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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통수 선협전-117화 (117/499)

117. 강자지법(强者之法) 즉(卽) 일률(一律):강자의 법이 곧 유일한 규칙이다.)

“내 분명히 너희 활차종과는 연관 없는 일이라 그렇게 일렀거늘!”

“종 선생, 그것을 어찌 믿는 다는 말입니까? 그대가 겹겹이 진법을 꾸리고 뭔가를 숨기고 있으니 그런 의심을 받는 것이지요.”

“그럼 곱게 들어와 확인을 하면 될 일이 아니었더냐!”

“하하하. 우리가 아무리 담이 크다고 해도 종 선생이 꾸려놓은 함정으로 뛰어들 수야 있겠습니까? 감히 그럴 담은 없지요.”

“크하하하. 그래, 그래. 이 상황에서 무엇을 따진단 말이냐? 네 놈들이 욕심에 눈이 멀어 있지도 않은 보물을 노리고 헛짓을 한 것인데.”

종 선생은 륜종과 차종을 노려보며 앙천광소를 터트렸다.

이미 종 선생이 구축했던 진법들은 갈기갈기 찢어진 상태였다.

게다가 륜종과 차종도 종 선생과 크게 척을 진 상태라 슬그머니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애초에 종 선생이 진법으로 보물을 숨겼다는 의심으로 일을 벌였는데 진법을 모두 깨트려도 숨긴 보물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슨 특별한 방법으로 숨겨 놓은 것이라 하기에는 능력 부족을 시인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그럴 수도 없다.

결국 어찌되었건 륜종와 차종이 종 선생을 엉뚱한 이유로 핍박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애초에 종 선생이 우리 활차종의 영역에 멋대로 들어와 둥지를 튼 것이 문제지요.”

“맞습니다. 그럴 거였으면 처음부터 우리 활륜종에 양해를 구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 기본을 지키지 않으니 이런 사달이 벌어진 것이지요.”

차종과 륜종은 결국 책임 소재를 그런 식으로 종 선생에게 미뤘다.

종 선생의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일이다.

비록 이곳이 활차종의 영역이라고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 곳에 작은 진법을 꾸리고 세월을 좀 보냈을 뿐인데, 갑자기 찾아와 자신을 핍박한 것은 륜종과 차종이 아닌가.

그 때도 자신은 처음부터 부드러운 말로 그들이 생각하는 보물이나 영물 따위는 없다고 분명히 설명을 했었다.

그것을 믿지 않고 자신을 핍박하더니, 이제는 책임까지 자신에게 미루는 것이다.

“내 비록 구차한 처지가 되었다고 하지만, 너희 둘의 행태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구나. 좋다, 어디 한 번 붙어 보자꾸나.”

결국 종 선생은 솟구치는 분노를 억누르지 않고 터트리기로 마음먹었다.

제법 긴 시간 건우를 기다리며 조용히 심신을 가다듬어 자신을 만든 현기관자와의 연계를 완전히 끊어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괴뢰로서의 수동적인 의식도 개변시켜 온전한 수사의 의식에 가까워진 상태였다.

현원보고의 본원에서 강탈당한 다섯 보물들이 있었다면 훨씬 빠르게 지금의 정신 상태에 도달할 수 있었을 테니 그 보물들을 빼앗긴 것은 무척 한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아쉬우나마 당시 조금이라도 다섯 보물의 기운을 융합한 덕을 보아서 근래에 겨우 독립된 인격을 이루는데 성공했으니 불행 중 다행이다.

하지만 아직 새로 이룬 마음(心)과 의지(意志)가 견고하지 못한 상태인데 륜종과 차종이 그것을 흔들었다.

이로서 종 선생의 성격은 과(過)하고 격(激)한 성향을 지니게 되었으니 륜종과 차종으로선 후환이 무궁하게 되어 버렸다.

“어디 한 번 놀아보자! 가거라!”

종 선생이 허공에 몸을 우뚝 세우더니 륜종과 차종을 향해 갱과 굴의 석상괴뢰를 내보냈다.

두 석상괴뢰는 종 선생의 기운을 받아 능히 화신기의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갱과 굴의 석상은 나름의 특이속성을 지니고 있어서, 그 이빨과 발톱에 날카로운 법칙을 두르고 있었다.

륜종과 차종은 두 석상괴뢰의 공격을 보는 순간 아연질색을 하고 말았다.

법칙의 힘이라니.

그것은 영계에 비승한 수사들 중에서도 극고의 경지에 오른 이들만 간신히 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석상괴뢰 따위가?

륜종와 차종은 어이가 없어서 서로를 마주보며 의념으로 대화를 나웠다.

- 어찌?

- 그래봐야 티끌 같은 힘일 뿐입니다.

-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는 것은 또 아니지요.

- 맞습니다. 죽을힘을 다해야겠지요.

영계에서도 최고 경지의 수사들만 겨우 쓸 수 있다는 법칙의 힘이다.

설렁설렁 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크와와와왕!

시시시시싯!

갱과 굴의 석상괴뢰가 륜종과 차종에게 달려들며 물고 할퀴었다.

륜종과 차종은 감히 태만하지 못하고 각자 최고의 방법을 동원해서 그 공격을 막아갔다.

륜종은 그의 이름처럼 거대한 수레바퀴를 머리 위에 띄우고 그 힘을 빌려 갱의 공격을 막았다.

수레바퀴는 륜종이 수련한 공법과 본명법보가 합쳐진 상징적인 형상이었다.

비록 아직 법칙을 장악하지는 못했지만 화신을 이룬 역천의 기운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갱의 미약한 법칙의 힘을 능히 막아냈다.

콰르르르르릉!

갱의 이빨에 깃든 법칙의 힘은 깨트리고 부수는 힘(破)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 힘과 화신기 수사의 역천지력이 맞서자 천지가 뒤흔들렸다.

쿠르르르르릉!

그와 멀지 않은 곳에서 차종 역시 두 개의 작은 수레바퀴를 발 밑에 밟고 서서 굴의 석상괴뢰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굴의 발톱에 깃든 힘은 모으고 합치는 힘(結)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아직은 미약해서 차종의 화신기 역천지력에 막혀 흩어졌다.

“크으음.”

종 선생은 그 모습을 보며 실망스런 신음을 흘렸다.

갱과 굴의 석상괴뢰를 만들 때에 특별한 광석을 사용했다.

오래 전에 무슨 일인지 영계에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그 때, 아주 드물게 영계의 물건들이 인계에 떨어져 땅에 묻혔는데 오랜 시간 후에 종 선생이 그 중에 하나를 얻었다.

그 광석은 종 선생도 감히 가공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라 갱과 굴의 석상괴뢰를 만들면서 이빨과 발톱에 박아 넣었다.

그 때문에 두 석상괴뢰가 미약하나마 법칙의 힘을 쓰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법칙의 힘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 힘이 담겨 있는 광석을 휘두르는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종 선생은 갱과 굴, 두 석상괴뢰로 지금껏 화신기 수사와 1:1로 싸워 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화신기 수사 둘과 싸우면 항상 종 선생이 밀렸는데, 이는 석상괴뢰 하나가 화신기 수사 하나를 온전히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끄으으응! 이 놈들! 그래 끝을 보자.”

하지만 이번에는 이전과 상황이 달렀다.

종 선생이 작정하고 갱과 굴의 석상괴뢰를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투황! 투황!

종 선생의 양손 바닥에서 날카롭게 벼려진 역천지력이 차종과 륜종을 향해 날아갔다.

종 선생은 원래 약초밭을 일구는 하급 괴뢰로 만들어진 까닭에 무력이 강하지 못했다.

그나마 갱과 굴의 석상괴뢰를 만들어 그 부족함을 보완했던 것이라, 싸움에 끼어드는 방법은 이와 같이 원거리에서 지원을 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콰과과광! 콰르르르르릉!

차종과 륜종 역천지력, 갱과 굴의 두 석상괴뢰가 뿌리는 법칙의 힘, 거기에 종 선생의 역천지력까지.

건우가 아공간에서 이상을 느낀 것은 그 모든 힘이 충돌을 일으킨 까닭이었다.

그리고 건우가 아공간의 입구를 열고 밖을 내다 봤을 때에는 마침 차종과 륜종이 방어에서 벗어나 공격을 시작한 시점이었다.

“종 선생!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달으시오!”

“어디 이번에는 우리 공격을 받아 보시오.”

차종과 륜종이 그렇게 외치며 커다란 수레바퀴 하나를 위에 작은 수레바퀴 둘을 아래에 배치하여 삼각형을 만들고 협공을 펼쳤다.

그 세 개의 수레바퀴는 차종과 륜종이 연수하여 만든 합격진으로 역천지력을 사용하는 강력한 수법이었다.

갱과 굴이 물고 할퀴며 법칙의 힘을 썼지만 그것을 지속적으로 쓸 수는 없었다.

한 번 사용하면 다시 쓰기 위해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차종과 륜종은 그 틈을 이용해서 반격을 가한 것이다.

역천지력을 쓰기는 하지만 고작 원거리에서 쏘아 보내는 정도에 불과한 종 선생의 공격은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 맞으면서 방어를 공세로 바꾸었다.

건우가 마침 아공간 입구를 열었을 때, 차종과 륜종의 그 공격이 갱과 굴의 사이를 스치고 지나가 종 선생에게 날아갔다.

종 선생은 방어를 도외시한 두 화신기 수사의 협공에 아연실색하며 다급하게 손바닥을 휘저어 역천지력을 뿜어냈다.

하지만 지금 종 선생에겐 둔두검도 없고, 사망옥도 없고, 근시경도 없었다.

예전과 같은 힘을 낼 수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콰르르르르릉! 꽈릉!

뿌드드드득! 파직! 파직!

다급한 방어를 뚫고 륜종과 차종의 공격이 종 선생의 몸을 때렸다.

그 충격에 종 선생의 역천지력이 크게 흔들렸고, 오른 팔과, 왼쪽 다리가 박살이 났다.

혼원석으로 성장한 종 선생의 몸은 원래 괴뢰의 몸을 벗은 화신이었다.

그러니 팔과 다리가 날아간 것은 그 자체로 화신에 부상을 입었다는 이야기였다.

“크으으으. 이로서 또 잊어버리고 있었던 작은 깨달음을 되새기는구나.”

팔다리가 날아간 종 선생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차종과 륜종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미 갱과 굴의 석상괴수가 종 선생의 앞을 막아선 상태로 으르렁 거리는 중이었다.

“ 강자지법(强者之法) 즉(卽) 일률(一律)."

종 선생은 그리 말하고는 훌쩍 갱의 등에 올라탔다.

그러자 굴이 몸을 길게 늘려 종선생을 휘감으며 똬리를 틀었다.

“강자의 법이 곧 유일한 규칙이다. 내 이를 몸소 느꼈으니 이제 약자로서 물러나마. 하지만 너희가 둘이 아닌 하나일 때에도 내 앞에서 강자가 될 수 있을지 두고 보겠다.”

종 선생은 차종과 륜종을 노려보며 그렇게 다짐하더니 갱을 움직여 훌쩍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게 떠나는 종 선생의 모습에 차종과 륜종이 복잡한 얼굴로 눈빛을 교환했지만 결국 뒤를 쫓아가지는 못했다.

오히려 종 선생이 사라지고 얼마간 자리를 지키던 차종과 륜종이 어느 순간 붉었던 얼굴빛이 하얗게 변하며 검은 피를 토해 냈다.

“우웩!”

“울컥!”

“독합니다. 그 티끌같은 법칙의 힘이 이리 무서울 줄이야.”

“옳습니다. 종 선생은 무섭지 않지만 종 선생의 괴뢰는 무섭습니다.”

종 선생이 사라진 허공을 쳐다보는 차종과 륜종의 눈빛이 폭풍 속의 나뭇잎처럼 거칠게 떨리고 있었다.

이후 차종과 륜종은 활차종의 영체기 제자들을 불러서 주변을 지키게 하고 떠나갔다.

아무리 살펴도 특별한 것이 없으니 종 선생의 말대로 자신들의 추측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해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체면 때문에 한동안은 지켜보는 시늉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제자들을 배치한 것이었다.

* * *

“종 선생의 처지가 비루하게 되었군. 그런데 그 석상괴뢰가 쓰던 힘은 아주 특별해 보였는데, 그게 뭘까? 법칙의 힘이라니?”

건우는 화신기 수사들의 역천지력은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그것은 영체기가 된 건우도 조금은 느끼고 사용할 수 있는 힘이었다.

하지만 석상괴뢰가 사용한 것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법칙의 힘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화신기 수사까지도 감당하지 못하는 법칙의 힘이란 것이 도대체 뭘까? 음, 이럴 때에는 인맥이 부족한 것이 아쉽단 말이지.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건우는 그렇게 투덜거리며 아공간 밖을 살폈다.

하지만 차종과 륜종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다가 영체기 제자들을 불러 주변을 감시하게 하고 떠났다.

건우가 아공간 밖으로 나가면 그 영체기 수사들에게 들키지 않을 거라 장담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건우가 아공간 밖으로 나가면 종 선생이 그것을 알아차릴 가능성이 높았다.

결국 종 선생의 추격이 다시 시작될 테니, 당장 밖으로 나서는 것은 위험했다.

“쯧, 도대체 이 종 선생이 나에게 무슨 짓을 해 놓은 거지?”

건우가 짜증스런 표정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었다.

그러다가 문득 무엇인가를 떠올리고 손바닥을 저어 빛 덩어리 하나를 불러왔다.

“종 선생의 특기가 괴뢰술이면 여기에 답이 있을지도 모르지.”

건우가 꺼낸 빛 덩어리는 인공영체에 들어 있던 괴뢰선의 비전이었다.

건우는 그 괴뢰선의 비전을 아직 제대로 익히지 않았다.

그럴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종 선생의 수작을 알아내려면 어쩔 수 없이 괴뢰술을 제대로 익힐 필요가 있었다.

“이제 영체기 중기인데 여기서 마냥 화신기까지 버티는 것도 못할 짓이지. 일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밖으로 나가서 경험을 더 쌓아 보는 거고, 그게 아니면 어쩔 수 없이 화신기가 될 때까지 여기서 버티는 수밖에.”

말은 그렇게 했지만 건우는 정말 화신기에 오를 때까지 아공간에 박혀 있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괴뢰선의 비전이 들어 있는 빛 덩어리를 보는 건우의 눈빛은 매우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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