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165화 (165/499)

164. 문진이 기가막혀!

문진은 별좌들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전황을 살폈다.

허공에선 영체기 초기의 토벌대장이 성단기 경지의 수사 십여 명과 함께 멸계 수사를 막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선 성단기, 축기기, 연신기의 공허체들과 토벌대 수사들 사이의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문제는 공허체들이 경지별로 구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뒤섞여 있다는 것.

연신기 수준인 문진 일행에겐 재앙과 같을 성단기 수준의 공허체도 이곳저곳에서 날뛰고 있었다.

“일단 내가 만든 삼결방 법기를 지닌 이들이 방어를 맡는다. 그리고 나머지는 상대가 가능한 공허체들을 노려.”

모두가 싸우고 있는데 문진 일행만 멀뚱히 숨어 있을 수도 없는 노릇.

결국 문진이 원생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역시 양 손에 법기를 꺼내들었다.

세 개의 법기를 하나로 묶어서 축기기 수준의 공격까지 방어하고 반격할 수 있는 법기.

삼결방 법기였다.

“뭐 해? 다들 정신 차려!”

“여기서 못난 모습을 보일 거냐! 우리 법정회의 이름을 더럽히지 마라!”

“도련! 이쪽으로 모여!”

“일원맹도 뭉쳐!”

“일심벌은 수좌를 중심으로 모여! 우리는 수좌를 지킨다!”

문진의 명령에 별좌들이 제각각 자신들이 이끄는 무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그 중에 일심벌을 이끄는 구관아는 특이하게 무리를 이끌고 문진에게로 왔다.

문진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런 구관아를 바라봤다.

“인정하긴 싫지만 문진, 네가 우리들 중에선 제일 뛰어나잖아. 그러니 네 곁이 생존에 유리할 것 같기도 하고, 그게 아니면 우리가 너를 지키는 것이 마땅하다 생각했다.”

구관아는 입술을 깨물면서 그렇게 말했다.

문진은 다른 말은 몰라도 자신을 지키는 것이 마땅하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 당황스러웠다.

어째서 구관아와 일심벌이 자신을 지킨단 말인가.

하지만 그런 고민을 길게 이어갈 여유가 없었다.

곧바로 공허체들이 상동강 소성의 수련원생들을 덮쳤다.

“축기! 축기 두 마리! 나머지는 연신기다!”

문진이 곧바로 고함을 지르며 법기를 치켜 들었다.

양 손에 들려 있던 삼결방이 빛을 발하며 투명한 막을 만들어 냈다.

파차창! 파창!

그와 함께 축기기 공허체가 날려 보낸 검고 투명한 창이 삼결방 법부의 투명한 막에 부딪혀 흡수되었다.

“됐다!”

그것을 지켜보던 원생들이 쾌재를 올렸다.

하지만 문진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빌어먹을! 방어는 되는데 반격이 되지 않는다. 내 법기가 극멸기(極滅氣)를 소화하지 못하고 있어!”

그리고 다급하게 고함을 질렀다.

그가 만든 삼결방 법기가 어떻게든 공허체의 공격을 막아낼 수는 있는데, 그것을 증폭시켜 되돌리는 반격은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애초에 영기를 사용한 공법에 대응하게 만들어진 것이라 극멸기라는 전혀 다른 기운에 오작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고, 공격을 할 수 없다고?”

“그럼 어떻게 하지?”

“멍청한 소리! 우리가 어디 삼결방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단 말이냐! 정신 차려!”

잠시 삼결방의 증폭 공격이 막힌 것에 당황하던 원생들이었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급하게 각자 자신있는 공격 공법을 사용하여 공허체를 노리기 시작했다.

“별좌들이 축기기 공허체를 맡아. 그리고 나머지 행자들은 연신기 공허체를 상대해!”

문진이 이미 써버린 삼결방 법기를 새로운 법기로 바꾸며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축기기 공허체의 공격을 바꾼 법기로 다시 한 번 막아냈다.

양 머리를 달고 있는 타조처럼 생긴 축기기 공허체 두 마리는 홰를 치며 검고 투명한 창을 연이어 날려 보냈다.

문진은 삼결방 법기의 공능으로 그 창들을 흡수하며 막아냈고, 별좌들은 서둘러 그 두 마리의 축기기 공허체를 공격했다.

다섯 빛깔의 영기 줄기가 공허체에게 날아들었다.

문진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처음 이쪽 세상에 도착했을 때, 봤던 공허체들의 특성이 이번에도 나오기를 기대했다.

방어를 하지 않고 오로지 공격만 하는 습성.

꽈릉! 퍼버버벅! 화르르륵!

지리리릭! 지이이이 지릭지릭!

“그래! 그거지! 다들 공격해라! 이 공허체들은 방어를 하지 않는다. 그러니 공격을 막을 수만 있으면 얼마든 처리할 수 있다. 연신기 수준의 공허체는 삼결방이 아니어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 서로 도와라! 공방을 분담해!”

문진이 쾌재를 올리며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원생들도 곧바로 짝을 지어 공방을 분담하며 공허체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 때였다.

콰과과과광! 콰과과광!

세상을 뒤흔드는 큰 충돌음과 함께 하늘에서부터 엄청난 압력이 쏟아져 내렸다.

“크하하하하. 모두 죽여주마!”

문진이 광소가 들리는 하늘을 쳐다봤다.

까마득히 높은 하늘에 토벌대장이 한 팔을 잃은 모습으로 연신 비척거리며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거기에 함께 싸우던 십여 명의 성단기 수사도 고작 여섯이 남아서 뒤로 밀리는 중이었다.

그 앞에 검은 장포를 걸치고 사납게 극멸기를 뿌리는 멸계 수사가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인계 수사와 구별이 되지 않는 외모였다.

다만 몸에 두르고 있는 기운이 영기가 아니라 극멸기라 인계 수사와 확연히 구별이 되었다.

상황을 언뜻 보기만 해도 인계 수사들이 크게 밀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 막아라!”

“대장님을 지켜!”

“대장님, 후일을 도모하십시오. 여기는 저희들이 막겠습니다.”

여섯 남은 성단기 수사들이 영체 초기의 토벌 대장을 보며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토벌 대장은 이를 악물며 멸계 수사에게 크게 공세를 뿌리고는 그대로 둔광을 남기고 모습을 감췄다.

멸계 수사는 토벌 대장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막았지만 곧바로 그 뒤를 쫓지는 못했다.

남은 여섯 성단기 수사들이 목숨을 걸고 멸계 수사를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비켜랏!”

멸계 수사가 고함을 지르며 극멸기가 가득한 공격을 떨쳐냈다.

그의 공격은 여섯 갈래로 갈라져 성단기 수사들을 노렸다.

그러자 여섯 남은 성단기 수사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그 중 둘이 앞으로 나서 영기를 폭발시켰다.

쿠르르르르릉! 콰과과과광!

“미친!”

문진이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방금 두 명의 성단기 수사가 스스로를 희생하여 잠력까지 폭발시켰다.

그 덕분에 네 명의 성단기 수사가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결과는 좋지만 문진으로선 그런 희생이 여전히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집단을 위한 희생, 그것이 개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문진의 머릿속이 다시 한 번 복잡해졌다.

“마, 막아라!”

그 때, 허공에서는 멸계 수사가 둔술을 펼쳐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성단기 수사 넷이 그것을 막으려 했지만 때는 이미 늦어 버렸다.

멸계 수사는 도망간 토벌 대장을 뒤따라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남은 네 명의 성단기 수사를 향해서 성단기 공허체 여럿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막아라! 선배님들을 구해!”

그러자 이번에는 축기기 수사들이 나섰다.

그들은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성단기 수사들을 구하려 애썼다.

하지만 이번에도 공허체들의 전력이 더 강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계 수사들의 피해가 늘어났다.

“어쩔 수 없습니다. 선배님들께서 먼저 가십시오.”

그러자 이번에도 또 문진의 속을 뒤집어 놓을 말이 들려왔다.

축기기 수사들이 성단기 수사들에게 후퇴를 권한 것이다.

축기기 수사들이 희생하겠다는 의미였다.

‘빌어먹을 것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성단기 수사들이 축기기의 도움을 받아 전장에서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물론 성단기 공허체도 도망가는 성단기 수사들을 그냥 두고 보지는 않았다.

축기기 수사들이 몸을 던져 막는 동안에도 성단기 공허체들이 성단기 인계 수사의 뒤를 따라 모습을 감췄다.

하지만 남은 성단기 공허체가 두 마리나 있었다.

이쯤 되었을 때, 문진은 뒤통수가 근질거리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영체기를 피신시키기 위해서 성단기가 희생하고, 성단기를 피신시키기 위해서 축기기가 몸을 던졌다.

그럼 이제 그 축기기를 살리기 위해서 누가 나설 것인가.

“선배님들! 오래 버틸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선배님들도 몸을 피하십시오. 여기는 저희들이 맡겠습니다.”

‘미친 새끼!’

다른 수련원에서 온 연신기 수사가 의기충천한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문진으로선 기가 막힐 일이다.

‘도대체 왜 내가 다른 놈들을 대신해서 죽어 줘야 하는데? 웃기는 소리.’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연신기의 수사들 대부분이 그 의기 가득한 외침에 따라서 전면으로 나서고 있었다.

“수좌! 우리도 뭔가 해야 하지 않겠나!”

그 때, 법정회를 이끄는 소동 수사 향보아가 문진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분위기에 휩쓸려 정신이 고양된 듯 보였다.

문진이 내심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 홀로 몸을 빼기도 어려웠다.

그랬다가는 어떻게든 소문이 나고 인계 수도계에 발을 디딜 곳이 없을 것이다.

“진정해라. 지금 방법을 생각중이니.”

문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전황을 살폈다.

축기기 수사들은 하나 둘 전장에서 발을 빼고 있고, 그 빈 자리를 연신기의 수련원 원생들이 메우고 있었다.

당연히 고기 방패 역할 밖에 하지 못한다.

축기기 공허체도 상대하기 어려운 판에, 성단기 공허체까지 한 마리가 남아 있다.

그 성단기 공허체를 막지 못하면 남아 있는 연신기 원생들의 전멸은 순식간일 것이다.

“으아아악, 왜 성단기 공허체가 남아 있는 거야!”

“그러게, 굳이 저런 것이 남아 있을 이유가 없잖아!”

“젠장, 부상을 입은 개체다. 그래서 선배들이나 어르신들을 쫓지 않은 거야!”

여기저기 죽어가는 수련원생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 중에도 성단기 등급 공허체에 대한 정보가 간간히 들려왔다.

문진은 그 내용을 들었지만 낙관할 수는 없었다.

축기기 수사들도 모습을 감춘 마당에 부상이 있다해도 성단기 공허체를 어찌할 방법은 없었다.

‘그래도 일단 생색은 내야겠지.’

문진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입을 열었다.

“모두 모여라! 우리가 저 성단기 공허체를 맡는다!”

뚝!

순간 상동강 소성 수련원 원생들이 움찔하며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이 문진에게로 향했다.

문진은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공간낭에서 삼결방 법기를 여럿 꺼냈다.

그리고 그 중 일부를 허공에 던지고 복잡한 수인을 맺고, 또 법결을 읊었다.

허공에 던져진 삼결방 법기는 세 개.

그것이 다시 문진의 술법과 법결을 받아 하나로 뭉쳤다.

“어어? 법기 아홉 개를 하나로 묶는 거야?”

일원맹을 이끄는 장화련이 놀란 표정으로 문진에게 물었다.

“이전부터 연구해 오던 것이다. 이것이면 성단기의 공격이라도 한 번은 막을 수 있겠지.”

문진이 이마의 땀을 손등으로 닦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잠시, 더 기다려. 이걸로는 저 놈을 잡아둘 수가 없다.”

문진은 연이어 삼결방 법기를 허공으로 던져 구결방 법기로 조합했다.

그렇게 세 개의 구결방 법기가 만들어졌다.

“이대로 쓰면 성단기 공허체의 공격을 세 번은 막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 뒤, 우리는 모두 죽겠지.”

문진이 원생들을 한 번씩 일별하며 말했다.

그러자 원생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미 수많은 수련원생들이 곳곳에서 공허체에게 죽어가는 중이었다.

그 중에서도 성단기 공허체의 공격은 무시무시했다.

한 번에 무리진 백여 명의 연신기 원생들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찢기곤 했다.

오래지 않아서 문진 일행의 차례가 올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모험을 해 봤으면 한다.”

문진이 그렇게 말하며 다시 원생들을 바라봤다.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양청이 물었다.

“구결방은 이미 어느 정도 연구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완성할 자신이 있었지. 하지만 구결방 법기 셋을 묶어 내는 이십칠결방 법기는 나도 자신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도전을 할지 말지를 우리에게 묻는 거야?”

구관아가 물었다.

문진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 혼자 선택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도움도 필요하고.”

“도움?”

“뭐가 필요한데?”

동진수와 향보아가 물었다.

“영석이 필요하다. 중급 이상.”

“으음.”

“그렇군.”

문진의 말에 별좌들이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구관아는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이 자신의 공간낭에서 중급 영섯 세 개를 꺼내 문진에게 날려 보냈다.

문진은 그것을 받아 허공에 띄우고 다른 별좌들과 원생들을 바라봤다.

“젠장! 죽으면 쓸 곳도 없을 걸.”

“그렇긴 하지.”

“옳다. 모두들 영석이 있으면 꺼내라.”

“어차피 세 번 막고 죽을 때를 기다리는 선택은 의미가 없다. 도박을 할 수 있으면 해야지.”

구관아를 제외한 별좌들이 자신들이 이끄는 무리를 보며 재촉했다.

그렇게 서른 개 가까운 중급 영석이 모였다.

문진은 그것을 자신의 앞에 끌어 놓고 곧바로 구결방 법기 셋을 허공에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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