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110화 (110/499)

110. 배우들이 모두 모였다. 시작하자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그려.”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도 우리 다섯이 모두 무사히 여기까지 왔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이 모두가 려 수사의 준비 덕분입니다.”

“하하. 파파께서 그리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이 현패검 역시 려 수사의 공을 기억합니다. 우리 모두 려 수사 덕분에 포한(抱恨:한을 품다)을 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자, 이제 마지막입니다. 하지만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미 경험했던 것처럼 외성보다 내성이 힘겨웠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현원보고의 중심인 본원입니다. 모두 준비를 하십시다.”

다들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마음에 들떠 있을 때, 웅주가 나서서 일행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그런 웅주의 말에 다른 수사들 역시 거부감을 가지지 않았다.

웅주의 말이 더없이 합당한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자자, 모두들 본원에 들기 전에 다시 한 번 의논을 해 보십시다.”

려모원이 공략 주도자의 입장에서 다른 수사들의 의견을 모으려는 듯이 말을 꺼냈다.

“당연하지요. 본원에서는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만한 보상이 있겠지요. 려 수사. 분명히 사망옥(死亡玉)이 이곳에 있겠지요?”

현패검이 최선을 다해야 할 거란 말을 하자, 웅주가 려모원을 보며 특정 보물의 존재를 언급했다.

그러자 다른 수사들 역시 눈빛이 사나워지며 려모원을 바라보았다.

“만약 본원에 근시경(近視鏡)이 없다면 각오해야 할 겁니다.”

“이 늙은이도 연명천도(延命天桃)가 없다면 크게 실망할 거예요. 살 날이 남지 않은 늙은이의 화는 거칠 것이 없지요.”

“커엄, 다들 그리 말하니 나 역시 둔두검(鈍逗劍)으로 나를 속인 것이라면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는 없을 게요.”

려모원을 따라 온 네 수사가 각각 원하는 것을 다시 한 번 언급하며 서로를 경계했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현원보고의 본원에 있다고 려모원이 말했다.

그리고 모두 그것을 믿고 이곳까지 온 것이다.

그런데 보물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수사들이 딴 마음을 먹으면 그것 역시 곤란하다.

그러니 모두들 자신이 바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언급해서 다른 이들을 경계하는 것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려모원이 네 분을 기만하고 살기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무모한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 역시 제가 점찍어 놓은 것이 있음을 아실 것입니다. 그것만은 네 분이 관심을 두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려모원은 두 손을 모아 네 수사를 향해 번갈아 공수하며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려모원 역시 자신의 몫을 주장하며 기세를 뿜어냈다.

“그야 당연하지요. 이 현모는 절대 려 수사가 말했던 혈관모(血官帽)를 탐하지 않겠소.”

“저도 약속해요.”

“나 역시.”

“이 원시경도 약속하겠어요.”

현패검의 말에 다른 세 수사들 역시 려모원의 목표인 혈관모라는 보물을 욕심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다섯 수사는 다시 한 번 약속을 확인하고 마음을 다스렸다.

“자, 그럼 본원의 문을 열겠습니다.”

그렇게 일이 일단락되자 려모원이 앞으로 나섰다.

그런 려모원의 손에는 기묘한 패가 하나 들려 있었다.

그것은 손바닥 크기의 패에 산의 모양이 양각되어 있고, 그 산에 위에서 아래로 무량동천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아니, 그것은?”

“려 수사, 도대체 무량동천의 패를 어찌 당신이 가지고 있습니까?”

“설마, 여기가 무량동천의 보물창고였습니까?”

“우릴 속였단 말이오?!”

패를 보는 순간 네 명의 수사가 일제히 려모원을 향해 분노를 터트렸다.

“이거 왜 이러십니까? 사실 이곳이 누구의 보물창고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 우리가 이곳에 왔다 간 것만 들키지 않으면 그만 아닙니까. 그리고 네 분도 사실은 이곳이 위험한 곳임을 알고 온 것이 아닙니까.”

그에 대해서 려모원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꽤나 강경한 태로를 보였다.

목숨까지 걸고 들어온 마당에 거대 세력의 후환이야 지금 따질 문제가 아니라는 태도였다.

“끄응.”

“아니, 아무리 그래도 무량동천은······.”

“하긴 이 늙은이 입장에서야 무량동천이 대수로울 것도 없겠지요.”

“려 수사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요. 일단 들키지만 않으면 될 일입니다.”

려모원의 극단적인 말 때문인지 네 명의 수사도 어느 정도 놀란 마음을 가다듬은 듯이 보였다.

그러자 려모원이 다시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이전에 말했던 것처럼, 이곳 현원보고에 대한 내용은 주인이 없는 금은연리옥함에서 나온 것입니다. 물론 그 때, 봉인을 풀고 이곳이 무량동천의 보고임을 알게 되었지만 그것을 굳이 알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지요.”

“그 봉인을 푼 것이 려 수사였던 모양이지요?”

“대충 그렇다고 해 두지요. 어쨌거나 무량동천에서도 이곳에 대한 기록을 잃어버린 상태로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에 저는 무량동천이 현원보고와 연관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유심히 살폈습니다. 하지만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지요.”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현 수사. 하지만 그것으로도 안심이 되지 않아서 여러 경로를 거친 후에 현원보고에 대해서 슬쩍 운을 띄워 봤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무량동천이 이곳에 대한 기록을 잃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게 정말이라면 어느 정도는 마음이 놓입니다.”

“그래요. 우리에게 닥칠 위험이 조금은 줄겠군요.”

“호호홋, 여기까지 온 마당에 그게 무슨 상관이랍니까? 차라리 이럴 시간에 최대한 빨리 목적을 달성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질 걱정을 하는 것이 좋을 거 같군요.”

무량동천을 뜻하는 패 하나로 한동안 시끄러워졌지만 결국 결론은 하나였다.

최대한 빠르게 본원을 털고 무량동천의 눈을 피해 사라지는 것.

려모원도 그렇게 뜻이 모아지자 곧바로 본원으로 통하는 문에 패를 날려 보냈다.

높이를 알 수 없이 치솟은 벽에 사람 하나 드나들 정도로 작게 붙어 있는 나무문.

려모원이 날린 패는 그 문에 닿는 순간 빛을 내며 사라졌다.

그리고 한참 후, 나무 문이 열렸다.

“들어오너라.”

그리고 문 안에서 누군가 입장을 허락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다섯 수사는 서로 얼굴을 한 번씩 마주치고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현패검, 타타파파, 원시경, 웅주, 려모원의 순서로 문을 통과해 들어갔다.

* * *

“나도 가야겠지?”

그 모습을 아공간 안에서 지켜보던 건우가 말했다.

- 위험하지 않을까요?

루야는 건우를 말리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못했다.

루야도 본원에 혼원석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 간단하게 가 보는 거지. 밖으로 나가는 즉시 문으로 뛰어들고 문을 지나는 순간 다시 아공간으로 진입하는 거야. 그 정도는 가능할 거 같은데?”

그의 말처럼 아주 간단한 계획이었다.

지금은 저 본원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안쪽을 살필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의념을 강하게 뿌리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안쪽에 있는 이들이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다.

게다가 조금 전에 본원 안쪽에서 들린 목소리는 듣는 것만으로 소름이 돋았다.

건우는 상대가 화신기 수준의 수사일 거라고 직감한 상태였다.

거기에 려모원 일행도 있을 테니 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큰 모험이었다.

“괜찮아. 들어가자마자 목이 잘리는 것이 아니라면 내가 아공간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지는 못할 거야. 그건 화신기라도 할 수 없는 짓이야.”

건우는 스스로를 격려하듯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루야나 용랑이 말릴 틈도 주지 않고 아공간 밖으로 뛰어나가더니 본원으로 뛰어들었다.

스스슷!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건우의 몸이 아공간 안에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 와아!

루야가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트렸다.

건우는 그런 루야의 반응을 무시하고 곧바로 투명한 아공간 입구를 열었다.

그리고 그곳을 통해 본원의 모습을 내다보았다.

거기에는 먼저 들어온 다섯 수사가 한 명의 수사와 대치하고 있었다.

마침 그들은 건우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다가 다시 서로에게 시선을 돌리는 중이었다.

“분명히 누군가 들어온 것 같은데. 다시 확인하니 이곳엔 너희 말고는 아무도 없구나. 어떤 자를 데리고 왔는지 몰라도 능력이 출중하구나.”

려모원 일행과 대치하고 있는 화신기 수사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머리에 관리가 주로 쓰는 관을 쓰고, 왼 손에는 검은 옥을 들었고, 오른 손에는 돌로 된 검을 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복장은 머리에 쓴 관과는 어울리지 않게 밭을 일구는 농부의 것과 비슷했는데 허리를 묶은 노끈에 손바닥 크기의 청동 거울이 걸려 있었다.

거기에다가 그가 앉아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의자 옆에는 작은 탁자에 복숭아나무 분재가 있었다.

- 우와, 아까 려모원 일행이 이야기했던 보물들이 저것들인 모양이네요. 머리에 쓴 관이 혈관모, 검은 옥구슬은 사망옥, 검은 둔두검, 허리에 찬 거울은 근시경, 분재에 열린 복숭아는 연명천도.

루야가 한 눈에 보물들을 알아보고 려모원 일행이 이야기했던 것들과 연결지었다.

건우도 루야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다섯 수사들의 시선이 각각 그 보물들을 살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 말고도 보물은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주인님.”

그 때, 용랑이 뭔가를 발견한 듯이 말했다.

건우가 용랑을 바라보자 용랑이 손가락으로 아공간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밭고랑에 심어진 영초들을 보십시오. 모두 말라 죽고 남은 것은 몇 포기 되지 않지만 수령이 엄청나 보입니다. 게다가 저 쪽 작은 연못에서 영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면 저것 자체가 영천인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곳에 자연적인 영천이 있기 어려우니 인공적으로 만든 영천이겠군? 그리고 그런 것은 따로 떼어다가 다른 곳에 놓기도 좋겠고.”

건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곳 아공간에 놓아도 좋고, 이제 다시 주인님께서 고쳐 쓰실 부유도에 놓아도 좋을 것입니다.”

“그래, 그거 괜찮네.”

“게다가 저기 놓여 있는 바위도 남달라 보입니다.”

용랑은 다시 약초밭 한쪽에 있는 검은 바위를 가리켰다.

건우 역시 그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영기가 남다른 바위였다.

하지만 건우는 그런 것을 오래 바라보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려모원 일행이 화신기가 분명한 수사를 포위하며 공격할 태세를 갖췄기 때문이다.

터더덩!

제일 먼저 움직인 것은 의외로 웅주라는 수사의 뒤쪽에 나란히 서 있던 세 개의 관이었다.

정확히는 관 뚜껑이 열리며 모습을 드러낸 사체들이 두 팔을 앞으로 뻗어 검은 사기(邪氣)를 뿌린 것이 시작이었다.

“나는 웅주라 하오이다. 선배께 무례함을 용서하시오.”

웅주는 사체들을 이용해 공격을 시작하며 화신기 수사에게 나름의 예를 표했다.

그러자 화신기 수사가 헛헛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그저 종 선생이라 불리는 괴뢰일 뿐이다. 내 스스로 수사가 되지 못했으니 선배라 부를 것도 없다.”

“화신기 선배께서 스스로 괴뢰일 뿐이라 하시다니! 어불성설입니다.”

종 선생의 말에 세 개의 검을 뽑아 든 현패검이 나섰다.

현패검은 검 하나를 두 손으로 잡았는데 다른 두 개의 검은 현패검의 머리 좌우에서 종 선생을 찌를 듯이 앞을 겨누고 있었다.

“클클클,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찌 욕망은 뜨겁게 타오르기만 하는지. 이 불쌍한 년은 타타파파라 하지요.”

다음은 타타파파였다.

타타파파는 허공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눈을 감았는데, 머리 위에 아리따운 젊은 여자가 나타났다.

그것은 타타파파의 영체였는데 눈을 감은 타타파파의 정수리에 꽂꽂하게 서 있었다.

“오호라, 제법이구나. 파파 네가 영체를 이용해서 내 영체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냐? 좋구나 좋아. 다른 것은 몰라도 영체만은 정말 튼튼하게 잘 컸구나.”

그 모습에 종 선생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겨우 영체기 중기에 불과한 타타파파가 영체만은 화신기에 견줄 정도로 성장시켜 놓은 것이다.

“이번엔 제 차례인 듯 합니다.”

다음에 나선 것은 원시경이었다.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한 원시경은 가슴에 달린 청동 거울이 푸르게 빛을 뿜으며 일정 공간을 지배했다.

그 빛이 퍼진 순간 종 선생도 영향을 받았는지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게 변했다.

마치 녹이 슨 금속 관절을 보는 듯 했다.

“준비를 많이 했구나. 이것은 내 본질이 괴뢰임을 파악하고 그 약점을 찌른 것이군.”

종 선생은 원시경의 능력이 어떤 것인지 쉽게 알아차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려모원이 무슨 짓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는 듯이 그를 쳐다봤다.

그리고 그 순간 려모원의 모습이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어?”

“뭐?”

“이런!”

“려모워언!”

순간 종 선생과 대치한 네 수사가 려모원의 배신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사라진 려모원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