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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통수 선협전-166화 (166/499)

165. 문진은 다 계획이 있었다

“이게 제대로 완성되면 성단기 공허체의 공격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 그 사이에 운무진을 펼쳐 우리 모습을 가리고 이후에는 땅 깊은 곳으로 파고든다.”

문진은 세 개의 구결방 법기를 조합하기 전에 완성된 이후의 계획을 미리 이야기했다.

“알았어. 모습을 감출 수 있는 진법, 금제, 법기, 법부, 뭐든 동원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향보아가 건우의 말에 곧바로 대답했고, 다른 별좌들도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 성단기 공허체가 이쪽을 봤다!”

그 때, 원생들 중에 하나가 고함을 질렀다.

문진은 그 즉시 세 구결방 법기를 조합하기 시작했다.

제물로 내어 놓은 중급 영석들이 빛을 발하며 엄청난 영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연신기 수준에서는 감히 구하기 어려운 귀물인데 선련이니 일심벌이니 하는 단체의 저력이 꽤나 큰 모양이었다.

‘연신기 수사들에게 이런 것을 지급할 정도면 저들 중에 한 곳에 드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겠어. 살아 돌아가면 고민을 해 보자.’

문진은 잠시 그렇게 잡념을 떠올렸다가 서둘러 지우고 법기 조합에 의식을 집중했다.

‘이론적으론 흠결이 없다. 이미 완성된 방법이야. 첫 시도라는 점에서 불안감이 있지만 이 정도도 하지 못해서야 본체의 경지가 아까울 일이지.’

문진은 사실상 실패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바라보는 다른 원생들만 불안한 눈빛을 하고 있을 뿐.

지리리리릭! 지이이이이이익!

갑자기 부풀어 오르는 영기의 파동에 성단기 공허체가 문진 일행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곧바로 극멸기가 가득한 검은 창을 수백 개나 만들어 문진 일행을 향해 날려 보냈다.

“아아악! 온다!”

“제, 젠장! 문진, 아직이냐!”

“이 새끼야! 우리 다 죽는다고!”

“마, 막아야 하는데······.”

성단기 공허체의 극멸기에 노출된 연신기 수사들.

그것은 마치 타오르는 전각 앞에 내밀어진 하루살이 같은 신세였다.

감히 어찌 해 볼 수 없는 항거 불능의 상황.

쩌저저저저저저정!

“성공이다!”

문진이 고함을 질렀다.

그 순간 원생들 전체를 감싸며 우윳빛의 반구가 만들어졌고, 그 막이 성단기 공허체의 공격을 빠르게 흡수했다.

“이야아아아아! 살았다아!”

“서둘러 기환진, 운무진, 은폐진 할 거 없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라!”

“어서 몸을 숨겨야 한다. 기척을 감춰야 해!”

하지만 기뻐하기엔 일렀다.

문진이 만든 이십칠결방 법기가 얼마나 견뎌줄 지는 알 수 없었다.

곧바로 별좌들이 나서서 원생들을 독촉하며 자신들의 모습을 감출 방법들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 후, 우윳빛 반구형 안쪽에 있던 문진 일행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지리리리! 지리리리리이익!

그 모습에 성단기 공허체가 광분하며 이십칠결방 법기의 방어막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어서!”

몸을 감추기 위한 여러 금제와 술법, 공법이 난무하는 가운데, 도련을 이끄는 동진수가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도련 소속의 원생들이 빠르게 지둔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도련에는 토 속성의 영근 소유자가 유독 많았고, 그들은 다른 원생에 비해 지둔술이 뛰어났다.

“저 쪽, 토벌대의 본부 건물의 지하 300장! 그곳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땅을 파는 도련 원생들에게 문진이 방향을 정해 주었다.

“그곳에 뭐가 있어?”

일원맹의 장화련이 문진에게 물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날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

문진은 일정한 진형을 유지하고 허공에 떠 있는 이십칠결방을 아까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다른 원생들은 지금 이곳에 펼쳐진 이십칠결방 법기와 그 법기가 이루는 진법의 대단함을 알지 못한다.

영체기 정도의 경지가 아니면 파악하기 어려운 복잡한 술식과 진법 조합이 깃들어 있는 수법이었다.

‘스물일곱 법기의 힘이 다하면 법기들이 파괴될 텐데, 저 공허체가 힘을 잃은 법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네.’

그는 그렇게 후일 법기를 회수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 뒤, 문진은 동기들이 모두 토굴로 들어가자 남모르게 허공에 영기를 뿜어 새로운 술법을 펼쳤다.

마치 이곳에 마흔일곱의 원생들이 모두 있는 듯, 기척을 꾸며 만드는 술법이었다.

마지막으로 문진까지 토굴로 사라진 후에도 이십칠결방 법기의 보호막 밖에서는 성단기 공허체가 여전히 보호막을 두드리고 있었다.

“이쪽으로 가면 뭐가 있다는 거야?”

양청이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불안한 표정으로 문진에게 물었다.

“토벌대 본진은 원래 대형 결계가 있었다. 그래서 그 결계를 이용하여 본진의 모습을 숨기고 있었지.”

문진이 말했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건데?”

양청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 결계의 축이 토벌대장님이 머무는 본전의 지하에 있다. 우리가 그것을 이용할 수 있다면 밖에 있는 공허체들로부터 몸을 숨길 수 있을 것이다.”

“으음, 할 수 있을까?”

“그러게, 그 정도면 굉장히 고위급의 술식들이 사용되었을 텐데, 그걸 우리가 어떻게 이용한다는 거지?”

구관아와 향보아가 기대감이 무너진 표정을 지었다.

덩달아 토굴을 달리는 원생들 모두 표정이 어두워졌다.

“일단 해 보는 데까지는 해 봐야지. 그렇다고 이대로 죽을 거냐? 축기기 선배는 물론이고 성단기에 영체기 어르신들까지 우리를 버리고 가 버린 상황이다. 이제 죽고 사는 것은 모두 우리에게 달려 있다.”

문진은 그렇게 말을 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건 뭐 서로 돕고 의지하는 그런 세상인 줄 알았더니, 결국은 경지 높은 것들이 저계 수사를 이용해 먹는 그런 거잖아. 이런 식으로 통수를 때린단 말이지?’

그의 입장에서 이번 일은 확실히 뒤통수가 분명했다.

누가 희생 따위를 하고 싶다고 했나?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고 그곳으로 밀어 넣은 격이 아닌가.

‘어리버리, 어어어! 하다가 죽을 자리로 내몰린 거지.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상황 진행이 앞으로도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지.’

바라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게 되는 상황.

문진에겐 그 또한 통수로 느껴질 뿐이었다.

“도착했다! 그런데 앞이 막혔어! 금제가 있다!”

앞서서 동기들과 함께 지둔술을 펼쳐 토굴을 뚫던 동진수가 고함을 질렀다.

벌써 지하 300장까지 사선으로 파고 내려온 것이다.

문진이 앞으로 나서서 지둔술을 막는 금제를 살폈다.

“결계의 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금제다.”

확인을 마친 문진이 말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성단기 공허체라면 우리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텐데?”

“솔직히 아직도 우리를 쫓아오지 않고 문진이 만든 방어막에 매달려 있는 것이 이상하지.”

“그건 그래. 우리가 아무리 기척을 감추는 갖가지 공법과 술법, 법부, 법기를 사용했다곤 하지만, 성단기의 눈을 피하진 못했을 텐데.”

“그래서 양청 너는 저 밖의 공허체가 우리를 따라오지 않은 것이 유감이라도 된다는 말이냐? 무슨 일인지 몰라도 지금 상황이 우리에게 유리한데, 그것을 따질 때냐?”

“어? 아,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양청이 구관아의 타박에 어물거리며 말을 흐렸다.

그런 중에 문진이 손을 내밀어 토벌대 본진의 결계 금제를 향해 의념을 불어 넣었다.

“크으으윽!”

고작 연신기 수준의 경지로 고위 금제에 의념을 투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화신기 후기의 경지에 대한 기억과 경험을 가진 문진은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그나마 문진의 의념이 유혼결 덕분에 축기기 정도로 강화된 것이 도움이 되었다.

“으으음. 모두들 내가 시키는 대로 움직여 정확한 위치에 하급 영석을 설치해라. 금제의 기운을 이용해서 우리가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거다.”

여전히 금제에 접속한 상태로 문진이 인상을 쓰며 동기들에게 말했다.

원생들은 그런 문진의 말에 별좌들의 눈치를 봤지만 별좌들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문진이 곧바로 빠르게 원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각각의 위치를 지정해 주었다.

게다가 문진은 그 원생들에게 설치하는 영석에 불어 넣어야 할 속성 영기도 함께 일렀는데, 원생의 영근 속성에 어긋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사이 갑자기 지상에서 들리던 굉음이 사라졌다.

문진의 이십칠결방 법기의 효과가 다했다는 이야기였다.

“이, 이제 어떻게 하지?”

양청이 불안한 모습으로 떨며 문진을 쳐다봤다.

“괜찮아, 놈은 우리를 찾을 수 없을 거야.”

문진이 활짝 웃으며 손을 뻗어 금제의 기운을 원생들이 설치한 진법에 연결시켰다.

우우우우우웅! 차라라랑!

“우와와앗!”

“이, 이게 뭐야?”

“공간이 넓어지고 있다.”

“문진, 뭘 어떻게 한 거냐?”

원생들이 깜짝 놀라며 문진에게로 모여 들었다.

“금제의 힘을 이용해서 진법을 발동시켰다. 하지만 하급 영석으로 이 진법을 오래 유지하긴 어렵다. 금제의 축에서 나오는 기운을 온전히 진법에 끌어 쓸 수가 없고.”

문진이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장화련이 기대어린 눈빛으로 문진을 보며 물었다.

지금껏 문진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의지하게 된 것이다.

“너희가 영석의 기운을 보조해야지.”

“응? 우리가 영석의 기운을?”

“맞다. 향보아, 네가 목 속성 영석을 설치했지?”

“그, 그래.”

“너는 앞으로 그 영석의 기운이 다하지 않도록 유지해야 한다. 그것은 다른 원생들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기척을 가려 줄 진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지.”

“새, 새로운 하급 영석으로 바꿔 넣으면 안 되는 거냐?”

“양청, 네가 영석을 제거하는 순간 이 공간이 무너질 거고, 가까이 공허체가 있다면 곧바로 우리를 향해 달려들 거다.”

“으응, 알았어. 절대 영석을 뽑지 않겠다.”

양청이 문진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손사레를 쳤다.

문진은 그런 양청을 무시하며 다른 원생들을 하나하나 바라봤다.

“지상이 언제 조용해질지 모른다. 어쩌면 한동안 이곳에 머물러야 할 지도 모르지. 그러니 너희는 너희가 설치한 영석의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거다. 그리고 그렇게 영석에 영기를 보충하는 것도 수련에 도움이 될 테고.”

“그, 그럴까?”

“당연하다. 해 보면 알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혹여 실패하면 여기 있는 우리 모두의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겠지. 그러니 정신들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문진은 원생들에게 그렇게 경고를 하고는 결계의 축이 만든 금제를 등지고 자리에 앉았다.

슬쩍 손을 저어 바닥의 흙을 돋우고, 그 위에 방석을 깔고 앉은 문진은 곧바로 눈을 감고 명상 수련에 들어갔다.

“어?”

“그냥 저렇게 수련에 들어가 버린다고?”

“그럼 여기서 달리 할 일이라도 있어? 공간은 좁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데?”

“그야 그렇지만.”

“양청 너는 좀 자중할 필요가 있다.

“향보아, 내가 뭘 어쨌다는 거냐!”

“시끄럽고! 일단 모두들 자신이 맡은 영석을 잘 관리해라. 그리고 여유가 있다면 문진처럼 수련이라도 하고.”

향보아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자신이 설치한 영석으로 다가가 문진처럼 자리를 만들고 포단을 꺼내 올라 앉았다.

이후, 원생들은 제각각 편한 모습으로 영석들 가까이 자리를 잡았다.

공간 자체의 은은한 빛 속에서 마흔일곱 원생들이 저마다 수련 삼매에 빠졌다.

그리고 그 시간은 의외로 길어졌다.

토벌대가 떠난 자리에 여러 공허체가 자리를 잡고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주 고생길이 열렸네. 이놈들은 자기가 유지하는 진법이 어떻게 생겨먹은 것인지도 모르겠지. 고작 연신기 따위가 그걸 어찌 알까. 에구구, 그나저나 축기기 수준의 의념으로도 진법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네. 게다가 진염결까지 함께 수련하니 더 힘들어!’

문진이 잠시 눈을 뜨고 원생들을 보며 속으로 투덜거리다가 다시 눈을 감고 수련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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