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전. 과 후기.
구룡산을 오르는 두 남녀의 발걸음이 너무나 가벼웠다.
누런 닳고 달은 무복에 머리를 위로 묶어 늘어트린 잘 생긴 훤칠한 남자와 커다란 가슴을 민망할 정도로 드러내고는 어깨에 속이 비치는 천을 걸쳐 드러낸 가슴을 가린 의미를 퇴색시키는 여인이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가파른 구룡산을 몇 장씩 뻗어 나갔다.
한참을 오르던 두 사람이 커다란 나무 앞에서 멈춰섰다.
“여기가 아닌 것 같은데.”
팔짱을 끼며 큰 가슴을 받치는 여인의 표정이 샐쭉해지며 남자를 노려보았다.
“아니, 와본 건 누이가 더 많으면서, 왜 저한테 그러세요?”
“뭣? 그러기에 내가 삼촌들이랑 같이 오자고 했잖아!”
“그분들이 노시는 것도 아니고, 다들 바쁘신데, 어떻게 그래요.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 몰래 나오는데 어떻게 그
분들에게 부탁합니까?”
여인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주완아, 주완아. 이 미련한 소주완아. 이 고매하신 누이께서는 그럴 줄 알고 다년간 삼촌들과 은밀한 친분을 쌓아왔단다. 특히 도산 삼촌은 내 덕에 정회 언니한테 장가가게 되었다고, 내 말이라면 죽는시늉도 한다고.”
사패금강 모도산이라 불리는 철의 사나이가 어린 여인의 말에 죽는시늉한다는 말은 아마도 중원 무림에 믿을 자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말은 밖에서 하지 말라니까요. 어머니께서 이러니까 누이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시려는 거죠.”
“나만 그러냐? 너는 지난번에 당가의 아들놈을 쥐어패서 정협맹과 큰 불화를 만들 뻔했다고 그리 혼을 나고는.”
“왜 또 지난 일을 들먹이세요! 그리고 그때는 그놈이 음흉하게 누이 가슴을 몰래 훔쳐봤다니까요!”
여인은 풍만한 가슴을 꽉 받쳐 들며 입을 열었다.
“볼 테면 보라고 이리 드러내고 다니는 건데?”
“아휴. 그러니까 대체 옷차림이 그게 뭐냐고요!”
“그러는 너나 제대로 입고 다녀. 누가 보면 궁핍한 낭인같이···. 그리고 이 옷은 다 사부님이 직접 사 주신 거야. 젊고 예쁠 때, 이리 드러내고 다니라 하셨어.”
“어머니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건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소주완.
두 남녀가 구룡산의 중턱에서 그리 티격태격 하는 와중에 부는 한 줄기 바람.
바람과 함께 나타난 중년의 사내.
여인은 어느 순간 나타나 자신들을 미소지으며 바라보고 있는 중년인을 바라보고는 활짝 웃으며 달려가 중년인을 와락 끌어안았다.
“할아부지!”
“이크! 미여구나! 이 녀석 언제 이리 큰 게야?”
“할아부지는 왜 이리 젊어졌어요? 이제는 할아부지가 아니라 아저씨네.”
다리를 띄우고는 안겨있던 미여를 내려놓는 중년인.
“허허, 어째 나이를 거꾸로 먹는지 점점 젊어지는구나. 진완이 너도 오랜만이구나. 그때 봤을 때는 아직 아이티가 남아있더니 이제는 훤칠한 사내가 되었어.”
조심히 다가와 공손히 허리를 숙이는 진완.
“그간 기체후 일양만강하셨습니까?”
“그래. 보다시피 나는 건강하구나. 그런데 구룡산에는 어쩐 일인 게야? 너희 둘만 온 게냐?”
“예. 준이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 누이와 둘이 왔습니다.”
“할아버지, 준이는 잘 지내죠?”
“그럼. 그 녀석이야 한결같이 글공부에 미쳐서 잘 지내고 있지.”
“여전하네요. 무인이 글을 많이 읽어서 뭐 한다고. 사부님이 그러시는데, 무인이 너무 많이 배워도 좋을 게 없다 하셨어요.”
“허허허, 네 사부답구나. 그래도 사람이 공부하고 배우는 것은 그 무엇이 되었든 뜻깊은 일이다.”
중년인의 말에 주완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저 그런데, 그 녀석 무공은···.”
말끝을 흐리는 주완.
그런 주완을 보며 깔깔웃는 미여였다.
“푸하하하, 이 녀석 준이를 처음 봤을 때 무공을 익힌 지 반년도 안된 그 녀석에게 두들겨 맞고 며칠간 시름시름 앓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가 봐요.”
주완은 동갑내기인 고준을 처음 본 것이 여덟 살 때였다. 무공을 배운지 얼마 되지도 않고, 무에 그리 관심이 많지도 않던 선이 얇던 그 아이에게 혈개문의 소문주로서 잔뜩 힘이 들어가 있던 주완이 시비를 걸다 두드려 맞았던 일은 주완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다섯 살 때 무공에 입문하여 온갖 영약을 먹으며 성장한 그가 겨우 반년 배운 아이에게 두드려 맞고, 앞니 네 개가 날아갔으니 얼마나 충격이었을까? 다행히 나이가 어려 이가 새로 났으니 망정이지 자칫 평생을 앞니가 없이 살 뻔했던 그였다.
그 이후로는 죽이 잘 맞아 친한 친구가 되었지만, 무인으로서 그날이 잊히지 않는 그였다.
“무공이라···. 원체 관심이 없어서. 제 아비가 그나마 조금씩 붙잡고 시키고는 있는데, 영 시원찮더구나.”
중년인의 말에 주완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열심히 수련해서 꼭 다시 붙어보자던 자신을 보고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그의 마지막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래. 어쩌면 무공이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 약속 한 거다?
‘약속을 잊은 거냐? 준아.’
“일단 빨리 가요. 할아부지. 도무지 길을 몰라서 한참 헤맸다고요.”
“허허, 이 녀석아. 전에도 말하지 않았느냐. 진을 쳐 놓았으니 찾아올 때는 구룡애로 와 신호를 하라고.”
“그랬었나요?”
중년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몸을 날렸다.
그 뒤를 따르는 미여와 주완.
제법 곧잘 따라오는 두 사람을 보며 중년인의 미소가 짙어졌다.
높은 절벽 아래 어울리지 않는 기와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외팔에 손이 없는 노인이 반갑게 두 사람을 맞아주었다.
“아이고! 이 녀석들! 언제 온 것이냐?”
“할아부지!”
역시나 달려와 몸도 불편한 노인에게 와락 안기는 미여.
“아이고! 이 녀석아. 이리 커서 무슨 짓이야. 이제는 어른이 다 되었구나.”
“헤헤.”
말과는 다르게 불편한 한쪽 팔로 미여를 번쩍 들어 안아 준 노인이 미여를 내려 주었다.
“할아버님 그간 기체후 일양만강하셨습니까?”
“그래. 너도 잘 지냈느냐? 이제는 다 컸구나. 점잖아진 모습을 보니 그간 철도 많이 들었어.”
미여는 노인의 말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참견을 했다.
“하나도 안 들었어요. 이번에도 사부님 몰래 도망 나온 거예요.”
“도망?”
“예. 이번에는 청성의 제자들을···.”
“누이!”
“끌끌끌. 이 녀석아. 아직도 정파인들에게 시비를 걸고 다니는 게냐? 사천에 소악이라 그리 악명을 떨쳤으면 이제 철이 들 때도 되었는데.”
“아마 이번에 문주님에게 걸리면 그냥은 못 넘어갈 것 같아 제가 준이도 볼 겸 데려왔어요.”
“하아. 어디 저 혼자 그랬습니까? 누이가 옆에서 충동질해서 그런 거잖아요!”
“사부님이 사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고 그랬어.”
미여의 말에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주완.
미여의 고집과 말은 도무지 싸워 이길 재간이 없었다.
“어떻게 어머니의 제자인 누이가 그리 어머니와는 다릅니까?”
주완의 말에 중년인과 노인은 쓰게 웃었다.
젊은 시절 공숙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다.
“일단 들어가자꾸나.”
바깥채의 방에 들어가 차를 마시는 네 사람.
“아저씨와 언니는 어디 갔어요? 준이도 안 보이고.”
“곧 돌아 올 게다. 도화는 연수와 마을에 내려갔고, 준이 녀석은···. 지 아비에게 대들다가 벌을 받는 중이다.”
“벌이요? 대체 얼마나 잘못을 했길래···.”
미여가 아는 연수는 절대 준이에게 벌 줄 사람이 아니었다.
“그게···.”
씁쓸한 표정으로 허공에 시선을 던지는 노인.
그런 노인을 대신하여 중년인이 입을 열었다.
“그 녀석, 현시를 본다고 고집을 부려서···.”
“현시면···. 명나라 관리가 된다고요?!”
미여의 놀란 음성에 주완은 눈을 끔뻑이며 장내의 사람들을 번갈아 보았다.
글공부에 미쳐 사는 준이가 과거를 본다는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미여는 알고 있었다.
아직 준이와 주완이 세상에 나오기 전 연수가 황제와 큰 충돌이 있었고, 그로 인해 이 구룡산에 처박히게 된 사연을.
“하지만 준이는···.”
“그래. 제 아비가 알아듣게 몇 번을 설명한 것만, 아비의 불충은 아들이 갚지 않으면 도리가 아니라나 뭐라나 하도 고집을 부려서···. 나중에는 지 애비가 거지 출신의 천한 신분이라고까지 말했는데, 현시가 안 되면 무과라도 보아 나라에 충성하겠다나···. 그놈의 서책이 아이를 이상하게 만든 것 같구나.”
노인의 말에 미여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동조했다.
“역시 사부님의 말씀처럼 글공부는 많이 하면 안되나 봐요.”
“그러게 말이다.”
노인과 미여의 대화에 중년인은 쓰게 웃었다.
-다녀왔습니다.
힘없는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오자 네 사람은 얼른 밖으로 나갔다.
하얀 백옥같은 얼굴에 남자라기보다 고운 여인에게 더 어울릴 것 같은 선이 고운 남자가 여기저기 찢어진 묵색 무복을 입고 서 있었다.
“준아! 이 녀석아 그러기에 왜 애비에게 바락바락 대들어서는···.”
얼른 달려가 준이의 몸을 살피며 울상을 짓는 노인.
“할아버님. 사내가 한번 세운 뜻을 어찌 그리 쉽게 꺾을 수 있겠습니까?”
노인은 대답 대신 준이의 뒤 빈 허공을 노려보았다.
“아무리 그놈의 명이라도 이건 너무하잖아!”
빈 허공이 일렁이며 모습을 드러내는 사내는 난처한 기색을 보이며 손사래를 쳤다.
“그, 그것이···.”
“아저씨 잘못이 아니에요. 제가 저지른 잘못이니 벌을 달게 받겠다고 제가 고집을 부렸어요.”
노인은 찢어진 무복 속 까진 속살을 보며 안타깝게 입을 열었다.
“이 녀석아. 요령 있게 해야지. 이게 뭐냐. 고운 살 다 까졌잖니.”
“아버지가 무에 있어서는 자기 자신에게 엄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가르치셨는데 자식 된 도리로 따르지 않을 수가 있나요.”
“아이고, 그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은 제 자식을 이리···.”
“할아버님 저는 괜찮아요.”
말을 마치던 준이는 뒤에서 난감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두 남녀를 보며 반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누이! 주완아!”
“오랜만이다.”
“잘 지냈지?”
노인은 사뭇 단호한 표정으로 얼른 준이의 손을 잡고 이끌며 입을 열었다.
“세 사람이 오랜만에 만났으니 마을이라도 가서 회포를 풀고 오거라. 자 이거 가지고 맛난 거 사 먹고.”
은자 천 냥짜리 전표 두 장을 불편한 손으로 힘겹게 꺼내어 준이의 손에 쥐여주는 노인.
“하지만 아버지가···.”
“네 애비에게는 내가 잘 말하마.”
모습을 드러낸 사내는 난감한 표정으로 은신을 하려다가 순간 신형을 늘어트리며 배후를 잡아 손대신 달린 쇠갈고리를 자신의 등에 대는 노인으로 인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르신!”
“잠자코 있어!”
“하지만···.”
“흥! 지 젊었을 적엔 뭐 그리 잘났었다고! 내 말을 얼마나 잘 들었다고, 자식을 그리 잡아!”
난처한 표정으로 곁에 다가온 중년인은 그런 노인을 말렸다.
“두보. 그래도 연수가 오면 준이가 더 고초를 당할 텐데.”
“제 사부 앓아눕는 꼴 보려면 마음대로 하라지! 뭐하냐? 준아. 어서 내려가서 놀다 오려무나. 한 반년이고 일 년이고 놀다 와도 된다. 네 아비 올 시간 다 됐어 빨리 가.”
중년인은 한숨을 지으며 고개를 젓다가 신형을 빼려는 사내의 혼혈을 짚어 버렸다.
“이게 잘 하는 짓인지···.”
잠시 고민을 하던 준이는 자신의 방에서 봇짐을 등에 지고는 헐레벌떡 나와 중년인과 노인에게 절을 했다.
“그럼 파벽비거 삼도지몽하여 할아버님들을 모시러 오겠습니다.”
“오냐, 오냐. 네 맘껏 세상을 살거라.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야지. 우리 준이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라. 네 아비도 그리 살았다.”
절을 마치고는 바람같이 신형을 날리는 준.
어리둥절하여 멍하니 있던 미여와 주완은 뒤늦게 그런 주완을 뒤따랐다.
“자네 대체 어쩌려고 이러나?”
“지놈이 늙은 사부를 쫓아내기라도 하려고. 괘씸한 놈. 저 아이 꼴을 봐. 그리 싫어하는 무공을 억지로 배우느라···. 제 놈은 언제부터 내 말을 그리 잘 들었다고!”
화가 잔뜩 난 노인을 보며 중년인이 헛기침과 함께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큼큼! 그래도 연수가 사부의 말을 거역한 적은 없잖은가?”
“지금! 지금 하고 있지 않나 이 말이야! 저러다 저 아이가 크게 상심하면 어쩌려고? 구구절절 틀린 말이 없잖나? 나라에 충성하고 백성을 이롭게 하겠다는데.”
“그래도···. 저 아이는···.”
말을 흐리는 중년인이 아이들이 사라진 길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근데 준아, 이리 도망가도 돼?”
경공을 펼치며 고준에게 따라붙는 주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고준.
“이제 내일모레면 약관. 사내가 이만큼 장성했으면 뜻을 펼쳐야지. 언제까지 부모님 그늘에서 뜻을 품고만 있을 순 없지.”
“오! 우리 준이 인제 보니 제법 반항 좀 하는구나? 내가 많이 해 봐서 아는데, 어차피 혼날 거면 신나게 놀 거 다 놀고 나중에 몰아서 한꺼번에 혼나는 게 제일이야.”
미여의 말에 주완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건 누이 말이 맞아. 이래도 혼이 나고 저래도 혼이 날 텐데 여러 번 나눠 혼이 나면 마음만 불편하다. 기왕 이리 된 거 우리 중원 곳곳을 다녀 보자.”
“나는 현시를 봐야 해.”
점차 빨라지는 고준의 경공에 내심 감탄을 하며 주완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바보야! 관리가 되려면 백성들이 어찌 사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다 피부로 느껴봐야지. 중원의 곳곳을 다니며 너는 백성들의 삶을 보고 나는 사련비무행을 하며 여러 무림인과 겨뤄 명성을 쌓고, 누이는 좋은 신랑감을 찾으면 일석삼조잖아.”
그의 말에 준이 미여를 슬쩍 돌아보았다.
“아직도 누이는 신랑감을 찾고 있어요?”
“어머? 그럼 내가 지금 시집을 갔니? 당연히 찾고 있지. 사부님이 그랬어. 남자란 자고로 문주님처럼 듬직하고 말 잘 듣는 연하가 최고라고.”
“....”
“아버지가···. 어머니 말씀이라면 잘 듣기는 하죠···.”
한동안 달려 구룡산을 벗어난 일행은 바로 관도로 나와 달렸다.
“일단 서호를 가자!”
“서호?”
“응! 이번 대보름에 정회 언니와 도산 삼촌이 호검문에 원수를 갚으러 간다고 했어. 그 비겁한 정파 놈들이 혹시 못된 짓을 하면 우리가 도와줘야지.”
“그거 좋겠다! 우리 아버님들도 서호에서 처음 만났고, 어머니와 아버님이 만난 곳도 서호라고 했어. 아버지가 서호에는 좋은 추억이 많다고 사내라면 한 번쯤 꼭 서호를 봐야 한다던데?”
“그럼 좋아. 서호의 백성들은 어찌 사는지 봐 두는 것도 좋겠지. 가자!”
그렇게 서호로 향하는 세 사람의 무인들을 멀리서 씁쓸하게 지켜보는 남자.
그 남자의 곁에서 배가 남산만 한 여인이 금방이라도 튀어나가 멀어지는 무인들을 잡아 올 것 같은 남자의 팔을 꽉 붙들었다.
“장성한 아들이에요. 언제까지 품에 안으려고 그러세요.”
“하아. 정말 세상 내 맘처럼 되는 것이 하나도 없어. 자식새끼마저 저 모양이니.. 우리 둘째는 애비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여야 할 텐데.”
말을 마치며 여인의 배를 쓰다듬는 사내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여인.
연수와 도화였다.
구룡산에 입산한 지 이십 년이 다 되어가지만 조금도 늙지 않고 한결같은 모습의 부부는 한동안 멀어지는 세 사람의 등을 바라보다가 구룡산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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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그간 도둑놈에서 고수까지를 봐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첫 작품이다 보니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특히나 도대체 연수는 왜 미래에서 온것인가... 무슨 의미가 있냐. 고 의문을 갖고 계신분들이 많은 신 것 저도 잘 알고있습니다.
사실 처음 이 글을 구상할때는 두 가지의 하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현세에서 환생하여 현세의 지식을 가지고 승승장구하는 전생물은 많은 작가님들께서 재미있게 풀어놓으신 글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그런 전생물 보다는 현세의 흙수저가 환생해서도 흙수저로시작해 승승장구해 가는 무협을 쓰고 싶었습니다. 사파는 흙수저의 대표라고 할수있는 진영이 아닐까? 라는 생각또한 거기서 파생되었습니다.
그래서 아! 흙수저 사파인의 삶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겠어! 라고 첫번째 의미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하고 싶었던 이야기.
바로 연수의 적이 될 인물들 이었습니다.
처음부터 함께해주신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남궁진수라는 인물은 연수와 같은 현세의 환생자였습니다.
현생에 재벌 삼세였던 그가 죽어서 남궁세가의 자제로 환생합니다.
이렇게 흙수저가 흙수저로 금수저가 금수저로 환생하여 대적하게 되는 구도.
그 속에서 연수가 사파인답게 성장하며 그를 꺾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게 제 두번 째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습니다.
남궁진수 외에도 많은 환생자들이 등장하고 서로 연합하여 중원과 강호무림을 좌지우지 하려는 그 엘리트 금수저 집단을 연수라는 사파인이 격파해 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옥현인을 비롯한 암주등등은 그런 환생자의 연합인들 중 하나였다 라는 설정 이었고, 남궁진수의 친구중 그를 어려서부터 따라온 인물은 남궁진수의 전생때 부터 그의 운전기사의 아들이었다는 설정도 있었습니다.
훗날 연수와 이 친구가 손을 잡게 되고 남궁진수를 죽이며 환생자 연합의 실체가 드러나는 식의 연출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 남궁진수의 환생자 설정이 나오자마자 엄청난 반발에 저는 결국 스토리를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장르소설은 독자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살 수 밖엔 없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만 글에 담아서는 저만 만족하는 글이 되어버리니 그때의 선택은 지금 생각해도 틀리지 않았다고 자신합니다.
좀 더 독자분들의 취향을 미리 파악하고 막장드라마 같이 갑자기가 아닌 더많은 복선으로 그 이야기들을 천천히 풀어 독자분들이 충분히 받아들일수 있게 했어야만 했는데, 제 실력부족이었죠.
그리고 연수가 전생해야 했던 또하나의 이유는 바로 천살성이었습니다.
현실세계에 사회문제가 되고있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과연 과거인들 저런 놈들이 없었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무협이라는 세계관에 충실해 만들어본 설정이 천살성이었습니다.
그런 팔자를 타고난 사람들. 다만 거기에 새로운 영혼이 들어가 타고난 운명을 거부하고 바꿔낸다는 이야기를 꼭 넣고 싶었습니다. 그렇기에 연수가 전생자여야만 했습니다.
그동안 있었던 클리세와는 다른 이야기의 흐름에 많이들 의문을 가지신것은 모두 제가 이야기를 충분히 잘 풀어내지 못했다는 이야기겠지요.
덕분에 이 글과 독자님들 덕분에 저는 스스로 느끼기에도 조금더 성장한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유료화 할때 다짐한것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절대 성실. 하루의 휴재도 없이 글을 써 나중에는 일 2회의 연재속도를 내겠다.
결국 하나도 지키질 못했습니다. 일 2회연재를 꾸준히 하지도 못 했고, 이틀의 휴재도 있었습니다.
약속 연재시간이었던 10시를 몇번이나 어기기도 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너무 큽니다. 실력이야 쓰면쓸수록 늡니다. 제가 지금처럼 매일 글에매달리고 고민하면 계속 늘겠죠. 하지만 초심과 성실성은 어떻게든 독자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이 점을 지키지 못한것이 제일 아쉽습니다.
앞으로 계속 전업작가로서의 삶을 이어가기위해 노력하고 발버둥칠 제가 겨우 한 작품만에 그 약속을 깨버린것 같아 씁쓸합니다.
하지만 다음 글에는 이라고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어떤 독자분이 QnA를 해 보자고 하셨는데, 혹여 설정 내지는 글의 개연성과 흐름에 대해 궁금하신 것이 있으시다면 얼마든지 댓글을 달아 주세요. 며칠이 걸리든 다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다음글은 헌터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몇가지 써놓은 글이 있는데, 그 중 백년간 몬스터의 세상에서 홀로 살아남아 귀환한 헌터의 이야기가 자꾸 머릿속에 그려져서 그 남자의 이야기를 제일 해 보고 싶네요.
(무협은 조금 더 재미있는 소재가 떠 오르면 다시 쓰려 합니다. )
그럼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__(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