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102화 (102/499)

102. 와씨, 이건…… 와아, 그래도 결국 살았네?

“이, 이게 무슨?”

“어, 엄청난 위력······.”

“모, 모두 모입시다. 혼자서 저 번개를 막긴 어려울 것 같소.”

“그, 그렇습니다. 다들 모입시다.”

“번개를 치는데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니, 모두들 그 전에 최대한 대비를 합시다.”

“막기만 하면 됩니다. 영단을 먹고 이런 식으로 끌어 올린 힘이 오래 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맞아요. 버티면 이기는 겁니다.”

해주분의 죽음에 여섯 수사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서 보호막을 만들었다.

그들은 감히 회오리가 만드는 새하얀 번개에 맞설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결정은 현명했다.

조모명과 경려주의 회오리는 분명히 한계가 있었다.

꽈르르릉!

꽈르르릉!

꽈르릉!

꽈르릉!

꽈릉!

“보십시오. 점점 번개가 약해지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됩니다. 힘을 내십시다.”

여섯 수사가 한 곳에 뭉쳐 조모명과 경려주의 번개 공격을 연이어 막아냈다.

물론 그러느라 여섯 수사의 상태도 나빠졌지만 형설구의 말처럼 번개의 위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여섯 수사에겐 그것이 희망이었다.

그들 여섯이 힘을 모아야 간신히 버틸 수 있는 번개였다.

그나마 그 끝이 보인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쿠르르르르르르릉!

하지만 다음 순간 조모명과 경려주의 회오리바람 안에서 심상치 않은 뇌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깊은 심연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것 같은 뇌성은 조금씩 커지면서 소용돌이 전체에 새하얀 기운을 두르기 시작했다.

“저, 저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 같아요. 다들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세요.”

깜짝 놀라는 형설구와 아랫입술을 깨무는 금희매.

그리고 다른 수사들 역시 갖가지 법부들을 찢고 불태워 한층 방어를 강화했다.

꽈르르르르르르릉!

그리고 준비가 끝나는 순간 간발의 차이로 내리친 새하얀 번개.

그 번개는 삽시간에 여섯 수사를 덮쳐버렸다.

“끄아아악!”

“꺄악!”

“커어억!”

“끕!”

“······.”

“······.”

몇 명의 비명, 그리고 침묵.

거대한 백색 번개의 공격에 여섯 수사들이 일순간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

건우는 그 순간 깜짝 놀라서 감추고 있던 기척을 드러낼 뻔 했다.

‘미친! 망부구, 도대체 무슨 짓을?’

건우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에 망부구가 여섯 수사의 방어막에 끼어들어 그 합을 깨트려 버린 것이다.

그 때문에 조모명과 경려주의 백색 번개가 별다른 저항도 받지 않고 여섯 수사를 직격했다.

그 안에는 당연히 망부구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건우는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망부구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휘이이이이이잉!

건우가 의아한 생각을 품는 동안 조모명과 경려주의 거대 회오리가 조금씩 가라앉았다.

두 수사는 기묘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경려주가 가부좌를 하고 앉아 양 손의 나침반을 하늘로 향하고 있었고, 그런 경려주의 정수리에 조모명이 올라 앉아있었다.

당연히 조모명의 머리 위에는 그의 본명법기인 나경패철이 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조모명과 경려주는 기식이 엄엄했다.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이 미약한 기운만 남은 두 사람이었다.

쩌저저저적!

그 때, 잿더미가 되었던 여섯 수사들 중에 하나의 몸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조모명이 그 기척에 눈을 번쩍 떴다.

“망부구.”

“끄으으. 조 수사.”

조모명의 부름에 망부구가 끊어질 듯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죽을 각오를 했군.”

조모명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말처럼 망부구는 번개를 맞아 온 몸이 잿더미가 되었고, 남은 것은 푸석거리는 뼈와 그 뼈를 감고 있는 힘줄 몇 가닥이 전부였다.

“영체까지 희생해서 무얼 얻고자 한 것이지?”

조모명이 망부구를 보며 물었다.

그가 보기에 망부구는 이미 끝이 난 상태였다.

뭔가 더 해 볼 여력 따위는 없어 보였기에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그를 대하는 것이었다.

“원, 하지, 않아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지.”

망부구는 그렇게 대답을 하더니 뭔가를 꺼내 허공에 던졌다.

그런데 그것은 곧바로 날아가더니 과아분이 들어 있는 삼십육 면의 구조물 한 면에 틀어 박혔다.

“과아부운! 우에에에엑!”

조모명이 그것을 보고 깜짝 놀라 고함을 지르다가 피를 토했다.

망부구가 던진 것은 한쪽 면은 금색, 반대쪽 면은 은색인 열쇠였다.

그런데 그것이 꽂힌 삼십육면체가 진동을 하더니 모든 면들이 따로 떨어져 나와 겹쳐서 하나의 방석을 만들었다.

“크하하하하. 어리석은 것들.”

그리고 그 방석 위에 과아분이 올라앉아 미끄러지듯 조모명의 앞으로 날아왔다.

“네, 네 놈이!”

조모명이 그 모습에 피가 치솟는 듯 온 몸이 붉어졌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파파팍!

그의 몸이 터져 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래쪽에 앉아 있던 경려주의 몸 역시 핏물이 되어 녹아 내렸다.

“어리석은 것!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으냐!”

그 모습에 과아분이 엉뚱한 소리를 하면서 손을 휘저었다.

그런 과아분의 가슴 앞에는 어디서 난 것인지 호리병 박 하나가 떠 있었다.

= 으아아아아아!

= 꺄아아아악!

과아분의 손짓에 조모명과 경려주의 피가 엉켜 있던 곳에서 손가락 크기의 영체 둘이 끌려 나왔다.

그것은 바람처럼 반투명한 조모명과 경려주의 영체였다.

“들어가서 기다려라. 내가 너희를 어찌 대할지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 과, 과 수사! 제발 부탁이니 그냥 윤회에라도 들게 해 주······.

조모명의 영체가 뭐라 애원을 했지만 말을 끝내기도 전에 호리병박으로 끌려들어가 모습을 감췄다.

일을 마친 조모명이 망부구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망부구의 남은 몸까지 모두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중이었다.

“에엥, 아깝게 영체까지 모두 소멸해 버렸군.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고.”

과아분이 오이 모양의 얼굴을 기괴하게 찡그리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다가 멀리 쓰러져 있는 길우몽 쪽을 힐끗 바라봤다.

“저 놈도 재수가 없지. 연체술을 익힌 놈이 풍수문의 공법에 격중 당했으니 한 방에 죽임을 당한 것도 당연하겠지. 그래도 영체까지 소멸해 버린 것은 아쉽군.”

과아분은 죽은 척 기척을 감춘 건우의 수작을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잠시 심호흡을 했다.

과아분 역시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으음. 망부구는 정말 아쉽게 되었어. 영체기 초기까지 키우느라 무척 애를 썼는데, 이리 허무하게 잃다니.”

심호흡을 하며 어느 정도 몸을 추스린 과아분은 재가 되어 쌓여 있는 망부구를 바라보며 한탄했다.

사실 망부구는 과아분에게 영혼이 종속된 수사로, 건우의 용랑과 비슷한 존재였다.

하지만 용랑보다 상황이 좋지 않아서 때로는 과아분이 인형처럼 부리기도 할 수 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지금 과아분의 상태가 무척 좋지 않은 것도 삼십육면의 안전한 보호막 안에서 밖에 있는 망부구를 부리느라 무리를 했기 때문이었다.

과아분이 직접 나서지 않았다면 망부구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짓을 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강력한 술법으로 망부구를 제어하느라 과아분도 꽤나 손해를 본 상태였다.

그래서 기습으로 인한 부상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고 도리어 상처가 커진 상태였다.

하지만 어쨌거나 이제는 모든 수사가 죽었고, 포란처의 알과 보물을 독차지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손해는 아니었다.

영체기의 망부구를 잃었지만 반신수의 알이 손에 들어올 것이다.

“크흐흐. 비록 반신수의 알이라고 하지만 그 위력을 보자면 화신기에 버금갈 테지. 그런 것을 내가 취하게 되면 무서울 것이 뭐가 있을까.”

과아분은 반신수의 알을 연화하여 그 새끼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하여 웃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는 몸을 회복하는 것을 뒤로 미루고 서둘러 제단에 설치한 진법을 발동시켰다.

그 진법은 포란제단 위에 있는 알과 제단을 분리하는 마지막 한 수였다.

그것이 성공하면 알과 제단이 분리되고, 당연히 제단에 남은 세 가지의 보물도 포란의 진법에서 벗어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렵지 않게 그 보물을 손에 넣을 수 있고, 뭣보다 포란제단의 결계가 모두 허물어진 상황이니 알도 무방비 상태가 된다.

그저 의념을 불어넣어 알을 연화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후에 알을 부화시키는 것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이미 알은 부화 직전까지 와 있다. 연화가 끝나고 조금만 자극을 준다면 곧바로 부화가 되겠지. 물론 조금의 손해는 보겠지만 그 정도는 큰 문제도 아니고.”

과아분은 포란제단을 감싼 진법이 원래의 진법과 충돌하며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것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런 그의 얼굴에 근심이나 걱정은 전혀 없었다.

제단에 만든 진법이 포란제단의 마지막 힘을 무력하게 만들 것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미 몇 번이나 확인했고, 그에 맞춰서 열네 명의 수사가 힘을 모아서 진법을 설치했다.

사실 과아분 혼자였다면 절대로 제 시간에 맞춰서 만들 수 없었을 진이었다.

푸화화화화화 화르르르륵!

“오오오, 드디어!”

과아분이 서른여섯 장의 판으로 이루어진 방석에서 가부좌를 하고 기다리기를 사흘.

과아분은 그 시간 동안 자신의 부상을 돌보며 진의 변화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드디어 포란제단에서 강대한 영기의 파동과 함께 화염이 치솟은 것이다.

화염은 피라미드 모양의 제단 꼭대기, 여섯 광채의 알을 태울 듯이 타올랐지만 곧 허공으로 흩어져 버렸다.

그 불꽃이 포란을 위한 진법의 마지막 모습이었던 것.

과아분은 활짝 웃으며 급히 알을 향해 날아갔다.

“크하하하하. 결국, 드디어 내 손에 반신수의 알이 들어왔다!”

과아분은 너무나 기뻐하며 여섯 광채를 휘감은 알에 손을 올리고 쓰다듬었다.

그 순간이었다.

쩌저저저적!

뭔가가 쪼개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더니 눈을 멀게 할 정도의 빛이 포란제단이 있는 공간 전체를 뒤덮었다.

“뭐? 이게 무슨······.”

코곡! 콰득!

과아분이 깜짝 놀라 주변을 살피려 할 때였다.

검붉은 부리가 빛 속에서 튀어나와 과아분의 머리를 쪼아 뜯더니 그대로 삼켜 버렸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익!

그 직후, 빛이 사라지며 드러난 거대한 새 한 마리가 홰를 치며 자신이 세상에 나왔음을 알리는 고고성(呱呱聲)을 울렸다.

털이 엉성하게 나 있는 볼품 없는 새.

하지만 그 크기가 수십 미터에 이를 정도로 컸고 품은 영기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했다.

건우는 바짝 긴장하며 최대한 기척을 감추었다.

그리고 여차하며 아공간으로 숨어들 준비를 했다.

설마하니 반신수의 알이 부화해서 새끼가 나올 것이라곤 생각도 못한 것이다.

그것은 과아분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리 허무하게 죽음을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익!

펄럭 펄럭 펄럭 펄럭!

반신수의 새끼는 다시 한 번 고고성을 터트리며 날개를 퍼덕거렸다.

그리고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포란처의 하늘이 일그러지며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건우는 그 순간 꼼짝도 하지 못하고 땅바닥에 눌러 붙었다.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의 영기 압력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건우는 어렵게 고개를 돌려 포란처의 하늘을 바라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포란제단 위에 있는 새의 모습과 그 새의 머리 위에 뚫린 구멍을 직시했다.

그 구멍에는 커다란 눈동자 하나가 나타나 포란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끄윽!”

그 눈을 보는 순간 건우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고 급히 아공간으로 몸을 던졌다.

하지만 건우는 아공간에 들어가는 순간 정신을 잃어 버렸다.

삐이이이이이이익!

퍼덕 퍼덕 퍼덕!

그 사이에 포란제단의 꼭대기에서 홰를 치던 새는 조금씩 허공으로 몸을 띄우다가 결국 거대한 눈동자가 보이는 구멍으로 날아 들어갔다.

새끼 새가 구멍으로 사라진 후, 한동안 거대한 눈동자가 포란처의 곳곳을 샅샅이 훑으며 뭔가를 찾았다.

하지만 아공간에 들어간 건우를 발견하진 못했는지 얼마 후 뚫렸던 구멍이 다시 닫히며 눈동자가 사라졌다.

그렇게 모든 것이 마무리 된 포란처의 공간에는 숨 막히는 정적만 남아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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