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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통수 선협전-132화 (132/499)

132. 용의 영체는 화신기급? 어이구 줍줍!!

태솔진이 진법을 발동시키고 그 중앙에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그리고 팔을 뻗어 두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고 눈을 감았다.

그 후, 태솔진의 입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괴상한 진언이 흘러 나왔다.

그 소리는 아주 작게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서 어느 순간 여의주 공간 전체를 가득 채웠다.

웅웅거리는 진언의 소리가 커질수록 하늘과 땅에 마주한 붉은 진법이 서로에게 붉은 번개를 내뻗었다.

콰르르르르릉! 번쩍! 번쩍!

꽈릉! 꽈릉!

붉은 번개는 하늘과 땅에서 서로를 향해 내달렸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와 땅에서 치솟는 번개가 허공에서 만나 폭발을 일으키기도 했다.

태솔진은 눈을 감은 상태로 쉬지 않고 진언을 외웠다.

그렇게 여의주 공간 안쪽은 점차 많은 붉은 선들이 만들어졌다.

한 번 연결되면 끊어지지도 않는 붉은 번개의 선들.

그것이 종래에는 스스로 가지를 치고 옆으로 밑으로 위로 연결이 되기 시작했다.

다만 태솔진이 있는 진의 중앙부분만 그 붉은 번개가 내리지 않아서 원형의 공간이 비어 있었다.

마치 붉은 선들이 그 공간을 둘러싼 모습.

“아아, 저거!”

건우는 아공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무언가를 깨달았다.

- 왜요? 뭔데요?

함께 지켜보던 루야가 물었다.

“붉은 번개들을 핏줄로 보면, 저 중앙의 빈자리는 알(卵)의 노른자에 해당한다.”

- 네?

“이 여의주 공간이 사실은 일종의 알이란 소리지. 지금 태솔진은 그 알에서 용의 영체를 만들어 내고 있는 중이다.”

- 용의 영체가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말이에요?

“지금 보니 그런 모양이다. 여의주 공간은 그저 용의 기운을 품고 있었을 뿐이다. 그것을 태솔진이 진법을 이용해서 활성화 시켰지. 그리고 그 기운을 이용해서 용의 영체를 만들어 내려는 것이다.”

- 그런 건가요?

“봐라! 드디어 기운들이 중앙으로 몰려들고 있다.”

- 어? 정말이네요?

건우의 말처럼 이제는 여의주 공간을 거의 채우다시피 한 붉은 번개의 선들이 꿈틀거리며 붉은 기운을 태솔진의 머리 위로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운이 태솔진의 머리 위에서 뭉치며 조금씩 형체를 만들었다.

“용! 용이군.”

건우가 그 형체를 보고 탄성을 질렀다.

그것은 투명한 붉은 용이었다.

그 용을 만들고 있는 투명한 기운은 여의주 공간을 채우고 있는 붉은 번개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순함을 지니고 있었다.

찌꺼기를 붉은 선들이 걸러내고 걸러낸 후, 가장 깨끗한 기운만 안으로 보내서 용의 모습을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 저기 보세요. 탑탑과 위위가 이상해요.

그 때, 루야가 붉은 번개에 의해서 박제되어 있던 탑탑과 위위를 가리켰다.

그들은 마치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이 쪼그라드는 중이었다.

“저들의 기운을 용의 부활에 제물로 쓰는 거군.”

그 정도는 어렵지 않게 짐작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 그냥 두고 보실 건가요? 용의 영체가 다 만들어 질 때까지요?

루야는 건우가 나서서 이 용의 부활을 막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럴 수는 없지. 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있어.”

건우가 태솔진을 노려보며 말앴다.

- 시간이 있다고요?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용의 영체에는 영혼이 없다.”

건우가 루야의 질문에 그렇게 대답했다.

- 영혼이 없다고요? 정말요?

“적어도 지금 상태는 그렇지. 하지만 저기 태솔진이 있으니 곧 영혼이 만들어지긴 하겠지.”

- 네? 어떻게요?

“태솔진이 용의 영혼을 나눈 분혼이라 했으니 그 영혼의 조각을 본체에 넣어서 영혼을 깨우는 방식이겠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방식일 거다.”

- 그럼?

“그 직전, 영혼을 만들기 직전에 태솔진을 쳐서 대법을 방해해야지. 그리고 용의 영체를 내가 취하는 거다.”

- 역시, 그러실 줄 알았어요.

루야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건우는 자신이 추측한 대로 일이 진행되는지 바짝 긴장하며 밖의 상황에 집중했다.

쿠구구구국 쿠구구구국!

그 때, 여의주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던 붉은 선들이 저 멀리서부터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했다.

용의 영체를 만드느라 붉은 선들이 품고 있던 기운이 고갈된 탓이었다.

그렇게 밖에서부터 마르기 시작한 붉은 번개들은 안쪽으로 오면서 탑탑과 위위에 이르러서 한동안 버텼다.

하지만 탑탑과 위위의 몸이 푸석하게 생기를 잃고 결국 재가 되어 흩어지자 다시 급속히 진의 중심으로 다가오며 말라붙었다.

태솔진도 몸이 떨리며 생기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여의주 공간도 곧 무너지겠군. 모든 기운이 저 용에게 응결되었어.”

건우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여의주 공간을 내다보며 말했다.

붉은 용은 더욱 몸이 짙고 선명하게 변하고 있었다.

이제는 비늘 하나하나가 선명하고 발톱에도 날카로운 기운이 맺히고 있었다.

크기도 점점 커져서 아래쪽에 앉아 있는 태솔진만큼 컸다.

- 아직 때가 안 된 건가요?

그 때, 루야가 조바심을 내며 건우에게 물었다.

“이제 준비를 해야지.”

건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천라패갑방패를 몸에 둘렀다.

삿갓 모양의 천라패갑방패는 길우몽의 몸에 녹아들어 피부색에 황금빛을 더했다.

원해 검은황금빛이었던 길우몽의 피부가 이제는 황금빛이 더욱 짙은 모습이 되었다.

“다녀오마!”

건우는 루야에게 짧게 인사를 하고는 훌쩍 아공간 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건우가 아공간 밖으로 나서는 순간 태솔진이 번쩍 눈을 떴다.

건우의 등장을 알아차린 것이다.

“길 수사!”

“미안하오!”

태솔진이 건우를 불렀지만 건우는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 없었다.

대화를 해 봐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

번쩍!

푸욱!

“커어억! 이, 이건?”

“그만 죽으시오.”

길우몸의 모습을 한 건우가 건조한 음성으로 태솔진에게 죽음을 선고했다.

태솔진은 순식간에 자신의 가슴에 구멍을 내고 사라진 것이 손잡이 없는 검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그것도 그 검이 다시 길우몽의 몸으로 되돌아갈 때에야 흐릿하게 확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태솔진은 그것이 뭔지 의문조차 제대로 떠올리지 못하고 몸이 파괴되는 것을 느꼈다.

“아, 안 돼······.”

푸스스슥!

태솔진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머리 위에 떠 있는 용의 영체를 향해 손을 뻗다가 그 손까지 가루가 되어 풀썩 바닥에 내려앉았다.

“차아앗! 나타나라!”

그 순간 건우가 손에 검은 법부를 꺼내 들고 진언을 외쳤다.

그러자 법부에서 검은 소용돌이가 작게 생겨났다.

그리고 그 소용돌이가 태솔진이 죽으며 남긴 가루들을 빨아들였다.

“용의 분혼은 죽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지. 내가 그걸 모를까보냐?”

물론 태솔진이 죽은 이상 그 분혼은 아무 힘도 없을 것이다.

오랜 세월 세상을 떠돌다가 적합한 생명을 만나면 거기에 안착해서 살다가 일정 경지가 되어야 용의 분혼인 자신을 자각하게 된다.

그것이 실편몽이었다.

그런데 건우가 굳이 그냥 둬도 될 태솔진의 분혼을 법부에 가둔 것은 가까운 곳에 용의 영체가 있기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태솔진의 분혼이 용의 영체에 끼어들어 변수를 만들 수도 있었다.

그것을 막자는 생각인 것이다.

“역시 검선의 유산은 굉장해. 두 번의 성장을 거쳤을 뿐인데, 흑마원과 태솔진이 모두 제대로 반응도 못하고 죽어 버렸군.”

건우는 천라패갑방패 안에 들어 있는 검선의 유산을 떠올리며 살짝 어깨를 떨었다.

원래는 손가락 하나 길이도 되지 않던 유산이 두 번의 성장을 거쳐서 검 날로 완성되었다.

손잡이는 없지만 검의 날 만큼은 완전한 모습이 된 상태였다.

건우는 그것을 천라패갑방패에 숨겼다가 기습적인 용도로 써 먹은 것이다.

하지만 검선의 유산은 아직까지 건우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상태로도 이미 최상급 법보를 능가하는 위력을 지닌 검선의 유산은 건우가 완전히 연화시키는 것이 불가능했다.

검선의 유산은 아직도 검선의 의념이 강하게 깃들어 있었다.

건우는 그것이 어쩌면 검선의 본명법기의 일부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아무리 강력한 의념으로 연화를 하려해도 검선과의 연계가 끊어지지 않는 것이리라.

다만 검선이 인계에 없으니 건우도 어느 정도는 유산을 제어할 수가 있어서 비장의 한 수로 써 먹을 수 있었다.

그것으로 흑마원과 태솔진을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었던 것이고.

“어쩌면 아공간에서 검선의 유산을 꺼낸 순간 그것을 알아차린 수사들이 있겠지. 십이비선의 유산을 찾기 위한 술법들이 나날이 정교해지고 강력해진다 했으니.”

건우는 살짝 그런 걱정을 하다가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각오하고 사용한 것이었다.

그로 인해 발생할 문제는 나중에 생각해도 될 일이었다.

지금은 눈앞에 있는 용의 영체에 집중을 할 때였다.

파지지지직! 파직!

“으음.”

건우가 용의 영체를 바라보자, 용의 영체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그 모습에 건우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런,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었어. 아니, 어차피 영혼이 없으면 완성 될 수 없는 것인가? 그럼 이걸 어떻게 하지?”

생각같아선 당장이라도 용의 영체를 흡수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용의 영체는 그 크기가 건우의 몸만큼 컸다.

고작 팔뚝 크기도 되지 않는 건우의 영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인 것이다.

“저 영체를 그대로 흡수할 수만 있다면 육신을 완전히 영체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곧 화신기! 하지만 당장 저 영체를 흡수할 방법이 없구나.”

건우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태솔진이 만들었던 진법은 그 힘을 잃었고, 붉은 용의 영체는 모았던 기운이 조금씩 흘러 나오는 중이었다.

용의 영체에서 튀는 뇌전들, 그 작은 스파크들이 실제론 기운이 빠져 흩어지는 모습인 것이다.

“이대로 두면 기운이 계속 빠져 나갈 것이다. 일단 그것부터 막아봐야 하는데?”

건우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빨리 방법을 찾지 못하면 영체의 붕괴가 가속화 될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일단 가지고 들어가서 해결해야지.”

건우는 결국 용의 영체를 아공간으로 들이기로 했다.

몇 번을 살펴도 용의 영체에는 영혼이 없었다.

그 말은 영체는 그저 단순한 기운의 집합일 뿐이란 소리다.

그러니 아공간에 들인다 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을 터였다.

* * *

“용랑! 혈원!”

건우는 용의 영체를 가지고 아공간에 들어가자마자 며칠 동안 진법을 설치하고 용랑과 혈원을 불러냈다.

용랑과 혈원은 건우가 밖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지금껏 수련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건우의 호출을 받아 수련이 끊긴 상태로 끌려 나왔다.

하지만 모든 것의 최우선 순위에 있는 주인의 부름에 불만을 가질 수는 없었다.

“수련이 지지부진 하니 좀 쉬는 것도 좋다. 그러니 너희는 당분간 이것을 관리해라.”

건우가 용의 영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요, 용입니까?”

진법 위에 떠 있는 용의 영체를 보고 용랑이 깜짝 놀라며 건우에게 물었다.

“왜? 관심이 있느냐?”

용랑의 피에 용의 피가 흐르고 있으니 용의 영체가 용랑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물어보는 건우였다.

“아닙니다. 딱 봐도 기운이 정순한 것이 신룡(神龍) 쪽이 분명합니다. 제 조상인 독룡과는 거리가 멀어서 제게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기운이 섞이면 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냐?”

“하지만 용의 영체라니 그것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겠지. 그러니 너와 혈원은 이것을 지켜라. 보면 알겠지만 간혹 기운이 흩어지려 할 때가 있다.”

건우의 말에 용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겨우 성단기 완경에 불과한 용랑이 영체의 상태를 파악할 수 없어야 정상이지만 건우가 설치한 진법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혈원도 곁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이것들을 나눠주마.”

건우가 둘에게 다시 작은 옥간을 하나씩 날려 보냈다.

“이것은?”

끼끼끼끽?

용랑과 혈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면 알겠지만 그 안에 영체가 하나씩 들어 있다. 원래 조모명과 경려주였던 영체들이지. 하지만 지금은 백치가 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것을 어찌 저희에게 주십니까?”

용랑이 옥간을 확인하며 건우에게 물었다.

“거기에 들어 있는 두 영체를 이용해서 이 용의 영체를 진정시키라는 것이다. 용의 영체에 문제가 생기면 그 옥간의 영체를 일종의 접합제로 쓰는 것이다.”

“그러니까 용의 영체에 균열이 생기면 제게 주신 이 영체로 그 균열을 메우란 말씀이군요?”

“그래. 너와 혈원에게 관리를 맡긴다는 의미가 그것이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용랑은 용의 영체를 살피는 것만으로 경지 상승에 큰 도움이 될 것을 알았다.

주인이 그와 혈원에게 좋은 기회를 주는 것이다.

“나는 한동안 이것을 흡수할 방법을 찾을 것이니, 그 동안 너희는 한 시도 이 영체에서 눈을 떼서는 안 될 것이다.”

“네, 주인님. 맡겨 주십시오.”

끼이이익! 우끼끼끽!

건우의 말에 용랑과 혈원이 적극적인 모습으로 나서며 대답했다.

건우는 그들에게 진법과 영체 옥간의 사용법을 설명해 주고는 훌쩍 수미산겨자씨 밑으로 이동했다.

‘흑마원과 태솔진의 공간낭을 살피면 반드시 용의 영체를 흡수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 흑마원이 그런 것도 없이 이곳까지 오지는 않았을 터!’

건우는 서둘러 두 수사의 공간낭을 살피며 용의 영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다시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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