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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통수 선협전-119화 (119/499)

119. 어라 뜨거워라 도도도망(逃逃逃亡) 중(中)에 줍?

혼돈역(混沌域).

혼돈역은 일반적인 생명체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역(域)들을 제외한 모든 지역을 가리킨다.

수많은 역들은 사실상 드넓은 혼돈역의 섬처럼 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혼돈역은 사실상 미지(未知), 황폐(荒廢), 불모(不毛), 혼란(混亂), 위태(危殆)의 영역이다.

따라서 혼돈역은 화신기 수사들도 목숨을 장담하기 어려운 곳으로 일반적인 수사들은 접근을 꺼려했다.

그런데 지금 건우는 바로 그 혼돈역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이유는 건우가 평량역에서 역간 전송진을 사용하지 못할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미친 것들. 그걸 어떻게 만들었담?”

건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은 건우가 평량역 남부 지역의 대성을 찾아 역간 전송진을 쓰려고 했을 때였다.

그 역간 전송진은 제법 규모가 큰 몇 개의 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건우는 그 중 빨리 이동할 수 있는 아무 곳으로든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건우가 전송진 사용을 위해 가까이 다가갔을 때 문제가 생겼다.

전송진에서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전해진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감이었다.

명확하지 않지만 뭔가 위기가 닥칠 것 같은 느낌.

건우는 그 느낌을 무시하지 않고 전송진 사용을 미루었다.

그리고 여러 날을 전송진 가까운 곳에 머물며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그 이유를 알아냈다.

“검선의 유산, 그게 전송진과 반응을 할 줄은 몰랐지.”

건우는 그 때를 생각하면 정말 등에서 진땀이 흘렀다.

전송진에서 꺼림칙한 느낌이 전해지는 이유를 알기위해 건우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았다.

그러던 중에 검선의 유산을 떠올리게 되었고, 오랜만에 그것을 아공간에서 꺼냈다.

“미친 짓이었지.”

그런데 검선의 유산을 아공간에서 꺼내는 순간 전송진을 관리하는 평량역의 수도 문파는 물론이고, 온갖 문파의 수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모두가 영체기 이상이었고, 그 중에는 화신기 수사도 여럿 포함되어 있었다.

건우는 곧바로 검선의 유산을 아공간으로 던져 넣었지만 그 때는 이미 유산의 존재가 널리 알려진 다음이었다.

건우를 유산의 소유자로 특정하지는 못했지만 촘촘한 감시망이 대성 전체에 펼쳐졌다.

그 때서야 건우는 역간 전송진에 특별한 술법이 펼쳐져 있음을 알았다.

분명히 십이비선의 유산을 찾아내는 술법이었다.

유산이 아공간에 들어 있으니 들키지 않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아공간이 외부와 완벽하게 단절된 것이 아니라면 검선의 유산이 검열에 걸릴 가능성도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결국 건우는 전송진을 사용하지 못할 상황이 된 것이다.

건우는 몰랐지만 십이비선의 유산은 지금 이곳 인계에서 최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자그마치 열두 명의 화신기 수사가 한꺼번에 영계로 비승할 수 있다는 지고한 보물이 아닌가.

그러니 그것 하나하나가 나날이 피를 부르며 주인을 바꾸는 중이었다.

그런 중에 열한 개의 유산은 항상 추적이 가능한데, 오직 검선의 유산만은 종적이 묘연했다.

유산은 열두 개가 모두 존재해야 가치가 있는 것.

그 때문에 유산의 주인들은 어떻게든 다른 유산을 추적할 방법들을 찾아냈다.

그래서 유산의 존재 유무는 확실하게 판명할 수 있게 되었다.

열두 유산 중에 하나라도 완전히 소멸하면 그것을 쉽게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또한 유산들의 감응을 이용해서 위치를 추적하는 것도 가능해졌고, 유산이 손에 없어도 유산을 쫓을 수 있는 법기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 번 유산을 소유했던 이들이 유산을 잃은 후에도 그것을 쫓을 방책을 마련하곤 했던 것이다.

이런 중에 가장 신비한 것은 검선의 유산.

다도해역에서 평량역으로 넘어가면서 전송진 붕괴 사태를 일으켰던 그 유산은 특히 주목을 받았다.

그래서 평량역에는 특별하게 유산을 검출하는 술법들이 전송진마다 설치가 되었던 것인데, 건우는 그런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어쨌건 건우는 대성에 펼쳐진 감시망이 느슨해 질 때까지 아공간에서 수련을 하며 보내다가 어느 정도 틈이 생기자 곧바로 대성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그 사이에 십이비선의 유산과 관계된 일들을 제법 귀동냥 한 상태라 다른 곳에서 전송진을 사용할 엄두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평량역에 계속 머물기도 싫었다.

평량역은 이제 검선의 유산의 등장으로 시끄러울 것이고, 종 선생도 여전히 마음에 걸렸다.

그러니 다른 역으로 가야 하는데, 전송진이 아니라면 방법은 하나 밖에 없었다.

혼돈역을 가로질러 다른 역으로 가는 것.

그래서 건우가 평량역 남쪽의 혼돈역으로 부양도를 타고 온 것이다.

“영기가 거칠고 짐승들도 사납기 짝이 없어. 수시로 영체기 수준의 괴수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건우는 부양도 7층 누각의 꼭대기에 앉아서 스쳐가는 풍경들을 보고 있었다.

그런 중에 간혹 부양도에 관심을 가진 괴수들이 날아들기도 했다.

하지만 어지간한 괴수들은 부양도 자체의 공방술법에 막혀 죽거나 혹은 고생만 하다 떨어져 나갔다.

건우는 그런 괴수들 중에서 관심이 가는 것들을 직접 처리하고 부산물을 얻기도 했다.

“아직은 혼돈역의 초입에 불과해. 얼마나 더 가야 망천유역(忘川流域)에 도달할지는 알 수 없고.”

망천유역은 평량역 남쪽에 근접해 있다는 역의 이름이었다.

과거 망천유역에서 평량역으로 화신기 수사들이 넘어오면서 망천유역과 평량역을 잇는 전송진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평량역의 남부 대성에 있는 전송진에서 갈 수 있는 역들 중에 망천유역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혼돈역은 정말 다채롭기도 하네. 생각보다 수련 자원이 풍부한 곳이야. 영기가 거칠기는 해도 짙은 곳이 많고, 그런 덕분에 높은 경지의 괴수들도 많아. 당연히 희귀한 영초나 영석, 속성 자원도 흔하고.”

건우는 문득 부양도의 비행을 멈추고 지상의 한 곳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그가 바라보는 곳은 보랏빛 모래가 가득한 작은 사막이었다.

고작 수백 리에 불과한 보랏빛 사막이 건우의 관심을 끈 것은 그 중앙에 있는 오아시스, 녹주(綠洲)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강력하게 끌리는 영기의 느낌이 전해지고 있었다.

뭔가 대단한 영물이나 괴수, 보물이 그곳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보아하니 보물 따위는 아닌 것 같고, 보라색 사막의 녹주라······. 기억나는 것이 없는데 조모명이나 경려주에게 물어볼까?”

건우는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들 둘과는 더 이상 연을 쌓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은 오래지 않아서 죽어야 할 이들이었고, 그 죽음은 건우의 손에 달려 있었다.

그런 이들과 교류를 해 봐야 마음의 짐만 남을 뿐이다.

“뭐, 싸워 보면 알겠지. 느껴지는 기운으로 봐서 화신기는 아닌 듯 하니 크게 문제는 없을 거야.”

건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훌쩍 몸을 날려 부양도 밖으로 나섰다.

부양도의 기능을 이용해서 녹주의 주인을 불러낼 수도 있지만, 지금은 오랜만에 직접 몸을 움직여 보고 싶었다.

“우라라라라라! 나오거라! 얼굴을 보자꾸나!”

콰과과과과광!

건우의 몸이 높고 높은 하늘에서 곤두박질치며 녹주 바로 옆에 떨어졌다.

나오금강체술을 극한으로 끌어 올린 길우몽의 몸뚱이가 보라색 사막의 녹주 옆에 커다란 구덩이를 만들었다.

그만큼 강력한 충격이 사막에 전해졌다는 이야기였다.

스르르르르르르릉!

스르르르르르르릉!

건우가 커다란 구덩이를 만들고 훌쩍 몸을 날려 녹주를 둘러싼 나무들 밑에 내려섰을 때였다.

오아시스를 가득 채웠던 맑은 물이 꿈틀거리며 움직이더니 건우를 향해 다가왔다.

“응? 이거?”

건우는 그 모습에 지구의 기억을 떠올렸다.

“무슨 슬라임이냐?”

건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몸을 허공으로 띄웠다.

그렇게 하고 보니 이제 상대의 모습이 명확하게 보였다.

상대는 오아시스 그 자체.

오아시스를 채우던 물이 몸체가 되었고, 주변에 둘렀던 나무들이 이빨이 되었다.

그리고 물로 이루어진 투명한 몸체는 오아시스의 중앙에 뚫린 깊은 구멍 안쪽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동은 못 하는 녀석이로군?”

건우는 한 눈에 오아시스 괴물의 약점을 알아봤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경각심을 일깨웠다.

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살아왔다면 그만한 능력이 있다는 소리일 테니까.

“음, 나와는 속성이 별로 안 맞는 것 같다만, 일단 원거리 공격부터 시작을 해 보자꾸나.”

건우는 손가락을 튕겨서 십이부십육진궤(十二符十六陣櫃)를 불러냈다.

그와 동시에 십이부십육진궤에서 수십 장의 법부들이 쏟아져 나오더니 건우의 머리위에 일정한 배열을 이루었다.

“가라!”

건우가 법부들이 진법을 완성하자마자 손가락으로 녹주 괴물을 가리켰다.

그러자 건우의 머리 위에서 온갖 불덩이와 얼음창, 뇌전의 화살 등이 쏟아져 나왔다.

진법을 이루는 법부들의 공격 술법이 한꺼번에 발현이 된 것이다.

스르르륵 스르르릉 스르륵!

하지만 녹주괴물은 만만치 않았다.

정확한 형태도 없이 설렁설렁 움직이는 중에도 밀도 높은 영기가 몸체를 휘감았다.

그리고 그 영기들은 건우가 날린 공격들을 마치 불꽃놀이처럼 허무하게 지워버렸다.

녹주괴물의 몸에 공격이 닿는 순간 흡수되거나 혹은 약화된 것이다.

건우는 얼음이나 수속성의 공격은 흡수당하고 극성인 화속성 계열은 그대로 약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 중에 뇌전 속성은 녹주괴물의 몸을 타고 지면으로 흘렀는데 마치 피뢰침을 때린 번개가 허무하게 땅 밑으로 사라지는 것과 비슷했다.

“이러면 곤란한데? 강력한 수속성 괴물이면서 다른 속성에 대한 대비도 만만찮다는 거지? 극성인 화속성도 가뿐하게 밟아 버릴 정도로 속성 밀도도 높고?”

녹주 괴물에 대한 평가가 빠르게 내려졌다.

“결국 목속성으로 지루하게 싸워야 하나? 수속성의 힘을 빼 놓는 데는 목속성 만한 것이 없지. 하지만 그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건우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다시 손가락을 튕겨 십이부십육진궤(十二符十六陣櫃)를 아공간으로 돌려보내고 또 다른 법보를 꺼냈다.

극화조 연단로의 열쇠.

크기 변화가 자유로운 금속 봉이었다.

사실 그 금속 봉은 특별한 힘이 깃들어 있지는 않았다.

그저 연단로와 연결되어 그것을 여닫고 일정부분 연단을 조율하는 기능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길우몽이 된 건우가 나오금강체술을 사용할 때, 그 금속 봉을 꺼내는 것은 그것의 물리적인 힘 때문이었다.

영기를 주입해서 크기와 무게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서 강체술사의 무기로 쓰기에 좋았다.

“이것도 언제 손을 좀 보긴 해야겠어. 내구력이 그리 좋지 않으니.”

건우가 금속 봉을 휘두르며 아쉬운 듯이 중얼거렸다.

성단기까지는 쓰기에 나쁘지 않았는데 영체기가 된 후로는 봉의 성능이 많이 아쉬웠던 것이다.

물리적으로 튼튼하기만 해 줘도 만족했을 텐데, 영체기 연체술사의 힘을 버티지 못할 정도로 튼튼하진 못했다.

그래서 체술의 기운을 봉에 더 많이 주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일단 너부터 해결을 하고 보자. 으라차차!”

후우웅! 퍼버벅! 스르르르륵!

건우가 금속 봉을 힘차게 휘둘러 눅주괴물의 몸통을 후려졌다.

작은 인간이 몽둥이로 수면을 두드리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수면을 때린 몽둥이질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한 번의 공격에 녹주괴물의 몸통 절반에 충격파가 전해졌다.

그리고 물주머니가 터지는 것처럼 그 부분이 터져나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콰직! 콰직! 스륵 스르르륵!

녹주괴물은 건우의 공격에 큰 피해를 입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건우를 물려고 달려들었다.

나무들로 이루어진 이빨이 건우의 잔상을 덥썩덥썩 물어뜯었다.

하지만 건우는 재빠르게 움직이며 그 공격을 피해 냈고, 틈을 보아서 계속 금속 봉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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