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98화 (98/499)

98. 포란심처(抱卵深處)로 가는 길

“길 수사께서는 어찌 생각하시오?”

여덟 명의 수사들이 어우러져 몸을 날리던 중, 길우몽의 곁으로 해주분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해주분(亥柱墳)은 영체기 초기의 수사로 따로 소속이 없는 산수(散修)였다.

그는 처음 동행을 하게 된 이후로 줄곧 여러 수사들의 곁을 맴돌며 친분을 쌓으려 애를 썼다.

주위 수사들에게 항상 좋은 관계를 만들려고 애쓰는 이인 것이다.

건우는 비단옷 입은 돼지 같은 해주분의 모습을 슬쩍 일별하고는 대꾸를 하지 않았다.

어차피 가만히 두어도 제 할 말을 할 사람이니 굳이 피곤하게 말을 섞을 필요가 없었다.

“이번 포란처(抱卵處)가 심상치 않은데, 과연 우리들만으로 알을 얻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역시 해주분은 건우의 무반응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리며 떠들기 시작했다.

“벌써 수 백 명의 수사들이 함께 들어와서 지금은 고작 여덟이 남았을 뿐입니다. 이렇게 뿔뿔이 흩어져 버렸으니 앞으로 위험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해주분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함께 달리고 있던 다른 수사들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모두가 영체기 초기에서 중기 사이의 경지인 그들은 이번에 난란성에서 새로 발견된 포란처를 노리고 출발한 이들이었다.

건우는 새로운 포란처 때문에 극금문의 해봉당이 자신의 의뢰를 무기한 연기한다는 연락에 발끈했다.

그래서 차라리 해봉당이 모두 달려든다는 포란처 공략에 끼어들기로 결심했다.

지금의 상황은 그 결과였다.

극금문 해봉당의 수사들 백여 명에 난란성에 머물던 일반 수사들 수 백이 더해져서 포란처 공략을 시작했는데, 포란처의 결계 금제에 휘말려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포란처를 보호하는 첫 결계를 뚫고 들어올 때부터 무리가 반도막이 나더니, 이후로 몇 번의 결계를 뚫고 나자 고작 여덟만 남은 것이다.

그나마 그 여덟이 모두 영체기 경지의 실력자인 것을 보면 결계가 수사의 경지에 따라서 무리를 나눈 모양이었다.

“해 수사. 무슨 그리 불길한 말을 하고 그래요? 우리 여덟이 힘을 모은다면 이깟 포란처의 결계 따위는 문제도 아니에요. 저를 믿으세요.”

“저도 경 수사의 말에 동의해요. 지금까지 무리가 쪼개지긴 했지만 사실상 위험한 일은 별로 없었어요.”

“그렇죠! 고작해야 마수나 요수 따위가 조금 나왔을 뿐이고, 그조차도 우리의 힘을 이기지 못했어요.”

경려주, 금희매, 육추주.

경려주가 먼저 해주분을 타박했고, 그 뒤를 이어 금희매와 육추주가 가세했다.

이들 셋은 모두 여성 수사로 은근히 뜻을 모아서 세를 형성하고 있었다.

건우는 그 중에 경려주를 힐끗 바라봤다.

경려주의 좌우 소매 끝에는 은열쇠와 금열쇠의 수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바로 극금문 해봉당의 부당주로 건우가 이 무리에 속해서 움직이고 있는 이유였다.

“아니, 그렇게 낙관할 문제가 아니지요. 해 수사의 말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껏 여섯 겹의 결계를 뚫고 들어왔는데, 매 번 풍광이며 환경이 바뀌며 난관이 커졌습니다.”

세 여성 수사의 말에 형설구가 나섰다.

형설구는 영체기 초기의 요족 수사로 빛이 흐르는 백발을 길게 기른 수사였다.

얼굴이며 몸은 청년의 것인데 머리카락만 새하얗고 은은하게 빛이 났다.

그 역시 해주분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산수임을 자처하며 소속을 밝히지 않은 수사였다.

“난관이랄 것이 뭐가 있지요? 여기는 고작 따가운 햇살과 메마른 모래가 전부일 뿐인데요?”

형설구의 말에 금희매가 상대를 얕잡아 보는 눈빛으로 형설구를 보며 말했다.

“금 수사가 어찌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이 형 모는 이곳이 무척 불편하고 힘겹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요?”

금희매의 말에 형설구는 다른 수사들의 여론을 모으겠다는 듯이 의견을 물었다.

“그야 이를 말입니까. 따가운 햇살과 메마른 모래뿐이라 하지만, 햇살은 강철 바늘로 찌르는 것과 같고, 모래는 밟을 때마다 발을 난도질 하는 듯합니다. 우리가 영체기가 아니었다면 어찌 이곳에서 견딜 수 있었겠습니까?”

“그건 해 수사의 말이 옳습니다. 결계를 뚫고 들어올 때마다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지요.”

형설구의 말에 곧바로 해주분이 목소리를 키웠다.

그리고 그 해주분의 말에 지금껏 조용히 있던 조모명도 약간의 힘을 실어 주었다.

조모명은 다른 수사들에 비해서 체구가 작은 소인이었다.

일반 수사들의 종아리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체구를 지닌 조모명은 경려주와 함께 일행 중에 둘 뿐인 영체기 중기 수사였다.

그러니 조모명의 말은 경려주의 말만큼 무게가 있었다.

경려주는 자신과 다른 뜻을 보이는 조모명의 말에 살짝 눈매가 매서워지며 분기를 드러냈다.

하지만 일행의 대화는 더 이어질 수 없었다.

“모두 앞을 보십시오. 모래폭풍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길우몽의 행세를 하고 있던 건우가 크게 고함을 질러 수사들의 경각심을 일깨운 까닭이었다.

길우몽의 말에 모두가 전방으로 의념을 집중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래폭풍을 금방 찾아내지 못했다.

길우몽이 모래폭풍의 발생을 알아차린 위치가 꽤나 멀었기 때문이다.

“으음.”

“아, 정말로!”

하지만 잠시 후 조모명과 경려주가 먼저 모래폭풍을 감지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을 두고 다른 수사들도 그것을 알아차렸다.

먼 사막 저편에서 천지영기가 소용돌이치며 모래바람을 만들고 있었다.

지금은 작은 회오리바람에 지나지 않지만 곧 거대한 모래폭풍이 될 것이다.

그것은 회오리바람으로 끌려드는 거친 천지영기의 양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만한 일이었다.

결계의 수작으로 만들어진 이곳 사막의 천지영기가 일제히 한곳으로 몰리는 중이었다.

일곱 수사들의 시선이 은연중에 길우몽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영체기 중기 수사보다 먼저 길우몽이 모래폭풍을 알아낸 것에 경각심을 가진 것이다.

“그리 놀랄 것 없습니다. 제가 항상 의념을 최대한 앞으로 뻗어 상황을 살피고 있었기에 그리 된 것일 뿐입니다.”

길우몽은 수사들의 눈빛에 난처한 듯이 그리 변명을 했다.

그리고 당장은 그 말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길우몽을 추궁할 상황은 아니었다.

게다가 나름 겸손한 척이라도 해 주니 길우몽에 대한 날카로운 태도들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저 모래폭풍이 이번 결계의 핵심입니다. 저것을 뚫고 들어가 그 중심에 닿으면 이번 결계를 통과할 수 있을 겁니다.”

그 때, 경려주가 머리에 비녀처럼 꽂았던 금은의 열쇠를 번쩍이며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그녀는 본명법보인 그 비녀 열쇠를 통해서 결계를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극금문에서도 봉인에 대해서 가장 능통하다는 해봉당, 그곳의 부당주이니 결계에 대한 해석은 믿을 만 할 것이다.

건우가 그렇게 생각한 것처럼 다른 수사들 역시 경려주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아직은 보물을 찾은 것도 아닌데 서로를 낙마시킬 이유가 없는 때라 더욱 그랬다.

이번 포란처 공략은 지금의 여덟 수사가 모두 있다고 해도 장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래서 일단은 알이나 보물을 발견할 때까지는 서로 위해를 가할 이유가 없었다.

자칫하다가는 공략 자체가 불가능해 질 수도 있으니 아직은 힘을 보존할 때였다.

이미 경험이 많고 노회한 이들이라 그 정도 깜냥들은 모두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경려주의 말을 믿고 모래폭풍을 뚫고 나가는데 의심은 없었다.

이미 몸집을 부풀린 모래폭풍은 가까이까지 다가와 있었다.

“먼저 앞장서겠습니다.”

건우는 몸을 사리지 않았다.

길우몽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의 건우는 나오금강체술을 영체기 수준으로 익힌 연체술사였다.

몸을 극한으로 단련해서 영기 수련을 뛰어 넘는 육체파 수사이니 당연히 앞장서서 방패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

뿌드드드드드 뿌드드드득!

앞서 나가는 길우몽의 몸이 검은 황금빛으로 물들며 체구가 백여 미터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쿠궁 쿠궁 쿠궁!

그렇게 커진 길우몽은 일행을 등 뒤에 두고 묵직한 걸음으로 모래 폭풍을 뚫고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뒤따르는 일곱 수사들이 각각 여러 보호 술법을 길우몽의 몸에 걸어주기 시작했다.

길우몽이 방패를 자처했으니 나름의 방법으로 그를 돕는 것이다.

“차아아아아앗!”

콰르르르릉 콰르르르릉!

“역시 호쾌하십니다. 길 수사!”

앞서던 길우몽이 기합과 함께 정권을 내질러 회전하는 모래폭풍의 일각을 허물어뜨렸다.

그러자 뒤에 있던 해주분이 감탄을 터트리며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다른 수사들 역시 길우몽의 주먹질에 모래폭풍의 기세가 주춤하는 것을 보고 놀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단순한 주먹질에 천기영기를 머금은 대자연의 기세가 일순간이라도 주춤했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까.

콰르릉! 콰르릉! 콰르르릉!

그렇거나 말거나 길우몽은 앞장서서 계속해서 모래폭풍에 주먹질을 하며 걸음을 옮겼다.

모래폭풍이 아직은 일행의 걸음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것은 아니었다.

덕분에 여덟 수사들은 빠르게 모래폭풍의 중심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 * *

“경 수사. 이 모래 폭풍을 뚫으면 포란처의 심처(深處)에 닿게 되는 것이 확실하겠습니까?”

길우몽의 모습을 한 건우가 매섭게 휘몰아치는 모래폭풍 속에서 경려주를 돌아보며 물었다.

길우몽은 거대한 몸으로 모래폭풍을 막으며 버티는 중이고, 일곱 수사들은 그 뒤에 늘어서서 모래 폭풍의 압력을 피하는 중이었다.

“확실치는 않아요. 하지만 이 이후에 다시 결계를 뚫어야 한다면 그 때는 우리 모두가 목숨을 걸어야 하겠지요.”

“그럼 해봉당의 당주께서 나서야 한단 말입니까?”

건우는 이번 공략에 극금문 해봉당의 당주가 참여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극금문의 해봉당 당주는 영체기 완경으로 알려진 이였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그것까지 확답을 할 수는 없겠네요.”

“그럼 어쩌실 요량입니까. 이번 다음에도 또 한 겹의 결계가 있다면, 그것을 뚫을 겁니까?”

건우가 경려주에게 그렇게 물어보자 다른 여섯 수사들도 경려주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 대답에 따라서 수사들의 행동도 결정될 것이 분명했다.

경려주도 그것을 느꼈는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결심을 굳힌 듯이 대답했다.

“또 다른 결계가 있다면 당연히 도전할 것입니다. 포란처의 깊은 곳일수록 귀한 보물이 있기 마련인데, 어찌 변죽만 더듬다가 말 수 있겠습니까.”

경려주는 절대 그럴 생각이 없다는 듯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말에 다른 수사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이 길 모도 그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그럼 여기서 서로의 뒤를 노리는 일은 없겠군요.”

건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극성으로 나오금강체술을 끌어 올렸다.

어쨌건 이번 결계를 뚫고 들어간 후, 상황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뒤통수를 칠 확률이 조금 줄어들었다.

아직은 다음 결계지역의 상황을 알 수 없으니 전력을 떨어뜨릴 짓은 삼갈 것이다.

그러니 이제 마음 놓고 모래폭풍의 핵을 뚫고 들어가도 될 것 같았다.

“크아아아아압!”

꽈르르르르릉!

기합소리와 함께 길우몽의 주먹에 검은 황금빛이 집중되며 더욱 강한 기세를 만들었다.

그 주먹은 마치 검은 태양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강렬하고 또 화려했다.

그리고 언뜻, 그 안에 은행나무의 무늬가 비치는 듯도 했다.

푸쉬쉬쉬쉬쉬쉬!

휘이이이이이잉!

한 번의 주먹질에 요동치던 천지영기가 주먹질 한 번에 뚫리며 산들바람처럼 잠들었다.

“어서 가십시다.”

하지만 그 순간이 오래 갈 수는 없을 터.

이미 등 뒤에서부터 모래폭풍의 사나운 기세가 되살아나 일행을 물어뜯을 듯이 달려드는 중이었다.

건우는 힐끗 뒤를 돌아보며 모래폭풍의 핵으로 뛰어 들었다.

그리고 그 뒤를 경려주와 조모명이 따르고 나머지 다섯 수사들도 순식간에 구멍 뚫린 폭풍의 벽 안으로 사라졌다.

후우우우우우웅 콰과과과과과!

그 직후, 모래폭풍은 다시 거칠게 날뛰며 세상 모든 것을 지울 듯이 휘몰아쳤다.

“후우! 아슬아슬했습니다 그려.”

“그래도 길 수사 덕분에 쉽게 왔지요.”

“그건 맞아요. 길수사의 연체술은 정말 대단합니다.”

“저도 연체술을 약간 익혔지만 역시 길 수사에 비할 수는 없겠어요.”

“나는 언제 꼭 한 번 호쾌하게 대련을 해 보고 싶다.”

모래폭풍의 핵은 온통 사납게 회전하는 모래의 벽으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그곳에 도착한 모두가 호흡을 가다듬는 중에 건우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

“모두 힘을 모았는데 저만 인사를 받는 것은 합당치 않습니다. 그만들 하시지요.”

길우몽은 체구를 원래 크기로 줄인 상태로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그런 말을 주고 받는 동안에도 건우를 포함한 일곱 수사는 경려주를 보호하는 원진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금은 결계를 해석하는 그녀가 가장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이었다.

이곳 포란처의 결계 금제는 사실상 고대 신수의 힘과 그 후예인 반신수의 힘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 힘이 만든 결계 위에 그 피를 이은 수많은 고계의 영수, 마수, 요수 등등이 진혈의 힘을 이용해서 다시 결계를 만들었다.

때문에 포란산맥 전체에 거대한 결계가 형성되었고, 그 안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비틀린 공간이 생겼다.

포란처란 그런 공간을 일컫는 것이고, 깊은 곳일수록 귀한 혈통의 알들이 있기 마련이다.

당연히 그렇게 뒤엉킨 결계 금제를 뚫거나 파헤치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 여덟 중에서 그런 능력은 경려주를 따를 자가 없다.

그러니 모두가 그녀가 일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하며 편의를 봐 주는 것이다.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잉!

차라라라라라랑! 차라라라랑!

모두가 지켜보는 동안에 눈을 감고 비녀 열쇠에 집중하던 경려주가 눈을 떴다.

그리고 그 순간 반짝거리던 비녀 열쇠가 가늘게 떨리며 진동을 일으키더니 어느 순간 수백 개로 분열되어 뒤엉켜 하나의 문틀을 만들어 냈다.

“오호! 뚫었습니다 그려!”

“그렇군요. 역시 극금문의 능력은 뛰어난 바가 있습니다.”

“자자, 이럴 것이 아니라 어서들 들어가십시다. 경 수사. 어떻소? 들어가도 되겠소?”

문틀이 만들어지고, 그 문틀 안에 은색의 막이 펼쳐지자 그것을 지켜본 수사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다들 경려주가 만든 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안달이 나 있었다.

“물론입니다. 그러자고 만든 것이 아니겠습니까. 다들 들어가시지요.”

그런 수사들의 모습에 경려주가 이마에 난 땀을 손등으로 훑으며 밝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그럼 제가 먼저 가죠.”

그러자 금희매가 냉큼 문 안으로 뛰어 들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해주분, 형설구, 육추주, 조모명, 구치곤 등이 차례로 들어가고 건우가 마지막으로 경려주와 남았다.

“수고 하셨소.”

건우도 그렇게 인사를 건네고는 문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별 말씀을.”

경려주는 아무도 없는 폭풍의 핵에서 그리 대답하고는 벙긋 웃으며 마지막으로 문으로 들어갔고, 그와 함께 문이 사라지며 경려주의 비녀 열쇠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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