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101화 (101/499)

101. 우와 개꿀잼, 격안관화(隔岸觀火)

꽈릉!

“커어억!”

“호호홋, 내 공격을 그 따위 연체술로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더냐? 우리 풍수문의 공법이 연체술과 극성인 것을 몰랐던 네 어리석음을 탓해라.”

건우는 경려주의 나침반에서 나온 두 가닥의 빛 공격을 주먹으로 쳤지만 효과를 거의 보지 못했다.

그 빛은 건우의 주먹을 그대로 통과해서 곧바로 건우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경려주의 말처럼 그 빛은 물리력의 극한인 연체술을 두부처럼 으깨고 들어왔던 것이다.

순간 건우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크게 피를 뿜으며 수 백 미터를 날아가 처박혔다.

그 모습에 해주분과 육추주가 건우를 끝장내기 위해 몸을 날리려 했다.

하지만 둘은 곧바로 몸을 돌려야 했다.

기습을 당했던 수사들이 반격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죽인다아! 크아아아앙!”

“이런 비겁한 것들!”

“내가 죽어도 너희 중에 하나는 데리고 가련다! 덤벼!”

과아분이 스스로 몸을 가두고, 홍후모가 죽었다.

게다가 그 사이에 조모명과 경려주는 다시 고태여와 아로를 죽였다.

남은 것은 형설구, 금희매, 구치곤, 상시연, 망부구만 남았을 뿐이다.

게다가 남은 다섯은 조모명의 기습으로 상처를 입었고, 경지도 영체기 초기에 불과했다.

조모명와 경려주, 해주분과 육추주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기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 모두가 힘을 모아 반격에 나선 것이다.

형설구는 특유의 백발이 이전보다 훨씬 밝은 광채를 뿌리며 공간을 장악했다.

그리고 구치곤은 언제 꺼냈는지 이빨이 흉흉하게 박힌 낭아봉을 꺼내들고 휘두르고 있었다.

낭아봉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이빨들이 번뜩이며 사나운 기운을 쏟아냈다.

그 외 금희매는 손잡이 달린 북을 꺼내 다른 손으로 두드렸고, 상시연과 망부구도 각각 검과 도끼를 꺼내고 몸에는 갖가지 법부를 둘렀다.

그렇게 조모명 쪽의 네 수사와 살아남은 다섯 수사가 결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래, 어느 쪽도 이기지 말고 함께 죽어라. 그래 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중에 건우는 흙바닥에 엎어진 상태로 기운을 감추고 상황을 살피는 중이었다.

경려주의 공격이 사납기는 했지만 건우는 나오금강체술에 주시원의 법보였던 은행 나무 분재를 흡수시켜 연체술의 약점을 보완한 상태였다.

몸으로 파고든 경려주의 공격은 그 은행 나무 분재가 흡수해서 큰 피해는 없었다.

그저 겉으로 보기에만 그럴 듯하게 날아가 처박혔을 뿐인 것이다.

물론 그 직후 기식이 엄엄한 듯 영기를 폭주시켰다가 마치 맥이 끊어질 듯이 미세하게 이어가는 흉내를 낸 것이 주효했다.

죽지는 않았지만 깊은 상처를 입고 쓰러진 상태.

다른 이들은 모두 그렇게 판단하고 경계가 느슨해 진 것이다.

‘복잡하다 복잡해. 도대체 얼마나 꼬인 거야?’

과아분을 배신한 경려주는 원래 풍수문 사람이었고, 같은 풍수문에 속한 조모명과 경려주가 해주분과 육추주를 포섭해서 다른 이들을 공격했다?

‘그게 끝일까?’

건우는 다시 강 건너 불구경을 하며 그런 의문을 떠올렸다.

* * *

“그냥 곱게 목을 내밀어라. 그러면 너희의 영혼은 건드리지 않겠다.”

“조모명! 감히 우리에게 추혼술이라도 쓰겠다는 것이냐?!”

형설구가 빛을 머금은 백발을 휘몰아쳐 조모명의 나경패철 조각을 막아내며 고함을 질렀다.

“끝까지 반항한다면 그리 해 주어야지. 그만한 각오도 없이 덤비겠다는 것이냐?”

조모명은 그런 형설구를 비웃으며 고양이가 쥐를 몰 듯이 형설구를 압박해 나갔다.

그 사이에 경려주도 구치곤과 금희매를 상대로 접전을 벌였고, 해주분과 육추주는 상시연과 망부구와 싸움을 벌였다.

상시연과 망부구의 부상이 커서 해주분과 육추주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형국이었다.

해주분은 둥그런 청동 거울을 들고 영기의 빛을 뿌리며 때로 법부를 날려 상시연을 몰아쳤다.

육추주 역시 검은 대도를 거침없이 휘두르며 망부구를 공격했는데 어느 순간 해주분과 육추주의 합공이 상시연과 망부구에게 한꺼번에 몰아닥쳤다.

해주분과 육추주가 합을 맞춰 상시연과 망부구, 둘을 함정에 빠트린 것이었다.

“아아악!”

“크으으윽! 쿨럭! 쿨럭!”

상시연은 손에 들고 있던 북과 함께 멀리 날아갔고, 망부구는 온 몸이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처럼 변해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하하하하. 별 것도 아닌 것이!”

“그러게 말이에요.”

해주분과 육추주가 크게 기뻐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둘이 각자 몸을 날려 상시연과 망부구의 멱을 잡고 조모명과 경려주에게로 향했다.

“조 수사. 제가 이 놈을 잡아 왔습니다.”

“저도 이 년을 잡아 왔어요.”

해주분과 육추주는 자신들의 전과를 자랑하며 두 수사를 조모명과 경려주에게 내보였다.

그 사이 조모명과 경려주를 상대하던 형설구와 금희매, 구치곤이 그 틈에 몸을 추슬렀다.

“쯧, 이런 상황에서 지금 그걸 자랑할 때입니까?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다음을 생각해야지요.”

“그러게 말입니다. 두 분 때문에 저들에게 여유를 주게 되지 않았습니까?”

당연히 조모명과 경려주가 승세를 이어가던 싸움이 끊긴 것에 짜증을 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해주분이나 육추주를 크게 나무라진 못했다.

같은 편인 둘과 불편한 관계가 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이런, 너무 기쁜 마음에 제가······.”

“저희가 큰 실수를 범했습······.”

푸화화화확!

콰르르르릉! 콰과과광!

“끄아악!”

“꺄아아아악!”

“죽어라! 어서!”

“어서 죽입시다!”

해주분과 육추주가 조모명과 경려주의 타박에 움츠려들며 사과를 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그들 사이에서 엄청난 빛과 폭발이 일어났다.

그것은 해주분과 육추주에게 멱이 잡혀 있던 망부구와 상시연의 공격이었다.

기운이 제압된 듯이 늘어져 있던 이들이 갑자기 어디서 불러낸 것인지 검과 도끼를 조모명과 경려주에게 쏘아냈다.

게다가 그와 함께 해주분과 육추주 역시 구리거울과 검은 대도를 휘둘러 조모명과 경려주를 공격했다.

이 네 수사의 공격은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한 것이었는지 지금껏 보지 못했던 강렬한 영기의 빛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멀리 떨어져 대치를 하고 있던 형설구와 구치곤, 금희매도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조모명과 경려주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거의 한 순간에 이루어진 일곱 수사의 합공이 조모명과 경려주를 덮친 것이다.

차자자자자장!

꽈릉 꽈릉! 콰과과과광!

하지만 조모명과 경려주도 마냥 당하지만은 않았다.

첫 기습에서 낭패를 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는 아니었다.

조모명의 나경패철과 경려주의 나침반 한 쌍이 현묘하게 어우러지며 둘을 감싸는 방어막을 만들어 냈다.

일곱 수사의 공격은 그 방어막에 절반 이상의 위력이 감소했고, 조모명과 경려주는 방어막 안에서 다시 법부들을 불태워 남은 공격을 막아냈다.

“해주분! 육추주! 너희가 어찌!”

조모명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해주분과 육추주를 불렀다.

“어찌는 무슨? 너희 두 년놈이 같은 풍수문의 제자라면 결국 이 싸움의 끝이 어찌 될지 눈에 보이는데 마냥 죽을 때를 기다리란 말이냐?”

“멍청한! 우리가 분명히 세 보물 중에 둘을 너희에게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

“그 말을 어찌 믿으란 거지요? 지금 상황이 보이지 않나요? 열네 수사가 속고 속이며 서로를 죽이는 마당에 당신들의 약속을 어찌 믿죠?”

조모명의 고함에 이번에는 육추주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러는 사이에 조모명과 경려주를 일곱 수사가 포위했다.

“우리를 죽이고 나면? 너희는 뭐가 다를 것 같으냐?”

그런 모습에 경려주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일곱 수사를 둘러보며 비웃었다.

하지만 그런 경려주의 말에 일곱 수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그걸 모를까? 하지만 영체기 중기인 너희 둘이 한 문파의 제자인 것이 문제다. 너희를 살려두면 우리에겐 아무 기회도 없겠지. 하지만 너희만 죽이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생긴다.”

“너희를 죽인 후, 우리 일곱이 다시 겨루어 보물의 주인을 가린다고 해도, 너희를 살려두는 것보다는 가능성이 높지.”

“맞다. 해주분이 그것을 일깨워 주었지. 그래서 잠시 힘을 모으기로 했을 뿐이다. 어차피 우리는 서로를 믿지 않는다. 그저 너희를 죽이는 것이 가장 먼저라는 것에만 뜻을 모았을 뿐이다.”

해주분, 구치곤, 망부구가 연이어 조모명과 경려주를 보며 일의 내막을 털어 놓았다.

그런 중에도 서로 대치한 아홉 수사들은 최대한 원기를 회복하고 기운을 축적하는 중이었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선 죽이지 않으면 죽어야 했다.

“후우우, 이제 끝을 보자.”

그 때, 지금껏 조용하던 망부구가 긴 호흡과 함께 허공에서 도끼 하나를 더 꺼내 양 손에 나눠 쥐며 말했다.

그의 도끼는 무척 커서 하나의 날이 그의 얼굴 전체를 가릴 만 했다.

그런데 두 도끼의 날에는 서로 다른 문양이 불길한 기운을 머금고 붉은 색과 검은 색으로 그려져 있었다.

츠즈즈즈즈즈즈즛!

망부구의 두 도끼에서 음산한 기운이 솟아 올랐다.

그리고 그 기운은 조모명과 경려주를 감싸고 있는 보호 진법으로 뻗어 나가 섬찟한 마찰을 일으켰다.

“볼 것 없다. 저 둘을 죽이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거기에 구치곤 역시 그렇게 고함을 지르고 낭아봉을 휘두르며 뛰어들었다.

이후 다른 다섯 수사들 역시 머뭇거리지 않고 조모명과 경려주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으음, 다들 힘을 아끼고 있군.’

멀리서 죽은 듯이 기운을 감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건우는 속으로 혀를 찼다.

일곱 수사들이 조모명과 경려주를 공격하면서도 다들 힘을 아끼는 것이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조모명과 경려주가 위태로워 지기엔 충분했다.

기습을 당해서 부상을 입은 상태로 일곱 수사의 협공을 버티긴 어려웠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조금씩, 조금씩 조모명과 경려주의 피해가 쌓여갔다.

일곱 수사는 전력을 다하지 않고도 둘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느긋하게 공세를 이어갔다.

서로가 힘을 아끼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조모명이나 경려주를 처리하지 못할 것도 아니니 조급함을 떨쳐 낸 것이다.

“이, 이 놈드으으을!”

하지만 조모명은 그렇지 못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피가 말라 죽을 판이었다.

결국 어떻게든 형세를 바꿀 한 방이 필요했고, 그런 변수는 조모명과 경려주 쪽에서 만들어야 했다.

콰드드드득!

조모명이 소매에서 단약 하나를 꺼내 깨물었다.

투명한 껍질 안에 소용돌이치는 백색의 광체가 들어 있는 단약이 뭔지 아는 수사는 경려주 밖에 없었던 모양이었다.

“조 사형!”

“걱정하지 마라. 저것들을 해치우고 정양을 하면 될 일이다.”

“알겠어요. 그럼 저도!”

“경 사매!”

“사형만 어려운 길을 가게 할 수야 있나요.”

경려주는 조모명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같은 영단을 꺼내 입에 물고 깨트렸다.

그리고 상황이 돌아가는 것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일곱 수사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이런 상황이니 서로 힘을 아끼지 말자는 암묵적인 합의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쿠과과과과과과광!

휘이이이이이이잉!

그 사이 조모명과 경려주의 몸에서 엄청난 영기기 터져 나와 두 개의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소용돌이는 또 다시 서로 맞부딪혀 잠시 불협화음을 내다가 어느 순간 하나로 뭉쳤다.

조모명과 경려주가 같은 공법을 사용하여 힘을 합친 것이다.

쒸이이이이이이잉!

그것은 거대하지만 단순한 소용돌이에 불과해 보였다.

하지만 그 소용돌이는 살아 있는 듯이 움직이며 일곱 수사를 향해서 이리저리 몸을 뒤틀었다.

일곱 수사는 그 소용돌이를 포위한 상태를 풀지 않기 위해서 애를 쓰며 이리저리 허공을 밟고 뛰어 다녔다.

“별 것 아니······.”

잠시 소용돌이와 실랑이를 하다가 그 공세가 그리 강하지 않다고 여긴 해주분이 방심한 순간이었다.

꽈르릉!

소용돌이 안에서 새하얀 번개가 치더니 곧바로 해주분에게 내리 꽂혔다.

파지지지지직!

“크아아악!”

피지지 피지지지직! 지글지글!

순간이었다.

새하얀 번개가 해주분의 정수리에 내리꽂혀 엉덩이로 터져 나왔다.

그리고 해주분은 겉만 멀쩡하고 속은 하얗게 재가 되어 버렸다.

그 한 방의 공격에 해주분의 영체까지 소멸해 버린 것을 다른 여섯 수사는 뒤늦게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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