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기억을 가지고 환생한다는
돈황에서 서역으로 열린 관문, 옥문관에서 멀지 않은 폐허.
“후우.”
삐죽하게 뻗은 머리에 수염까지 덥수룩한 라마승이 부서진 담벼락에 몸을 기대며 거친 숨을 내쉰다.
본디 채모가 있는 자를 보면 라마승이라는 의심을 하기가 힘든 법이나, 적포 안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그의 모습이 누가 봐도 라마승으로 보일 뿐이었다.
“반선(班禪).”
다른 라마승이 다가온다. 삐죽하게 머리가 뻗은 라마승이 엄청난 거구이기에 옆에선 라마승이 작게 보이나, 그 역시 중원을 기준으로는 작은 덩치가 아니었다.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밀승(密僧) 여덟이 돈황으로 들어갔습니다.”
“······, 대비는?”
“닷새 전 전령을 보내 대피하라 언질을 전해놨습니다. 처음도 아니지 않습니까? 무사하실 겁니다.”
“옴마니 반메훔-. 점점···, 힘들구나.”
“서역에서 온 그놈들만 아니었어도···”
“······.”
말을 주고받는 두 라마승의 얼굴에 깊은 그림자가 자리한다. 골칫거리가 여간 복잡한 게 아닌 모양이다.
“본궁은 뭐라더냐?”
“잘 막아내고 있답니다. 사대명왕(四大明王)이 버티는 한, 쉬이 뚫리진 않을 겁니다.”
“추가 증원은 어렵다는 말이겠군.”
“옴마니반메훔-.”
수하로 보이는 라마승이 고개를 숙이며 진언만 읊는다.
“···습격이 있었으니, 또 닷새는 괜찮을 테지···”
“늘 그런 주기였지요.”
“돈황에 다녀와야겠다.”
“밀승 여덟이 신경 쓰이십니까?”
“계속해서 주변을 맴돌 것이 아닌가?”
“옴마니반메훔-. 다른 무승들을 보내겠습니다.”
“직접 가서, ‘그분’의 안위를 살펴야겠다.”
“눈에 띌 겁니다. 반선의 외관은···”
너무도 주목받기 좋은 외관이다, 그런 말이 수하의 입에 걸렸다.
“조용히 천불사에만 다녀올 것이니, 걱정말거라.”
“부디 조심하시길.”
“곧 돌아오마.”
반선은 거구의 신형을 힘겹게 들어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담벼락과 비슷한 크기의 신형이 뚜벅이며 돈황으로 걸어갔다.
* * *
“누구···?”
본디 강호에는 비단 무림을 떠나, 배분과 위치라는 게 있는 법이다. 말을 꺼낼 때 배분과 위치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면, 함부로 말을 꺼낼 수가 없다는 뜻이다.
정문은 그런 점에서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리 어린 동자승이 주지가 말하는 와중에 끼어들다니. 거기에, 천불사의 그 누구도 이런 동자승을 나무라기는커녕, 모두 무릎을 꿇고 동자승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 이는 정상적인 모습은 아닐 것이다.
“다른 길을 걷는 나그네시여, 부디 이들을 탓하지 마소서.”
합장하며 정문을 바라보는 동자승의 첫마디. 누구냐는 물음에 어울리는 그런 답은 아니었다.
“······예?”
다른 길을 걷는 나그네.
정문은 이런 말을 서책이 아닌 실제로 듣기는 처음이다. 이런 말은 주로, 노회한 고승들이 도사를 부를 때 쓰는 말이다.
“모든 일이 빈승의 업(業)이니···, 부디 이들을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동자승은 여전히 노승과 같은 말투로 정문에게 말을 이었다. 마치 그의 어투가, 어른이 아이의 잘못을 감싸는 그런 어투였다.
“라마(喇嘛)께서 나서실 필요까지는···”
요공은 동자승이 나서는 모습에 황송한 듯 몸을 낮추며 말을 뱉었다. 칠십에 가까운 노구가 안쓰럽게 아래로 향했다.
“연이란 얽히고 얽혀 또 다른 연을 만드는 법입니다. 다른 길을 걷는 분들과 같은 길을 걷는 분들이 빈승의 업에 얽혀 버렸으니, 이 또한 연이지요. 이분들께는 숨길 게 없습니다.”
“아미타불···, 라마(喇嘛)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요공이 다시금 동자승에게 고개를 숙인다. 이를 지켜보는 도사와 승려들은 지금 상황을 알 수가 없다.
“···방금 라마(喇嘛)라고?”
정문은 그런 와중에도 요공이 뱉던 말 중 주목할 만한 말을 짚어 낸다. 라마(喇嘛). 흔히 라마승이라 부르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나, 실제 의미는 조금 다르다.
라마승이라 부르는 이들 중에서도 특히 깨달음을 얻은 이들을 가리켜 붙이는 일종의 존칭이 바로, 라마(喇嘛)였다.
계속해서 정문의 얼굴에 저 동자승이 누구냐는 의문이 가득했다. 요공은 그런 정문의 눈치를 읽었는지 결심이 아린 눈빛으로 입을 열 준비를 한다. 이미 허락도 받았으니, 상관이 없다는 눈치였다.
“이분께서는···”
요공은 ‘이분’이라는 존칭까지 써가며 말을 시작했다. 칠십이 가까운 노승의 입에서 쉬이 나오지 않을 그런 존칭이었다.
“대활불이십니다.”
!!
“예?”
순간적으로 들려온 말에 정문이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 정문의 뒤로 선 자들 역시 이는 마찬가지. 다들 대활불이란 말이 가지는 의미를 아는 모양이다.
대활불(大活佛).
말 그대로 살아있는 부처란 뜻이다.
허나, 정문이 알기로는 대활불이 가지는 뜻은 그저 수식어 같은 저런 뜻이 전부는 아니다.
무림에서 대활불이 나타내는 또 다른 의미가 있으니, 바로 서장 무림의 총본산 포달랍궁(布達拉宮)의 궁주, 달뢰라마(達賴喇嘛)를 뜻하는 말이 대활불이었다.
“사형, 대활불이라면···, 그 달뢰라마?”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다면 그렇겠구나···”
“막, 기억을 가지고 환생한다는 그···?”
진명과 명화를 비롯한 다른 도인들 역시 대활불에 대해서 아는 눈치였다. 새외와 면을 닿은 감숙에서 나고 자랐기에 다른 곳의 무인들보다는 새외에 익숙한 이들이다.
“아직 완전하게 기억하는 건 아니십니다.”
“······.”
“갑자기··· 달뢰라마라니··· 이게 무슨···?”
그저 천불사와 월아문에 얽힌 문제를 풀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달뢰라마라니. 공동의 사제들은 일이 흘러가는 맥락을 전혀 잡을 수가 없다.
하지만.
다채로운 반응을 보이는 공동의 도인들보다 더욱 심중이 불안정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소림의 장경각주 고상이었다.
“아미타불···.”
갑작스럽게 달뢰라마를 만난것도 당황스럽다. 거기에 고상을 더 당황스럽게 만드는 것은, 중원 불가의 사찰인 천불사가 어째서 달뢰라마를 저리 경건하게 받든단 말인가.
중원 불가 역시 달뢰라마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서장의 불가처럼 부처나 생불(生佛)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 그저 수행이 극에 달한 선지자(先知者) 정도로 인정하는 게 중원 불가의 인식이었다.
그런 인식을 가진 고상의 눈에는 천불사의 승려들이 저토록 경건하게 달뢰라마를 대하는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반선···, 반선라마(班禪喇嘛)의 인정은 받은 겁니까?”
눈을 질끔 감고 고민에 잠겼던 정문의 입이 열린다. 조금은 의심이 서린, 그런 말투였다.
“아미타불-. 무정검 대협께서는 서장에 대해 잘 아시는군요.”
“그저 책에서 읽었습니다. 달뢰라마의 환생은 법안(法眼)을 가진 반선라마의 인정을 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반선라마는 어디있습니까?”
“인정은··· 이미 받았습니다. 일 년 전, 반선라마께서 이곳, 돈황으로 오셨지요.”
“헌데, 반선라마가 달뢰라마를 지키지 않고 왜···?”
정문이 알기로 반선라마는 환생한 달뢰라마를 찾아 법안으로 그를 인정하고, 또 그를 지키며 포달랍궁으로 모셔야만 한다.
일 년이나 전에 달뢰라마를 찾았다는 반선라마가 어째서 아직 주변에 보이지도 않는 지, 정문은 알 수가 없었다.
“아미타불···, 이를 설명하려면··· 조금은 긴 이야기가 될 겁니다···”
요공은 말이 길어질 것을 이유로 천불사를 정리하고 석굴에서 대화를 나눌 것을 청했다. 달이 밝게 떠 차가운 밤공기가 아직 어린 달뢰라마의 육신에 좋지 않을 거라며.
도사와 승려들은 요공의 말을 수락했다.
* * *
천불사의 승려들은 일상이라는 것처럼 어지럽혀진 천불사를 정리했고, 반 시진이 지나자, 천불사는 점점 평소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저 외인인 도사와 승려들은 이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아미타불-. 무정검, 우리가 나눌 대화가 있을 텐데요?”
“신분을 대신 밝힌 건 사과드리겠습니다.”
“어찌 아신 겁니까?”
본래라면, 사과는 고상이 해야할 지도 모른다. 같은 구파일방에 속한 이들을 속였고, 또 그들의 영역에 들었다. 아무런 피해를 주는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신뢰의 문제가 따로 있지 않나.
“글쎄요, 이유를 말하자면 끝도 없을 거 같은데···.”
“그리도 표가 났습니까?”
“뭐, 기도는 잘 숨기셨습니다만···”
정문은 무위에서 돈황까지 오며 고상이 소림승임을 나타낸 징조를 차근히 알려줬다. 점점 붉어져만 가는 고상의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가득했다.
“아미타불···, 그만···, 그마안.”
“예, 무각 스님도 그렇습니다. 다들 보는 와중에 백보신권(百步神拳)이라니요? 숨길 의도가 있었던 건 맞습니까? 예?”
고상과 나한오승은 천불사가 원래의 모습을 찾을 때까지 계속해서 정문의 일침을 들어야 했다. 그래도, 고상의 얼굴이 마냥 어둡지는 않았다.
정문은 하나씩 이들의 정체를 알아 챈 이유를 말하면서도 절대 이들이 신분을 숨기고 돈황까지 온 이유를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접 밝히란 뜻인지, 이미 안다는 뜻인지, 아니면 진정한 배려인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정문의 이런 태도가 싫지는 않은 고상이었다.
“아미타불-. 안으로 드시지요.”
천불사가 정리되자, 요공이 이들을 안으로 안내한다. 외관은 석굴이지만, 여느 사찰과 다를 바 없는 내부가 이들을 맞이했다.
안에는 달뢰라마라 주장되는 동자승이 먼저 들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그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이들을 향해 미소짓는 모습은 또, 어린아이 그 자체로 보였다.
“아미타불-.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월아문과 천불사. 그 관계에서 시작하시죠. 지하 통로와 벽화, 또 비천까지···, 이게 다 뭡니까?”
“그리 거창한 역사는 아닙니다. 그저··· 월아문과 천불사, 모두. 그 뿌리가 서장에 있을 뿐이지요.”
“월아문까지 말입니까?”
정문의 옆에 있던 진명이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말을 물었다. 도사에게 도관의 뿌리가 불가에 있다는 말이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었다.
“아미타불-. 무량수불···이란 말을 아십니까?”
!!
- 쾅!
“대사!”
무량수불이란 말에 진명이 격하게 반응한다. 무량수불은 불교의 영향을 받은 도사들이 자주 외는 진언으로, 승려들이 도불논쟁에서 매번 공격의 소재로 삼는 말이기에 진명이 이리 화를 내는 것이다.
“아미타불-. 기분을 나쁘게 만들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
“앉거라.”
- 툭.
흥분하는 진명을 정문이 앉힌다. 지금은 도불논쟁에 대해 떠들 자리가 아니다.
요공이 말을 이었다.
“중원처럼, 서장 역시 여러 사상이 합쳐지고 또···, 새로 생겨났습니다. 그중 부처보다는 천인에 관심을 두는 자들이 생겼고···, 그들이 중원으로 와 도관을 만드니, 그 중 하나가 월아문이었지요.”
정문은 그저 고개만을 까딱거린다. 도가에 대한 애정 깊은 감정도 없거니와 객관적으로 보자면, 도가의 사상이 불가에서 가져온 것이 많기 때문이다. 뭐, 진명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그 뿌리가 백년도 넘게 흘러 이제야 달뢰라마를 만났다는 말씀입니까?”
“아닙니다. 이전부터 월아문과 천불사는 꾸준히 접촉하며 뿌리에 대한 교류를 계속해왔습니다. 지하 동굴이 바로 그 증거지요.”
“아미타불···, 천불사 역시 서장에서···?”
“천축과 서장의 불교가 일맥(一脈)이니, 딱히 속인 건 아닙니다만···”
고상은 천축에서 온 것으로 생각했던 천불사가 서장 출신이라는 말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천축이야 불가의 본산이라 이해하지만, 서장은 조금 그 의미가 다르지 않나.
“월아문은 그런 천인 중에도 비천을 숭배하던 이들의 후예입니다. 그들의 경공 역시 비천의 움직임을 본 따 만들었다고 전해지지요.”
“그 경공이···?”
“비천종(飛天從)이라 부르는 경공입니다.”
가히 천인의 움직임이라 부를 만한 그런 경공이었다고 정문이 그렇게 회상했다. 정문이 내심 그 무공을 탐내는 모양이다.
“정리하면, 돈황에서 달뢰라마가 환생했고 이를 지키기 위해 서장에 뿌리를 둔 월아문과 천불사가 협력을 했다, 이 말씀이시군요. 맞습니까?”
“아미타불-. 옳습니다.”
“반선라마는요? 어디 있습니까?”
정문은 달뢰라마를 찾아 지키는 역할을 하는 반선라마를 찾는다. 달뢰라마가 환생해 성인이 되기 전에는 그가 늘 지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밤, 천불사를 습격했던 라마승들을 기억하십니까?”
“어찌 벌써 잊겠습니까?”
“아미타불-. 그들은 밀승입니다. 혹여 들어보셨는지요?”
요공은 밀승이란 말을 꺼냈다.
밀승.
정문은 이 단어를 모르지 않았다.
“포달랍궁의 반역자들···, 밀교 승들이 아닙니까?”
“아미타불-. 본승 역시 그리알고 있습니다. 너무도 과격한 수련으로 인해 배척받았다는 이들이 아닙니까?”
고상과 정문이 아는 정보가 일치한다. 서장 불교는 크게 현교와 밀교로 나뉘었는데, 포달랍궁은 현교에 해당했고 이에 반기를 드는 이들은 밀교에 해당했다.
“옳습니다. 잘 아시는군요. 밀승들은 살생과 색욕을 통해 도를 얻으려던 자들입니다. 해서, 달뢰라마께서는 대대로 그들을 배척해오셨지요.”
“아미타불-. 아무리 그래도 저리 어린···.”
아이를. 이란 말을 고상이 뱉으려다 이내 삼켜버린다. 요공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말을 계속 이어갔다.
“이제 막 환생을 마친 달뢰라마는 본신의 힘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약해진 지금이 적기군요.”
고상이 정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도인의, 그것도 정도 무림의 미래를 짊어진 이가 생각할 그런 전략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군략에도 밝으시군요. 정확합니다. 그들은 매번 달뢰라마께서 환생할 때를 노려 공세를 펼쳐왔습니다. 반선라마에 앞서 달뢰라마를 찾으려 애쓰기도 했지요.”
정문의 눈매가 꿈틀거린다. 이제야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겠다는 그런 눈치였다.
“반선라마는···, 밀승들과 싸우는 중입니까?”
“아미타불-. 돈황의 외곽에서 그들의 침입을 저지하고 있습니다.”
“흠.”
정문이 짧은 숨을 토해내며 턱을 매만진다. 여기까지 들은 이상, 뒤는 듣지 않아도 상상이 가는 정문이다.
'반선이 놓쳤고···, 우연히 우리가 구한거군.'
처음에는 흥미가 동했다. 달뢰라마라는 이가 쉬이 만날 수 있는 이도 아니고, 또 천불사와 월아문이 동시에 실종됐던 일도 흔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내막을 알고 보니, 그저 정문에게 드는 생각은.
‘완전히 남의 일이군.’
자신들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란 것이다.
“공동이 괜한 개입을 했군요.”
“아닙니다. 라마승들을 제압해주지 않으셨다면, 계속해서 석굴에서 갇혀 지내야 했을 겁니다. 월아문은··· 아시다시피 공격에는 능하지가 않지요. 공동과 소림 덕분입니다.”
“아미타불-. 반선께서는 조금 전 밀승들을 놓치신 겁니까?”
훈훈한 인사말이 오갈 때, 고상이 슬쩍 말을 보태본다. 밀승들을 막아내고 있다는 말에 비해 여덟이나 되는 밀승들이 이곳으로 침입했었던 게 걸리는 고상이다.
“이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습니다만···, 최근에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어째서 달뢰라마를 서장으로 모시지 않구요?”
너무도 당연한 대안을 말하는 정문의 얼굴을 요공이 허탈한 웃음과 함께 바라본다.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을 뱉는 요공.
“무정검 대협, 아쉽게도 모시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못’하는 거지요.”
“아미타불-. 반선께서 오셨는데도 말입니까?”
“예, 그냥 밀승들만이 상대였다면···, 충분히 가능했던 일입니다. 어디까지나···”
요공이 한숨을 쉬며 말에 살짝 뜸을 들인다.
그리고 열리는 요공의 입.
“서역의 ‘그 세력’이 개입하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
정문의 흥미가 다시금 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