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1화 (1/153)

〈 1화 〉 001. 금의위와 황궁, 그리고 공동.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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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떠냐? 보기 좋지 않으냐? 끌끌끌.”

백발이 성성한 작은 체구의 노인이 자랑스레 팔을 벌리며 전시품을 연신 자랑해댄다.

탁자 위엔 노인이 열심히 자랑하는 구체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장한, 주보, 부통, 태영.

4개의 구체에는 모두 고유의 이름이 있었다.

장찬은 금의위에서 위사질을 하던 무인이었고, 주보는 한림원의 학사였다.

부통은 도독부에서 한자리를 차지했었으며 태영은 추밀원에서 알아주는 인재였다.

태영의 옆으로 자그마한 공간이 남아있다.

이제 저곳에 곧 올라갈 구체가 아직 몸체와 분리되지 않은 채 자신의 심복들을 바라본다.

“도대체 언제부터?”

“끌끌끌. 너의 모든 것이 내가 하사한 것이거늘. 처음부터라 하는 것이 맞겠지?”

노인의 비웃음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탁자 위 구체들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는 젊은 사내.

금의위 학위사 강찬.

그리고 그에게 온갖 비웃음과 조롱을 선사하는 저 노인은 한림원 대학사이자 학사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학사들의 수장 수보 조숭이다.

그를 향한 황제의 신임이 얼마나 두터운지는 금의위를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이 조숭의 손에서 놀아난 게 몇 해가 되었나 세어본다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런 수보가 직접 뽑아 황실 서고로 보내 정보를 관리하게 만든이가 바로 강찬이다.

‘학위사’라는 존재하지도 않는 관직까지 만들어가며 그에게 막강한 권력을 건네준 것이다.

수보대인이 강찬에게 보내준 무한한 신임은 결국 큰 빛을 보았다.

7년 전 황궁에 불었던 피바람에서 금의위를 열심히 견제하던 동창이 저 강찬이라는 학위사의 손에 모두 갈려 나가버렸으니까.

무력에서는 조금 뒤처지더라도 정보와 암약에서는 금의위를 앞서가던 동창이었다.

그런 동창을 해체 시키는 모략을 지휘한 사람이 고작 이립을 겨우 넘어선 저 젊은 관리란 말을 누가 믿겠는가?

특히 저 강찬이란 놈은 뒤끝을 보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손을 쓰는 것으로 유명했다.

동창과 관련점이 딱히 밝혀지지 않은 환관일지라도 조금의 무공만 익히고 있다면 모두 금의위의 뇌옥으로 향해야 했다.

물론 그곳을 걸어서 나온 이는 아무도 없었고.

하지만 이번엔 강찬이 되려 호되게 걸려버렸다. 자신을 거둬 여기까지 키워준 그 수보 조숭에게.

“쯧쯧쯧. 찬아야. 찬아야! 내 늘 겸손하며 살라 그리 말하지 않았더냐?”

“크큭. 내가 본 가장 겸손하지 못한 자가 당신인데.”

“찬아야. 찬아야! 끝까지 주둥이만 살았구나. 한번 본 것을 절대 잊지 않는다는 너의 그 기억력도! 지금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겠느냐? ”

“그 기억력 덕을 제일 많이 본 사람이 날 죽이려 하니 방법이 있나?”

“쯧쯧. 그저 만족하고 살았다면 별 탈이 없었을 것을.”

“지랄은 거기까지만 합시다. 갈 길이 머니. 지옥길에 동행해줄 것 같지도 않고.”

“쯧쯧쯧. 네가 세력을 끌어모은 들! 내 발치에나 닿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더냐?”

수보의 꾸짖음에 강찬이 눈을 살짝 감는다.

사실 그도 성공할 것이라 확실히 장담해 왔던 것들은 아니다.

다만, 언제가 저 수보란 작자가 자신을 버릴 것이 분명했기에 자신도 수를 조금 미리 뿌려둔 것일 뿐.

“그저 선택이 있을 뿐이지. 내 선택은 그러했고. 그 선택이 시기와 맞물리지 않아 결과가 이랬을 뿐. 후회는 없소. 다만···”

말끝을 흐린 강찬의 시선이 탁자 위로 향한다. 강찬은 소리를 내지 않고 입만 뻐끔거리며 무어라 중얼거렸다.

- 하나, 두울, 세엣, 네엣. 그리고 내 자리.

강찬의 고개가 살짝 가로 기울어진다.

“다 찾진 못했구나.”

씨익.

진득한 피로 범벅인 입가에 반원이 그려진다.

환희의 미소. 지금 곧 죽게 될 인물이 감히 보이지 않을 그런 미소가 강찬의 얼굴에 걸렸다.

!

수보 조숭의 얼굴에 떨림이 생긴다.

윙윙윙

마치 뇌가 회전하는 소리가 수보의 두개골을 뚫고 강찬의 귓가에 맴도는 것 같다.

“그게 네 마지막 수더냐? 클클클. 네가 남긴 마지막 말에 내가 발목 잡히길 바라는 것이겠지? 클클클. 그럴 일은 없단다. 네놈의 목만 취한다면 더는 아쉬울 것이 없음이야.”

“뭐, 그렇게 생각해서 마음이 편하시다면 그러시던가. 나는 가도, 내가 남긴 검들은 남을 거요. 평생 수보 어르신의 목을 겨누며.”

“클클클. 그게 유언이고?”

“유언은 없소. 그저 살아온 내 방식이 유언이지. 덧붙일 말도 없고.”

강찬의 말이 끝나자 수보의 고개가 살짝 까딱여 졌다.

스윽.

수보의 뒤에서 검은 무복에 섬뜩한 가면을 쓴 무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금의위 특위사.

금의위에서 가장 은밀하고 암약에 능통한 무인들. 그런 무인이 지금 검을 뽑아 들고 강찬에게로 다가온다.

‘특위사라. 저놈들 정보는 하나도 알아내지 못하고 가는군. 뭐 가는 길에 상관은 없나.’

푸욱.

특위사의 검이 강찬의 몸을 깊게 찌른다.

번쩍.

두 눈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강찬.

이대로 끝인가?

평소에는 만족하며 살았건만, 이제야 꼭 거지굴과 흑도굴을 전전하며 모두 끊겨버린 사지근맥과 뼈가 아쉬워진다.

‘크큭, 사지가 멀쩡했다면 조숭이 날 쓰지도 않았겠지만.’

온갖 후회와 함께 주마등이 스쳐간다.

‘그래, 이게 내 살아온 방식이다. 그래, 갈 때 가더라도. 발버둥은 한 번!’

정말 끝이라는 직감 때문일까? 흑도굴을 전전하며 온몸의 뼈가 부러져 무공이라곤 익혀본 적도 없던 강찬의 손이 빠르게 특위사의 멱살을 잡아챈다.

특위사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야 당연히 아무런 위협도 느끼지 못했으니까.

무림인, 그중에서도 특출난다는 금의위가 아닌가.

그런 무인에게 무공도 모르는 강찬의 멱살잡이가 뭐 그리 큰 위험이 되었을까?

그러나 강찬의 기세는 평소와 달랐다.

죽기 직전 혼신의 기력을 지금 자신의 움직임에 쏟아부은 것이다.

강찬은 멱살을 끌어당기며 자신의 이마를 특위사의 얼굴에다 냅다 날려버렸다.

어디선가 읽은 글. 일반인이 무림인에게 조금이라도 유의미한 타격을 주려거든 이마팍을 이용하라던 그 글이 떠올랐다.

강찬이 살기 위한 틈을 만들려던 건 아니다. 그저 죽기 전까지 열심히 살려 노력한 것일 뿐.

하지만 모든 노력이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 지금 강찬의 마지막 노력도 보기 좋게 빗나가 버리고 말았다.

빠각.

특위사는 몸을 조금 틀며 가슴으로 그의 박치기를 받아냈다.

물론 가슴에 내력을 잔뜩 모아서.

조숭은 서둘러 강찬의 시신을 뒤집는다.

감긴 눈 위로 이마에 움푹 팬 자국이 새겨져 있다.

“이건?”

“제- 장-신-구-입-니-다-.”

본신의 목소리를 들어내지 않는 특위사답게 변형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강찬은 죽는 순간 특위사의 목에 걸린 흑옥(黑玉) 목걸이에 이마를 처박고 죽은 것이다.

참으로 비참한 최후.

강찬의 마지막 검이 수보 조숭을 향해 드리 누운 순간이었다.

***

조용한 산 중턱은 새벽 운무가 가라앉는 시간이 되면 왠지 그 고요함이 더욱 깊어지기 마련이다.

특히 구름도 쉬어간다는 평량(平凉)의 공동산(崆峒山)은 새벽녘 오로지 바닥을 쓸어대는 도인들의 빗질 소리만 들려올 뿐 아무런 잡음이 들려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슥슥슥.

슥슥슥.

젊은 도인이 자신의 키에 조금 못 미치는 빗대를 잡고 바닥을 연신 쓸어댄다.

조천문(朝天門)이란 글자가 용사비등(龍蛇飛騰)하게 걸려있는 산문 앞에서 사내의 빗질이 더욱 탄력을 받는다.

- 타박. 타박.

누군가 계단을 올라 조천문으로 다가선다.

‘누가? 지금 태청궁(太淸宮)은 활동을 멈췄을 텐데···’

- 타박. 타박.

젊은 도사는 조금 유심히 걸어오는 신형을 관찰했다.

‘젊은 사내. 검정 무복? 조금 비틀거리는 것 같은데···’

도인이 관찰한 것처럼 조천문을 향해 걸어오는 사내의 걸음이 좌로 우로 마구 흔들린다. 비틀비틀. 마치 소리를 내며 걷는 모양으로.

‘어···! 저거···!’

도인이 뭐라 말을 꺼내기 직전.

철푸덕!

사내의 몸이 앞으로 푹하고 고꾸라졌다.

“이보시오! 이보시오!”

도인은 서둘러 소리를 지르며 사내에게 달려갔다. 도대체 누가 이런 시간에 공동산 중턱까지 올라와 쓰러져 버린단 말인가?

도인은 서둘러 사내의 얼굴을 확인했다.

!!!!

“어···어···어···!!”

도인의 눈이 얼굴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입은 이미 목젖까지 내려온 지 오래다.

“사형! 대사혀어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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