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79화 (79/499)

79. 업그레이드, 본명법보!

천라패갑방패(天羅貝甲防牌), 도봉포대(盜封包袋), 포공공마의 사체.

건우는 그 세 가지를 앞에 두고 고민에 빠져 있었다.

천라패갑방패는 삿갓조개의 패갑으로 만든 건우의 본명법기였고, 도봉포대는 상대의 법기를 빨아들여 봉인하는 자루 법기의 이름이었다.

“천라패갑방패(天羅貝甲防牌)에 도봉포대(盜封包袋)를 합쳐서 본명 법기의 힘을 강화하면 좋겠지. 포공공마의 사체는 도봉포대와 잘 어울릴 테고.”

건우는 오랜 시간 고민 끝에 본명법기를 법보 수준으로 끌어 올릴 방법을 만들어 냈다.

우선 도봉포대를 포공공마의 사체에 흡수시켜서 그 능력을 끌어 올린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천라패갑방패에 흡수시키는 것이다.

원래 방패 역할을 하는 천라패갑방패가 강화된 도봉포대의 능력을 가지게 되면?

방패를 공격하는 적의 법기나 법보를 그대로 봉인해서 흡수해 버릴 것이다.

물론 위력이 뛰어난 것들은 쉽게 흡수하지 못하겠지만 그 공격 자체를 봉인하거나 약화시키는 것이 가능해지긴 할 것이다.

“하급의 법구 따위는 몇 개든 먹어 치울 수 있겠지. 그리고 포공공마의 사체가 있으니 영체기 수준의 법보까지도 어떻게든 감당이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 거다.”

건우는 새로 만들어질 천라패갑방패의 위력을 그렇게 추측했다.

직접 공격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쉽지만 상대의 법구를 봉인하거나 혹은 위력을 감소시키는 쪽으로 특화된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럼 해 볼까?”

건우는 우선 세 가지의 재료를 한쪽에 치워놓고 술법진을 짜기 시작했다.

도봉포대에 포공공마의 사체를 더하는 작업을 위한 술법진이 먼저였다.

복잡한 술법진은 영석의 가루에 몇 가지의 수련 자원을 섞은 것으로 그렸다.

의념을 집중하고 영기를 흩뿌릴 때마다 거기에 맞춰서 술법진이 그려졌다.

원형 평면으로 그려진 술법진이 어느 순간부터 입체적인 구조를 갖추기 시작하고, 거기에 먼저 포공공마의 사체가 들어갔다.

술법진은 포공공마의 사체를 받아들이면서도 조금의 흐트러짐을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건우의 영기가 보충되자 밝은 광채를 내며 술법진을 이루는 작은 부분들마다 제각각 다른 움직임을 보이며 포공공마의 사체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분명히 사체로 빨려든 술법진이 다시 복원이 되기도 하고 새로운 술법진을 만들기도 했다.

건우는 그렇게 술법진을 유지하면서 때로는 새로운 재료들을 불러와서 포공공마의 사체나 술법진에 더했다.

영석을 부숴서 가루를 내기도 하고, 약초를 불러내어 즙을 짜거나 태워 연기를 만들기도 했다.

그 외에도 여러 재료들이 갖가지 형태로 등장했다가 술법진과 포공공마의 사체로 스며들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포공공마의 사체를 연마한 후, 이번에는 그 옆에 도봉포대를 위한 술법진을 만들었다.

이미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난 포공공마의 사체와 그 술법진을 유지하면서 도봉포대와 술법진을 다루는 건우.

이번에는 열흘이 넘는 시간동안 도봉포대에 여러 술법진과 재료들이 투입되었다.

당연히 그 동안 건우는 쉬지 않고 영기를 운용하며 두 술법진을 유지하느라 틈틈이 영석을 흡수하고, 영기 보충용 영단을 삼켰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어느 순간, 포공공마의 사체와 도봉포대를 가두고 있던 두 술법진이 서로 공명을 하기 시작했다.

공명이란 것은 서로 통하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

건우는 공명이 시작되자 두 술법진을 서로 가까이 붙이고 조심스럽게 융합하기 시작했다.

각각 포공공마의 사체와 도봉포대 법기를 품고 있는 두 개의 술법진은 사실 닮은 부분도 있지만 서로 다른 부분도 많았다.

그런데 그 두 술법진이 서로 가까워지며 두 술법진 사이에 하나의 술법진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양쪽 술법진에서 가루가 되어 흩어진 술법진이 두 술법진 사이에 모여들어 새로운 술법진을 그리는 장면은 신비로웠다.

게다가 그렇게 양쪽의 술법진이 조금씩 줄어드는 만큼 포공공마의 사체와 도봉포대도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

“으으음.”

건우는 그 과정을 하나하나 이끌어 내며 낮은 신음소리를 냈다.

생각보다 작업이 복잡하고 어려웠다.

하지만 이미 시작한 일을 멈출 수도 없었다.

여기서 멈추면 포공공마의 사체와 도봉포대 법기, 이 두 가지를 모두 잃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성공하면 영체기 법구를 집어 삼킬 수 있는 도봉포대가 만들어진다.

건우는 이를 악물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해. 이걸 다시 본명법기인 천라패갑방패(天羅貝甲防牌)와 융합시키려면 훨씬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해. 그런데 여기서 엄살을 피울 수야 있나.’

* * *

지름이 백 미터가 넘는 삿갓 모양의 패갑.

원래 천라패갑방패(天羅貝甲防牌)의 본모습은 그것이다.

하지만 건우는 천라패갑방패의 본체를 꺼내서 쓰지 않는다.

본체는 의념공간에 존재하고, 그에 담긴 힘을 현실에 불러내어 쓰는 것이 천라패갑방패(天羅貝甲防牌)이다.

일반적인 수사들은 본명법기를 만들어도 그것을 완벽하게 연화시키고 영혼과 연결하여 의념공간에 보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수사의 경지보다 뛰어난 본명법기는 때로 거추장스러운 짐이 되기도 한다.

영혼과 연결된 것이 본명법기인데, 그것을 의념공간에 제대로 넣을 수가 없는 경우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본명법기를 잘못 만들면 수사의 약점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본명 법기가 상하면 수사의 영혼에도 타격이 생기니 항상 관리를 잘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본명 법기는 수사의 영혼과 의념공간 모두에 걸친 것이라 일반적인 법기에 비해서 강력하다.

그러니 잘 쓰면 복이요 잘못 쓰면 화가 되는 양날의 검인 셈이다.

“흐라차차!”

건우가 세절도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위에서 기합성을 지르며 새로 강화한 천라패갑방패를 불러냈다.

파치치치치칭!

순간 건우의 머리 위에 갈색의 삿갓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공간에 있는 수백 미터 크기의 천라패갑방패(天羅貝甲防牌)가 건우 머리에 딱 맞는 삿갓 모양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짙은 갈색의 삿갓에는 갖가지 색의 다양한 문양들이 떠올라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그것들은 건우의 여덟 영근과 연관이 있어 보였다.

“하하하하.”

삿갓을 쓴 건우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 건우의 몸을 보호하는 여덟 겹의 방패가 존재했다.

그것도 각기 다른 여덟 가지의 속성을 지닌 방패니 어지간한 속성 공격을 쉽게 막거나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건우가 바라기만 한다면 상대의 법기를 봉인하는 능력도 사용할 수 있었다.

건우는 본명 법기를 불러낸 순간 그 능력과 위력을 파악할 수 있었다.

본명 법기인 천라패갑방패(天羅貝甲防牌)가 건우의 영혼과 완벽하게 연결되어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거 대단하군. 한 번에 영체기급 법보 하나, 혹은 성단기급 법보 셋, 혹은 성단기급 법기 여섯 개를 봉인할 수 있겠어. 일반적인 경우라면 절대 피하기 어렵겠지. 게다가 본명법기라도 성단기 수사의 것이라면 한 둘 정도는 빼앗는 것이 가능하겠군.”

더없이 좋은 결과였다.

새로 강화된 천라패갑방패(天羅貝甲防牌)의 위력에 특별히 강한 건우의 의념이 더해지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위력이 나왔다.

건우는 더 없이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아쉬움도 있었다.

“역시 공격이 약해. 사실 피하기로 마음먹으면 아공간만큼 안전한 곳이 없지. 천라패갑방패(天羅貝甲防牌)로 기습을 막고 아공간으로 숨는다면 화신기 수사라도 나를 어쩌진 못해.”

천라패갑방패(天羅貝甲防牌)라면 한 번 정도는 화신기 수사의 공격도 막아줄 수 있으리라.

물론 전력을 다한 공격이라면 아무리 천라패갑방패가 있더라도 살아남기 어렵겠지만 화신기 수사가 건우를 향해서 불문곡직하고 그런 강공을 펼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어디 가서 비명횡사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건우가 크게 기뻐한 것은 그런 이유였다.

하지만 피하고 도망만 친다면 그게 어디 사는 것이겠는가.

건우는 그렇게 당하고만 살 생각은 없었다.

“경지를 높이는 것이 제일이지. 경지가 곧 지위고 권력인 세상이니까. 하지만 당장 영체기로 오르는 것보다는 영체기 급의 공격 수단을 가지는 것이 더 쉬울 거야.”

아무리 건우라도 쉬지 않고 수련에 매진해서 영체기로 올라설 자신은 없었다.

지금만 하더라도 나오금강체술이 성단기에 오르면서 안정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여덟 영근과 나오금강체술이 모두 성단기 초기에 오른 상태지만 당장 중기에 오르기 위한 수련을 하긴 어려웠다.

성단기 중기를 지나 후기, 완경까지 올라갈 수련 공법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수련에도 때가 있고, 준비가 있어야 했다.

“공법만 익혀 내면 분명 그 경지에 오를 수 있지. 내가 수미세계의 반영세계에서 얻은 속성별 영근 수련법은 분명 성단기 완경까지 오를 수 있는 것들이다.”

건우가 공격 법기와 수련 경지 상승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반연 세계의 영근 수련 공법에 성단기 이상에서는 그 주해가 많이 부족하다. 그것들 만으로는 완경에 이르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거야.”

그래서 필요한 것이 공법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다른 지혜와 깨달음이었다.

반영세계의 수련 공법이 조금 더 자세했으면 좋았겠지만 불친절한 주해를 이해할 징검다리가 필요했다.

결국 더 많은 것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실험하고,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보다는 일단 제대로 된 공격 법보를 하나 얻는 것이 빠르겠지.”

그냥 숨어서 수련만 해도 된다.

사실 그것이 진실일 것이다.

하지만 건우는 세절도로 돌아와 겨우 백 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몸이 근질거렸다.

“어? 그런데 지금 상태로 나갔다가 엄한 놈하고 시비가 붙으면 곤란하지 않나? 영 화력이 부족한 거 같은데?”

지니고 있는 법기와 법보가 적지 않다.

그리고 그 중에는 성단기 수사가 사용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법기와 법보도 제법 된다.

하지만 건우 자신의 본명 법보와 비교하면 많이 떨어진다.

그러다보니 그것들이 모자라다 생각하는 것이다.

“이거 딜레마네? 으음, 어쩔 수 없지. 이럴 때에는 역시 뽑기가 답이지. 혹시 알아? 대박이 터질지? 전에 얻었던 양금온석(陽錦溫石)도 이번에 천라패갑방패를 강화할 때 잘 써 먹었잖아.”

건우는 결국 한동안 외면하고 있었던 반영세계의 가챠를 다시 떠올렸다.

사실 지금 건우는 수미산겨자씨의 수련 공간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두 번의 경험으로 깨닫게 된 것이지만 수련 공간은 각 경지의 완경에 이르렀을 때에만 들어갈 수 있는 것이었다.

이제 성단기 완경이 될 때까지는 산적 스승을 만날 일이 없다는 소리다.

대신에 반영세계는 영석만 있다면 하루에 한 번씩 드나들 수 있었다.

물론 사용한 영석만큼의 이득을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은 과외의 문제지만 말이다.

“에라, 그래 일단 해 보자. 영석이 제법 되니까 이참에 가챠나 한 몇 년 해 보는 거지 뭐.”

결국 건우는 세절도에 있는 동부로 향하며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그 반영 세계가 도대체 어떤 곳인지도 좀 알아볼 필요가 있어.”

동물은 존재하지 않는 세상.

그러면서도 가끔씩 거대한 기운이 느껴지기도 하는 곳.

건우는 여전히 그 반영 세계의 실체를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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