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보건곤-7화 (8/61)

제 7 장          알 려 고   하 지 마 라

1

북해의 하늘은 끝없는 잿빛이었다.

하나뿐인 노독행의 눈에 그 잿빛 하늘이 가득 담겨 있었다.

노독행은 눈이라도 뿌릴 듯 가라앉아 있는 북해의 하늘을

바라보며 그 자리에 못이 박힌 듯 서 있었다.

파라락...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바람이 그의 옷자락을 금시라도

찢어버릴 듯 몰아치고 있었으나 노독행은 아무런 추위도 느끼지

못한 듯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북해에 온지 육개월쯤 되는 날이었다.

그동안 노독행은 매일같이 얼어붙은 설원위를 달렸고,

짐승들을 사냥했고, 체력을 단련시켰다. 그의 하루 일과는 오직

이 세 가지 뿐이었다.

독고무정은 무공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노독행도 그것에 대해서는 일체 묻지 않았다.

때가 되면 묻지 않아도 독고무정이 말해 줄 것이다.

노독행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날 독고무정은 평상시와는 다른 행동을 했다.

보통 때였다면 한쪽에 우두커니 서서 노독행이 몸을 단련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하나 그때 그는 노독행의 앞으로

다가와서 불쑥 입을 열었다.

"내게 덤벼 보아라."

왜 갑자기 덤벼보라고 하는지 이유도 말하지 않았다.

노독행도 묻지 않았다. 그는 단 한 번도 독고무정이 지시하는

일에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는 주저없이 독고무정을 향해 몸을 날렸다.

휭!

그의 무쇠같은 주먹이 독고무정의 턱을 향해 빠르게

날아들었다.

그동안의 살을 깎는 단련으로 노독행의 몸은 비호(飛虎)보다도

빨랐고, 주먹은 바위라도 능히 부술만큼 무시무시했다. 동작도

조금의 군더기가 없이 매끄러워 절세의 무공을 익힌

절정고수못지 않았다.

독고무정은 노독행의 주먹이 콧등으로 날라오는데도 그 자리에

못박힌 듯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러다가 주먹이 막 그의 콧등을 가격하려는 순간 슬쩍 발을

앞으로 움직였다. 피하기는 커녕 오히려 노독행의 주먹앞으로

다가선 것이다.

그리고는 그만이었다.

쾅!

무엇이 어찌된 영문인지 알기도 전에 노독행은 옆구리에

강력한 타격을 당하고 이장 여 밖으로 나가 떨어지고 말았다.

어찌나 충격이 컸던지 한동안 노독행은 바닥에 벌렁 누운 채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강인한 육체를 지닌 그의 몸으로도 견디기 힘들만큼 조금전에

당한 충격은 가히 살인적(殺人的)이었다. 노독행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제아무리 강력한 호신강기를 지닌 고수라 해도

정신을 잃거나 숨이 끊어졌을 것이다.

간신히 바닥에서 일어난 그를 향해 독고무정은 불쑥 물었다.

"보았느냐?"

노독행은 고개를 저었다.

독고무정은 짤막하게 말했다.

"그럼 다시 덤벼라."

노독행은 외눈을 번뜩이며 독고무정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독고무정의 자세는 처음과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방심한 듯

우두커니 서 있는 그의 몸은 구석구석이 온통 허점 투성이로

보였다.

노독행은 다시 독고무정을 향해 덤벼 들었다.

이번에는 오른 주먹으로 독고무정의 턱을 후려갈겨 왔다.

독고무정은 여전히 가만히 서 있었다.

막 자신의 주먹이 독고무정의 턱을 가격하기 직전에 노독행은

빠르게 주먹을 거두어 들이며 왼주먹으로 독고무정의 아랫배를

가격했다.

그의 이 연속 동작은 너무도 빠르고 매끄럽게 연결되어서

천하의 누구라도 피하지 못할 것 같았다.

스읏!

이번에도 독고무정은 피하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몸을 불쑥

내밀었다.

쾅!

벼락치는 음향이 터지며 한 사람이 삼 장 밖으로 떼굴떼굴

나뒹굴었다.

노독행이었다. 이번의 타격은 어찌나 강력했던지 노독행은

한참동안이나 바닥에 드러누운 채 일어나지 못했다.

노독행이 간신히 후들거리는 다리로 몸을 지탱하며 바닥에서

일어섰을 때 독고무정은 다시 물었다.

"보았느냐?"

노독행은 고개를 흔들었다.

독고무정의 음성은 한결같았다.

"다시 덤벼라."

노독행은 한결 신중해진 동작으로 독고무정을 향해 달려

들었다.

그는 이번에 삼단(三段) 동작을 취했다.

왼 주먹과 오른 주먹을 눈속임으로 하고 오른발로 독고무정의

낭심을 걷어찼다. 비겁한 수법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낭심을 공격하는 이 수법은 강호무림의 명문세가의 후손들은

모양이 보기 흉하다고 해서 사용하기를 꺼려했으나 엄연히

요음퇴(僚陰腿)라는 이름을 지닌 무공이었다.

노독행의 요음퇴 수법은 누가 보기에도 완벽했다.

그런데도 노독행은 다시 바닥에 나가 떨어졌다.

이번에는 거의 일각 가까이나 끙끙거려서야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독고무정은 다시 보았느냐고 물었고 노독행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일이 끝없이 반복되었다.

노독행은 그날 마흔 다섯 번이나 독고무정에게 덤벼들었다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마흔 다섯 번째로 바닥에 쓰러졌을 때는

천하의 노독행도 도저히 더 이상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독고무정은 헐떡거리며 바닥에 누워 있는 노독행을 내려보다가

몸을 돌렸다.

"내일 아침부터 다시 시작한다."

노독행은 차가운 바닥에 누워 멀거니 독고무정의 뒷등을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는 없었다.

쾅!

다시 바닥에 나가 떨어졌을 때 노독행의 몸은 튕기듯 벌떡

일어나 독고무정의 머리위로 날아올랐다.

그 동작이 어찌나 빠르고 유연하던지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노독행이 일부러 바닥에 떨어졌다가 그 탄력을 이용해

덤벼들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노독행은 실제로 강력한 타격을 받고 쓰러진 것이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그의 입안에는 목구멍속에서 넘어온 시뻘건

선혈이 가득 차 있었다.

노독행은 치밀어 오르는 선혈을 억지로 삼키며 독고무정의

머리를 향해 세 번의 발길질을 빠르게 해댔다.

파팍!

독고무정의 백발이 성성한 머리가 금시라도 허연 뇌수를

뿌리며 박살이 날 것 같았다.

머리라는 부위는 공격하기도 힘들지만 그만큼 방어하기도

까다로운 부위였다. 머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몸을 뒤로

제끼던지 아니면 양 팔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독고무정은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성큼 다가왔을

뿐이었다.

그런데 노독행의 발길질은 헛되이 허공을 가르고 지나갔다.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노독행은 이번에도 막대한

충격을 느끼고 이 장밖으로 나뒹굴었다.

노독행은 바닥을 한 차례 구른 후 다시 몸을 일으켜

달려들었다. 그의 거듭된 연속공격은 가히 초인적(超人的)인

것이었다.

노독행은 두 팔과 두 다리를 질풍처럼 휘둘러 연달아 열 여덟

번이나 공격을 가했다. 처음으로 독고무정의 몸이 뒤로

물러났다. 아니, 물러나는 것 처럼 보였다.

하나 어느 사이엔가 독고무정의 신형은 노독행의 코앞으로

다가들고 있었다.

쾅!

노독행은 눈앞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자신의 몸이 거의 오 장이나 날아가

한쪽 구석에 쳐박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지금까지 그가

당한 것중 가장 강력한 타격이었다.

노독행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았느냐?"

언제나 처럼 독고무정이 물었을 때 처음으로 노독행은

짤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독고무정의 무심한 눈가에 한 줄기 기광(奇光)이 번뜩이고

지나갔다.

한 달만이었다. 한 달만에 처음으로 노독행은 독고무정의

물음에 다른 대답을 했다. 그것은 독고무정의 예상보다 배나

빠른 것이었다.

하나 독고무정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싸늘하기 그지 없는 것이었다.

"보고도 피하지 못한다면 허수아비나 다름없지. 다시

시작해라."

노독행은 두 말않고 덤벼들었다.

그는 오른 주먹으로 독고무정의 옆구리를 노리며 동시에 왼쪽

무릎으로 아랫배를 가격해 왔다.

독고무정의 몸이 슬쩍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에는 조금 더 똑똑하게 볼 수 있었다.

독고무정의 오른팔이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노독행의

쳐들어오는 오른팔을 슬쩍 비틀었다. 노독행의 손이 옆으로

튕겨져 나갈 때 독고무정의 몸은 어느 새 그에게 바짝

다가와있었다.

그 순간 독고무정의 왼쪽 어깨가 거의 무방비상태인

노독행의 옆구리쪽을 사정없이 강타해 버렸다.

아주 간단한 동작이었다.

너무나도 간단하고 단순한 동작이었는데 그 속도가 너무도

빠르고 시기가 적절하여 눈을 부릅뜨고 있어도 언제 자기의

공격이 튕겨나가고 자신의 옆구리에 상대의 어깨가 밀고

들어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와 같은 어깨를 이용한 공격은 고( )라고 했다.

고는 사실 어깨만이 아닌 몸 전체를 이용한 몸통공격이다.

전신의 힘을 한 순간 폭발치듯 사용하기 때문에 일단

격중당하면 아무리 강한 상대라 해도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다.

하나 반면에 적에게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서 펼쳐야 하기

때문에 적의 공격을 피해서 빠르게 접근하는 요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노독행은 독고무정의 몸통공격을 막기 위해서 갖은 수법을 다

써보았으나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막기는 커녕 그중 태반은

도데체 어떻게 당했는지도 모르고 나가 떨어지기 일쑤였다.

빠르게 접근하여 상대의 공격을 튕겨내고 상대의 방비가

허술한 측면으로 다가가서 어깨를 이용한 육탄공격을 가하여

날려버리는 것뿐인데 뻔히 알면서도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노독행이 눈에 불을 켜고 독고무정의 동작을 읽어내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그가 당하는 타격은 점차 커졌다.

노독행이 독고무정의 관자놀이를 노리고 들어왔을 때

독고무정의 어깨는 노독행의 얼굴을 정통으로 가격했다.

꽝!

이번의 타격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독고무정의 강력한 어깨는 거의 반이상이나 노독행의 상반신에

파묻히다 시피했다.

노독행의 몸은 실끊어진 연처럼 허공을 날아 반대쪽 벽에 가서

세차게 부딪쳤다.

노독행의 신체가 남보다 훨씬 더 강인한 것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일격으로 박살이 나고 말았을 것이다.

하나 제아무리 강인한 육체를 지닌 노독행으로서도 지금의

충격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노독행이 한참동안이나 그 자리에 드러누운 채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쓰고 있을 때 독고무정의 냉정한 음성이

들려왔다.

"알려고 하지 마라."

노독행은 멀거니 독고무정을 올려다 보았다.

독고무정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내려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해할 필요도 없다. 그저 느끼면 되는 거야. 그게 바로

무쌍류(無雙流)다."

2

- 인간의 팔에는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부위가 몇 군데나

되는가?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 그중 대부분은 우선 네

가지를 떠올린다.

권(拳), 장(掌), 지(指), 그리고 조(爪)다.

통상적으로 거의 모든 문파에서는 그 네 가지를 중점적으로

가르친다. 실전을 중시하는 문파라면 그 외에도 몇 가지를 더

알고 있다.

손가락을 모아서 아래로 늘어 뜨리고 손목을 구부리면 손목

자체가 하나의 무서운 흉기가 된다. 이것을 구수(鉤手)라고

하는데 밑에서 위로 공격하는 괘(掛)의 기법에 주로 사용한다.

손가락을 쭉 펼쳐 손바닥을 세우면 이것도 훌륭한 무기가

된다. 이것은 수도(手刀)라고 한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벽(劈)의 기법에 많이 응용된다.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을 가볍게 구부려 손끝을 손가락

뿌리에 댄다. 이 손가락의 구부러진 마디는 단창(短槍)과 같은

위력을 지닌다.

이것을 파자권(把子拳)이라 한다.

손목에서 팔꿈치까지도 강한 철봉같은 위력을 나타낼 수 있다.

이것을 상박(上膊)이라고 하는데 적의 공격을 막는데 아주

유용하며  실전에서 많이 사용된다.

팔꿈치는 가장 강력한 살상무기중의 하나이다. 이를

주( )라고 하는데 거의 모든 문파에서는 이 주를 이용한 공격을

인체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공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무쌍류는 다르다.

무쌍류의 기법중에는 이 아홉 가지외에 하나의 기법이 더

들어있다.

그것은 바로 고( )의 기법이다.

무쌍류의 고산팔벽( 山八壁)은 인간의 육체로 펼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몸통공격이다.

그 위력은 실제로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살인적이다.

하나 고산팔벽조차도 무쌍류 필살무예의 가장 기본적인 동작에

지나지 않는다.

무쌍류의 필살무예는 인체를 천하에서 가장 무서운 살인병기로

만드는 수많은 기법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 '무쌍류비전총요' 중에서

*                  *               *

쿵!

독고무정의 왼쪽 어깨가 가슴팍으로 다가왔을 때 노독행의

몸은 비스듬히 기울어지면서 오른쪽 어깨로 되받아치는 동작을

했다.

그것은 노독행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행해진

자연적인 행동이었다.

두 사람의 어깨와 어깨가 서로 맹렬하게 부딛쳤다.

노독행은 어깨가 부서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으나 그전과 달리

자신의 몸이 나가떨어지지 않는 것을 알았다.

두 달만에 처음으로 노독행은 독고무정의 살인적인 몸통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하나 그가 채 그것을 느끼기도 전에 그의 몸에 닿아 있는

독고무정의 몸에서 기이한 회전력이 생기며 그의 몸을 그대로

튕겨내 버렸다.

팡!

노독행은 거의 칠 팔장이나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튕겨나간 노독행은 간신히 신형을 멈춰 세웠으나 도무지

어찌된 영문인지 알지 못해 우두커니 서 있었다.

도데체 방금전의 그 기이한 반탄력은 무엇이란 말인가?

단순히 어깨끼리 부딛치기만 했는데 어째서 그런 강한

회전력이 생길 수 있단 말인가?

노독행이 고개를 떨구어 보니 조금전 독고무정의 어깨와

부딛쳤던 자신의 어깨부근 옷자락이 거의 먼지가 되어 살이 훤히

드러나 보였고 그 부위의 피부가 시커멓게 죽어 있었다.

어깨뼈가 부서지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노독행은 자신의 어깨를 내려다 보고 있다가 눈을 번뜩이며

독고무정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알려면 몸으로 직접 부딪쳐 보는 수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조금전보다 훨씬 신중한 동작으로 독고무정의

측면으로 다가갔다. 손과 발이 서로 뒤엉키며 독고무정의 강력한

어깨가 밀려왔다. 노독행은 피하지 않고 전력을 다해 어깨로

받아쳤다.

쾅!

아찔한 충격이 전신을 강타했다.

똑같이 어깨끼리 마주 쳤는데도 독고무정의 몸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강력한 반탄력이 일어나 노독행의 몸을 사정없이

팽개치고 말았다.

그것은 처음과는 비교도 될 수 없는 무서운 힘이었다.

노독행은 자신이 마치 태풍을 만난 가랑잎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가공할 회전력이 '전사(纏絲)'에 의한 것임을 노독행은

그로부터 거의 열흘이 지난 다음에야 겨우 깨달을 수 있었다.

전사란 실이 달라붙듯 나선형(螺旋形)으로 비틀면서 움직이는

공격수법을 말한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무예의 요결중에서

'사량발천근(四倆撥千斤)'이라는 말이 있다. 사량의 적은 힘으로

천근을 튕긴다는 뜻이다.

이것은 전사의 위력을 단적으로 설명한 말이었다.

흡사 돌고 있는 팽이에 구슬을 던지면 아무리 큰 구슬이라도

튕겨나가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전사는 이처럼 적은 힘으로 그 몇 배나 되는 상대의 큰 힘을

막을 뿐만 아니라 공격할 때 그 위력을 수십 배 증폭시킬 수

있다.

노독행이 똑같은 힘으로 독고무정과 몸통공격을 시전해도

전사의 힘이 담겨 있는 독고무정의 몸을 견디지 못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전사는 단지 손만을 비트는 것이 아니고 발, 무릎, 넓적다리,

몸 등 전신이 동시에 일치해서 행하는 것이며, 그래야만 비로소

전사 본연의 위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가 있다.

독고무정은 비단 어깨 뿐만 아니라 전신의 어느 곳이든 원하는

대로 전사를 할 수 있었다.

그의 몸 자체가 언제라도 강력한 회전력을 일으킬 수 있게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전사의 종류는 수십 가지나 되어서 일일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지만 그 기본적인 요체는 똑같다. 즉, 신체의

각부분에 기(氣)를 원활하게 이동시켜 그 흐름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노독행이 손으로 어설프게 나마 전사의 수법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은 그로부터 보름이 지난 후의 일이다. 그리고 몸 전체로

전사력을 자유자재로 수발(收發)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다시

삼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                 *               *

- 각여라사요여찬(脚如螺絲腰如鑽),

수여류성안여전(手如流星眼如電).

발끝은 나사처럼 땅에 비틀고, 허리는 송곳처럼 회전시키고,

발수(發手)는 유성처럼 신속하게 하며, 눈은 전광과 같이 재빨리

적의 동작을 탐지한다...

이 말은 노독행이 전사력을 마음대로 구사하게 되었을 때

독고무정이 한 말이다.

이 말속에는 두 가지의 구결이 내포되어 있다.

바로 전사결(纏絲訣)과 쾌결(快訣)이다.

쾌는 빠르다는 의미이다.

하나 단순히 빠른 것만으로는 이 말속에 포함된 심대한 의미를

모두 전달할 수 없다.

그 쾌(快)속에 '수(須)'의 의미가 담겨 있음을 노독행은

한참후에야 깨달았다.

'수(須)'에는 단순한 빠름외에 시간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찰나의 시간에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가 하는 것이 바로

'수'이다.

즉, 무작정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짧은 시간에

얼마나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은 별로

대단치 않은 차이인 것 같지만 사실은 아주 중대한 차이를

지니고 있다.

실전에서 남과 겨룰 때 무조건 빠르게 움직인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보통 때는 느릿느릿하게 움직일 지라도 막상 정말

필요한 시간, 필요한 때에 얼마나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노독행이 처음 독고무정에게 몸통공격을 당하면서도 그것을

알아보지 못한 것도 독고무정이 가만히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너무도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결정적인 순간의 결정적인 움직임!

그것이 '수'의 개념이었다.

*               *              *

노독행의 몸이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충분히 빨라졌을 때

비로소 독고무정은 그를 불렀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수련을 시작하겠다."

처음 노독행은 독고무정의 말뜻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본격적인 수련을 시작하다니...

그럼 지금까지의 그 힘든 고행(苦行)은 단지 연습에 불과했단

말인가?

다행히 독고무정은 그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무쌍류의 무예는 천 년동안 단 한 번도 패하거나 꺾이지 않은

무적(無敵)의 전설을 지니고 있다. 그 전설을 이루기 위해서

무쌍류의 후예들은 인간의 한계에 도달하려고 노력했다.

무쌍류란 다시 말하면 인간이 가진 가능성을 완벽하게 사용하는

무예인 것이다."

독고무정은 말을 계속했다.

"지금까지의 너는 무쌍류의 무예를 익히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단계를 밟았을 뿐이다. 이제는 조금더 높은 단계를 수련할 때가

된 것이다."

가장 기초적인 단계...

그동안의 일 년가까운 세월은 노독행으로서도 경험해 보지

못한 혹독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겨우 무쌍류무예를 익히기 위한 기초적인

단계에 불과했을 뿐이라니...

대체 어느 정도가 되어야 무쌍류무예를 익힐 수 있단 말인가?

그때 문득 노독행은 아직도 자신이 단 한 가지의 무쌍류무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그저 습관적으로 몸통공격을 하고, 전사를 습득하고,

순간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동작만을 익혔을 뿐이다.

과연 천 년동안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는 무쌍류의

필살무예란 어떤 것인가?

자신은 언제쯤에나 그 필살무예를 배울 수 있을 것인가?

그 무예를 배우기 위한 기본조건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그리고 조금 더 높은 단계란 어떤 것인가?

그 단계의 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혹시 또 다른 단계가

끝없이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닐까?

수많은 의문이 노독행의 머리위에 떠올랐다.

독고무정은 그 의문에 대한 짤막한 해답을 던져 주었다.

"긍극적으로 너는 인간(人間)의 한계(限界)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 그 한계를 초월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너는 무쌍류

무예의 실체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

그 한계를 초월한다!

그것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인간의 한계를 초월했을 때 비로소 접할 수 있다는

무쌍류의 필살무예란 과연 어떤 것인가?

또 다른 의문이 꼬리를 물고 떠올랐지만 노독행은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한 언젠가는 반드시 이 모든

의문을 풀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노독행은 결코 포기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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