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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통수 선협전-155화 (155/499)

154. 낯선 수사들과 함께, 그런데 분위기가 왜 이럴까?

“천 수사! 조심하시오.”

“걱정하지 마십시오. 신 수사. 여기는 제가 맡겠습니다.”

“어쩌다가 이곳에서 공허체(空虛體)를 만났는지 운이 없었소.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우리가 이것들을 처리를 해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이놈들을 따라서 다수의 공허체들이 들이닥칠 것이오.”

“옳습니다. 어서 처리합시다.”

다섯 명의 남녀 수사들이 멸계의 공허체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 다섯은 모두가 성단기 초기에서 중기의 수사들이었는데 성단기 초기 정도의 괴물 여덟 마리를 상대하는 중이었다.

그 공허체라 불리는 괴물들은 인간의 형태를 지닌 것과 개와 소, 사슴의 형상을 지닌 것들이 뒤섞여 있었다.

“죽어랏!”

다섯 수사 중에 제일 늙어 보이는 수사가 한 손에 부적 뭉치를 들고 다른 손으로 부적을 다급하게 날려 보냈다.

그 수사가 들고 있는 부적 뭉치는 모두가 화염 덩어리를 생성하는 것으로 순식간에 화염 덩어리 십여 개가 공허체들을 향해 날아갔다.

지리리리릭! 지릭! 지리릭!

그에 맞서며 공허체들은 제각각 극멸기를 풀어내어 수사들을 향해 검고 투명한 창을 날려 보냈다.

여덟 공허체가 동일한 공격을 하는 것에 숨어서 지켜보던 건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종류가 다른 공허체들의 공격 방식이 같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차아압!”

창이 날아오자 다섯 수사 중에서 제일 덩치가 큰 수사가 앞으로 나서며 우윳빛 방패를 만들어 냈다.

그 방패는 공허체들의 공격을 모두 막을 때까지 유지되었다.

하지만 그 한 번의 방어를 마치고 방패를 만들었던 수사가 울컥 피를 토하며 뒤로 물러났다.

성단기 초기의 경지로 비슷한 경지의 공허체 여덟의 공격을 홀로 감당한 것만도 대단하다고 칭찬할 일이었다.

콰과광 콰과과광!

그 사이에 늙은 수사가 날린 십여 개의 화염 덩어리가 공허체들을 직격했다.

기이하게도 이 공허체들은 방어를 생각하지 않고 검고 투명한 창을 공격용도로만 썼다.

치리리릭! 지리릭! 치지리리릭!

화염 덩어리를 맞은 공허체들이 기이한 소리를 내며 몸을 뒤틀었다.

건우는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저것들은 생각이란 것이 없는 것인가 싶었다.

수적인 우위에 있으면서 그것을 살리지도 못하고, 먼저 공격을 받았는데 방어를 도외시하고 공격을 퍼붓다니.

“이 땝니다!”

“차아앗!”

“하앗!”

어쨌거나 화염구의 공격에 공허체들이 지리멸렬하자 곧바로 남녀 수사들이 흥을 내며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쳤다.

영기를 품은 검이 쏘아지고, 화염구가 날고, 얼음의 창과 벼락이 떨어졌다.

키리리릭! 키릭!

공허체라 불리는 기괴한 괴물들은 그런 수사들의 공격에 어이없이 무너져 내렸다.

보고 있는 건우로선 싱겁기 짝이 없다 할 싸움이었다.

하지만 싸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수사들이 여덟 공허체들을 쓰러뜨린 직후였다.

그들의 후방에 다섯 마리의 공허체가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 나타난 것들은 모두가 네 발 짐승의 모습을 한 것들로 앞뒤로 길게 늘어져 네 발 짐승이 네 발 달린 뱀이 된 듯 보였다.

늑대 머리를 달고 있는 네 발 달린 뱀의 모습이었다.

“이런! 신 수사! 조심하게!”

그런데 그 다섯 공허체는 뒤쪽으로 물러나 요상을 하고 있던 덩치 큰 수사 쪽에서 나타났다.

때문에 그 덩치 큰 수사는 이제 위험을 벗어나기 어려울 듯 했다.

건우는 자신이 그 수사를 구해 주며 모습을 드러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때,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차아앗!”

“하앗!”

검을 든 남자 수사와 얼음 창을 불러냈던 여성 수사가 급하게 다섯 공허체를 향해서 몸을 날린 것이다.

건우는 그들이 잠력을 폭발시켜 경지의 하락까지 감수하고 움직인 것임을 즉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도대체 왜?’

건우는 목숨까지 걸고 덩치 큰 수사를 구하려는 두 남녀 수사의 모습에 깜짝 놀라며 의아해 했다.

‘설마 저들이 무슨 금제에 걸려 있는 건가? 저 덩치 큰 수사가 죽으면 저들도 죽는?’

하지만 화신기 후기의 경지로도 그런 금제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저 덩치 큰 수사와 저 두 수사가 친족 관계라도 되는 건가? 하지만 수행 대도를 걷는 중에 핏줄이 다 무어란 말인가. 이해할 수가 없군.’

“크윽!”

“아아악!”

그 때, 잠력까지 폭발시켜 몸을 날렸던 두 수사는 겨우겨우 다섯 공허체로부터 덩치 큰 수사를 지켜냈다.

하지만 그 대신에 큰 내상을 입어 계속 피를 토하며 비틀거리고 있었다.

“가랏!”

그나마 그렇게 틈이 생기자 늙은 수사가 즉시 부적을 날리고, 노란 경장을 입은 여성 수사도 진땀을 흘리며 벼락을 불러냈다.

콰과과과광! 꽈릉! 꽈릉!

키지리리릭! 지리릭!

“크아아압!”

거기에 요상을 하다가 기습을 받았던 덩치 큰 수사도 애써 기운을 가다듬고 대도를 소환해 공허체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나타난 공허체들은 이전과 조금 달랐다.

공격 일변도의 이전 공허체와 달리 이것들은 방어적인 모습도 보였던 것이다.

두 마리의 공허체가 고기 방패가 되어 수사들의 공격을 몸으로 막았다.

무식해 보이긴 했지만 공허체 무리의 입장에서 보면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허억! 허억!”

“세 마리가 남았어요.”

“나는 내상이 커서 영기 운용이 어렵습니다.”

“저도 그래요.”

“다들 무리를 했지요. 상황이 좋지 않게 되었군요.”

“······.”

다섯 수사는 다시 한 곳에 모여 힘겨운 표정으로 세 마리 남은 공허체를 바라봤다.

공허체들은 다급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수사들과 대치하며 틈을 노리고 있을 뿐이었다.

“시간이 없어요.”

“하지만 당장 저것들을 어찌할 방법이 없으니 그게 문제지요.”

“하아, 결국 여기가 우리들의 무덤이 될 듯 합니다. 그렇다면 한 명이라도 살리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야 당연하죠. 마침 경 수사가 둔술이 뛰어나니 경 수사를 보내 후일을 책임지는 것이 좋겠습니다.”

네 명의 남녀 수사는 그렇게 의논하더니 지금까지 한 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던 노란 옷의 여성 수사를 바라봤다.

뇌전을 불러내던 그 여자 수사가 바로 경씨 성의 수사였던 모양이었다.

경씨 수사는 동료들의 시선을 받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가요. 곧 공허체들이 더 몰려들 겁니다. 그렇게 되면 경 수사 역시 떠날 수 없는 상황이 될 거예요.”

“옳소. 어서 가시오.”

“허허허. 이 몸은 원래 둔술이 느려서 어차피 멀리 벗어날 희망이 없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뜻이 드높은 수사들과 함께 청사에 이름을 남겨 볼까 합니다. 허허허.”

세 수사와 달리 내상이 거의 없는 늙은 수사도 그렇게 말하며 허허로운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경씨 수사가 둔술을 펼치려는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칠채(七彩)의 아름다운 빛이 번지더니 공허체는 물론이고 다섯 수사를 모두 휘감았다.

치지리릭! 치지리리!

“어엇? 이게 무슨?”

“선배 고인께서 오신 모양입니다.”

“호호호. 이렇게 운이 좋을 수가!”

“선배님께서 우리를 구해주시다니!”

공허체는 칠채(七彩)속에서 가루가 되어 흩어졌고, 수사들은 풍부한 영기가 그들의 몸을 휘감으며 내상을 치료하는 것을 느꼈다.

그런 중에 휘황했던 칠채가 사라지고 그들 다섯 수사 앞에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젊은 수사가 우뚝 모습을 드러냈다.

“선배님을 뵙습니다.”

“구명지은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

다섯 수사들은 건우의 모습을 보자마자 곧바로 두 손을 모아 들고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를 했다.

눈앞의 젊은 수사가 영체기 수사임을 알아봤기 때문이다.

“으음.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다. 그저 너희에게 물을 것이 있어 먼저 도움을 준 것 뿐이니.”

건우는 뒷짐을 지고 다섯 수사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하문 하시면 성심껏 대답하겠습니다.”

“저 역시 그리 하겠습니다. 저희 중에 누구도 선배님께 무례하지 않을 것입니다.”

늙은 수사와 덩치 큰 수사가 동시에 허리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

다른 수사들 역시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조금 떨어진 허공에서 극멸기가 뭉치더니 그로부터 새로운 공허체가 응결되기 시작했다.

“으음?”

건우는 새로 나타나는 공허체가 이전보다 경지가 높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호오? 성단기 완경 수준이로군.”

건우가 응결되는 공허체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지켜보던 늙은 수사가 주저하며 앞으로 나섰다.

“선배님, 여유를 주면 저것보다 등급이 높은 공허체가 다시 뒤를 이어 나타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후배들은 감히 감당하지 못할 터이니, 선배께서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

“그러니까 저것을 빨리 처리해서 다음에 이어질 공허체의 등장을 막으란 말이냐?”

“그, 그렇습니다 선배님.”

“나는 지금 나오는 저것을 손짓 한 번으로 처리할 수 있고, 또 이어서 조금 더 강한 것이 나와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그런데 굳이 미리 처리해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

건우는 문득 이해가 되지 않는 듯이 늙은 수사에게 물었다.

“아아, 선배님께서는 멸계의 완전 토벌을 지지하시는 쪽이시군요? 몰라뵈었습니다.”

“으음.”

짧은 대화지만 그 속에 담긴 뜻은 간단하지 않았다.

건우는 멸계라는 곳을 완전히 토벌하자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있다는 사실을 간단한 대화에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당연히 저 추악한 것들을 모두 몰아내야지. 어찌 두고 본다는 말이냐!”

건우가 짐짓 화가 난 듯이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너희의 꼴을 보니 굳이 여기서 저것들 몇 마리를 더 없애는 것도 별 의미는 없을 듯 하구나.”

건우는 흥이 가셨다는 듯이 손을 휘저어 거의 모습을 완성해가는 성단기 완경 수준의 공허체 네 마리를 소멸시켰다.

짙은 영기를 품은 칠채가 공허체들을 휘감는 순간, 공허체들이 품고 있는 극멸기가 소멸되어 흩어져 버렸다.

너무도 간단하게 성단기 완경의 공허체를 없애는 모습에 다섯 수사가 존경스런 눈빛으로 건우를 바라봤다.

“으음. 나는 오래도록 동부에 갇혀서 수련을 하던 몸이다. 그러다가 문득 공간 균열에 휘말려 이곳에 오게 되었느니라. 그 때문에 지금 나는 이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니 너희 중에 누가 나에게 이곳에 대한 간단한 기본 정보를 전해 주겠느냐.”

건우가 공허체를 없애고 다섯 수사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지금껏 말이 없이 조용히 있던 경씨 수사가 앞으로 나서며 옥간 하나를 이마에 대고 의념을 불어 넣었다.

잠시 후, 옥간을 이마에서 뗀 경씨 수사는 공손하게 두 손으로 그 옥간을 내밀었다.

건우는 손을 휘저어 옥간을 끌어당긴 후, 그것을 손에 쥐고 의념을 불어 넣었다.

잠시 후.

“으음. 가장 가까운 대성이 평토성(平土城)이라? 그런데 이곳은 평토성의 관할이 아니라 멸계의 점령지와 평토성 영역 사이의 경계란 말이구나.”

“그렇습니다. 그 동안 멸계와 거리를 두고 서로 침범하지 않았는데 요즈음 공허체들의 등장이 많아졌다 하여 확인차 나왔던 것입니다.”

“그래서 결과는 어떠하냐?”

“아직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간혹 공허체들이 보이긴 하지만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고, 평토성까지의 거리도 충분하니 여유가 있습니다.”

늙은 수사가 건우의 말에 그렇게 대답했다.

“큰 문제가 아니라면서 너희는 곤란을 겪지 않았더냐.”

“송구합니다.”

성단기 중기의 늙은 수사가 고개를 숙였다.

“되었다. 항상 일이 생각처럼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 때때로 변수가 생기는 것을 어찌하겠느냐.”

건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슬쩍 소매를 떨쳤다.

그러자 건우의 소매 안에서 나비 두 마리가 끄는 수레 하나가 나타났다.

나비는 새하얀 광채를 머금은 신비한 모습이었는데 길게 꼬리가 늘어진 것이 매우 아름다웠다.

소매에서 나온 즉시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덕분에 나비 뒤에 붙은 수레는 크고 넓어서 여러 사람이 올라앉을 만 했다.

영체기 수사로 활동하기 위해서 건우가 따로 준비한 비행 법기였다.

“나는 평토성으로 가서 알아볼 것이 있는데, 너희는 어찌하겠느냐? 함께 가겠다면 데려다 주마.”

건우는 길안내도 시킬 겸, 다섯 수사들에게 그렇게 호의를 보였고, 다섯 수사는 감읍하며 건우와 함께 수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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