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 장 그 렇 다 면 굉 장 한 사 랑 이 되 겠 지
1
동관(潼關).
동관은 섬서(陝西)와 산서(山西), 하남(河南)의 경계에 있는
도시로 예로부터 교통의 요지로 이름난 곳이었다.
분하의 물살이 황하(黃河)와 합해지는 곳으로, 성(城)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굽이쳐 흐르는 황하의 장관이 한 눈에
들어온다.
유난히 흐린 날이었다.
봄도 거의 지나가고 조금씩 더위가 느껴지기 시작하는
초여름의 날씨가 신선할 법도 한데 하늘이 낮은 구름으로 뒤덮혀
있어서 왠지 어둡고 답답한 느낌을 주는 그런 날씨였다.
노독행이 그 사나이를 본 것은 동관(潼關)에서 북쪽으로 십여
리쯤 떨어진 하구집(河口集)이라는 작은 마을의 어느 허름한
주루에서였다.
해가 떨어지려면 아직 멀었는데도 그 사나이는 벌써 술에 취해
주루의 한쪽 구석에 머리를 쳐박고 골아 떨어져 있었다.
사나이의 옆에는 점원 한 명이 약간은 화가 나고 약간은
난감한 표정으로 코를 골며 잠에 취해 있는 그를 내려다 본 채로
서 있었다.
깨우자니 사나이가 너무 술에 취해 제대로 일어설 수나 있을지
의문이고,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 두자니 조금후에 손님들이
들이닥칠 텐데 아까운 자리만 낭비하는 격이 되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모습이었다.
점원은 잠시 머뭇거리다 사나이를 흔들어 깨웠다.
"여보시오...그만 일어나시오."
"으응...? 뭐야..?"
사나이는 취기가 아직 풀리지 않은 몽롱한 눈으로 고개를 들어
점원을 보다가 다시 코를 바닥에 쳐박았다.
점원은 눈쌀을 찌푸리며 손바닥을 비비다가 다시 사나이의
어깨를 흔들었다.
사나이의 헝클어진 머리가 점원이 흔드는데로 흔들거렸다.
몇 번을 흔들어도 사나이가 일어날 기색이 없자 점원의 얼굴에
조금씩 노화가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봐! 일어나라구!"
마침내 성이 오를데로 오른 점원이 거칠게 소리치며 사나이의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사나이는 여전히 깨어날 생각도 하지 않고 점원이 쳐드는데로
축 늘어져 있었다. 점원은 사나이의 멱살을 잡고 그를 질질
끌다시피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했다.
그제서야 노독행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를 그냥 놔둬."
구름이 낮게 깔린 날씨만큼이나 음울한 음성이었다.
점원은 뜻밖의 음성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가 노독행과 시선이
마주치자 급전을 맞은 사람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점원은 황급히 사나이의 멱살을 움켜잡았던 손을 놓고는 뒤로
물러났다.
사나이는 탁자위에 축 늘어져 있다가 힘겨운 동작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그는 몽롱한 시선한 노독행을 올려보더니 이내 입가에
흐릿한 미소를 매달았다.
"자네로군..."
나직한 음성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듣는 사람의 마음에 묘한
여운을 남기는 목소리였다.
노독행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나이의 앞자리에 앉았다.
사나이는 아직도 술기운이 채 가시지 않는 눈으로 노독행의
얼굴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다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군. 잘 지냈나?"
노독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럭저럭. 당신은?"
사나이의 수염자국이 가득한 입가에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
"나도 그럭저럭 지내고 있지. 지금은 어딜가나 이 모양이야.
주정뱅이를 받아주는 술집이 없다니 우스운 일 아닌가?"
사나이는 방립동이었다.
자살하고 싶은데 용기가 없어 죽지 못했던 사나이.
그리고 앞으로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술주정뱅이가 되겠다며
웃던 사나이.
그는 자신의 장담대로 술주정뱅이가 된 모양이었다. 입가에는
말라붙은 술자국이 있었고, 옷깃과 소매에도 여기저기 얼룩이
있었다.
처음 노독행이 보았을때보다 훨씬 퇴락한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노독행은 그가 그때보다 훨씬 안정되 보인다고
생각했다.
아마 이제는 자살하는 것을 포기한 것일까?
아니면 자기자신을 포기해 버렸는지도 모르지.
어찌되었건 방립동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최소한
노독행이 보기에는 그랬다.
방립동은 탁자위에 놓인 술병을 들고 몇 번 흔들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술이 떨어졌군. 한 잔 사주지 않겠나?"
"충분히 마신 것 같은데...."
방립동은 히죽 웃었다.
"많이 마셨지. 하지만 충분하지는 않아. 자네도 알지 않나?
아무리 마셔도 충분히 마실 수는 없다는걸."
노독행은 술을 시켰다.
술이 나오자 그들은 아무 말없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두 병째의 술을 비웠을 때 방립동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정말 술맛이 좋군. 자네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이 나네."
노독행은 묵묵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방립동은 다시 말했다.
"그때의 붉은 노을을 잊을 수가 없네. 미치도록 아름다운
황혼이었지. 그리고 그 술...그때 우리가 마신 술이
무엇이었는지 아나?"
노독행은 짧게 말했다.
"죽엽청(竹葉淸)."
"그래. 죽엽청. 그때만큼 맛있는 술은 먹어본 적이 없었네. 그
뒤로 나는 죽엽청만 먹는다네."
그들이 지금 먹고 있는 술도 죽엽청이었다.
우연인지 노독행도 방립동을 만난 뒤로는 죽엽청을 주로
마셨다.
죽엽청은 향기만큼이나 독한 술이었다. 세 병째의 술을
들이켰을 때 노독행은 취기가 오름을 느꼈다. 방립동은 그보다
훨씬 더 취한 것 같았다.
혀가 반쯤 꼬부라지고 눈동자가 거의 풀렸다. 그런데도
방립동은 술잔을 들고 홀짝거리고 있었다.
"나는 말이지...기다렸다네...."
혀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데도 방립동의 발음은 여전히
정확했다. 노독행은 물었다.
"무엇을 기다렸나?"
"자네...자네를 다시 만나기를 항상 고대하고 있었지...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네."
"무슨 말인데?"
"그녀가 있는 곳을 알았다네."
"그녀라니?"
"내 마누라...."
방립동의 흐릿한 눈빛에는 이상한 광채가 어른거렸다.
"얼마전에 그녀가 친정에 있다는 말을 들었지. 그래서 지금
그녀에게 가는 중일세."
노독행은 잠시 침묵했다가 다시 물었다.
"왜 그 이야기를 나에게 하려고 하는 거지?"
방립동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왜 인지는 나도 모르겠네. 어쨌든 나는 그녀의 소식을
알게 되자 너무 기뻤네. 그리고 슬펐지. 누군가에게 무슨
이야기이던 하고 싶었네. 그래서 자네가 보고 싶었지..."
방립동의 말은 두서가 없었으나 노독행은 알아들었다.
그의 말이 아니라 그의 마음을 알아들었다.
노독행은 술잔을 만지작거리다가 나직한 음성으로 물었다.
"그녀는 아름다운가?"
방립동은 취기가 가득한 얼굴에 어린아이 같은 웃음을 활짝
떠올렸다.
"최고지. 그녀는 정말 미치도록 아름답네. 자네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 자네도 한 번 보면 내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알거야."
그 말을 할 때의 방립동의 얼굴은 유달리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도 보고 싶군."
방립동은 노독행의 손을 잡고 약간 들뜬 음성으로 말했다.
"그럼 나하고 같이 가세. 그녀를 자네에게 소개시켜 주겠네."
"그녀의 집이 어디인데?"
"안휘성(安徽省) 남쪽에 있는 둔계(屯溪)라네."
노독행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방립동은 아무 말없이 물끄러미 노독행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나 그 눈속에는 어린아이의 간절한 갈망 같은 빛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둔계라면 이곳에서 절강성까지 가는 직선거리에서 한참 아래로
내려간 곳이었다. 그곳을 거쳐간다면 거의 천 리길을 돌아가게
되는 셈이었다.
복수의 일념에 불타는 노독행로서는 도저히 간과할 수 없는
거리였다.
그러나 노독행은 방립동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방립동의 수염자국 가득한 입술이 활짝 벌어졌다.
"그녀도 자네를 보면 마음에 들어할 걸세. 그녀는 자네 같은
사람을 좋아하거든."
"나 같은 사람?"
"그래. 자네같이 주관이 뚜렷하고 강한 남자를 좋아한다네.
그녀는 항상 내가 너무 흐릿하고 자기 주관이 없다고 말하곤
했지. 하지만 자네를 보면 그녀도 안심할 거야."
무얼 안심한다는 걸까?
방립동은 다시 웃으면서 말했다.
"내게도 자네 같은 친구가 있다는 걸 알면 그녀도 마음이
놓일거야. 그녀는 내게는 아무런 친구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거든. 하지만 내게도 친구가 있지. 자네 같은 친구가."
"친구가 나 한명이라면 너무 적지 않을까?"
"다른건 몰라도 친구는 적을수록 좋은거야. 술을 한 잔 마시고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볼 때 문득 떠오르는
친구는 한 명이면 족해...."
방립동은 취기를 이기지 못하는 듯 탁자위에 엎어졌다.
한참을 그런 자세로 있다가 들릴 듯 말 듯 조그만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지금 너무 만족해....자네가 있어서...자네 같은 친구가
있어줘서...."
아마 지금 그의 소매자락은 조금 젖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노독행은 그의 눈물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술병을 들고 벌컥벌컥 마셔댔다.
그는 거푸 두병을 연달아 들이켰다.
뱃속 깊숙한 곳에서 후끈한 열기가 치밀어 올라 신경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노독행은 전신을 타고 흐르는 짜릿한
기운을 느끼며 방립동을 불렀다.
"자네...."
방립동은 고개를 쳐들었다.
"응?"
방립동의 두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노독행은 그것이
술기운때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노독행은 나직한 음성으로 물었다.
"그녀를 사랑하고 있나?"
방립동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피식 웃었다.
"사랑하냐고? 사랑이란 내게는 사치스러운 거야. 난 그냥
염원(念願)할 뿐이지."
"염원한다고?"
방립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내게는 과분한 여자야. 사랑이란 서로 동등한 위치에
있을때만 가능한걸세. 그녀는 나와 동등하지 않아. 난 그저
그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네."
노독행은 방립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네의 아내이지 않나?"
"명목적인 아내지. 여보게. 부부(夫婦)란 단순히 인연으로
맺어지는 관계가 아닐세. 그 속에 상호간의 신뢰와 애정이
들어있지 않으면 그건 그냥 단순한 남녀사이일 뿐이야. 그런데
그녀는 나를 신뢰하지도, 사랑하지도 않는다네."
방립동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으나 노독행은 그
미소가 어떤 울음보다도 슬프게 느껴졌다.
"말하자면 일방적인 관계지.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나도
그녀를 그저 바라만 볼 뿐이라네."
노독행은 한동안 묵묵히 생각에 잠겨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 상태로 만족하나?"
방립동은 다시 웃었다.
"만족하냐고? 물론이지. 만족이란 상대적인걸세. 예를 들어서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어쩌면 지금보다 조금은 더 편한
생활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네. 적어도 이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그대신 이런 행복감도 맛볼 수 없었을걸세."
방립동의 음성에는 기이한 열정이 담겨 있었다.
"고통과 행복은 비례하는 모양이야. 고통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그 다음에 찾아오는 행복감도 커진다네. 그녀를
보기만해도 나는 어떤 고통도 참을 수 있지. 지금의 나는 그녀를
떠나서는 살 수도, 존재할 수도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그녀를 만난 것을 후회하지 않네.
이해하겠나? 그녀 때문에 느끼는 고통이란 그녀 때문에 맛보는
행복감에 비하면 만분지 일도 되지 않는단 말일세."
노독행은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잠시후에 뜻밖에도 그답지 않게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알 것 같기도 하군."
방립동은 막상 그의 한숨소리를 듣자 약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그는 묘한 눈으로 노독행을 바라보더니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자네...조금 변했군."
노독행은 힐끗 그를 쳐다보았다.
"내가 말인가?"
방립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예전의 자네라면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거야. 아마 내
말을 고리타분한 애정결핍증 환자의 넋두리라고 생각했을걸.
아닌가?"
노독행은 다시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었다.
확실히 그는 요즘들어 자기 자신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녀'를 생각할 때면 더욱 그러했다.
방립동의 말을 듣고 있자니 그는 문득 '그녀'가 떠올랐다.
'그녀'를 생각할 때마다 그의 가슴은 예리한 송곳에 찔린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하나 마음 한 구석에는 이상할 정도로
후끈하고 짜릿한 기분이 맴돌고 있었다.
'그녀'를 다시 만나기만 하면....
그 생각만 하면 그는 억제하기 힘든 기이한 전율을 느껴야
했다.
이게 바로 방립동이 말한 고통과 행복이라는 걸까?
나 같은 사람도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단 말인가?
혹시 나는 이미 예전의 '나'가 아닌게 아닐까?
그녀를 만난 순간부터 예전의 '나'는 어디론가로 사라지고
새로운 '나'가 만들어진게 아닐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노독행의 생각은 방립동의 음성으로 인해 깨어졌다.
"자네...혹시 여자가 생겼나?"
방립동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노독행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과연 자신의 여자인가?
방립동도 더 이상은 묻지 않았다.
꽤 오랜 시간동안 두 사람은 묵묵히 서로 다른 상념(想念)에
잠겨 있었다.
주위가 어둑어둑해질 즈음 노독행은 불쑥 입을 열었다.
"나도 남들처럼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방립동은 흠칫하는 눈으로 노독행을 빤히 바라보았다.
노독행의 얼굴은 무표정했고, 외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빛도
다름이 없었다. 하나 그의 낮게 가라앉은 음성은 왠지 모를
우수(憂愁)와 고독(孤獨)을 담고 있었다.
노독행은 다시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나 같은 사람도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을까?"
방립동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역시 조그만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글쎄...만약 그렇다면 그건 굉장한 사랑이 되겠지."
"굉장한 사랑이라...."
노독행은 자신이 정말 '그녀'를 사랑하는지 알 수 없었다.
사랑이라는 말을 이렇게 쉽게 해도 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단지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이제는 두 번 다시 예전의
'나'로 되돌아 갈 수 없다는 것 뿐이었다.
'그녀'를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이제는 결코 북해 야차곡을
나올 때의 '냉혈무정'이 될 수 없는 것이다.
2
복우산(伏牛山)의 여름은 유달리 빨리 찾아왔다.
섬서성을 나올때는 신록이 우거진 늦은 봄이었는데 복우산을
지날 때는 완연한 여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하늘은 화창했고, 나무들은 푸르렀다.
방립동은 커다랗게 심호흡을 했다.
"후우....정말 상쾌하군."
그는 노독행을 돌아보며 웃었다.
"이렇게 기분좋은 햇살은 아직 받아본 적이 없네. 자네와 함께
있으니 공기마저 색다르군."
노독행은 말없이 전면을 응시한 채 걷고 있었다.
방립동은 그의 옆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좀 웃으면 안되나? 자넨 다 좋은데 너무 차가운게 흠이야.
그래서야 어떤 여자가 자네 좋다고 따라오겠나?"
"........"
"나는 말일세. 전에 이런 생각을 해 본적이 있네. 내가 만약
자네 같은 성격을 지녔으면 어땠을까 하고..."
노독행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방립동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매어달려 있었으나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기운이 풍겨나왔다.
"내가 자네였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지금과 같지는 않았겠지.
이렇게 혼자 술집을 기웃거리는 주정뱅이는 되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그녀도...그녀도 지금처럼 불행해지지는 않았을 거야."
노독행은 묵묵히 방립동을 바라보았다.
방립동의 두 눈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침침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아니면 지금보다 더 불행해져 있을까? 깨어지고 쪼개져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방립동은 노독행을 바라보며 고졸한 미소를 띄었다.
"적어도 지금처럼 끝도 모르는 방황은 하지 않았을 거야. 어떤
식으로든 결말을 보았겠지."
노독행은 불쑥 입을 열었다.
"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나?"
방립동은 한참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씁쓸한 음성으로
말했다.
"글쎄...모르겠네. 때로는 자네가 부럽기도 해. 특히 지금처럼
앞일을 예측할 수 없을때는 말일세. 자네라면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지도 못하고 지키지도 못하는 일은 없을테니까."
노독행은 다시 침묵을 지켰다.
글쎄....과연 그럴까?
자신은 과연 '그녀'를 지켜 주었나?
방립동은 텅빈 허공으로 시선을 던지며 말을 계속했다.
"또 어떤 때는 내가 자네가 아닌게 다행으로도 생각하네.
자네였다면 이런 고통은 참아내지 못했을 거야. 벌써 그녀에게서
떠나갔거나 아니면 그녀가 떠나갔을테지."
방립동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조그맣게 덧붙였다.
"둘중 어느 경우라도 나는 견디지 못할 거야."
노독행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방립동은 조용히 그를 불렀다.
"독행."
"음?"
노독행이 자신을 바라보자 방립동은 쓸쓸한 표정으로 물었다.
"내가 너무 한심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나?"
노독행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지 않아. 자네는 단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뿐이지."
방립동은 나직하게 뇌까렸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다...? 어리석거나 한심스럽다는
말보다는 듣기가 좋군."
방립동은 다시 웃었다.
"때론 나 자신도 내가 한심스럽게 느껴진다네. 이렇게 그녀를
만나러 가지만 막상 그녀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네. 그녀가 나를 만나줄지도 의문이고..."
"자네의 부인인데 말인가?"
"말했잖나? 명목상의 부인이라고. 그녀는 내가 찾아가는 걸
알면 어디론가로 훌훌 날아가 버리려고 할 거야. 절대로 날
기다리거나 반가워하지 않을걸."
노독행은 방립동의 표정을 살펴보고서야 그가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사실은 무척 고민스러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립동은 정말로 심각한 갈등에 휩싸여 있었다. 이대로 자신을
반기지도 않을 아내를 찾아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걸음을 멈추거나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노독행은 아마 누군가가 그의 발길을 멈추려 한다면 그는 설사
양 발이 잘리더라도 기어서라도 그녀에게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또다시 고통스러워 하겠지.
노독행은 인간이란 바로 이런 존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을 향해 날아드는 나방처럼 끊임없이 고통을 향해 다가오는
존재....
그 불길에 자신의 몸이 활활 타버리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추호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 속으로 뛰어드는 한 마리 불나방...
결국 인간의 고통이란 인간이 스스로 자초한 것이 아닌가?
노독행 자신의 고통 또한 자기 스스로가 불러들인 것이다.
'그녀'를 만나기 전의 그는 어떠한 고통도 알지 못했다.
또한 어떠한 행복감도 느껴보지 못했다.
'그녀'와 헤어진 후에야 그는 진정한 고통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고통과 행복을 몰랐을 때의 과거가 좋았을까?
아니면 지금의 자신이 더 만족스러운가?
노독행은 어느 것이 더 좋은 것인지 자신있게 말할 수 없었다.
단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기도 결국은 고통을 느끼는
하나의 인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었다.
노독행은 기억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름모를 야산에서 그녀와
함께 사냥을 하던 그 짧은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날밤에 자신은 분명 행복감을 느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은 나도 그런 인간이다.
고통이 있을 때 고통스러워할 줄 알고, 행복이 있을 때 행복을
느낄줄 아는 그런 인간인 것이다.
방립동과 하나도 다르지 않는....
아마 그때 누군가가 그에게 '그녀'를 사랑하느냐고 물었다면
그는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모른다. '그녀'를 사랑하고
있노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도 묻지 않았다.
대신에 암기(暗器)들이 날아들었다.
팟! 팟!
빛살처럼 날아오는 다섯 개의 핏빛 고리(血環).
그리고 그 사이에 섞여 있는 수십 개의 시퍼런 빛을 발하는
독침(毒針)들.
고리와 독침이 날아오는 속도는 가공스러운 것이었다.
게다가 그 방위와 배합이 완벽하여 천하의 누구라도 온전하게
피하지 못할 것 같았다.
노독행은 방립동의 손목을 붙잡고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곳밖에는 달리 피할 곳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치명적인 암습(暗襲)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쾌애액!
그들이 올라가는 허공에서 십 여개의 도광(刀光)이 폭포수처럼
그들의 머리위로 떨어져 내렸다. 동시에 세 줄기의 섬뜩한
금광(金光)이 발밑에서 폭죽처럼 그들을 향해 피어 올랐다.
위에는 가공할 기세로 그들을 양단(兩斷)할 듯 떨어지는 십
여개의 도광!
아래에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솟구쳐오는 세 줄기의 금광!
어디를 보아도 그들이 피할 곳은 보이지 않았다.
방립동의 안색은 핼쑥하게 변해 있었다.
노독행의 몸이 방립동과 함께 빠르게 회전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동시에 번쩍!하는 섬광 하나가 주위를 잠깐동안 환하게 비추고
사라졌다.
그리고 죽음 같은 정적이 찾아들었다.
방립동은 영문을 몰라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눈을 크게 떴다.
노독행의 오른손에는 언제 뽑아 들었는지 짧은 반원형의 칼이
쥐어져 있었다.
뚝....뚝....
반원형의 도신(刀身)으로 한 줄기 붉은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방울져 흐르는 붉은 선혈!
그것은 과연 누구의 피란 말인가?
털썩! 털썩!
나직한 음향과 함께 허공에서 열 두 개의 인영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와 동시에 진한 혈향(血香)이 화악 밀려왔다.
떨어져 내린 인영은 청색 경장을 하고 뭉툭한 강도(剛刀)를 든
대한들이었다. 그들중 살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의 가슴은 일제히 쫘악 벌어진 채 시뻘건 선혈을 뿜어내고
있었다.
따땅!
그와 함께 세 개의 금환(金環)이 동강난 모습으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조금전만해도 그토록 섬뜩한 금광을 발하던 금환은 서
너조각으로 잘려져 지금은 단지 누런 쇳조각에 지나지 않았다.
노독행은 칼을 떨쳐 도신에 흐르는 핏방울을 떨군 후 칼을
다시 팔뚝에 매어찼다.
그때 어디선가 냉랭한 음성이 들려왔다.
"과연 대단하군. 명불허전(名不虛傳)의 솜씨야."
노독행은 천천히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근처의 숲속에서 세 명의 인물들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가장 중앙에 있는 인물은 짙은 청색 장포를 걸친 우람한
체구의 노인이었다.
청포노인의 화광(火光)이 이글거리는 두 눈은 줄곧 노독행에게
고정된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청포노인의 양 옆으로는 각기 금의와 홍의를 입은 두 명의
중년인이 노인을 양 옆에서 호위하듯 바짝 붙어 있었다.
세 사람은 노독행의 삼 장앞으로 와서 우뚝 섰다.
"네가 바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살인마라는 냉혈무정이냐?"
청포노인은 부리부리한 호목에 번갯불 같은 신광을 번뜩이며
종이 울리듯 큰 소리로 물었다.
노독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가운 눈으로 청포노인을
응시했다.
냉정한 눈, 냉정한 시선이었다.
그 눈을 보자 청포노인의 얼굴에 움찔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과연 눈빛 하나는 무서운 놈이군. 하지만...'
냉혈무정이라는 말에 제일 놀란 사람은 노독행의 옆에 서 있던
방립동인 것 같았다. 방립동은 새파랗게 변한 얼굴로 노독행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떠올라 있는 것은 경악과 불신, 그리고 당혹스런
표정이었다.
청포노인은 마디가 유달리 굵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노부는 삼환교(三環敎)의 교주(敎主)인 패환(覇環)
지천붕(池天鵬)이고, 이들은 노부의 의제들인
천지쌍환(天地雙環)이다."
노독행은 삼환교라는 이름을 듣고서도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삼환교는 관중(關中)에서는 가장 위명이 쟁쟁한 문파였다.
특히 교주인 대환 지천붕과 천지쌍환은 강북에서는 열
손가락안에 꼽히는 초절정의 무인(武人)들이었다.
조금전에 노독행을 암습했던 것은 바로 천지쌍환과 삼환교의
일류고수들인 십이도살수(十二刀殺手)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암습이 완벽하리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으나, 의외로 단
일수만에 십이도살수가 몰살하고 지환(地環) 궁악(宮鄂)의
금환이 박살나는 바람에 약간 의기소침해 있었다.
지천붕은 노독행의 얼음으로 깎아만든 듯한 무정한 얼굴을
보고 있다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네가 그 동안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며 무림을 피로 씻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다. 노부는 강호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네 악행(惡行)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을 수 없어
나서게 되었다. 각오는 되어 있겠지?"
노독행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다.
지천붕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리며 두 눈에서 강렬한 신광이
뿜어나왔다.
"너의 무쌍류도 오늘로서 마지막이다. 너는 오늘 결코 살아서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노독행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차갑고 무정한 미소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냉정한 음성 하나.
"다들 나오라고 하지."
지천붕의 몸이 움찔거렸다.
지천붕은 한동안 노독행의 얼굴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보통이 아니군. 알고 있다면 더 이상 숨길 것도
없겠지."
지천붕의 음성이 끝나기도 전에 노독행의 뒤쪽 수풀에서 한
떼의 인영이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일곱 명의 흑의인들이었다.
하나같이 왼쪽 허리춤에 보도(寶刀)를 찼으며 눈빛이 칼날처럼
예리한 인물들이었다.
일곱 명의 흑의인중 중앙에 있는 키가 훤칠한 흑의인이 무심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는 칠성도문(七星刀門)의 칠성도객(七星刀客)이다. 네
무쌍류가 과연 소문처럼 대단한가 견식하러 왔다."
칠성도객은 강북에서 가장 유명한 일곱 명의 도객들이었다.
그들은 개개인이 칼에 관한한 독특한 경지를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하나씩의 절세신병을 지니고 있어 단 일곱 명만으로 능히
일문(一門)을 이루고 있었다.
방금 입을 연 흑의인은 칠성도객중의 우두머리인
전광도(電光刀) 매환(梅煥)이었다.
그때 다시 우측 수림에서 네 명의 괴인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하나같이 바닥까지 질질 끌리는 길다란 백포를 뒤집어
쓰고 양 손에 은빛이 반짝거리는 쇠사슬을 들고 있었다.
쇠사슬의 양쪽 끝에는 보기만 해도 소름이 오싹 끼치는 매의
발톱같이 생긴 갈고리가 달려 있었다.
이 쇠사슬은 응조비삭(鷹爪飛索)이라는 것으로 하삭(河朔)의
신응문(神鷹門)에서만 사용하는 독문병기였다.
백포인들이 들고 있는 응조비삭의 길이가 여타의 것보다 거의
두 배가량 길고, 그들의 신광(神光)이 안으로 잘 갈무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네 명의 백포인들은 신응문의 최고고수인
하삭사응(河朔四鷹)이 분명했다.
하삭사응이 노독행의 우측에서 이장여 떨어진 곳까지 접근해
왔을 때 이번에는 좌측의 풀숲에서 굉량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크하하...우리도 빠질 수 없지. 광풍회(狂風會)의 삼 형제도
여기 왔소!"
동시에 푸른 피풍의를 두른 훤칠한 체구의 세 인영이 바람처럼
장내에 나타났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마에 영웅건(英雄巾)을 두르고 허리춤에
청강장검을 맨 삼십대 초반의 청년들이었다.
그들은 하남일대에서 쟁쟁한 위명을 떨치고 있는 광풍회의
혁련삼형제(赫連三兄弟)였다.
각기 질풍검(疾風劍), 추풍검(追風劍), 파풍검(破風劍)으로
불리우는 이들 삼형제는 빠르고 쾌속한 검법으로 그 명성이
천하를 진동하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하나 아직도 모두 등장한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서쪽 하늘을 자욱하게 뒤덮으며 한 떼의 인영이
날아왔다.
그들의 수는 무려 아홉이나 되었다.
"혈령방(血靈幇)도 왔다!"
붉은 적삼을 걸치고 붉은 혈립(血笠)을 깊게 눌러쓴 그들은
회하(淮河)일대를 공포에 떨게 한다는 혈령방의 최고고수들인
구살(九煞)이었다.
회하에서 이들은 가히 죽음의 사신(死神) 같은 무서운 존재로
군림하고 있었다.
혈령구살(血靈九煞)을 끝으로 더 이상 나타나는 사람은
없었다.
순식간에 노독행의 주위는 이십 여명의 초절정고수들에 의해서
몇 겹이나 에워싸이게 되었다.
한 사람,
단 한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서 당금 무림의 유력한 다섯 개
방파(幇派)의 최절정고수들이 모두 모인 것이다.
하나 노독행의 시선은 동쪽의 유달리 짙은 수림을 향해
있었다.
노독행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언제까지 나오지 않을 셈이지?"
그의 음성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동쪽의 수림에서 두
사람이 느릿느릿 걸어나왔다.
굉장히 특이한 행색의 인물들이었다.
우측의 인물은 칠척이 넘는 체구에 붉은 홍포를 걸친 우람한
몸집의 노인이었다.
홍포노인의 두 눈에서는 입고 있는 옷만큼이나 붉은 광망이
이글거리고 있어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모습이었다.
반면에 좌측의 인물은 앙상할 정도로 마르고 푸른 장삼을 걸친
중년인이었다.
그의 안색은 안타까울 정도로 핼쑥하고 창백했는데 왠지
모르게 섬뜩한 사이(邪異)함을 풍기고 있었다.
두 인물이 나타나자 노독행을 몇 겹으로 에워싸고 있던
삼환교의 인물들과 다른 방파의 고수들이 옆으로 이동해 길을
뚫어 주었다.
그것만 보아도 지금 나타난 두 인물의 위세가 여타 고수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 두 인물이야말로 강북무림의 신화적인
마인(魔人)들인 음양쌍마(陰陽雙魔)였던 것이다.
음양쌍마!
이 이름은 이제는 거의 전설적인 이름이 되었다.
지난 오십 년간 그들은 누구도 넘보지 못할 절대적인
마명(魔名)을 구축했다. 그들의 손에 피를 토하며 쓰러진
고수들의 이름만 나열해도 강북무림의 절정고수들은 거의
망라되어 있었다.
가공할 태양마장(太陽魔掌)과 공포의 현음마수(玄陰魔手)로
무림을 종횡으로 휩쓸던 그들이 거의 십여 년만에 다시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홍포노인이 양마(陽魔) 위지륵(慰遲勒)이었고, 앙상하게 마른
중년인이 음마(陰魔) 구양기(歐陽忌)였다.
위지륵은 물론이고 이제 사십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구양기의 나이도 실제로는 거의 구십에 육박했다.
음양쌍마마저 나타나자 장내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