게 뿜어져 나왔다.

쌍두(雙頭).

쿠르르릉, 쿠구구국!

수백 장에 이르는 거대한 몸을 움직이자 짓밟힌 대지가 신음소리를 내며 여기저기 허물어졌다.

쉬쉬쉿! 케켑케켑!

허물어지는 바닥과 벽과 천정에서 떨어지는 흙덩이가 귀찮은 듯이 괴수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꼬리를 휘둘렀다.

훽훽!

하지만 그 꼬리는 몸체에 비해서 무척 짧았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단미(短尾).

그런데 그렇게 몸을 일으킨 쌍두단미영원의 몸이 기괴했다.

정확하게 절반으로 갈라서 왼쪽은 은색, 오른쪽은 검은색이었다.

케켑케켑!

- 원수들이 내가 숨은 곳을 찾아냈다. 놈들이 나를 가두려 해!

영성이 제대로 트이지 못했지만 화신기 정도 되면 그만한 이지는 생기는 법인지 쌍두단미영원은 빠르게 상황파악을 했다.

케켑케켑켑!

- 도망가야 한다. 지금은 내가 불리해.

또한 상황파악 이후의 행동 결정도 빨랐다.

쌍두단미영원은 곧바로 원수가 타고 있는 비행 법기를 공격했다.

일정 거리를 격하고 영기나 극멸기를 터트릴 수 있는 것은 쌍두단미영원의 특기였다.

하지만 공격 직후 쌍두단미영원은 자신이 매우 약해져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전 싸움에서 입은 상처가 아직도 제대로 낫지 않았다.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이리저리 약을 구하러 다닐 처지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숨을 죽이고 숨어서 시간이 상처를 고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었는데, 하필 원수에게 들키다니.

쌍두단미영원은 그 이유가 고작 연신기 수준의 문진이 벌인 일 때문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케켑 케켁!

- 나를 가두려 해! 벗어나야 하는데! 방법을 찾아야 한다!

쌍두단미영원은 밖에서 다섯 영체기 수사가 금제를 만드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갇히면 그 후는 불을 본 듯 뻔한 일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