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137화 (137/499)

137. 검선의 유산을 완성시키자

“주인님, 삼목족의 4대 문파에서 들어온 공물들의 정리가 끝났습니다.”

“그래?”

“네, 주인님. 고만고만한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주인님께서 특별히 강조하신 것들 중에 몇이 공물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검선의 유산을 성장시킬 재료들이 들어왔다고?”

“네, 주인님.”

“아끼지 말고 보상을 줘. 필요하면 수련 공법이나 영단, 영단의 제조 비법 같은 것도 풀어주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절대로 아쉬운 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 그럼 된 거지.”

“여기 있습니다.”

건우는 용랑이 내미는 공간낭을 받아서 의식의 힘으로 내용물을 살폈다.

그리고 제법 충실한 내용물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래. 수고 하고.”

“네, 주인님.”

건우의 손짓에 용랑이 뒷걸음질로 대전을 빠져 나갔다.

지금 건우가 있는 곳은 부양도의 7층 건물 내부였다.

수련이나 연단, 재련 따위를 하기에는 아공간 안쪽이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아공간 안에만 있으면 밖의 일을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부양도를 띄워두고 근거지로 삼았다.

건우는 부양도의 대전에서 아공간을 드나들고, 밖에서 일을 봐야 하는 용랑이나 혈원은 그 대전으로 찾아와 건우를 만났다.

지금도 건우는 사도천 네 문파의 관리를 맡긴 용랑에게 네 문파에서 거둔 공물에 대한 정산을 받은 것이다.

건우는 네 명의 삼목족 수사를 처치하고 사실상 사도천을 손아귀에 넣었다.

사도천(死渡川)은 망천유역(忘川流域)의 수많은 천(川)들 중에서도 마기가 가장 성한 곳으로 마도(魔道)와 연관된 수사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때문에 의외로 수사들의 교류가 원활한 면이 있었는데 그런 덕분에 수련 자원의 유통도 활발했다.

그런 곳을 건우가 손에 넣었으니 당연히 떨어지는 콩고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 오셨어요?

아공간으로 들어온 건우를 루야가 맞이했다.

루야는 여전히 이등신 여자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수련을 통해서 영체기 경지를 안정시키긴 했지만 그 이상은 아직 성과가 없이 정체되어 있었다.

하지만 루야는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만족한 듯 했고, 건우도 딱히 수련을 강요하진 않았다.

“으음, 그래.”

- 이번에 들어온 것들은 마음에 드셨어요? 아까 보니 표정이 밝던데요.

“몇 가지, 필요한 것들이 들어 있더군. 상태도 나쁘지 않고.”

- 다행이네요.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역시 이런 방법으로는 구하기 쉽지 않을 거 같다.”

- 그래요?

“음, 화신기 이상만 다룰 수 있는 재료들을 아랫것들이 구할 가능성은 높지 않겠다. 혹여 눈앞에 그것들이 있어도 알아보지 못할 가능성도 높고.”

건우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십이비선의 유산 중에 검선의 유산은 이제 마지막 단계의 성장만 남았다.

그 3단계 성장만 끝내면 완성된 모습이 되는 것이다.

이전엔 건우가 화신기가 되지 못해서 2단계 성장에서 멈췄었다.

화신기 이전에는 3단계 성장에 대한 내용을 읽어 내기도 어려웠고, 내용을 알아도 그것을 실현할 수 없는 것이 많았다.

같은 재료라도 영체기 수사가 재련을 하거나 혹은 추출, 합성, 변화를 시키는 것과 화신기 수사가 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3단계 성장에 쓰는 재료는 바로 그 화신기 수사의 손길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영체기 때엔 3단계 성장은 꿈도 꾸지 못했던 것이다.

당연히 화신기가 된 후, 건우의 최우선 과제는 검선의 유산을 성장시키는 것이었지만 그게 마음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었다.

과거 십이비선의 유산을 성장시키기 위한 재료들 때문에 다도해역이 떠들썩했던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지금도 만은사(萬隱絲)의 거래 목록을 보면 유산을 성장시키는데 꼭 필요한 재료들은 다른 재료에 비해서 두세 배 이상 비싸고, 영석이 있어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사도천을 장악하면서 일반적인 재료들이나 그 재료를 만들 기본 자원은 빠르게 수급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나서지 않으면 구하기 어려울 것 같은 재료들도 분명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 그런데 혈원에게 맡긴 일은 괜찮을까요?

루야가 물었다.

“만은사(萬隱絲)를 통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이니까 어쩔 수 없지. 그리고 혈원은 대리인 역할 정도는 충분히 할 능력이 있다.”

- 하지만 십이비선의 유산을 성장시킬 재료를 구하면 반드시 건우 님을 찾으려는 이들이 생길 텐데요?

“이제 그걸 겁낼 때는 지났지. 그런 놈들이 혹시 있다고 해도 두려울 일은 없다.”

- 하긴 그렇겠네요. 하지만 같은 십이비선의 유산이나 그에 준하는 법보를 지닌 이들이라면 건우 님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겠지. 더구나 내가 가진 검선의 유산은 고작 2단계 성장을 했을 뿐이다. 3단계 성장을 한 다른 유산들에 비하면 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겠지.”

- 그러니까요.

“하지만 그런 경우라도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싸워 이기지는 못해도 몸을 피하는 정도야 얼마든 가능하니까.”

- 하지만 화신기들이 작정하면 이곳 아공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지금까지는 괜찮았지만······.

“언젠가는 아공간도 안전하지 못한 곳이 될 수도 있겠지. 지금도 누군가 내 의념에 직접 간섭한다면 아공간이 영향을 받게 될 테고.”

- 그래도 건우 님의 의념에 직접 타격을 줄 능력자는 이제 거의 없을 거 같긴 하네요.

건우는 걱정을 했지만 루야는 오히려 안심하는 기색이었다.

그만큼 건우의 의념이 지닌 힘을 믿는다는 뜻이었다.

다른 것을 몰라도 아공간과 합쳐진 건우의 의념, 그 의식의 힘은 동급 수사들 중에서는 견줄 자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의념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정, 내가 밀린다 싶으면 루야 네가 좀 도와주면 되는 거지. 밖에선 몰라도 아공간 안에서는 나와 같은 간섭력을 지닐 수 있잖아. 너.”

- 물론 위험하면 이 루야도 나설 거예요. 하지만 그 이전에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좋죠. 게다가 저는 아직 영체기라고요.

“쯧, 이럴 때에 수미세계와 의식 연결이 되면 좋으련만.”

건우는 루야의 말을 들으며 혀를 찼다.

- 그러게요. 왜 갑자기 의식 연결이 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딱 화신기가 된 후부터 연결 자체가 안 되고 있는 거잖아요.

원래는 이쪽 현실의 건우가 경지를 올리면 곧바로 수미세계의 반영세계로 들어가서 수미세계 건우의 경지를 끌어 올리고 그만큼의 아공간을 확장시켜왔다.

그런데 이번에 화신기가 된 후로는 아직까지 수미세계와의 의식 연결이 되지 않고 있었다.

처음에는 화신기 경지를 안정시키지 못한 탓이 아닐까 했는데, 이제 경지를 모두 안정시킨 상태인데도 의식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수미산겨자씨가 뿜어내는 영기가 영체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짙어졌고 거기에 이전과 달리 천지영기까지 포함이 되어 있어서 다행이긴 하지.”

- 그건 정말 이상해요. 지금 아공간의 기운은 바깥보다 훨씬 농도가 짙어요. 이러다가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차이가 커지고 있어요.

루야는 도리어 그런 변화를 걱정했다.

건우가 화신기에 이른 후로, 수미산겨자씨가 뿜어내는 기운의 질이 달라졌다.

그 때문에 건우의 아공간은 바깥세상에서 복지(福地)라 부르는 곳만큼 수련하기 좋은 곳이 되어가고 있었다.

“변화가 극적이긴 하지만 나쁠 것은 없잖아. 어쩌면 이 변화가 끝나지 않아서 수미세계와 연결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

- 그래도 아쉽잖아요. 연결만 되면 아공간 넓이도 배는 더 넓힐 수 있을 거고, 도둑질도 잘 할 수 있을 텐데요.

“야, 도둑질이라니!”

- 주인 있는 물건들을 가지고 나온 거라면서요? 그 가챤지 뽑긴지 하는 거요.

“마, 수사가 눈앞에 주인 없는 보물을 그냥 두고 보는 것이 도리어 이상한 것이지······.”

- 저는 주인 있는 물건이라고 했는데요? 그리고 건우 님도 분명히 그것들이 주인이 있는 것 같다고 하셨죠.

“수도계가 다 그런 거 아니겠냐? 내로남불!”

- 우와, 뻔뻔하기가.

건우는 어이없어 하는 루야를 가뿐하게 무시하고 수미산겨자씨 아래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지금 중요한 것은 검선의 유산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에 필요한 핵심 재료가 세 가지 있었다.

그 중에 하나는 성광철(星光鐵)로 별의 빛을 흡수한 쇠였다.

그것이 검의 몸(身)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심해대경한유(深海大鯨寒油)가 필요했다.

이것은 깊은 바다에 사는 영물 고래의 기름으로 검을 담금질하는데 꼭 필요한 재료였다.

마지막은 특이하게도 일정 이상의 목속성과 금속성 영기가 결합된 속성재료였다.

이것은 딱히 종류를 가리지는 않았지만 그 일정 이상이라는 기준이 거의 상급 영석에 준하는 것이라 쉽게 구하기 어려웠다.

일반적인 무속성의 상급 영석도 귀한데 속성을 지닌 상급 영석은 더 귀하다.

그런데 목속성과 금속성이 합쳐진 상태라는 조건까지 붙었다.

이러면 정말 어쩔 수 없이 그런 특성을 지닌 영물이나 요수, 마수 따위를 찾아서 그 내단을 취하는 것이 답일 수밖에 없다.

그도 아니면 직접 만드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것은 화신기라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건우는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그 세 가지 재료를 구할 방법을 고민했다.

“일단 만은사에서 성광철(星光鐵)과 심해대경한유(深海大鯨寒油)에 대한 정보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나?”

- 다른 경로로 그것들을 구하는 것은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정체를 숨기기엔 그나마 만은사가 유리하긴 하겠죠.

“아니, 그것들이 검선의 검을 성장시키는 재료란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십이비선의 유산을 성장시키는 재료가 모두 같을 수는 없지. 특히 3단계라면 유산마다 재료가 다를 수밖에 없을 거다.”

- 그럴까요?

“당연하지. 물론 기본 재료들은 겹칠 수 있지. 하지만 핵심 재료까지 겹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야. 만약 의심한다면 다른 재료들 때문이지 성광철이나 심해대경한유 때문은 아닐 거다.”

- 생각해보니 그럴 거 같기도 하네요.

“그러니 어쩌면 그것들을 구하는 것은 훨씬 부담이 적을 수도 있다.”

- 그럼 기본 재료들은 사도천의 수도문파를 통해서 거둬들이고 핵심 재료는 건우 님이 직접 나서시는 것이 낫지 않아요? 만은사에서 구하지 말고요.

“그렇게 하기엔 또 사도천의 네 문파 만으론 좀 부족하지.”

- 네, 생각해보니 그렇기도 하겠네요. 게다가 세 가지 핵심 재료 이외에도 귀한 재료들이 적지 않으니 만은사 경로를 막으면 그것도 답답하겠네요. 뭐 어차피 건우 님이 알아서 하시겠죠. 난 몰라요. 머리 아파요.

“그래도 네 도움이 많이 필요해.”

건우가 은근히 루야를 추켜세웠다.

- 쳇, 그래봐야 기본 재료들 1차 합성하는 일 뿐인 거잖아요.

“하하. 그 도움이 얼마나 큰데?”

- 그냥 잡부 취급이죠 뭐.

“그럼 너도 부지런히 수련을 해서 화신기가 되던가. 그럼 혈원이나 용랑을 불러서 네 일을 대신 시키지.”

- 됐어요. 저는 밖으로 나갈 수가 없으니 안에서 그런 일이라도 해야죠. 그리고 아직은 재미있어요. 당분간은 질리지도 않을 거 같고요.

루야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배시시 웃었다.

사실 루야가 수사의 격을 갖게 되면서 아공간에서 건우와 비슷한 수준의 장악력을 가지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건우의 허락이 있으면 아공간을 루야의 의념공간으로 쓸 수 있다는 소리다.

물론 아직 영체기라 범위의 제약은 있었다.

하지만 일반 영체기 수사들 보다는 넓은 공간을 장악할 수 있었고, 그 안에서 연단이나 재련을 어렵지 않게 해 냈다.

게다가 루야는 정보집합체라는 특성을 가져서 그런지 아무리 복잡한 것이라도 실수하지 않고 진행하는 능력이 있었다.

묘하게도 수도계의 연단, 재련, 합성, 제작 따위는 때때로 이해불가의 결과를 만들어 냈기에 루야도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성공 확률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루야는 건우가 해야 할 여러 밑작업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 저도 건우 님께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뻐요.

“으음. 어쩐지 어딘가 근질거리는 느낌인데?”

- 역시 이런 건 안 맞아요. 그죠?

“그렇지. 식구끼리 이러는 거 아니지?”

- 맞아요. 그냥 하던 대로 하죠. 저는 가서 일이나 할래요. 필요한 거 있으면 부르세요.

“그래라.”

건우는 루야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라패갑방패 안에 들어 있는 검선의 검에 의념을 집중하고 그것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뭔가 분명히 비밀이 있다. 단순히 성능 좋은 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야. 그리고 영계 비승의 진법을 만드는 축의 역할만 있는 것도 아니야.’

건우는 화신기가 된 후로 2단계에 머물고 있는 검선의 검을 살필 때마다 애가 탔다.

분명히 3단계가 되면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십이비선의 유산들도 검선의 검처럼 뭔가를 품고 있을 것이다.

‘십이비선의 유산을 얻은 이들 중에 화신기가 아닌 이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대부분 유산을 완성했을 것이고, 그 안에 숨겨진 것도 수습을 했겠지. 내가 제일 늦은 거다.’

건우는 그런 생각을 하면 자연스럽게 애가 닳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입가에 고소한 미소가 달렸다.

‘급한 것은 내가 아니지. 어차피 나는 첫 천겁까지도 1만 년 이상이 남았어. 그 시간이면 지금 십이비선의 유산을 얻은 이들 대부분은 대천겁을 겪어야 할 걸?’

그걸 생각하면 건우가 급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건우는 혜선(慧仙)의 유산을 수습한 수사가 각 유산을 통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짐작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자(子)라고 하는 수사가 결국 자신에게 연락을 해 올 것이란 사실도.

‘그나저나 혈원 이 녀석은 언제 오는 거야? 만은사에 보낸 지가 언젠데?’

지부 내에서만 거래를 하는 만은사의 규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혈원을 대리인으로 보내 놓은 건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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