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130화 (130/499)

130. 고작 몇 놈의 수작질이 왜 이리 복잡한지

“오, 길 수사. 어서 탑탑을 처치하시구려. 서둘러 나를 꺼내 주시오.”

길우몽이 탑탑과 태솔진을 향해 다가가자 태솔진이 반색을 하며 길우몽을 반겼다.

그런데 그 모습에 길우몽이 주춤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태솔진과 탑탑을 번갈아 바라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뭔가 고민이 있는 표정이 얼굴에 역력하게 드러났다.

“무얼 하고 있는 것이오. 길 수사!”

태솔진이 그런 길우몽의 모습에 애가 닳은 듯이 다시 한 번 행동을 재촉했다.

그러자 길우몽이 태솔진을 바라보았다.

“태 수사, 내가 어째서 그대를 구해줘야 하오?”

길우몽이 물었다.

“무, 무슨 말씀이오 길 수사!”

태솔진이 깜짝 놀라 더듬거리며 물었다.

“그렇지 않소. 그대는 이 여의주 공간의 주인인 용의 의식이 만든 분혼인데, 그것을 숨기고 여기까지 오지 않았소.”

“길 수사, 그 무슨······.”

“흑마원과 행려, 그리고 여기 탑탑은 나를 죽이려 했으니 당연히 그 대가를 받아야 하오.”

“그러니 그 당연한 일을 하라는 것이 아닙니까.”

태솔진은 답답하다는 듯이 길우몽에게 말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대 태 수사 역시 나를 속이고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오? 그리 보면 향후 그대가 나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하겠소? 더구나 이곳이 용이 만든 여의주 공간인데.”

“아, 아니. 길 수사 어찌 그런 걱정을 하시오. 이 태 모가 분명히 맹세하거니와 절대 길 수사를 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오.”

“정말이오?”

“분명하오이다.”

“쯧, 그 말은 태 수사가 꾸미는 일이 있고, 그것이 성공하면 능히 나 하나 정도는 어떻게든 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생긴다는 뜻이구려?”

“네? 아니 그, 그 무슨?”

“아니란 말이오?”

“······.”

태솔진은 길우몽의 다그침에 아니란 말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말았다.

길우몽을 해치거나 말거나의 문제를 떠나서 자신의 계획이 성공하면 화신기 수준의 힘을 가진 본체가 깨어날 것이다.

태솔진은 그것을 바탕으로 길우몽을 해치지 않겠다느니 어쩌느니 떠들었다.

이미 그렇게 떠들어 놓은 상황에서 아니라고 하는 것은 도리어 의심만 키울 뿐이다.

“그러니 내가 어찌 태 수사를 거기에서 꺼내 줄 수 있겠소?”

“이보시오 길 수사. 내가 약속하지 않았소. 절대 그대를 해할 일이 없을 거라고. 도리어 도움을 준 것에 대한 은혜를 반드시 갚을 것이오. 믿어 주시오.”

“하하하. 믿어 달라는 말이 왜 이리도 가볍게 들리는지 모르겠소이다. 내 짧으나마 수도계를 살아온 날을 되돌아보면 그 믿음이란 것이 참으로 하찮았는데 말이오. 태 수사는 아니었소?”

“······.”

이번 역시 태솔진은 대답을 못했다.

그 때, 길우몽이 태솔진을 외면하고, 이리저리 눈치만 보고 있는 탑탑에게 고개를 돌렸다.

“탑탑 수사. 참으로 처지가 안쓰럽게 되었소이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어쩌다가 길 수사 같은 분이 이번 원정에 끼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어쩌시렵니까? 죽겠습니까? 죽여 드릴까요.”

길우몽이 탑탑에게 물었다.

그러자 탑탑이 길우몽을 똑 바로 쳐다봤다.

그리고 뭔가 계산을 마친 듯이 그에게 물었다.

“지금 내가 스스로 죽게 되면 저 태 수사가 풀려날 텐데, 그래도 되겠습니까?”

건우는 그 말을 듣고 빙그레 웃었다.

“실로 그렇습니다. 이 길 모도 그것 때문에 고민이 좀 있습니다. 지금 두 분을 함께 금제로 묶어 봉인을 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탑탑 수사에게 잠시 이 상황을 유지하도록 맡겨 두는 것이 좋을까 고민입니다.”

“그냥 제게 맡기시지요. 어떻게든 붙잡아 두겠습니다. 그 사이에 길 수사께서는 볼 일을 보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하하, 탑탑께서는 제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짐작이 가시는 모양입니다?”

“흑마원이 노렸던 용의 영체를 길 수사께서 찾으려 하지 않겠습니까. 그 동안 태 수사는 제가 잡아 두지요.”

“그러다가 상황이 나빠지면 태 수사와 협상을 해서 힘을 모아 저를 치시겠군요?”

길우몽은 탑탑의 생각이 훤히 보인다는 듯이 빙긋 웃으며 그렇게 물었다.

“저, 절대 아닙니다. 그저 길 수사께서 용의 영체를 챙겨 떠나시면서 이곳의 일은 잊어 주시면 됩니다. 바라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탑탑께서는 제가 용의 영체란 것을 취하면 저 태 수사가 약해질 것을 아시는 모양이지요?”

“그것까지 짐작을 하셨습니까? 바로 그렇습니다. 그러니 저에게 기회를 주시는 것이 어떠하십니까?”

건우는 슬쩍 태솔진의 표정을 살폈다.

태솔진은 그야말로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직도 태솔진의 이마에 붙은 부적은 강력한 영기를 뿜어내고 있는 중이었다.

흑마원이 죽었어도 그가 붙인 부적의 효과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음, 좋습니다. 사실 탑탑 수사가 중간에 마음을 바꿔서 태 수사와 협상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게 하고 싶으시면 하십시오. 내 감히 장담하건데 그랬다가는 탑탑 수사의 끝이 좋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입니다. 절대 딴 마음을 먹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길 수사, 약속합니다.”

건우의 말에 탑탑이 구명줄을 잡은 듯이 기쁜 표정으로 급하게 대답했다.

“이보시오 길 수사! 그러지 마시오. 길 수사는 절대 그것을 찾지 못하오. 그저 시간과 노력만 헛되이 버리게 될 뿐이오. 그러니 그냥 나를 풀어주고 보상을 받으시오. 본체가 깨어나면 정말 큰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오. 길 수사!”

당연히 꽁지에 불이 붙은 태솔진이 간절한 목소리로 건우를 설득하려 애썼다.

하지만 건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은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솔직히 내가 여기서 용의 영체란 것을 찾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찾아보다가 못 찾겠다 싶으면 그냥 이곳을 떠날 것입니다.”

“그럼 용의 기운을 포기한다는 겁니까?”

탑탑이 놀라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건우가 그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이 몸이 용의 영체를 찾지 못한 상태로 이곳 여의주 공간에 머물다가 혹여 용의 영체가 깨어나기라도 하면 어찌 되겠습니까?”

건우의 물음에 탑탑이 입을 다물었다.

대답할 것도 없는 문제였다.

만약 용의 영체가 깨어나면 이곳에 있는 모두가 위험한 상황이 될 것이다.

“그러니 찾아보다 안 되면 그냥 이곳을 벗어나 멀리 몸을 숨기는 것이 최선이 아니겠습니까? 그게 아니라면 태 수사를 죽이는 것도 방법이긴 하겠지만 그리 되면 탑탑 수사가 도리어 태수사와 손을 잡고 이 길 모를 노릴 수도 있겠지요.”

탑탑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길우몽이 태솔진을 죽인 후에는 자신도 가만히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일단 태솔진과 힘을 모아 길우몽을 먼저 처리하려 할 가능성도 있었다.

길우몽의 말이 영 헛소리는 아닌 셈이란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차라리 두 분을 이 상태로 두고 멀리 떠나 몸을 숨기는 것이 덜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제가 두 분의 상태를 유지하겠다 하는 것도 그게 제일 안전할 것 같기 때문이고 말입니다.”

건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시선을 돌려 멀리 쓰러져 있는 위위 선생을 바라봤다.

그리고 손을 휘저어 단검 하나를 불러내었다.

허공에 모습을 드러낸 단검은 그 즉시 쓰러져 있는 위위선생을 향해 벼락같이 날아갔다.

“어헛!”

그러자 위위선생이 헛바람 삼키는 소리를 내며 몸을 굴려 단검을 피해 냈다.

“그렇게 계속 수작을 부리시면 이 길 모가 위위선생을 믿을 수 없다 여기게 될 것입니다.”

“허헛, 길 수사. 이 몸이 내상이 심하여 그저 엎어져 요양을 좀 하고 있었을 뿐이오. 너무 노여워하지 마시오.”

“그런 헛소리도 닥치시지요. 위위란 곧 거짓으로 꾸민다는 이야기니, 그 이름이 수사에게 딱 어울리긴 합니다. 하지만 내 앞에서 다시 수작을 부린다면 반드시 위위선생을 먼저 처리하고 말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커어엄. 아, 알았네. 내 조심하지. 조심한다니까.”

위위선생은 길우몽의 거침없는 언행에 불쾌한 표정을 억지로 감추며 헛기침을 했다.

길우몽은 그런 위위선생을 보며 말했다.

“위위선생께서는 이곳에서 이 둘을 좀 지켜봐 주십시오. 둘이 혹여 다른 일을 꾸미지 않는지 살피시면 됩니다.”

“그럼 길 수사는 뭘 하려는가?”

“몰라 물으십니까?”

“그, 아, 아니네. 다녀오게. 내 이들을 잘 지키고 있지.”

“그럼 수고 좀 해 주십시오. 최대한 빠르게 다녀올 터이니.”

길우몽은 그렇게 위위선생에게 탑탑과 태솔진을 맡기고 허공으로 몸을 날려 사라졌다.

위위선생은 길우몽이 사라진 곳을 한참 노려보았다.

그러다가 그가 떠난 것을 확신하고는 거칠게 침을 뱉으며 투덜거렸다.

“카악! 빌어먹을 놈. 제가 조금 형세가 좋다고 이리 나를 박대하다니! 두고 보자.”

“그러다가 길 수사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탑탑이 위위의 경망스런 태도를 은근히 나무랐다.

“이미 멀리 갔습니다. 이 위위가 다른 것은 몰라도 주변의 기척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아주 뛰어난 재주가 있지요. 솔직히 화신기 수사가 숨어 있다고 해도 찾고자 하면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정말로 길 수사가 멀리 떠났단 말입니까?”

“이곳 여의주 공간이 얼마나 넓은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 위위의 감지 범위 내에 길 수사가 없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습니까?”

“그래서 하는 말인데 탑탑 수사.”

위위 선생이 은근한 목소리로 탑탑을 불렀다.

그러자 탑탑도 위위가 무슨 제안을 할 것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위위를 바라봤다.

“하실 말씀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하십시오.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렇지요. 그래요. 그러니 탑탑 수사. 우리 둘이서 저 태솔진을 쳐 죽이고, 이후에 길 가 그 놈도 죽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태솔진을 죽이고, 길 수사까지 말입니까?”

“둘이 힘을 모으면 못할 일이겠습니까? 사실 탑탑 수사가 길 가 놈을 묶어두고 이 위위가 공격을 하면 그만일 일이 아닙니까.”

“하하하. 그건 그렇지요. 감히 이 탑탑이 길우몽을 오래 붙잡이 두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위위 선생이라면 길우몽이 풀려나기 전에 끝장을 볼 수 있겠지요?”

“당연하지요.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탑탑의 말에 위위는 자신만만하게 부채를 폈다 접었는데, 앞서 행려와 싸우다가 부러졌던 부채살들이 모두 멀쩡하게 붙어 있었다.

탑탑은 그것을 보며 위위가 그 때에도 거짓으로 수작을 부렸다고 생각하며 혀를 내둘렀다.

처음부터 끝까지 위위선생은 다른 이들을 속이며 스스로 약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나를 죽이겠다고?”

그 때, 둘의 수작을 지켜보던 태솔진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둘을 노려보며 말했다.

“어쩌겠습니까? 이대로 기다리다가 길 수사가 용의 영체를 찾아 떠나면 우리 꼴이 우습게 되지 않겠습니까.”

탑탑이 그런 태솔진을 보며 말했다.

“웃기는 소리. 길우몽은 절대로 그것을 찾지 못한다. 그것은 여의주 공간에서도 특별한 방식으로 숨겨져 있다. 사실상 우리 실편몽들이 아니면 절대 꺼낼 수 없는 것이지.”

“하지만 흑마원은 자신만만했소이다만?”

탑탑이 태솔진을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흑마원은 진 장로의 유진을 얻었으니 그럴 수도 있었겠지. 진 장로의 뿔을 이용해서 우리 실편몽의 힘을 흉내 내면 가능할 수도 있다. 그게 아니면 흑마원 역시 진 장로의 계책에 속았을 수도 있고. 이곳 여의주 공간에서 너희 같은 것들이 무얼 할 수 있다는 말이냐. 공간 자체도 이리저리 얽혀서 돌아다니는 것조차 편치 않을 텐데.”

태솔진은 그렇게 말을 하며 탑탑과 위위를 비웃었다.

“결국 그 말은 네 놈이 그 길우몽보다 더 위험한 놈이란 소리가 아니냐. 그렇다면 당연히 너부터 처리하고 뒷일을 생각하는 것이 옳겠지.”

그런 태솔진을 향해 위위선생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탑탑을 보았다.

“탑탑, 어서 저 놈을 처리합시다. 그 뒤에 길 가 놈을 찾아 죽이고 이후에 용의 보물에 대해서 궁리를 해 보지요.”

“좋습니다. 어서 공격을 하시지요. 보탑을 조절해서 위위선생의 공격을 통과시키도록 하겠습니다.”

탑탑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땅에 박아 놓았던 보탑에 손을 올리고 의념을 집중했다.

태솔진이 그런 탑탑과 위위선생을 수작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노려보며 분노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 때, 건우는 아공간 입구를 열고 그들 셋의 모습을 지켜보며 흥미진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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