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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통수 선협전-113화 (113/499)

113. 계획 실패? 구사 일생! 그래도 줍줍 성공!

“아무리 봐도 저 종 선생은 정상이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 저런 공법 수련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건우가 다시 아공간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용랑도 건우의 말을 일부 인정했다.

지금 상황에서 보물들을 흡수하겠다고 영체까지 노출시킨 상태로 뭔가를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았다.

물론 이곳 본원이 종 선생에게 가장 안전한 공간이긴 하지만, 건우의 침입을 종 선생이 의심했었던 것을 생각하면 많이 이상한 일이었다.

건우가 종 선생을 이상하다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 그래도 위험하지 않을까요?

루야가 조심스럽게 건우를 말렸다.

비록 혼원석이 탐나긴 하지만 그렇다고 건우를 위험하게 할 수는 없었다.

건우의 죽음은 곧 아공간과 루야의 소멸로 이어질 것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거면 한 번은 버틸 수 있을 거야.”

건우는 천라패갑방패(天羅貝甲防牌)를 앞으로 끌어와서 손바닥 크기로 압축시키며 말했다.

건우가 가진 가장 강력한 법보는 천라패갑방패였다.

그리고 그것을 공격 무기로 쓰는 제일 강력한 방법이 본체를 작게 응축시켜 쏘아내는 것이었다.

거대한 천라패갑방패를 손바닥 크기로 축소했으니 엄청난 무게였고, 또 법보 자체의 성격이 대상을 봉인하고 공격을 흡수하는 것이라 공격을 할 때도 상대의 방어를 흡수하고 무시하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밖으로 드러나 있는 영체, 거기에 다섯 보물의 기운을 흡수하느라 정신이 팔린 상태.

그 정도면 기습을 하고 종 선생의 보물을 취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물론 그 자신감의 가장 중요한 배경은 당연히 아공간이었다.

기습과 동시에 보물을 챙기고 곧바로 아공간으로 다시 숨는다는 계획.

- 무리를 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루야는 그래도 건우가 걱정이 되는지 침착한 어조로 건우를 만류했다.

하지만 건우는 고개를 저었다.

“때로는 모험도 해야지. 그리고 지금 상황은 열에 일곱은 성공할 수 있어.”

“주인님. 그래도 상대는 화신기 수사입니다. 다시 생각해 보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건우의 말에 용랑 역시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대두. 저걸 봐. 종 선생의 영체가 보물의 기운을 흡수하는데 완전히 빠진 모습이잖아. 아무리 봐도 외부의 습격을 방비한 모습은 아니라고.”

건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손을 저어 루야와 용랑, 혈원을 아공간 먼 곳으로 보내 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아공간 입구을 넓게 열어 천라패갑방패(天羅貝甲防牌)를 가슴 앞에 띄우고 의념을 집중했다.

우우우우웅우우우웅!

삿갓 모양의 천라패갑방패가 묵직한 공명음을 내며 영기를 가득 머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도봉포대와 포공공마의 이능이 천라패갑방패의 표면을 뒤덮었다.

“가랏!”

건우가 크게 외치며 천라패갑방패를 아공간 밖으로 쏘아냈다.

그 순간 종 선생은 일념으로 다섯 보물의 기운을 흡수하여 영체와 하나로 만드는 중이었다.

원래부터 그렇게 했어야 하는 것인데, 종 선생을 만든 수사와 무량동천의 후예들이 그것을 금지했었다.

종 선생이 다섯 보물의 기운을 흡수해서 완성된 격을 갖추지 못하게 하려 했던 것이다.

그래야 화신기의 괴뢰를 두고두고 부려먹을 수 있을 거란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제 혈관모의 제약을 벗어난 종 선생은 혼란스러운 정신에서도 우선 그것을 바로 잡는 것이 급하다고 판단했다.

종 선생의 판단력이 평소와 같았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지만 다섯 영체기 수사와 싸우면서 적잖은 정신적 타격을 입은 상태라 어쩔 수 없었다.

‘뭐지?’

한참 다섯 보물의 기운을 흡수하여 내면에서 하나로 융합하고 있을 때였다.

엄청난 영기와 교묘한 기운을 품은 공격이 날아왔다.

종 선생은 그것이 영체에 거의 닿았을 무렵에야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늦었다!’

종 선생의 본능이 그 사실을 알려줬다.

종 선생의 영체가 짧은 순간 이를 바득 갈았다.

그리고 공격이 날아온 그 너머를 직시했다.

영체기 수사 하나가 공격 뒤에 숨어서 쏘아져 오고 있었다.

- 감히!

종 선생의 영체가 크게 분노성을 터트렸다.

그리고 동시에 건우가 날린 천라패갑방패(天羅貝甲防牌)가 종 선생의 영체를 두드렸다.

터엉!

- 크으으윽!

종 선생의 영체는 천라패갑방패의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말았다.

천라패갑방패는 화신기 영체에 기본적으로 둘러져 있는 보호막을 흩어버리고 그대로 영체를 직격한 것이다.

종 선생의 영체는 그 한 방에 수 백 미터를 날아갔다.

그리고 그 순간 건우가 종 선생의 영체가 있는 곳에 모습을 드러내고 다섯 보물을 챙기려 손짓을 했다.

하지만 종 선생의 공격이 그 때, 건우를 향해 날아들었다.

제 정신이 아닌 종 선생은 자신이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방어를 포기하고 공격자를 격살하려는 술법을 펼쳤던 것이다.

크와와와왕! 쉬쉬쉬쉬쉿!

건우의 양쪽에 반투명한 동물 두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갱과 굴의 형상이었다.

그리고 그 두 동물은 거침없이 건우를 향해 아가리를 들이밀었다.

날카로운 이빨들마다 감당할 수 없는 살기(殺氣)가 맺혀 있었다.

“이, 이런.”

건우는 감히 그 갱과 굴의 공격을 막거나 피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당황했다.

종 선생이 그 짧은 순간에 이토록 대담한 수를 쓸 줄은 예상치 못한 것이다.

건우는 이도저도 못하는 아찔한 상황에 차라리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이 가라앉은 눈빛으로 멀리 날아간 종 선생의 영체를 바라보고, 이어서 양쪽에서 자신의 목을 물어뜯으려는 갱과 굴을 번갈아 보았다.

“참으로 일이 뜻대로 풀리기가 쉽지 않네.”

교오오오오오 교오오오오!

콰득! 콰지직!

건우가 그렇게 낙담하여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갑자기 건우의 품에서 네 마리의 마귀 얼굴이 나타나 각각 둘씩 갱과 굴의 입으로 날아가 씹혔다.

갱과 굴은 건우의 몸 대신에 마귀의 머리 두 개씩을 씹어 삼키고는 흐릿하게 모습이 사라져갔다.

원래 종 선생이 술법을 사용해 불러낸 것들이라 정해진 공격을 퍼붓고는 사라지는 것이다.

건우는 돌아가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서둘러서 다시 손을 저어 다섯 보물을 아공간으로 던지고 자신도 아공간으로 몸을 감추었다.

- 이 노옴, 내 놔라! 내 보물을 내 놔!

그 순간 종 선생의 영체가 날아왔지만 이미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

- 어떤 놈이냐? 누구냐! 죽여버린다! 죽여 버릴 것이다!

우르르르르릉! 콰과과과광!

크와와와왕! 싯싯싯싯싯!

종 선생의 분노에 반응하며 본원의 땅 밑에서 두 마리의 거대한 짐승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마리 짐승은 본원의 입구 문에 조각되어 있던 바로 그 짐승들이었다.

꼬리를 뺀 몸통만 30미터에 이르는 엄청난 석상괴뢰.

두 괴뢰는 화신기인 종 선생의 기운을 받아 화신기와 비슷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죽여 버리겠다.”

종 선생의 영체는 다시 괴뢰의 몸인 본체로 돌아갔고, 갱과 굴을 닮은 두 석상괴뢰는 본원 곳곳을 휘저으며 뭔가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아공간에 들어가버린 건우를 찾을 길은 없었다.

“크하하하. 크흐흐흐. 크흐흐흐.”

그런 동안 종 선생의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맑은 정신을 유지해주던 다섯 보물이 사라졌고, 창조자의 명령이 깃들어 있던 혈관모도 찢겨 버렸다.

종 선생은 너무나 급격하게 닥친 정신적인 충격을 견디지 못했다.

그 결과가 광인(狂人)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르르르릉! 우르르르릉!

콰과과과과광! 콰과과과과광!

종 선생과 두 마리 짐승이 현원보고의 본원을 뒤집어 놓기 시작했다.

건우는 아공간 안에서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 마귀팔면호령(魔鬼八面呼令)이 아니었으면 건우 님은 이번 공격에 죽었을지도 몰라요.

“정말 그 짧은 순간에 주인님이 공격을 당할 줄은 몰랐습니다.”

루야와 용랑이 걱정을 가득 담아서 건우를 타박했다.

“아니야, 마귀들이 나오기 직전에 아공간으로 들어오려고 했었어. 두 짐승에게 조금 깨물리긴 했겠지만 아공간으로 피할 수는 있었을 거야.”

건우는 나름 변명을 해 보았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엔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이 바뀌진 않는다.

그 역시 마귀팔면호령(魔鬼八面呼令)의 도움이 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덕분에 이것들을 챙겼잖아.”

건우가 눈앞에 떠 있는 다섯 보물을 가리키며 애써 밝은 표정을 지었다.

사실 건우 역시 짧은 순간 죽음을 떠올리고 왔으니 심기체가 모두 위축되어 있는 상태였다.

“나와라! 나와! 당장 나오지 못하겠느냐!”

콰과과과과과광!

투명하게 열린 아공간 입구로는 여전히 미쳐 날뛰는 종 선생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우우우우우우웅!

본원의 까마득한 천정 부근에서 거대한 진법이 모습을 드러냈다.

건우는 그 즉시 그 진법이 외부에서 억지로 이곳에 만들어 내는 대응진임을 알아봤다.

다른 어딘가에서 전송진의 힘으로 도착지인 이곳에 대응진을 구축하는 것이다.

“빠르네.”

그리고 그 대응진은 순식간에 완성되며 빛과 함께 사라졌다.

“죽어라!”

콰과과광!

크와와왕! 시시시싯!

콰득! 콰드득! 콰직!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전송진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두 사람을 향해 종 선생이 두 마리 석상괴뢰와 함께 전격적인 기습을 가한 것이다.

퍼벙! 투두두두둥!

“크으윽!”

“이런! 이게 무슨!”

무량동전에서 이동해 온 두 화신기 수사는 전송과 동시에 받은 기습에 당황하며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낭패를 보았다고 목숨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들은 다급하게 보호 술법을 펼치고 둔광을 번뜩이며 본원 곳곳을 누볐다.

물론 종 선생과 두 석상괴뢰도 둔광과 함께 그들을 한동안 쫓아 다녔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종 선생!”

“당장 멈추십시오. 어찌 우리를 공격한단 말입니까?”

두 화신기 수사는 둔광을 펼쳐 도망다니는 상황에서도 종 선생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그들은 종 선생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끄럽다. 당장 내 보물들을 내 놔라! 감히 누구의 보물을 훔쳐간단 말이냐!”

두 화신기 수사의 고함에 종 선생은 도리어 보물을 내어 놓으라며 추격과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어라? 뭔 일이 이렇게 돌아가?”

건우가 아공간에서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어쨌거나 개꿀잼이 된 거 같다.”

건우는 투명한 아공간 입구를 조금 좁히고 가까이 다가가 밖을 내다봤다.

-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 왜 우리를 쫓아 보내······. 어? 이건?

건우에게 따지던 루야는 한쪽에 둥둥 떠 있는 다섯 보물을 보고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어, 어떻게 하신 겁니까?”

용랑도 눈을 커다랗게 뜨며 건우를 보았다.

하지만 건우는 손가락 하나를 입술에 대어 보이곤 다시 밖을 살폈다.

“저 종 선생이 이상합니다.”

“그렇습니다. 종 선생의 보물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영체기 수사 다섯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저들 중에 종 선생의 보물이 없습니다.”

“그게 있었다면 종 선생이 저렇게 정신이 나가진 않았겠지요.”

“도대체 이게? 어이구!”

“피, 피하십시오.”

무량동천의 두 화신기 수사는 이제 어느 정도 여유를 찾고 있었다.

기습 직후에 조금 수세에 몰리긴 했지만 2:1의 싸움이라면 그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악, 당장 내 놔! 찢어 죽이겠다!”

하지만 광기에 물든 상대는 그들로서도 꺼림칙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곳은 현원보고의 본원.

종 선생의 앞마당이나 다름이 없는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싸우는 것은 그리 좋을 것이 없었다.

두 수사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한 곳에 모여 진법을 만들었다.

“어딜 도망가느냐!”

그 모습에 종 선생이 고함을 지르며 두 석상괴뢰와 함께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번쩍!

다음 순간 진법이 빛을 내며 세 화신기 수사와 석상 괴뢰 둘의 모습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어라라?”

건우가 그 모습에 눈빛을 반짝였다.

그리고 곧바로 밖으로 나가 려모원을 비롯한 다섯 수사의 공간낭을 아공간에 챙겨 넣었다.

“나오거라.”

공간낭을 챙긴 건우는 급히 아공간에서 혈원을 불러냈다.

혈원은 멀뚱하게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건우를 쳐다봤다.

건우는 다시 아공간에서 거대한 석판 하나를 꺼내 놓았다.

복잡한 진법이 그려진 석판이었다.

그것을 본 혈원이 상황을 알았다는 듯이 진법의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건우는 석판 테두리에 여섯 개의 상급 영석을 던져 진법을 발동시켰다.

혈원은 진법이 발동하자 자신의 피와 감응하여 진법의 이동 지점을 특정해 냈다.

건우가 본원 곳곳에 남은 보물들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훑어보는 순간이었다.

스화화화화홧!

빛이 터져 나오며 건우와 혈원의 모습은 사라지고, 덩그러니 석판의 진법만 남았다.

현원보고로 들어올 때에 전송진에 남겨 두었던 혈원의 핏방울을 쫓아서 전송진을 발동한 것이다.

다른 이들이 석판을 본다고 해도 혈원이 없으니 특정 좌표를 찾아내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즈음이면 건우는 이미 그곳을 떠나고 없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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