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161화 (161/499)

160. 천수명장(天手名匠) 위문진의 태동

“여기 있습니다. 사부께서 보시고 판단해 주십시오.”

위문진은 망설임 없이 법부를 지도 수사에게 내밀었다.

수련원의 원생들은 지도 수사를 모두 스승, 혹은 사부라 불렀다.

“으음. 어디······.”

문진의 법기를 받은 지도 수사는 의념을 불어 넣어 그것을 꼼꼼하게 살폈다.

“으으음? 이런 방법을? 오호? 이런 술식을 이렇게 썼어? 그것 참······.”

그는 문진의 법기를 살피며 연이어 감탄을 토해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진의 법기는 법기라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저급한 수준이었다.

아니 법기 자체는 매우 뛰어나지만 거기에 쓰인 술식이나 공법들의 수준이 너무 낮았다.

지금 연신기 초기에 불과한 위문진이 다루기에는 벅차지만 그래도 축기 중기의 수사가 보기에도 하찮아 보이는 것들.

그런데 그것을 창의적으로 연결해서 굉장한 결과물을 만들었으니 그것이 바로 문진의 법기였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그것을 만드느라 매우 많은 공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울러서 거기에 들어간 법부들의 대부분이 이번에 사형과 동기들의 공격을 막느라 소진되었습니다.”

문진이 아직도 몸을 추스르지 못하고 쓰러져 있는 원생들을 훑어 보며 말했다.

“그렇구나. 들어간 공이 여간 아니야. 게다가 이 한 번의 방어로 법기에 들어 있던 방어 법부는 물론이고 공격을 흡수하여 저장하는 빈 법부들까지 소비가 심했어.”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다른 것은 몰라도 그 법기에서 소비된 부분만큼은 사형과 동기들에게 보상을 받았으면 합니다.”

“으음? 보상이라?”

“잘못을 저질러 그에 대한 처벌을 받는 것이야 제가 관여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큰 손해를 보았으니 그에 대한 보상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그건 그렇구나. 이런 것을 만드느라 네가 수련 시간을 얼마나 많이 빼앗겼을지 짐작이 된다. 그런데 그것을 어이없이 낭비하게 되었으니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이 옳겠지. 그런데 문진아.”

“네, 스승님.”

“너는 이 법기를 공개할 생각이 있느냐?”

“법기를 공개하다니요?”

문진은 지도 수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여기 보아하니 몇 가지 술법을 뜯어 고친 부분이 있구나. 공격을 흡수하여 빈 부적에 저장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 빈 부적을 만드는 데에도 꽤나 공들인 술식 전개가 있었어.”

“어렵게 연구하여 고안한 것입니다.”

“그러니 하는 말이다. 네가 이 방법을 공개하면 수련원의 이름으로 네게 적절한 보상을 내어주도록 건의를 해 보마.”

“보상이란 말씀입니까?”

“그래, 일단 세신환 몇 알과 축기단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써 주마.”

“세신환과 축기단!”

위문진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세신환은 연신기 수사들의 몸을 깨끗하게 만들어 수련 경지를 빠르게 끌어 올리는 수련 단환이다.

그리고 축기단은 연신기 완경에서 축기기로 들어설 때에 그 벽을 뚫게 해 주는 영단이고.

“사부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제자 문진은 사부님의 뜻에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고맙구나. 네 발상이 뛰어난 점이 있으니 이것을 토대로 고급 술법과 공법, 비술 등에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네 덕분에 굉장한 법기나 법보가 나올 수도 있겠지. 그게 아니라면 진법의 일부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고.”

“제 얕은 재주가 멸계전쟁에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제가 수도계에 입문한 보람일 것입니다.”

“하하하. 그래. 그러고 보니 네가 바로 그 죽다 살았다는 녀석이었지? 연신기에 오르는 법열에서 수사가 되어 세상을 구하라는 선인의 가르침을 보았고?”

“법열의 쾌락에서 일어난 환상이라 하더라도 제자 문진은 그것을 일생의 사명으로 알고 수련에 정진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그래, 수련의 목적이 명확한 것이 나쁠 것은 없지. 알겠다. 그러면 이번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고, 이 법기는 가지고 가서 원장님께 보여드리겠다. 아, 네가 말한대로 이 녀석들은 네게 합당한 보상을 하게 될 것이다.”

지도 수사는 그렇게 말을 마치고 둔광과 함께 사라졌고, 오래지 않아서 수련원의 잡무를 보는 연신기 수사들이 달려와 쓰러진 원생들을 의당(醫堂)으로 옮겼다.

* * *

“일진 사형.”

“무슨 일이냐!”

한 번 크게 당한 적이 있는 강일진은 은근한 목소리로 다가오는 위문진의 모습에 긴장하며 물었다.

“이거 기억나십니까?”

그런 강일진에게 문진이 소매에서 법기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으음? 그건?”

“전에 제가 썼던 것과 같은 법기입니다.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문진의 말에 강일진이 홀린 듯이 법기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의념을 불어 넣어 법기를 꼼꼼하게 살폈다.

복작하기 이를 데 없는 법기의 구조를 한 번에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워낙 법기에 쓰인 술식이나 공법 수준이 낮아서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게다가 법기에는 문진의 의념이 전혀 깃들어 있지 않았다.

그 말은 법기가 주인 인식, 즉 연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하하. 이번에 사형과 동기들이 자발적으로 보상을 해 주시지 않았습니까.”

“끄응.”

자발적 보상, 말은 그렇게 했다.

자신들이 위문진을 핍박하여 그에게 손해를 입혔으니 그에 대해서 보상을 해 준다는 식으로 일을 마무리했었다.

“사형과 동기들에게 받은 수련 자원이 넘쳐난 까닭에 제가 다시 이 법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래, 잘 했구나.”

강일진은 더 듣고 싶지 않다는 듯이 법기를 문진에게 내밀었다.

저번 일로 그와 그 일행들은 지도 수사들에게 크게 벌점을 받았다.

그 때문에 요즘은 최대한 몸을 사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이번에 새로 법기를 만들다보니 이전에 한 번 했던 일이라 그런지 실패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법기를 여럿 만들 수 있었지요.”

“응? 뭐라고? 법기를 여럿 만들어?”

강일진이 깜짝 놀라며 위문진을 바라봤다.

그게 말이 되는가?

연신기 중기도 되지 못한 녀석이 법기를 만드는 것도 이미 과하게 수준을 넘은 일이다.

수 백 번의 실패를 거듭하며 하나씩 결과물을 만들어 그것을 다시 조합해야 만들 수 있는 것이 문진의 법기였다.

수준은 낮아도 그 수고로움과 번거로움은 생각만 해도 의념이 답답해 질 정도다.

그런데 그것을 실패 없이 쉽게 만들었다고?

“기이하게도 한 번 만들었던 것은 다시 실패하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많은 법기가 나왔지요.”

“그, 그렇구나. 축하한다.”

“그리고 아시겠지만 법기란 것이 한 번 쓴다고 못 쓰게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제가 만든 것은 몇 종류의 법부를 재충전 해 줘야 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합니다만.”

“말이 길구나.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냐!”

강일진은 자꾸만 말을 붙이는 위문진의 태도에서 뭔가 바라는 것이 있음을 알았다.

“제 법기, 구명의 수단으로 쓸만하지 않습니까?”

그런 강일진을 보며 문진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 그야 있으면 좋긴 하겠지.”

일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확실히 여러 연신기 원생들의 공격을 확실하게 막아내면서 도리어 반격까지 가했던 법기다.

그런 것이 있으면 좋긴 할 것이다.

“이 법기, 사형께서 사시렵니까?”

“응? 그걸 판다고?”

강일진은 잠시 생각이 멈춘 듯이 충격을 받은 표정이 되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필요하시면 법기에 보충할 방어 법부와 빈 흡수 법부들도 주문하시는 수량만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예비로 법부들을 가지고 다니다가 채워 넣으면 된다는 거구나?”

“그렇지요. 아니면 사형께서 법기에 들어가는 법부 제작을 직접하실 수도 있고요. 그 방법도 숨기지 않고 알려드리겠습니다.”

“좋다! 그런 조건이라면 네 법기를 사는 것이 나쁘진 않겠지. 그래 값은 어찌 받을 것이냐?”

강일진은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이 냉큼 문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제가 사형께 비싸게 받을 수야 있겠습니까? 그저 통상적인 제작 의뢰 정도에 맞춰서 재료를 주시는 것으로 하지요.”

“통상적인 제작 의뢰면 네 배 정도의 재료를 줘야 한다는 거구나.”

“보통 다섯 배 정도 아니었습니까?”

“하지만 네 입으로 실패가 거의 없다 했는데 다섯 배는 좀 과하지 않으냐?”

“하하하. 알겠습니다. 하지만 예비용 법부들은 좀 다를 것입니다. 그것은 반드시 다섯 배를 받아야 합니다.”

“그 말은 내가 직접 배워도 다섯 번에 한 번을 성공하기 어려울 거라는 말이구나?”

“숙달되셔서 그보다 성공 확률이 높아지면 직접 만들어 쓰시라는 말이지요.”

“대신에 그걸 만드느라 시간을 많이 빼앗기겠지.”

“하하하. 그리 말씀하시면 저 역시 많은 시간 손해를 보지 않습니까. 그러니 너무 비용이 과하다 생각하진 마십시오.”

“네 하는 모양을 보니, 다른 사형제들에게도 그 법기를 팔아먹을 생각이구나?”

“일진 사형께서 소문을 내어 주시면 이 사제의 장사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하하.”

“끄응, 얼마 전까지는 말 한 마디도 제대로 하지 않던 녀석이 지금은 닳고 닳은 상인처럼 구는 구나.”

강일진은 혀를 차며 자신의 공간낭에서 하급 영석 몇 개를 꺼내 문진에게 내밀었다.

“자, 이건 법기 값과 예비 부적 값이다.”

“오오오, 감사합니다. 사형. 여기 이렇게 드리면 되겠지요?”

문진이 반색을 하며 강일진에게 법기를 내밀고 이어서 예비 법부가 들어 있는 상자를 공간낭에서 꺼내 내밀었다.

“꼭, 한 번 채워 넣을 수 있는 양이구나.”

“더 필요하시면 말씀만 하십시오. 그리고 그 예비 법부 상자에 법부를 만드는 방법도 들어 있습니다. 상자 뚜껑에 있으니 필요하시면 참고 하십시오.”

“그래, 알았다.

“그럼 저는 가 보겠습니다. 하하하.”

위문진은 그렇게 인사를 하고 물러났고, 홀로 남은 강일진의 손에는 법기와 법부 상자가 들려 있었다.

“으음. 뭔가 정신 없이 휘둘린 느낌이군. 그래도 거래 자체가 나쁘진 않아. 더구나 저 녀석은 조만간 세신환과 축기단을 얻어 축기기에 오를 가능성이 높지. 그러니 괜히 척을 질 이유가 없어.”

법기가 필요하지 않아도 문진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구입했을 것이다.

그런데 법기 자체도 나쁘지 않으니 좋은 거래였던 것은 분명했다.

“조만간 수련원의 모든 원생들이 저 녀석의 법기를 가지게 되겠군.”

강일진은 그렇게 예상했고, 위문진은 그 예상을 뛰어넘어 원생은 물론이고, 수련원 밖으로도 법기를 판매하는 수완을 보이며 빠르게 부를 축적했다.

비록 작은 소성 규모에서 이루어진 일이었지만 수도계에 위문진이란 특이한 수사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기이하게 제작 계열에서 성공 확률이 높은 수사라는 명성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 * *

“부르셨습니까?”

문진은 지도 수사의 부름에 수련원의 본각을 찾아왔다.

“그래, 요즈음 많이 바쁜 모양이더구나.”

“모처럼 기회가 닿아 제가 나아갈 방향을 정해 봤습니다.”

“그래서 네가 가려는 길이 법기를 만드는 것이더냐?”

“법부, 법기, 법보, 괴뢰, 진법과 연단술 등에 매진할까 합니다.”

“하하하. 그 놈 참, 욕심이 많구나.”

“그렇기는 하지만 또 묶어 보면 모두가 제작 계열이 아닙니까.”

“딴은 그렇기도 하지. 게다가 네가 기이하게 같은 것을 만들 때에는 실패가 크게 줄어든다 하니 그런 특성을 살리기엔 좋겠구나.”

“감사합니다.”

“그래, 그건 그렇다고 하고, 이걸 받거라.”

“이것은···.”

문진이 지도 수사가 내미는 상자를 받아 뚜껑을 열었다.

상자 안에는 두 개의 옥병이 들어 있었는데 하나는 크고 하나는 작았다.

“여기에는 세신환이 들어 있다. 알겠지만 세신환은 연신기 수련에 도움을 주는 보조 영단이다.”

“제자,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네게 준 세신환은 원장님께서 직접 구해 오신 것으로 효과가 매우 큰 것이다. 네가 연신기 완경에 이르기에 충분할 테지.”

“감사합니다.”

문진은 허리를 깊이 숙여 지도 수사에게 감사를 표했다.

보상은 수련원에서 나온 것이지만 그 일을 이끌어 낸 것은 눈앞의 지도 수사였다.

“되었다. 나는 수련 자질이 떨어져 고작해야 축기에서 끝이겠지만 너는 다르다. 조만간 대성의 수련원으로 옮겨 갈 것이고, 그곳에서 다시 국가 수련원에 가겠지. 어쩌면 대륙 수련원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

한 단계 위의 대성 수련원에 가려면 축기기가 되었야 하고, 국가 수련원에 가려면 성단기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륙 수련원에 가려면 영체기가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이 모든 과정을 거치는데 정해진 기한이 있다.

그 기한을 넘어서면 성장 가능성이 떨어진다 하여서 수련 경지에 알맞은 임무를 맡겨 부임을 시킨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된다. 그리고 너는 앞으로 수련원의 장경각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

“네? 장경각을요?”

장경각은 일종의 도서관이다.

소성의 수련원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수도계 지식이 쌓여 있는 곳.

그런 곳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니, 그것은 연신기 완경의 수련원생에게 주는 권한과 같았다.

“그 역시 네 법기 공개에 대한 보상이다. 그러고 보면 네가 가려는 길에 큰 도움이 되겠구나. 아주 마침맞은 보상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 전에 수련 경지를 조금 더 끌어 올리는 것이 좋을 게다. 장경각 안에 들어가면 연신기 완경의 원생들만 있을 터이니.”

“알겠습니다. 항상 삼가며 또한 수련에 정진하겠습니다.”

건우는 그렇게 인사를 하고는 본각에서 물러나 자신의 거처로 돌아왔다.

그리고 즉시 세신환 하나를 꺼내 복용하고 영기 수련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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