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111화 (111/499)

111. 결국 려모원의 손에 들어간 혈관모(血官帽)

“하하하. 재미있구나. 묘한 결계와 봉인, 거기에 금제를 더해서 스스로를 숨기다니. 하지만 내가 약간의 수고만 한다면 그것을 찾지 못할 것도 없지.”

하지만 종 선생은 려모원의 수작을 어렵지 않게 파악했는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리고 다시 웅주 등의 수사를 노려봤다.

그들은 여전히 종 선생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사망옥입니다. 그걸 주시면 물러나겠습니다.”

“나 역시 둔두검을 내어 주시면······.”

“근시경은 제 반쪽입니다.”

웅주, 현패검, 원시경이 각각 원하는 것을 말했다.

그리고 종 선생의 시선을 받은 타타파파의 영체도 짧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했다.

- 연명천도.

그러자 종 선생이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 하나같이 주기 어려운 것을 요구하는구나. 그것들이 괴뢰인 나를 조금이라도 편히 만들어 주는 것임을 너희는 모르는 모양이구나. 너희가 말한 것들이 없다면 나는 정말로 그저 화신기의 괴뢰일 뿐이지.”

종 선생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사망옥을 내밀어 웅주의 사체들이 뿜는 사기를 흡수했다.

그리고 둔두검을 휘둘러 현패검의 삼검을 두드렸고, 동시에 허리에서 근시경이 흔들리며 원시경에서 뿜어지는 빛을 빨아들였다.

그 때, 타타파파의 영체는 종 선생의 영체가 나서지 못하게 억누르느라 꼼짝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막상막하?”

건우가 그 모습을 아공간에서 내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화신기 수사를 고작 영체기 넷이?

그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뭔가 더 있을 것이다.

건우의 눈빛이 반짝거리며 본원이라 불리는 공간 전체를 훑었다.

그러던 중 건우는 종 선생의 머리 위에서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는 려모원을 발견했다.

려모원은 양 손에 금색과 은색의 열쇠를 나눠 쥐고 있었는데 그 끝이 마치 비수처럼 날카로웠다.

“으하하하하. 고작 이 정도라면 준비가 많이 부족하다 할 것입니다.”

그 때, 종선생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검을 횡으로 크게 베었다.

그러자 검이 지나는 궤적을 따라서 초승달 모양의 기운이 맺쳐 웅주와 원시경 등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 때, 현패검이 손에 든 검을 크게 부풀려 위에서 아래로 내리 그어 종 선생의 공격을 막아냈다.

아울러서 두 개의 검이 곧바로 종선생을 찔러갔다.

하지만 그 공격 역시 종선생이 검을 가볍게 휘두르자 맥없이 튕겨 나갔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랏!”

그 때, 웅주가 크게 고함을 지르며 종 선생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그러자 웅주 앞에 서 있던 세 구의 사체가 일제히 종 선생을 향해 날아갔다.

“제가 돕지요.”

거기에 원시경이 힘을 보태며 가슴의 청동 거울의 빛을 더욱 강렬하게 끌어 올렸다.

그 빛은 종 선생이 허리에 차고 있는 근시경을 억누르고 종 선생의 움직임에 제약을 가했다.

“호호호홋, 이 늙은이가 조금 더 살고 싶은 노욕이 이리 큽니다. 선배께서 양해를 해 주시길.”

그 때, 가만히 눈을 감고 서 있던 타타파파의 영체가 두 손을 허공으로 들어 올리고 천지영기를 휘저어 종 선생의 화신을 붙잡았다.

그런 타타파파의 영체는 스스로 불타오르듯 새하얀 불꽃이 피어 오르고 있었다.

“어리석다! 스스로 영체를 불태우다니.”

종 선생이 그 모습에 깜짝 놀란 듯이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그것은 종 선생의 실수였다.

그 짧은 틈에 웅주의 세 시체가 종 선생의 양쪽 팔을 잡고, 등에 메달렸던 것이다.

“이런 잡스러운 것들이!”

종 선생이 짜증스런 기색으로 몸을 털어 시체들을 떨치려 했다.

하지만 웅주의 세 사체는 마치 반죽처럼 변해서 점점 들어붙어 올 뿐, 좀처럼 몸에서 떼어지지 않았다.

그 때서야 종 선생은 뭔가 잘못 되고 있음을 느낀 모양이었다.

“이 놈들이!”

우르르르르르릉!

종 선생이 노성을 터트리며 천지영기를 끌어 모았다.

단순한 영기가 아니라 법칙의 흐름에 관여하는 것이 천지영기였다.

그것은 영체를 이루고서야 겨우 감을 잡을 수 있고, 화신기가 되어서야 조금이라도 활용할 수 있는 기운으로 사실상 인계에서는 제약이 많은 힘이었다.

- 안 된다지 않았습니까아아아아!

하지만 이 때, 타타파파의 영체가 더욱 커다란 불꽃을 피워내며 천지영기를 억눌렀다.

사실상 화신기인 종 선생을 막아서고 있는 실질적인 힘은 타타파파인 것이었다.

그녀 스스로 영체를 희생하며 종 선생의 화신을 억눌러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게 한 것이 컸다.

거기에 원시경이나 웅주 역시 종 선생의 힘을 제약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실제적인 공격과 방어는 현패검의 몫이었다.

건우는 그런 상황을 아공간 안에서 내다보며 혀를 내둘렀다.

고작 영체기 넷이 화신기 수사를 정말 효율적으로 막어내고 있었다.

‘저 늙은 수사는 정말로 목숨을 걸었구나. 벌써 영체의 손해가 막대할 텐데도 끝까지 저리 공법을 유지하다니.’

건우는 특히 타타파파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모든 것을 걸고 있었다.

시간이 더 흐른다면 영체가 소멸하고 그녀 역시 윤회도 없는 소멸을 맞이할 것이다.

“오옴, 사류밀천망극(蛇類密天罔極) 파(破)! 터져라!”

꽈릉! 콰광!

긴박한 순간, 웅주의 열 손가락 끝마디를 검게 만들며 주문을 외쳤다.

그와 함께 종 선생의 양쪽 팔을 붙들고 등에 메달렸던 시체들이 일제히 폭발을 일으켰다.

“커억!”

폭발은 그리 강력하지 않았다.

건우가 보기에 폭발의 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그것은 마치 밖에서 안쪽으로 파고드는 형태의 폭발이었다.

반죽처럼 눌러붙어 있었던 세 사체가 폭발과 함께 종 선생의 몸 안으로 밀려들어간 것이다.

- 어떻게 저런 식의 폭발이 있을 수가 있죠?

루야도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런 의문 따위가 중요한 때가 아니었다.

폭발과 동시에 다섯 수사들이 일제히 종 선생을 향해 쏟아지듯 들이닥쳤다.

그 상황에서 다른 것이 어찌 눈에 들어올까.

“내 놔라!”

웅주가 종 선생의 손에서 사망옥을 빼앗았다.

“내 것입니다.”

원시경이 종 선생의 허리에서 근시경을 뜯어 냈다.

“크하합!”

서걱!

현패검은 둔두검을 들고 있는 종선생의 손목을 자르고 검을 취했다.

“꿀꺽!”

타타파파는 손도 쓰지 않고 종 선생의 복숭아나무 분재에서 열매를 입으로 뜯어 삼켰다.

“하하하하하. 드디어! 드디어 이것이 내 손에 들어왔습니다 그려!”

그리고 려모원은 어느 틈에 허공에서 내리꽂혀 종 선생의 머리에 쓰고 있던 관모를 벗겨 들고 멀찍이 내려 섰다.

그들 다섯 수사는 모두가 원하는 것을 얻고 다섯 방위에서 종 선생을 포위한 모습으로 대치했다.

종 선생은 넋이 나간 듯이 우두커니 서 있었지만 화신기의 기세가 어디로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기회를 노려서 원하는 보물을 손에 넣었지만 아직은 끝이 난 것은 아닌 셈이다.

“역시! 사망옥! 연화를 시키기도 전에 이리 강력한 사기를 더해 주다니.”

웅주는 손에 든 사망옥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기(邪氣)를 흠뻑 빨아들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원시경은 이미 근시경을 자신의 가슴에 있던 청동 거울에 흡수시킨 후였다.

그저 둘을 접촉시킨 것만으로 흡수된 것을 보면 두 청동 거울이 본래 하나였다는 것이 거짓은 아닌 듯 했다.

“좋습니다. 이제 이 원 모도 화신기 이상의 경지를 노려볼만 하겠습니다.”

원시경 역시 결과가 만족스러운 듯 했다.

“으드드드득! 감히!”

다만 현패검은 둔두검을 얻기는 했지만 당장 쓸 수는 없는 듯, 이를 갈면서 수십 장의 노란 법부를 꺼내 둔두검에 붙이고 있었다.

둔두검에 유독 종 선생의 의념이 강하게 들어 있어 봉인이 시급했던 것이다.

“호호홋, 이 늙은이도 이제 다시 2천 년의 수명을 얻게 되었으니 화신기의 기회가 아주 없다곤 하지 못하겠지요.”

타타파파는 겨우 자신의 영체를 체내로 갈무리하고 몸을 추스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모습은 이전과 달리 30대 초반의 아리따운 미부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연명천도(延命天桃)를 먹고 젊음과 함께 수명을 되찾은 것이었다.

“크흐흐흐흐. 침입자는 죽인다!”

그 때였다.

우두커니 서 있던 종 선생이 갑자기 기괴한 웃음을 흘리며 다섯 수사를 모두 한 번씩 바라봤다.

그 과정에서 종 선생의 목이 한 방향으로만 계속 돌아서 보는 이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오우야! 저건 좀 무섭다. 사람 목이 어떻게 저렇게 돌아?”

- 건우 님, 저건 사람이 아니라 괴뢰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사람이잖아. 아무튼 좀 그러네.”

건우와 루야는 어느 새, 관전 모드로 긴장감 없이 밖의 상황을 보고 있었다.

“크하하하하. 자자, 여러 수사님들. 이제 다들 원하는 것을 얻으신 거 같습니다만?”

그 때, 려모원이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다른 네 수사에게 말했다.

“시끄럽다. 네 놈이 감히 우리를 미끼로 삼아?”

“옳다. 너를 그냥 둘 거 같으냐?”

“려 수사는 각오를 해야 할 겝니다.”

“네 놈의 말은 듣기도 싫다.”

려모원의 말에 네 수사가 격한 반응을 보였다.

만약 이곳에 종 선생이 없었다면 네 수사는 이미 려모원을 찢어 죽였을 것이다.

“이런! 너무 그렇게 화를 내지는 마십시오. 제가 만약 이제부터 종 선생의 편을 든다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하지만 려모원은 도리어 뻔뻔스럽게 네 수사를 놀렸다.

“저, 저 놈이!”

“죽고 싶은 모양이군요.”

“호호호호홋! 이 늙은이가 외모가 젊어졌다고 마음까지 너그러워 진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려모원 당장 목을 잘라주랴!”

당연히 네 명의 수사가 격렬하게 반발할 수밖에.

하지만 그렇다고 네 수사가 당장 려모원을 어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중에도 려모원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손에 들고 있는 혈관모(血官帽)를 쓰다듬었다.

“크하하하. 이게 뭔지 아시면 그리 성급하게 굴지는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려모원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자신의 영기를 그 혈관모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려모원은 그와 동시에 혈관모를 연화할 수 있었다.

혈관모가 쉽게 연화된 것은 그것이 종 선생의 머리에 있었지만 종 선생에게 속한 법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말입니다. 바로 종 선생을 통제할 수 있는 법보입니다. 과거 종 선생을 만든 수사께서 영계로 비승하면서 무량동천의 후배들에게 종 선생을 부릴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신 통제 법보 말입니다.”

려모원은 연화가 끝난 혈관모를 자신의 머리에 쓰면서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네 수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려모원의 말대로라면 지금부터 종 선생은 려모원의 수족이 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화신기 괴뢰를 마음껏 부릴 수 있는 법보라니!

너나 할 것 없이 네 수사의 눈에 탐욕의 빛이 일렁거렸다.

“모두 그리 보신다고 제가 이것을 내어 드릴 일은 없다는 것을 잘 아시지요? 그러니 이제 서로 의논을 해 보십시다.”

려모원이 말했다.

그런 중에도 어쩐 일인지 종 선생은 우두커니 서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 려모원을 제외한 네 명의 수사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무슨 의논을 하자는 거지?”

웅주가 려모원을 보며 물었다.

그런 웅주의 몸은 이전보다 훨씬 강렬한 사기가 감돌고 있어, 그의 몸 전체가 검은 먹빛이 되어 있었다.

그 역시 사망옥을 얻으면서 이전보다 강력해진 모습이었다.

“별 것 아닙니다. 이제 우리가 이곳을 빨리 벗어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서로 얻을 것은 얻은 상태로 만족하자는 것이지요.”

려모원은 잠깐 다른 네 수사를 도모할 생각을 먹었던 것을 감추며 말했다.

“그런 거라면 나도 이견은 없다.”

원시경이 먼저 려모원의 제안에 긍정적인 뜻을 보였다.

“흐응. 그렇다면 나도 따르기로 하지요.”

타타파파도 슬그머니 기세를 줄였다.

남은 웅주와 현패검도 눈빛을 교환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리 하지.”

“처음 약속이 그러했으니 여기서 더 일을 키우지 않는다면 나도 찬성이다.”

결국 현패검과 웅주도 한 걸음씩 물러났다.

그렇게 다섯 수사의 의견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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