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134화 (134/499)

134. 사도천(死渡川)의 삼목족 강도들, 너희가 걸린 거야

“음? 이건?”

사도천(死渡川)을 넷으로 나누어 지배하는 수도 문파 중에 하나인 굴형문(窟刑門)의 심처.

장년의 수사가 수련 삼매경에서 깨어나며 이마에 나란히 있는 세 개의 눈을 한꺼번에 떴다.

그는 흔하지 않은 종족인 삼목족의 수사였다.

그가 수련 삼매경에서 깨어난 것은 강대한 힘이 굴형문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대체 누가?”

잠시 의념을 집중해서 다가오는 힘을 분석해 보았지만 안면이 있는 이의 것은 아니었다.

한 마디로 낯선 수사가 굴형문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것도 힘을 감추거나 하는 배려도 없었다.

지금 굴형문에 속한 성단기급 이하의 수사들은 하나같이 강대한 의식에 짓눌려 제대로 운신도 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과하군. 어찌 이리 무례할 수가 있는가.”

굴형문의 개파 조사인 그는 인상을 찌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소매를 털었다.

화신기에 오른 후로는 문주의 자리를 제자에게 넘기고 수련에만 열중했던 그였다.

물론 그 수련의 뒷바라지는 굴형문의 제자들이 맡았지만 그야 그러자고 만든 문파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지금 그 굴형문이 자칫하면 멸문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다가오는 이는 분명히 화신기 경지의 수사.

그런 수사가 굴형문에 대한 적대감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으니 그로선 선택을 해야 했다.

그가 나서지 않으면 멸문은 의심할 것 없이 분명한 일이다.

버릴 것이냐 지킬 것이냐.

“쯧, 감히!”

물론 선택이야 이미 정해진 것이었다.

그는 혀를 차며 발을 굴러 몸을 날렸다.

그의 몸은 순식간에 수 천 장(丈)의 깊은 지하에서 굴형문의 하늘 위로 치솟았다.

그와 동시에 그의 눈에 7층 건물이 있는 커다란 비행 법보가 들어왔다.

그 비행 법보는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오더니 굴형문의 정문 위에서 멈추었다.

“누가 이리도 무례하게 방문을 하는가? 방문 전에 예를 차려 통보를 함이 마땅하지 않은가?”

굴형문의 개파 조사 굴형이 비행 법보를 노려보며 말했다.

굴형의 음성이 퍼져 나가며 굴형문을 억누르고 있던 의념이 파스스 깨져 나갔다.

그 덕분에 굴형문의 제자들이 억눌려 있던 기운에서 벗어나며 그들의 개파 조사가 현신한 것을 알아차렸다.

“조사님!”

“조사님께서 나오셨다.”

“오오오, 굴형 사조께 인사드립니다.”

“인사드립니다.”

굴형문의 제자들이 너나없이 땅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피가 터지도록 바닥에 찍었다.

“되었다! 너희는 조용히 하여라.”

굴형이 소매를 털어 제자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그에 맞춰서 비행법보의 7층 건물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당신이 이곳의 주인인가?”

모습을 드러낸 건우가 굴형을 보며 물었다.

건우는 길우몽의 모습이 아니라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 상태였다.

“그러는 당신은 누군가? 누구기에 이리 무례하지?”

“무례라?”

건우가 굴형의 말에 눈을 찌푸렸다.

“세상에 이유 없이 벌어지는 일은 많지 않소. 그렇지 않소?”

건우는 살짝 한숨을 쉬고는 굴형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 말은 내 제자들이 당신이 이런 행동을 하도록 만들었다는 소리요?”

굴형이 건우를 보며 물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 체면에 여기까지 이리 왕림할 이유가 있었겠소?”

“크음. 듣고 보니 무슨 사연이 있는 듯 한데, 일단 이야기나 들어 보십시다.”

“일단 들어 보겠다니 나도 이유는 알려주겠소. 일을 행하는 것이야 그 다음에 해도 될 문제니까.”

건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손바닥을 뒤집었다.

그러자 굴형문 한쪽의 전각이 우르릉 울리며 무너지고, 그 안에서 뭔가가 치솟아 건우의 부양도를 향해 날아갔다.

굴형은 감히 자신의 문파 건물을 파괴하는 건우의 행사에 발끈하며 힘을 썼지만 전각이 무너지고 물건이 건우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굴형은 이를 갈며 건우의 손에 들어간 물건을 바라봤다.

그것은 검은 색의 뼈였다.

“이게 뭔지 아시오?”

건우가 굴형에게 물었다.

“그것은?”

굴형은 세 개의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건우의 손에 들린 검은 뼈를 노려봤다.

그리고 조금씩 굴형의 얼굴 표정에 놀라움이 깃들기 시작했다.

“엄청난 마기가 축적되어 있군. 원래 무엇의 뼈인지는 모르지만 지금 축적된 마기만으로도 굉장한 보물이 되겠어.”

굴형은 그렇게 말을 하며 건우를 노려봤다.

“지금 감히 내 문파의 재물을 탐내어 그것을 훔쳐가겠다는 것이냐?”

그리고 건우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저 뼈는 분명히 굴형문의 전각에서 나온 것.

그러니 저것은 굴형문의 것이고, 당연히 자신의 것이어야 했다.

그것이 굴형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굴형문의 것이라? 진정 그리 생각하시오? 내가 이것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면, 그 이유도 짐작을 할 텐데?”

건우가 굴형을 노려보며 물었다.

굴형도 건우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짐작했다.

분명히 제자들이 저 화신기 수사의 보물을 어떻게든 훔쳐내어 가지고 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저 화신기 수사가 알아차리고 부랴부랴 여기까지 쫓아온 것일 테고.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것인가.

자신이 본 것은 자신의 문파에서 저 화신기 수사가 저것을 가지고 갔다는 사실 뿐이다.

“지금 그것의 원 주인이 당신이라고 말하는 것이오?”

굴형이 건우를 보며 물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여기까지 올 이유가 없다하지 않았소?”

“그렇단 말이지?”

굴형은 건우의 말에 그렇게 대꾸를 하고는 지상의 굴형문을 향해 말했다.

“저 뼈를 가지고 온 제자가 누구더냐! 당장 나와서 저것의 출처를 말하거라!”

굴형의 외침에 무너진 전각 가까운 곳에 엎어져 있던 제자가 머리를 들었다.

“제자가 저것을 가지고 왔습니다.”

굴형이 그를 보았다.

굴형도 아는 얼굴로 굴형문의 영체기 제자 중에 하나였다.

“너는 저것을 어디서 가지고 왔느냐?”

“제자는 멀리 마혈곡에서 저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저것만 있었더냐?”

“괴뢰 서넛이 지키고 있었을 뿐, 다른 것은 없었습니다.”

“그 괴뢰는 어찌했느냐?”

“성단기 수준에 불과하여 치워버렸습니다.”

“그리고 저 뼈를 가지고 왔다고?”

“그렇습니다. 마침 마기를 축적하기 위한 진법의 효과도 거의 다하던 참이라······.”

“그렇구나. 알았다!”

굴형은 거기까지 듣고는 다시 건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수사가 진법을 설치하여 그 뼈에 마기를 모았소?”

“그럼 내가 아니면 누구겠소?”

“그걸 어찌 증명하려오?”

“내가 그것을 증명해야 하오?”

“아니면 그 뼈의 주인임을 내가 어찌 믿는단 말이오?”

“어째 시비를 거는 거 같소만?”

“시비랄 수는 없지. 무례히 내 문파를 찾아와서 내 보물을 그리 훔쳐간 것이 그대인데.”

“내가 수사의 보물을 훔쳤다? 설마 그 보물이 이것이오?”

건우가 손에 들린 검은 뼈를 내밀며 말했다.

“그것만이 아니지. 네 놈이 밟고 서 있는 그 비행 법보는 물론이고 내 놈의 품에 들어 있는 모든 것이 내 것인데.”

“뭐라?”

건우는 굴형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대 놓고 도둑질을 하려고 해?

“또 그 뼈가 원래 네 것이라 하더라도 제 것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잃었으면 그 역시 네 놈의 잘못인 것이지, 그것을 어찌 여기까지 와서 따진단 말이냐?”

“잠시 주인이 자리를 비운 틈에 들어와 물건을 훔친 것이 잘못이 아니라 그것을 관리하지 못한 내가 잘못이다?”

“당연한 말이 아니더냐!”

“하하하하. 그렇구나. 재미있다. 재미있어. 너의 그 사고방식은 참으로 재미가 있구나. 그런데 그런 개소리의 근거가 지금 나를 조용히 포위하고 있는 세 명의 떨거지들을 믿는 것이냐?”

건우가 크게 웃으며 몸을 한 바퀴 돌렸다.

그러자 허공에서 세 명의 수사들이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마에 세 개의 눈이 달려 있는 삼목족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들이 건우가 상대하던 수사의 동료임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굴형, 정말 오랜만에 손님이 오셨습니다 그려.”

“그러게 말입니다. 이게 얼마만입니까? 5백 년은 된 듯 합니다.”

“우리 사도천에 대해서 은밀히 소문이 퍼져서 더는 어리석은 놈이 없을 줄 알았는데 저런 놈이 또 걸려들었습니다 그려.”

“하하하. 운이 좋았지요. 저 놈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을 겁니다.”

새로 나타난 세 수사가 건우를 운 좋게 덫에 걸린 짐승 취급을 하자, 굴형도 기분 좋은 얼굴로 웃으며 그들과 어울렸다.

건우는 네 방위에서 그를 포위하고 있는 수사들을 천천히 살피고 있었다.

하나같이 눈 세 개가 달린 삼목족으로 화신기의 경지에 있는 이들이었다.

건우는 그들이 이곳 사도천을 지배하는 네 개의 수도 문파와 관계된 이들임을 복장을 통해서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말만 들어도 그들이 이런 식으로 화신기 수사를 협공해서 처리한 경험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지금도 당장 네 명의 화신기 수사에게 포위된 상황이 아닌가.

“역시나 그랬군. 진정으로 너희가 공모해서 사도천에 방문한 화신기 수사에게 해를 가했어.”

건우는 이미 그런 정황을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이 말했다.

“알고 있었다고? 우리가 그것들을 잡아먹었다는 것을?”

“아무렴 어때? 어서 처리하자고. 영체기 놈들이야 얼마를 잡아먹어도 별 도움이 안 되지만 저런 화신기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아무렴. 영체의 크기부터가 다르니까. 그것뿐인가? 영체기가 지니고 있는 보물과 화신기가 가진 것은 비교가 되지 않지.”

“크하하하. 나는 무엇보다 저 비행법보가 마음에 들어. 저 정도면 최상급 비행 법보라고.”

건우가 그들에 대해서 짐작을 하고 있었건 말았건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이 떠드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면 그에 대한 대비도 있을 거란 사실을 잠시 고려하지 않은 대가는 컸다.

“일단 저 놈을 처리하고 분배는 이후에······. 커억!”

꽈릉!

번개가 치는 소리는 비명소리보다 늦게 울린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비명이나 번개 소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소리보다 빠르게 수사 하나의 가슴에 구멍을 뚫어 놓은 빛이 있었다.

콰릉! 콰릉! 콰릉!

그리고 연이어 번개 소리가 굴형문의 상공에 울려 퍼졌고, 그 때마다 네 화신기 수사들은 한 번씩 공격을 받았다.

“죽일 놈! 감히!”

“크으윽!”

쩌저저정! 쩌저정!

번개 소리는 건우와 네 명의 삼목족 수사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는데 그것은 건우가 네 삼목족 수사들을 공격할 때마다 한 번씩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번개 소리가 울릴 때마다 건우의 몸에는 황금빛의 반투명한 삿갓 방패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콰지지지직! 푸욱!

“커어억! 어, 어찌!”

급하게 정면을 검은 뼈와 응집된 망혼의 힘으로 막은 굴형은 그것을 거침없이 뚫고 들어와 가슴을 찌른 검을 내려 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푸욱! 휘릭!

굴형의 가슴을 찔렀던 검은 곧바로 다시 번뜩이며 건우의 몸에 나타난 황금삿갓 방패로 사라졌다.

그나마 방어 덕분에 가슴이 관통되는 것을 피한 것이 다행이었다.

“주, 죽여!”

“크으윽!”

삼목족 수사들이 당황하며 고함과 신음을 흘렸다.

기습도 기습이지만 그보다 심각한 위협은 번쩍이는 검이었다.

손잡이도 없이 날만 있는 검은 한 번 번쩍일 때마다 네 삼목족 화신기 수사들의 몸에 구멍을 뚫었다.

그 중에 첫 공격으로 제일 큰 피해를 입은 삼목족은 여전히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있을 정도였다.

다른 세 명의 수사가 없었다면 이미 목이 달아나고 영체까지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삼목족 수사의 운이 언제까지나 이어질 수는 없었다.

“제법이다. 내 공격에도 단번에 죽지 않다니. 하지만 그래봐야 고통만 길어질 뿐. 그냥 편히 죽는 것이 좋을 터!”

건우는 급하게 방어 술법을 펼치고, 법보들을 전개하는 삼목족 수사들 보며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다시 의념을 집중하여 천라패갑 방패 안에 있는 검선의 검에 명령을 내렸다.

꽈르릉!

“카악!”

그리고 다음 순간 결국 제일 먼저 공격을 당해 기식이 엄엄하던 삼목족 수사가 그 영체와 함께 반토막이 났다.

영체라도 빠져 나갔다면 후일을 도모해 볼 수 있었겠지만 검선의 검은 정확하게 그 수사의 영체까지 세로로 갈라 버렸다.

“이, 이런. 작형!”

“자, 작형이 죽다니!”

“저, 저 놈이 감히!”

건우가 처음 기습으로 작형을 공격하고 연이어 다른 수사들까지 한 번씩 검선의 검을 먹인 것은 극히 짧은 시간이었다.

그 후, 다시 작형을 공격해서 영체까지 세로로 갈라 버린 것도 두 호흡이 지나기 전에 벌어진 일.

굴형과 남은 두 삼목족 수사들은 분노하면서도 겁에 질린 얼굴로 건우를 쳐다보았다.

화신기 수사 넷이 고작 하나를 상대로 형편없이 밀렸다.

게다가 그 중에 하나는 영체까지 소멸해버린 상황!

“도, 도망······.”

“빌어먹을!”

굴형을 제외한 두 삼목족 수사가 몸을 피할 생각으로 세 개의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하지만 그 순간 그들을 억누르는 의식의 힘이 있었다.

강대한 의식의 힘을 느낀 그들은 일이 크게 잘못된 것을 알아차렸다.

“도망이라? 가능성은 낮지만 잘 하면 하나는 빠져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 어디 해 보거라!”

건우가 의념으로 세 화신기 수사를 억누르며 비웃듯이 말했다.

건우의 말에 남은 세 삼목족이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크아아악!”

꽈릉!

그리고 그 순간 다시 한 번 비명과 번개 소리가 울렸다.

“이제, 둘 남았구나. 이러면 너희가 도망에 성공할 가능성은 아주 없다고 봐야겠지.”

“이, 이놈!”

“우, 우릴 속였구나.”

굴형과 남은 삼목족 수사는 건우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잠깐 말을 걸어 여유를 얻은 후에 또 다시 기습을 가했다.

그 짧은 시간에 몸을 피했다면 어떻게든 수가 났을 수도 있었을 것을.

“속은 놈이 병신이란 소리가 있지. 크크큿.”

건우가 그런 둘을 보며 웃었다.

그리고 손을 저어 자신이 죽인 삼목족 둘의 공간낭과 법보를 끌어 당겼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