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59화 (59/499)

59. 매미를 노리는 사마귀 뒤에 참새가 있다 : 당랑포선(螳螂捕蟬)황작재후(黃雀在後)

- 어떻게 된 걸까요? 왜 다리가 다시 생겼죠?

루야가 흥분한 듯이 빛의 강도가 높아진 상태로 건우에게 물었다.

“음, 다리가 생겼다는 건, 시험이 시작되었다는 소리겠지.”

- 시험이요?

“그래. 그리고 그 말은······.”

- 녹림도 말고 다른 사람들이 이곳에 들어왔다는 거네요?

“멍청하게 뒤를 밟혔거나 혹은 정보가 풀린 거겠지. 그보다 더 심하면 지금도 녹림도 소속 중에 배신자가 끼어 있는 거고.”

- 뭘 그렇게 화를 내고 그래요? 어차피 건우님은 녹림도의 공적이나 다름이 없는데.

“야, 내가 왜 공적이야? 난 잘못이 없어요! 물라?”

- 호호. 그렇다고 해요. 그래도 다행이네요. 이젠 건우님이 이곳을 벗어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러게 말이야. 이거 운이 좋은데?”

건우는 그렇게 말을 하며 아공간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돌다리 위에 발을 올렸다.

발이 닿을 때, 움찔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 이제 밖으로 나갈 수 있는지 확인하고, 나갈 수 있으면 그대로 나가서 다리를 건널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 피, 아공간 입구 열어두실 거잖아요. 뭐 그렇게까지 설명을 하고 그래요?

컹컹컹컹!

“음? 멍뭉이 너도 함께 나가고 싶다고?”

컹컹컹!

“야, 그건 일단 다리를 건넌 다음에 생각해보자. 괜히 너까지 다리 위에서 고생을 할 이유는 없잖아.”

- 맞아! 그리고 멍뭉이 너! 나하고 함께 있는 게 싫어? 왜 나가려고 그래?

왕왕! 왕왕왕왕!

- 멍뭉이 니가 건우님께 무슨 도움이 된다고 그래? 그냥 여기 있어.

“어쨌건 지금은 데리고 나갈 수가 없으니까 기다리고 있어라.”

건우는 함께 나오려는 멍뭉이를 그렇게 떼어놓고 아공간 밖으로 나가 시험의 돌다리 위로 완전히 올라섰다.

“후우, 다행이네. 별 일은 없어. 자, 그럼 이제 가 볼까?”

건우는 머뭇거리지 않고 곧바로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다리가 거의 끝나는 지점이라 그런지 강력한 압력이 건우를 내리 눌렀다.

하지만 건우는 의식의 힘만으로 따지자면 성단기 수사와 맞먹을 정도였다.

그 의식의 힘에 축기 후기의 영기를 움직이자 시험 다리의 압력도 쉽게 견딜 수 있었다.

덕분에 건우는 오래지 않아서 다리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치이이이이잉!

다리 끝에는 가슴 높이까지 올라오는 제단이 서 있었는데, 건우가 다가가자 수정으로 만들어진 둥근 패가 모습을 드러냈다.

건우는 손에 쥐면 꼭 맞을 것 같은 수정패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흡기를 이용해서 수정패를 당겨오자 수정패는 쉽게 건우의 손에 잡혔다.

건우는 그 즉이 수정패에 의식을 불어넣어 그것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런 것이군.”

한참 후에 건우는 그 수정패를 통해서 십이비승봉(十二飛昇峰) 밀역(密域)에 대한 몇 가지 내용을 알아낼 수 있었다.

건우가 손에 쥔 수정패는 일종의 밀역 입장 허가증이며, 다용도 열쇠였다.

밀역에 들어간 후에도 곳곳에 금지(禁地)들이 있는데 그런 곳은 각각 펼쳐져 있는 금제를 풀거나 뚫어야 한다.

그런데 이 수정패는 대부분의 금지 금제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기능이 있었다.

“이건 그냥 재수로 얻어 걸린 거지만 굉장한 보물인데?”

건우가 수정패를 받은 이유는 돌다리 시험을 가장 단시간에 통과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성단기나 영체기 수사가 아니라 축기기의 수사가 시험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시험을 통과해 버렸다.

그런 엄청난 성과에 밀역의 입역 시험 고위 금제는 건우에게 최고의 성적이란 평가를 내리고 그 대가를 준 것이다.

“좋아, 이러면 굳이 밀역의 정식 입구로 들어갈 이유가 없지. 정식 입구가 셋이라 했지만 숨겨진 입구가 하나 더 있다니까 난 거기로 가는 걸로 하자.”

건우는 앞서 간 녹림도 소속 수사들이나 뒤따라오는 다른 수사들과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밀역 수정패는 건우만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입구를 제공했다.

“조금만 더 가까이 가면 어디서나 입구를 열 수 있다니 하하, 이거 정말 좋은데?”

게다가 그 입구는 수정패와 연결이 되어서 특정 지역에서는 언제든 열고 들어갈 수 있었다.

이 얼마나 좋은 패인가.

건우는 의식을 최대한 펼쳐 혹시 모를 수사들의 등장을 경계하며 밀역의 입구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비행 법기는 사용을 할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둔술을 써서 움직여야 했다.

그나마 다리를 건넌 후에는 둔술 사용에 제약이 사라져서 다행이었다.

* * *

“끄으응!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정보가 잘못 된 것이 아닐런지요?”

완합종 특유의 백색 장삼을 입은 두 사람.

장삼에 그려진 문양은 그들이 완합종의 성단기 장로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 십이비승봉(十二飛昇峰) 밀역(密域)의 입역 시험으로 돌다리 건너기를 시작한 상태였다.

그런데 시험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리에 엄청난 압력이 생겨났다.

그것은 그들이 알고 있는 시험 내용과는 전혀 달랐다.

건우가 돌다리 끝에서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돌다리 전체에 시험 막바지의 평가 기준이 적용된 것을 그들은 몰랐다.

까마득히 먼 다리 앞쪽에 설마 누군가 있으리라고 어떻게 생각을 할까.

“답답한 일이 아닙니까? 이렇게 되면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여기를 통과할 수가 없겠습니다.”

두 수사 중에 머리에 사선으로 검은 비녀를 꽂은 사십대 남자 수사가 짜증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이상한 일입니다. 분명히 축기 중기의 실력이면 어렵게라도 통과할 수가 있다고 했는데 말입니다.”

그를 상대하는 수사 역시 사십대 남자 수사였는데 그는 머리에 상투를 틀고 관모를 쓰고 있었다.

“그러니까 하는 말이 아닙니까. 그 기록은 녹림도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우리 격류도의 서고에서 어렵게 찾은 기록이었습니다. 그것이 거짓은 아니었을 텐데요.”

검은 비녀 수사가 말한 대로 그들은 완합족의 격류도 출신이었다.

녹림도가 십이비승봉(十二飛昇峰) 밀역(密域)에 대한 정보를 얻어 마지막 화신기 완경이었던 종주의 비전을 찾으러 떠난다 했다.

그런 소식을 듣고 가만히 응원을 하고 있을 수야 있나.

곧바로 격류도주가 나서서 녹림도의 뒤를 쫓는 원정대를 꾸렸다.

그 규모도 녹림도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컸다.

그렇게 밀역 시험장에 들어온 이들은 곧바로 녹림도의 뒤를 쫓아서 녹림도와 같은 시험을 치르게 된 것이다.

물론 그것은 그들에게 정보를 전해주는 이가 녹림도 내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돌다리 시험에 대한 것은 그들 격류도에 남은 기록이 있어서 그것을 숙지하고 온 상태였는데 그 내용과 현실이 달랐던 것이다.

“워낙 오래전의 일이라, 우리가 찾은 기록이 잘못된 내용을 담았을 수도 있지요.”

“허허. 안타까운 일이 아닙니까. 아까운 축기기 제자 스물이 여기서 끝이라니요.”

“그래도 이곳 석교(石橋:돌다리) 시험에서는 추락해도 죽지는 않지 않습니까. 그저 시험장 밖으로 쫓겨나 다시 들어올 수 없을 뿐이지요.”

“하지만 그게 또 상황이 웃기지 않겠습니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 기록 역시 믿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믿어야지 어쩌겠습니까?”

“이미 시험이 시작되었으니 방법이 없기는 합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친 두 장로는 손을 저어 대화를 듣지 못하게 막았던 결계를 풀었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돌다리 위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축기기 제자들을 향해 돌아섰다.

“이미 길을 나설 때부터 죽음을 각오하고 나선 길이다. 하지만 항상 마지막이라 생각할 때에도 바늘구멍 같은 길이라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수사의 삶이다.”

“죽을 힘을 다해서 따르거라. 그리하면 얻는 것이 있으리라.”

두 장로는 제자들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뒤에 남겨진 스무 명의 격류도 제자들은 절망스런 표정을 지으면서도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 애썼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서 다리가 끝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고, 결국 제자들 대부분은 다리의 절반도 가기 전에 까마득한 계곡 아래로 추락해 사라졌다.

“쯧, 시험의 내용이 사실이길 바랄 수밖에.”

“그러게 말입니다. 사실이라면 지금쯤 시험장 밖으로 나갔겠지요.”

“그것도 문제긴 하군. 거기엔 이미 녹림도의 제자들이 가득 기다리고 있을 터인데.”

“그래도 같은 완합종 제자끼리 무턱대고 살수를 뿌리기야 하겠습니까?”

“그건 모르는 일이지. 이미 우리가 녹림도의 뒤를 쫓은 것이 사실이니. 이럴 줄 알았으면 장로들 중 누구 하나가 희생해서 시험에 탈락하는 것으로 입을 맞췄어야······.”

“하하.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어떤 장로가 그런 일에 나서겠습니까? 십이비승봉(十二飛昇峰) 밀역(密域)이라는 기연을 앞에 두고 말입니다.”

“그건 그렇지요. 자, 갑시다. 뒤를 돌아봐야 미련만 남을 뿐이지요. 대도를 향한 걸음에 미련은 부질없는 심마일 뿐입니다.”

격류도의 두 장로는 이후 말없이 돌다리를 걸었고, 큰 위기 없이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다.

물론 거의 처음부터 끝가지 최고 수준의 시험을 치러야 했으니 앞서 갔던 이들보다는 고생이 심했다.

그리고 그 시간, 십이비승봉(十二飛昇峰) 밀역(密域)의 시험 구역에는 격류도 뿐만이 아니라 부양도와 설상도의 제자들까지 모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세 섬들도 녹림도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십이비승봉까지 녹림도를 쫓는데 성공한 것이다.

녹림도주 주시원이 중간에 몇 가지 수작을 부렸지만 뒤쫓는 이들의 능력도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완합종의 종주가 이끄는 원주도의 제자들도 이미 은밀하게 그들의 뒤를 따르는 중이었다.

걷는 자 위에 뛰는 자, 뛰는 자 위에 나는 자가 있는 셈이고, 매미를 노리는 사마귀 뒤에 참새가 있는 당랑포선(螳螂捕蟬)황작재후(黃雀在後)의 형국이다.

하지만 그조차 끝이 아니니, 완합종이 그리 움직이기 시작하자 다도해역의 모든 수도계 문파들이 그 움직임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어디서 흘러나간 소문인지 십이비승봉 밀역에 대한 이야기가 퍼졌다.

수많은 수련 문파의 버려진 기록들 중에 그 밀역(密域)에 대한 내용이 거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조각들이 맞춰져서 결국 십이비승봉에 대한 비밀이 드러났다.

게다가 그조차도 이리저리 소문이 퍼져서 다도해역의 크고 작은 수도 문파는 물론이고 홀로 수련하던 산수들의 귀에까지 그 내용이 들어갔다.

당연히 수사들의 무거운 엉덩이가 가벼워질 수밖에 없었다.

십이비승봉 밀역에는 열두 명의 비승 수사들의 보물 뿐만이 아니라, 그곳에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한 수많은 수사들의 보물들이 잠자고 있을 터였다.

그런 기회를 엿보지 않는다면 그것은 수사가 아닐 것이다.

완합종 종주인 원주도주의 뒤를 또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다도해역 수사들이 쫓아오는 중이었다.

“이번 일로 다도해역의 수도계가 크게 흥하거나 혹은 크게 망하겠구나. 얼마나 많은 수사들이 이곳에서 죽어갈꼬. 허허 아쉽구나 아쉬워.”

그런 중에 의식있는 수사는 이렇게 다도해역 수도계의 미래를 걱정했지만 정작 그 자신도 십이비승봉 밀역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시험구역에 발을 디디고 있었다.

* * *

- 쫄보!

“야, 쫄보라니! 저 앞에 자그마치 영체기 수사인 녹림도주가 있어. 그런데 여기서 더 다가가라고?”

- 하지만 뭐 보이는 것이 없잖아요.

“없긴 왜 없어? 여기서도 대충 상황은 볼 수 있어. 봐봐, 저기 녹림도 새끼들 다 모였다.”

- 이젠 완전히 적이 된 거네요. 녹림도를 싸잡아서 새끼라고 하는 거 보면요.

“저것들이 먼저 나를 깐 거잖아. 그러니까 나도 당한 대로 돌려주는 거지. 일단 수가 좀 줄기는 했네.”

- 그래봐야 축기기 제자들만 줄었죠. 성단기 장로하고 도주는 멀쩡하게 있잖아요.

“이제 저기서 저 놈들이 어쩌는지를 봐야지.”

- 뭐 있어요?

“시험이 왜 시험이겠냐? 저 놈들이 얻은 입역 패가 모두 같은 건 아닐 거라는 말이지. 축기기 제자들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장로들 사이에서 차이가 생기면 서로 언짢은 상황이 될 걸?”

- 그건 그러네요? 어? 아닌데요? 다들 그냥 입장을 해 버리는데요?

“와, 패를 확인해서 서로 얼굴 붉힐 것 없이 알아서 들어가자? 그래서 각자 도생하자는 거네?”

- 저기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데요?

“어떻게 되긴, 그냥 패에 따라서 도착하는 곳이 달라지는 거지. 일종의 수준별 배치라고 할까?”

- 그럼 건우님은요? 수정패 어마무시 좋을 거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렇긴 하지. 하지만 수정패만 믿고 제일 강한 금제가 있는 곳에 갔다가는 한 순간 비명횡사를 할 수도 있지.”

- 그래서요?

“수정패의 기능엔 어디서나 입구를 열 수 있다는 것 말고도 원하는 곳으로 입장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그걸 이용해서 나한테 어울리는 곳으로 가야지. 그 후에 야금야금 위로 올라가는 거지.”

- 위로요?

“여기 이름이 뭐냐? 십이비승봉 아니냐. 열두 수사가 비승을 한 봉우리. 그래서 그 봉우리가 모두 열두 개나 있는 곳이 여기야.”

- 아, 그 중에 하나를 택해서 올라간다는 거군요?

“맞아. 그래서 잘 선택을 해야하는데, 쥐뿔 열두 명의 비승자들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으니 아무 봉우리나 찍어서 중턱 정도부터 시작할 거야. 축기기 제자들 대부분은 산기슭에서 시작할 테고, 성단기는 그보다 높은 7부 능선 정도에서 시작하지 않겠어?”

건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녹림도 수사들이 모두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방금 말했던 그대로 수정패를 이용해서 십이비선봉의 봉우리 한 곳을 택해 입장했다.

패에 의식을 불어넣는 것과 동시에 건우의 몸은 빛과 함께 사라졌다가 새로운 장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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