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보건곤-10화 (1권 끝) (11/61)

제 10 장       원 하 는 게   뭐 요

1

북만주의 평야는 황량하기만 했다.

엽동의 마음은 더욱 황량했다.

엽동의 별호는 홍초혜(紅草鞋)였다.

붉은 짚신이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엽동은 항상 누덜누덜한 붉은 짚신을 신고 다녔다.

하나 단순히 그것때문에 그가 북만주 일대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 된 것은 아니었다.

비단 북만주뿐만 아니라 장성(長城) 아래의 중원에 까지 그의

이름은 적지 않게 알려져 있었다.

이유은 단 한가지였다.

- 엽동이 마음먹으면 찾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이런 소문이 그의 뒤를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엽동은 다시 말하면 천하제일의 사람 사냥꾼이었던 것이다.

여타의 사람사냥꾼과 다른 점은 그는 사냥감을 발견해서 그

정보를 팔뿐 결코 직접 자신의 손으로 사람을 해치지는 않는다는

것 뿐이다.

그는 보수만 맞으면 누구와도 흥정을 했다.

상대가 누구인지, 어떤 이유로 사람을 찾는지는 일체 따지지

않았다. 그저 상대가 제시한 가격이 마음에 맞으면 그는 승락을

했고, 일단 승락을 하면 반드시 목표로 한 사람을 찾아냈다.

엽동의 또 한 가지 불문율(不文律)은 하나의 청부를 맡으면 그

일을 완수할 때까지 일체의 다른 청부를 맡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때문에 그는 여러번 남들에게 오해도 사고 협박을 당하기도

했으나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신조를 깬 일은 없었다.

설사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나의 청부가 끝나기 전에는 결코

다른 청부를 맡지 않았다.

소수관음 매여설과 뇌력도 형개, 대복보의 고수들이 서로

상대를 제거하려고 하면서까지 엽동을 먼저 손에 넣으려고 했던

이유도 바로 엽동의 이런 철칙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엽동을 찾는 이유는 똑같았다.

그리고 그들이 엽동을 통해 찾으려는 사람도 같은 사람이었다.

엽동은 이 괴인이 자신을 데려온 것도 같은 이유일거라고

생각했다.

도데체 당금 무림에서 현재 그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을테니까.

괴인은 그를 데리고 북만주의 광활한 황야로 나왔다.

오는 도중 괴인은 단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것까지도

참겠는데 황야로 나와서는 그저 묵묵히 서 있기만 하는 것이

아닌가?

벌써 한 시진 가까이 엽동은 괴인과 함께 영문도 모른 채 텅빈

황야의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몇 번이나 괴인을 향해 물어보고 싶었다.

왜 자신을 이곳으로 데리고 왔는가?

그리고 왜 이렇게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인가?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서 있어야만 하는가?

하나 목구멍 밖까지 흘러나왔던 목소리는 괴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안으로 쑥 들어가고 말았다.

무표정한 얼굴....무표정한 눈....그리고 섬뜩한 검은 안대...

괴인을 힐끗 보기만 해도 엽동은 기가 질려서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

엽동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왜 이렇게 이 사람을 보기만

해도 꼼짝도 할 수가 없는지 의아하기 짝이 없었다. 자신보다

별로 크지도 않은 몸집에 이렇다할 특징도 없는 얼굴인데

말이다.

그는 애 은 황토바닥만을 발로 툭툭 걷어찬 채 멍청하게 서

있었다.

그때 문득 그는 어떤 소리를 들었다.

슥...슥...

처음에는 바람소리인가 했다.

하나 이내 그는 그것이 절정의 공력을 지닌 고수가 몸을 날릴

때 나는 음향이라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고개를 쳐들었다.

검은 안대의 괴인은 여전히 허공을 올려본 채 미동도 않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 나타났는지 그들의 주위에는 다섯 명의 인물들이

우뚝 서 있었다.

그들은 제각기 홍(紅), 황(黃), 청(靑), 백(白), 흑(黑)의

다섯 가지 장포를 걸친 난장이들이었다. 엽동은 그들 다섯

난장이를 보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들은 관외(關外)에서는 거의 사신(死神)과도 같은 명성을

날리고 있는 오행계자(五行桂子)였던 것이다.

오행계자는 제각기 무서운 오행마공(五行魔功)을 익힌데다가

특이한 합격술을 연마해서 그들 다섯이 모이면 천하의 누구도

당해낼 수 없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오행계자는 엽동과 검은 안대의 괴인을 에워싼 채 날카로운

눈으로 두 사람을 노려 보았다. 그들중 백포를 입은

백계자(白桂子)가 불쑥 입을 열었다.

"비무첩을 보낸 놈이 누구냐?"

엽동은 움찔 놀라 자신도 모르게 검은 안대의 괴인을

돌아보았다.

괴인은 말없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오행계자들의 칼날같은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고정되었다.

순간 그들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엽동은 놓치지 않고

지켜보았다.

오행계자의 시선은 검은 안대의 괴인의 몸에 고정된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엽동은 괜히 오금이 저려 조심스레 한쪽으로

비켜났다.

휘이잉!

거치른 황야의 저편에서 흙먼지를 동반한 황토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

엽동은 흙먼지가 눈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옷소매로

얼굴을 가려야 했다.

그런데도 오행계자와 검은 안대의 괴인은 여전히 그 자리에

미동도 않고 서 있었다.

단순히 가만히 서 있는데도 엽동은 왠지 모르게 그들 사이에서

숨막히는 기운이 감도는 것을 느꼈다.

좀처럼 움직일 것 같지 않던 그들의 몸이 어느 한 순간에

일제히 움직였다.

그리고 엽동은 일찌기 상상조차 해 본적이 없었던 엄청난

광경에 그만 넋이 나가고 말았다.

먼저 몸을 움직인 사람은 오행계자중 가장 성격이 급한

홍계자(紅桂子)였다. 그는 작은 몸을 섬전처럼 움직여 괴인의

등뒤로 소리없이 다가왔다.

그와 동시에 흑계자(黑桂子)와 황계자(黃桂子)가 괴인의 양쪽

옆구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청계자(靑桂子)는 허공으로 몸을 솟구쳐 괴인의 머리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고, 백계자는 정면에서 돌진해 들어왔다.

그들의 이 오행연환벽(五行連環壁)은 그동안 단 한 번도

깨어진 적이 없었다.

오행계자가 처음부터 자신들의 최대절기인 오행연환벽을 쓴

것은 어떤 예감을 느꼈기 때문인지 모른다.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두 번 다시 오행연환벽을 쓸 수 없다는

예감...

가장 먼저 튕겨져 나간 것은 등뒤로 날아들던 홍계자였다.

괴인의 몸이 순간적으로 뒤로 날아가며 등부분으로 홍계자의

몸통을 정면으로 받아 버렸다는 것은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다.

너무나 순간적인 일이었을 뿐 아니라 단순히 등에 부딪쳤을 뿐

인데 홍계자의 단단한 몸이 피떡이 되어 날아갔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괴인의 양쪽 옆구리를 노리고 날아들던 흑계자와

황계자가 당했다.

괴인의 몸이 뒤로 날아가는 순간에 그들의 공세는 빗나갔고,

그 순간에 괴인의 양 손이 그들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단순히 스치고 지나갔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았다.

단지 눈으로 보기에 그랬다는 말이다.

하지만 스치기만 했는데 어떻게 오행마공으로 단련된 흑계자와

황계자의 머리통이 수박처럼 박살날 수가 있단 말인가?

가장 비참한 것은 괴인의 머리위에서 떨어져 내리던

청계자였다.

청계자의 공격은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정확했다.

단지 그가 괴인의 머리를 향해 내려왔을 때는 이미 괴인의

몸은 뒤로 물러나 있었고 청계자의 손은 애 은 땅바닥을

후려갈기고 있었다는 것 뿐이다.

그리고 멍하니 서 있는 그의 몸으로 백계자의 손이

날아들었다.

백계자는 결코 청계자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그는 전력을 다해 괴인의 목덜미를 노리고 손을 내뻗었는데

어느 순간에 괴인의 모습은 사라지고 허공에서 떨어진 청계자의

목이 그의 손아귀에 쥐어졌던 것이다.

"컥!"

청계자의 눈이 부릅떠지며 얼굴이 푸르뎅뎅하게 변했다.

그의 목은 백계자의 손에 관통당해 사발만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백계자가 놀라 손을 뽑을 사이도 없이 무언가 화끈한 것이

그의 가슴을 뚫고 들어왔다.

백계자는 고개를 내려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커다란 몽둥이 같은 것이 청계자의 몸을 관통하여 그의

가슴에 박혀 있었다. 그것이 사람의 발이라는 것을 백계자는

잠시후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청계자의 공격이 바닥을 후려치는 순간 괴인의 앞발이 그의

등을 뚫고 들어와 백계자의 몸까지 꿰뚫어 버린 것이다.

어찌 칼이나 창이 아닌 사람의 발이 이와같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단 말인가?

괴인은 천천히 발을 거두어 들였다.

백계자도 청계자의 목에 박혀 있던 자신의 손을 빼낸 채 뒤로

물러났다.

쿵!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청계자의 몸이 맥없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이상하게도 백계자의 심정은 아주 담담했다.

목숨이나 다름없는 친한 형제들의 처참한 죽음을 보았는데도

흥분되거나 분노가 떠오르지 않았다. 단지 아릿한 슬픔같은 것이

한 차례 가슴으로 밀려왔을 뿐이다.

백계자는 고개를 들어 검은 안대의 괴인을 바라보았다.

검은 안대의 괴인은 처음의 자세 그대로 우뚝 서 있었다.

어찌 보면 그는 가만히 있는데 오행계자들이 자기들끼리

싸워서 스스로 쓰러져 버린 것 같기도 했다.

백계자는 한동안 검은 안대의 괴인을 응시하고 있다가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너는... 대체 누구냐?"

입을 열자 그의 목구멍에서 잘려진 내장조각이 시커먼 선혈과

함께 흘러나왔다.

검은 안대의 괴인의 생전 열릴 것 같지 않던 입술이 살짝

열리며 나직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백계자의 귀에만 들릴 수 있는 짤막한 전음(傳音)이었다.

"무쌍류."

그 말을 듣자 백계자의 얼굴에 한 줄기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백계자는 주름진 얼굴을 실룩거리고 있다가 문득 입가에 희미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러면 그렇지...결코 우리가 약했던 것은 아니었어..."

그 말을 끝으로 그의 몸은 서서히 허물어지듯 바닥에

쓰러졌다.

차갑게 식어가는 그의 얼굴에는 아직도 엷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것은 안도의 미소였다.

엽동은 좀처럼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하나 검은 안대의 괴인이 오행계자를 간단하게 도륙하고

자신의 앞으로 다가왔을 때 그의 몸은 자신도 모르게 덜덜

떨리고 있었다.

단순히 두렵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자에게는 사람을 두렵게 하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엽동은 그 무언가에 제압당해 꼼짝도 못하는 자신을 도저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괴인이 그의 앞으로 다가왔을 때 있는 힘을 짜내어

말했다.

"내게...원하는게 뭐요?"

괴인의 얼굴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그것이 엽동을 더욱 못견디게 했다.

괴인이 입을 열었을때 그 갈라터진 듯한 음성이 엽동에게는

다른 무엇보다도 반갑게 생각되었다.

"한 사람을 찾아줘."

엽동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마치 감당하지 못할 무거운

짐을 지었다가 내려놓은 사람처럼 그는 소매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의 이마 뿐만 아니라 전신이 온통 식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엽동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도 황금공자(黃金公子)를 찾고 있었지요? 그렇게

생각했었소. 황금공자는 지금..."

괴인의 짤막한 음성이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황금공자 따위는 관심없어."

엽동은 움찔하여 자신도 모르게 괴인을 쳐다보았다.

괴인과 시선이 마주치자 그는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몸이 다시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급히 말했다.

"황금공자를 찾고 있지 않다고요? 당신은 그 자 때문에 나를

찾은게 아니었소?"

괴인은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대체 현재의 무림인중에서 황금공자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엽동은 물밀듯한 호기심이 일어나서 두려움도 잊고 다시

물었다.

"그럼 당신이 찾고 있는 사람은 대체 누구요?"

그때 엽동이 괴인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은 것은 그로서는

천만다행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괴인의 하나뿐인 외눈에서 실로 보는 사람을

질식시킬 듯한 끔찍한 살기가 번뜩거렸기 때문이다.

엽동이 무언가 오싹한 기운을 느끼고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을

때는 이미 괴인의 눈은 처음의 무표정한 빛으로 돌아와 있었다.

괴인은 잠시 허공을 올려다 보았다.

엽동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괴인은 천천히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조양홍."

2

노독행(路獨行)은 물끄러미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상처투성이의 손등에 굳은 살이 박힌 손바닥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과 하등 다를 것이 없는 손이었다.

오 년이었다.

오년 만에 그는 야차곡을 나왔다.

그는 그 안에서 지옥(地獄)을 보았다.

지금의 그는 어떠한 일을 보아도, 어떠한 일을 겪어도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아무리 끔찍하고 엄청난 일을

당해도 조금도 놀랄 것 같지 않았다.

아무리 무서운 일을 떠올리려고 해도 두려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

두려움을 느끼는 능력을 상실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자신은 아무런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데, 왜 남들은 자신을

두렵게 생각하는 것일까?

그는 조금전  기듯 허겁지겁 사라지던 엽동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내게서 무엇을 느낀 것일까?

나의 무엇이 그를 그토록 두렵게 했을까?

자신은 분명히 지옥을 보고 왔다.

그렇다면 그들은 자신의 얼굴에서 그 지옥을 발견했단 말인가?

어찌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옥에서 살아 나왔다.

이제는 그 자들에게 지옥을 보여줄 차례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다음 일을 누가 예상할 수 있겠는가?

노독행은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은 황토바람에 휩싸여 누런 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 누런 하늘을 보자 노독행은 문득 북해의 잿빛 하늘이

떠올랐다. 떠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북해의 그 하늘이

그리워졌다.

아울러 한 사람의 주름진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상처와 주름살로 뒤범벅이 된 얼굴.

독고무정의 얼굴이었다.

야차곡을 나왔을때 그는 야차곡이 빤히 보이는 절벽위에서

꽁꽁 얼어붙어 있는 독고무정의 시체를 발견했다.

독고무정은 노독행이 야차곡으로 들어갈때 마지막으로 본 자세

그대로 꼿꼿하게 서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시체를 보면서 노독행은 조금도 슬프지 않았다.

이미 그의 죽음을 예견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혹은 죽어 있는 그의 얼굴 표정이 너무도 평안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아니면,

독고무정은 죽은 것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영원히 살아 있다고

믿었기 때문일까?

노독행은 독고무정의 꽁꽁 언 시체를 야차곡의 안으로 옮겨

놓았다.

이제 눈이 내리고 세월이 흘러가면 독고무정의 몸은

빙하속으로 잠겨 들 것이다. 그는 북해의 눈보라가 그치지

않는한 영원히 그 속에서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먼훗날의 언젠가는 노독행이 다시 와서

영원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독고무정은 결코 외롭지 않게 될 것이다.

그 마차(馬車)를 발견한 것은 하늘이 조금씩 어두어가기

시작하는 초저녁무렵이었다.

그 마차는 이름모를 산중(山中)의 한쪽 구퉁이에 반쯤 쳐박혀

있었다.

호화롭기 그지없는 마차였다.

여덟 마리의 잡털 하나 섞이지 않는 백마(白馬)가 이끌고,

사방이 온통 금색으로 뒤덮히다 시피했다. 안목이 날카로운

사람이라면 이것이 단순히 금박을 입힌 것이 아니라 마차의 모든

장식이 실제로 순금(純金)으로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휘장에 달려 있는 주렴은 특이한 자령옥(紫靈玉)으로 만들어서

밖에서는 안을들여다 볼 수 없지만 안에서는 밖을 환히 볼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때마침 서산으로 넘어가는 마지막 노을빛이 주렴에 반사되어

주위를 온통 자주빛으로 물들였다.

하나 지금 마차를 끌던 여덟 마리의 백마들은 모두 머리가

으깨진 채 쓰러져 있었고, 마차의 문짝도 반이나 떨어져 나갔다.

희귀한 자령옥으로 만든 주렴도 대부분이 흩어져서 마차안의

모습이 희미하게 드러나 보였다. 언뜻 보이는 안에 하나의

인영이 단정하게 앉아있는 모습이 그림자처럼 내비쳤다.

마차의 밖에는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기저기 시체들이 널려 있어 격전의 흉험함을 여실히

말해주고 있었다.

시체중 몇 구는 호화로운 치장을 한 여인들의 것인데 언뜻

보기에 마차를 끌던 시비들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외에 나머지는 무기를 든 무림인들의 시체였다.

차차창!

귀청이 찢어지는 듯한 마찰음이 연거푸 터져 나오며 하나의

인영이 마차의 바로 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쿵!

그 인영은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며 바닥에 반쯤

주저앉았다.

그는 황금빛 장포를 걸치고 이마에는 금색 두건을 쓴 준수한

청년이었다.

얼굴에 네모지고 눈빛이 유성처럼 차고 맑았는데, 수중에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만큼이나 황금빛으로 번쩍거리는

금도(金刀)를 들고 있었다.

실로 황금색을 광적(狂的)으로 좋아하는 인물이었다.

하나 지금 그의 황금색 장포는 군데군데가 찢겨져 나갔고,

이마의 두건도 반이나 잘려져 있었다. 게다가 전신에는 군데군데

크고 작은 상처로 피가 흘러나와 낭패스럽기 그지없는

몰골이었다.

"흐흐...서문정(西門鼎)! 너는 천하에 둘도 없는 멍텅구리다."

음산한 웃음과 함께 금포청년의 앞에 네 개의 인영이 떨어져

내렸다.

그들중 가장 왼쪽의 인물은 흑포를 걸치고 비쩍 마른

노인이었다. 노인의 닭발같이 말라 비틀어진 양 손에는 날카로운

손톱이 시커먼 빛을 뿌리고 있었다.

흑포노인의 옆에는 적삼을 입은 중년인이 우뚝 서 있었다.

적삼중년인의 손에는 주방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두꺼운

칼이 쥐어져 있었다.

다시 그 옆으로는 붉은 장포를 걸친 우람한 체구의

털보중년인과 키가 작달막하고 머리가 반질반질한 대머리 사내가

서 있었다.

대머리 사내는 자기 머리만큼이나 반질거리는 도끼를 들고

있었는데 쉴새없이 도끼를 흔들거리고 있어 조금 경망스러워

보였다.

방금 전 음산한 웃음을 터뜨린 사람은 바로 그였다.

"무림 역사상 너같은 멍청이는 없을 것이다. 네 신분으로

무엇이 아쉬어 남의 유부녀를 유혹해 도망친단 말이냐? 그것도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의 마누라를..."

금포청년은 말없이 이를 으득 갈았다.

그는 수중에 든 금도를 가슴부위로 끌어올리며 자신을 에워싼

네 명을 노려보았다.

대머리사내는 무엇이 그리도 우스운지 쉴사이없이 킬킬거리며

입을 놀렸다.

"그녀가 비록 예전에는 천하제일미녀(天下第一美女)였을지

몰라도 이미 남의 마누라가 된지 십 년이 넘었다. 아마 지금은

배에 살이 오르고 가슴도 커져서 별로 볼품도 없을텐데 넌 그런

여자가 무엇이 좋다고 명예와 의리를 헌신짝처럼 버렸단

말이냐?"

금포청년은 안색이 변한 채 냉랭한 음성으로 쏘아붙였다.

"독두날심(禿頭辣心) 여표(呂豹).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아가리를 놀리지 마라. 그녀는 너따위가 함부로 능멸할 수 있는

여인이아니다."

대머리사내는 연신 키득거렸다.

"큭큭...글쎄 이런 일만 없다면야 내가 어찌 천하에 명성이

자자한 황금공자와 추수부인(秋水婦人)에게 시비를 걸 수

있겠냐만...너도 알다시피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네 목에

걸린 어마어마한 상품을 생각한다면 나는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진다."

옆에 있던 홍포의 텁석부리 장한이 음흉한 미소를 날렸다.

"흐흐...대머리야. 너뿐만 아니라 남자는 전부 자다가 벌떡

일어나 지는 법이다."

"크헤헤...옳은 말이다."

대머리사내와 텁석부리는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서로 마주보며

킬킬거리고 웃었다.

금포청년은 더 이상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그 옆의

적삼중년인과 흑포노인을 바라보았다.

"천하에 대명이 자자한 마안도 섭대협과 귀조 막노인도 설마

현상금에 눈이 어두어 이 먼 곳까지 오실 줄은 몰랐소. 내가 두

분에게 섭섭하게 해 드린거라도 있소?"

적삼중년인은 한 자루 칼로 대강남북(大江南北)에 명성이

자자한 마안도 섭대명이었다.

섭대명은 명리(名利)에 별다른 욕심이 없고 무인(武人)다운

기질이 있어 흠모하는 사람이 많았다.

흑포노인은 흑도(黑道)의 유명한 고수인 귀조 막봉이었는데

막봉의 열 손가락에서 뿜어나오는 흑살조공(黑煞爪功)은 마도의

십대조력(十大爪力)중의 하나로 꼽히는 무서운 절기였다.

섭대명은 금포청년의 말에 조금 눈쌀을 찌푸리다가 입을

열었다.

"서문공자(西門公子)의 말처럼 나는 현상금에 눈이 먼 사람이

아니오. 단지 친한 사람의 부탁을 받았기 때문에 어쩔

수가없소."

금포청년은 눈을 빛내며 급히 물었다.

"그가 누구요?"

"위문평(魏文平)."

위문평이란 말에 금포청년의 얼굴에 암담한 기색이 떠올랐다.

위문평은 자신이 데리고 온 여인에게는 사형(師兄)뻘로 이번의

도피행에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중 하나였다.

섭대명은 금포청년을 뚫어지게 주시하다가 나직한 탄식을

토해냈다.

"서문공자. 당신은 이번에 너무나 큰 잘못을 저질렀소."

금포청년이 당혹한 기색으로 우두커니 서 있을 때 막봉이 불쑥

입을 열었다.

"노부도 한 사람의 부탁을 받았다."

금포청년은 힘없이 물었다.

"누구의 부탁이오?"

막봉의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뿜어나왔다.

"귀견수(鬼見愁) 허잔양(許殘陽). 그는 반드시 네 목을

따오라고 말했지."

금포청년의 낮빛이 창백해졌다.

그는 비록 당대 무림의 후기지수중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꼽히는 절정고수였으나 이들 네 사람의 합공을 받아낼 자신은

없었다.

마안도 섭대명과 귀조 막봉은 물론이고 독두날심 여표와

벽력태세(霹靂太歲) 포일광(包一廣)은 절대로 그의 하수(下手)가

아니었다.

한 두 사람이라면 모를까 이들 네 사람이 모두 덤빈다면

금포청년이 아니라 그의 사부가 와도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막봉등 네 사람은 조금씩 그를 향해 다가들었다.

"각오해라, 서문정. 내세(來世)에서는 두 번 다시 남의

마누라를 탐하지 마라."

막봉의 입에서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금포청년, 황금공자 서문정은 이를 악물고 손에든 금도를 힘껏

움켜 잡았다.

'죽는 한이 있어도 그녀를 이 자들에게 넘겨주지 않겠다.'

그의 얼굴에 한 줄기 비장한 기색이 감돌았다.

바로 그때였다.

촤르르...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음향과 함께 주렴이 열리며

마차안에서 하나의 인영이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나온 사람을 보자 중인들은 모두 몸이 굳어졌다.

*             *           *

아름다움이란 환상(幻像)이다.

절대적인 아름다움이란 곧 환상속의 일일뿐이다.

완벽한 아름다움이란 적어도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섭대명은 지금까지 그렇게 믿어왔다.

그런데 오늘 그는 환상을 보았다.

그것은 말 그대로 완벽한 아름다움이었다.

그녀를 보자 섭대명의 가슴속에는 무언지 모를 한 줄기 슬픔이

떠올랐다.

왜 그녀를 보자 갑자기 슬픈 생각이 떠오른 것일까?

인간이라는 존재는 절대적인 아름다움앞에서 단지 말없는

슬픔을 느끼는 것일까?

그제서야 섭대명은 그녀에 대한 소문이 절대로 과장이

아니었음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꺾여진 꽃...

- 강남의 연꽃은 피다가 말았으나 보는 사람은 모두 취하고

만다...

그녀가 바로 강남취련(江南醉蓮) 모용추수(慕容秋水)였다.

*               *              *

모용추수가 나타나자 서문정은 황급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안에 들어가 있으시오. 이곳은 내가 책임지겠소."

모용추수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이미 최선을 다했어요."

"하지만...."

서문정은 무어라고 입을 열려 했으나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자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녀의 눈가에는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그 미소를 보자

서문정의 가슴 깊숙한 곳에는 뜨거운 그 무엇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왜 그녀의 미소는 사람을 슬프게 하는 것일까?

서문정이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하자 모용추수는 그를 지나쳐

섭대명 등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를 보자 그들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여기 천하제일미녀가 있다.

지난 십 여년간 강호무림에 소문으로만 떠돌았던

천하제일미녀의 모습을 직접 본 순간 그들은 모두 넋을 잃고

말았다.

그제서야 그들은 서문정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여자라면 목숨을 걸어볼 만 하지 않겠는가?

모용추수는 그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중 어느 누구도 감히 그녀와 시선을 마주치는 사람은

없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떨리는데 시선이 마주친다면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모용추수는 조용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서문공자는 단순히 내 부탁을 받고 그대로 한 것뿐이에요.

그러니 그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어요. 이번 일은 전적으로 저

개인의 일이니 여러 분들은 그만 돌아가 주시기 바래요."

그녀의 음성은 사람을 취하게 하는 그 무엇이 들어 있는게

분명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평소 냉정하기로 유명했던 섭대명과 막봉은

물론이고 흉신악살로 이름이 높았던 여표와 포일광까지 멍하니

서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섭대명 등은 무언가 입을 열려고 했으나 목구멍속에 무언가가

틀어박힌 듯 한 마디 말도 할수가 없었다.

모용추수는 그들을 둘러보다가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여러분들이 현명하게 판단하기를 바래요. 멀리 배웅하지

않겠습니다. 안녕히들 돌아가세요."

그녀가 살짝 고개를 숙이자 네 사람은 자신들도 모르게

엉거주춤하게 허리를 숙였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려 서문정의 옆으로 걸어왔다.

그동안에도 네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본 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대로 물러가자니 자신들의 꼴이 너무 우습고, 그렇다고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자니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그들이 어쩔 줄 몰라서 망설이고 있을 때였다.

"무얼 망설이는가?"

갑자기 어디선가 하나의 조용한 음성이 들려왔다.

중인들은 감짝 놀라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멀지않은 나무 뒤에서 하나의 인영이 천천히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 인영을 보자 서문정은 물론이고 섭대명 등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심지어는 모용추수마저 눈빛이 가늘게 떨리고

몸이 흔들렸다.

그는 짙은 남삼을 걸친 노인이었다.

얼굴이 수려했고, 머리는 단정하게 빗어 뒤로 넘겼다.

허리춤에 찬 금색 허리띠가 그의 전체적인 인상을 풍요롭고

부귀하게 보이도록 했다.

더욱 특이한 것은 그의 얼굴로, 봄바람같은 부드러운 미소가

끊이지 않고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호감이 가도록했다.

하나 그를 보는 중인들의 얼굴은 공포에 질린 기색, 바로

그것이었다.

남삼노인은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장내로 걸어왔다.

그의 입가에는 여전히 특유의 훈훈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자네들은 무얼 망설이는가? 단순히 여자의 말 한마듸에

이곳까지 온 목적도 잊었단 말인가?"

그의 어조는 얼굴에 떠오른 미소만큼이나 부드러웠다.

하나 그 음성을 듣자 막봉 등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것은

분명히 두려움에 가득찬 모습이었다.

제일 먼저 여표가 살기어린 안광을 뿌리며 서문정을 향해

다가갔다. 이어서 포일광이 그 뒤를 따르고, 막봉도 얼굴이

굳어지며 두 손에 공력을 끌어올린 채 서문정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남삼노인은 아직까지 머뭇거리고 있는 섭대명을 보며 웃었다.

"자네의 사부는 안녕하신가?"

섭대명은 움찔하여 급히 포권을 했다.

"아직 정정하십니다. 단노사(段老師)."

남삼노인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 참 다행이군. 그를 본 지가 벌써 이십 년이

넘었는데...자네는 그의 혈명십삼도(血命十三刀)를 어디 까지

익혔나?"

섭대명은 약간 머뭇거리다가 정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혈망라(血網羅)까지 완성을 했습니다."

남삼노인은 짐짓 탄성을 터뜨렸다.

"호오...그것참 놀라운 일이로군. 당년의 자네 사부도 그걸

완성하기까지는 수십 년의 각고를 했었는데...."

이어 그는 넌지시 말했다.

"오늘 노부를 위해서 그 초식을 보여줄 수 있겠나?"

섭대명은 그의 말속에 숨은 뜻을 알아차리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노사의 말씀은..."

남삼노인은 미소를 그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알면서 묻는다면 장부가 아니지."

섭대명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음을 알았다.

그는 힐끗 모용추수가 있는 곳을 돌아보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노사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남삼노인은 온화하게 웃었다.

"역시 자네는 좋은 젊은이로군. 내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겠네."

섭대명은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렸다.

그의 손에는 어느 새 예의 부엌칼 같은 뭉툭한 칼이 예리한

빛을 뿌린 채 쥐어져 있었다.

남삼노인은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섭대명등 네 사람이

서문정을 압박해 들어가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모용추수는 서문정의 뒤에 서 있다가 이 광경을 보자

남삼노인을 돌아보았다.

남삼노인을 보는 그녀의 시선에 한 줄기 애틋함이 떠올랐다.

남자라면, 적어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라면 그녀의

이러한 애틋한 눈빛을 보고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나 남삼노인은 그녀의 눈빛을 받고도 여전히 입가의 미소를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그녀를 향해 점잖은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작은 마님. 너무 하셨소. 노주인(老主人)께서 얼마나

걱정하시는지 알고 계시오?"

모용추수는 몸을 가늘게 떤 채 남삼노인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떨구었다.

남삼노인은 천천히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려 서문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미소가 가득한 그의 얼굴에 한 줄기 음산한 빛이 피어 올랐다.

"일각내로 일을 마무리하게. 그 후에 벌어지는 일은 모두

노부가 책임지겠네."

그 말에 분발된 듯 막봉 등 네 사람은 살광을 뿌린 채

서문정을 향해 달려들었다.

모용추수는 단지 가늘게 몸을 떤 채 그 광경을 지켜볼 수

밖에는 없었다.

서문정은 죽음을 각오한 표정으로 금도를 휘둘러 네 명의

합공에 맞서갔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장내에서 그리 멀지않은 커다란 나무 뒤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는 칙칙한 흑의를 걸친 애꾸의 사내였다.

그가 나타나자 장내의 공기는 돌연 싸늘하게 식어가기

시작했다.

<        1        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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