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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놈에서 고수까지-200화 (200/202)

# 200화

-쇄애액!

마치 암기가 쏘아지듯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동시에 소림 방장과 폭사 직전의 붉은 안광을 토해내는 괴인은 특이한 감각에 놀라고 있었다.

몸에 걸친 옷이 부분부분 타들어 가 하얀 속살을 내비치고 있는 패신살성이 두 사람 곁에 끼어들어 굳은 표정으로 달려드는 괴인을 노려보고 있던 것.

마치 패신살성을 빼고는 물속에 갇힌 것처럼 움직임이 느려지고 의식의 속도만 가속화되어 있는 이질적인 감각에 두 사람은 답답함을 느꼈다.

죽음을 앞둔 두 무인의 백회에 극도로 기혈이 몰리는 순간 예민해진 감각 속에 육체의 감각이 따라오지 못하는 와중에 연수만이 그들의 의식의 속도를 능가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어나는 기사였다.

찰나의 순간 속에서 유려하게 움직이며 괴인의 가슴에 손바닥을 뻗는 연수.

괴인은 이를 악물며 너무나 천천히 진행되는 듯 느껴지는 폭발을 재촉했다.

하지만 연수의 손바닥이 괴인의 가슴에 닿는 것이 더 빨랐다.

-두웅! 고오오오오.

마치 물속에서 진천뢰가 터지듯 답답한 폭발음과 함께 황색 강기막에 갇혀 검붉게 물들며 폭사하는 괴인.

괴인을 가둬둔 황색 강기막이 순간 몇 장이 넘도록 늘어났다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괴인을 포함한 모든 장내의 무인들이 순간의 기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툭툭툭.

강기막을 거둬들이며 거지꼴이 된 옷을 털어내는 연수.

“놀랐네. 폭사라니 별짓을 다 하는구나.”

“어, 어찌···.”

자그마치 일만의 목숨을 빼앗아 완성한 혈정을 자극해 일으키는 폭발이었다.

감히 인간 하나가 감당해 낼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눈앞에 패신살성은 폭발에 휘말리고도 살아남아 또 다른 폭발을 무력화시켜버렸다.

강기막이 사라지며 먼지가 되어버린 괴인의 잔재가 허공에 날렸다.

“죽으려면 곱게 죽을 것이지, 할 짓이 없어서 동귀어진이냐? 쯧쯧.”

마치 목숨을 바쳐 적을 끌어안은 사제를 모욕하는 것 같은 연수의 말에 괴인의 두 눈이 더 붉게 빛났다.

-모두! 물러서시오! 파악은 다 됐소.

사방을 쩌렁쩌렁 울리는 연수의 전성에 괴인들을 포위하고 사활을 걸고 싸우던 무인들이 미련 없이 뒤로 물러섰다.

그런 무인들의 행동에 연수를 노려보는 괴인들의 분노가 더욱 커졌다.

“겨우···. 혼자! 우리를 상대하겠다고?”

듣기 싫은 괴인의 목소리에 연수는 귀를 후비며 딴소리를 했다.

“대체 모가지에 무슨 짓을 하면 그런 목소리가 되는 거냐? 차라리 말을 하지 말든지. 하여튼 불쾌한 족속들이야.”

“까드득! 육망매화진 개진.”

이를 갈며 차갑게 말을 뱉는 괴인.

그의 말에 여섯 방위를 점하며 연수를 향해 검 끝을 겨누는 괴인들.

혈무의 밖으로 물러난 무인들은 끊임없이 마음을 충동질하며 뒤흔들던 감각이 소멸함을 느끼며 한숨을 몰아쉬었다.

소림의 무인들에게 다가온 당일수가 입을 열었다.

“과연 패신살성 혼자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최선을 다해 그의 말대로 시간을 끌었습니다. 무언가 대책이 섰으니 우릴 물러서게 했겠지요.”

어느새 다가온 청성의 장문인이 동조하고 나섰다.

“중원의 최고수입니다. 믿어봐야지요. 애초에 저들의 견제와 추격을 목표로 저희가 있지 않았습니까?”

조금은 떨어진 거리에서 입을 여는 강진후.

“만만치 않은 놈들이오. 하나하나가 저보다 밑이 아니었습니다.”

강진후의 말에는 세 사람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장내에 있는 무인 중 괴인들과 연수를 빼면 가장 많은 내력을 가진 고수라 추정되는 사패일성이었다.

그런 그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괴인들이 쌓은 마공은 얕지가 않았다.

“아미타불.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희생시킨 것인지···.”

고개를 저으며 말을 마치는 소림 방장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간 하오문을 통해 확인한 것만 삼만이 넘는다고 합니다. 아마 그것보다 몇 배는 더 많을 것으로 하오문은 판단하고 있었소.”

강진후의 말에 절로 욕설을 내뱉는 당일수.

“이런 찢어 죽일!”

“허···. 저, 저들이 진정 화산의 마지막 후예가 맞소?”

평소 인품이 인자하던 청성의 장문 또한 목불인견의 괴물을 보는 표정으로 비난의 마음을 가득 담아 괴인들을 바라보았다.

“아미타불. 대체 저들이 조사들의 얼굴을 어찌 보려고···.”

혈무의 밖에서 무인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며 혈무속을 바라보고 있을 때 연수의 표정이 일순 변했다.

“화산의 마지막 잔재. 모두 지워주마. 오늘이 지나면 화산의 속가를 포함한 화산과 연이 닿은 문파들은 모두 그 현판을 내릴 것이다.”

“해 보아라!”

말을 마치며 달려드는 괴인들.

괴인들이 만들어 내는 진세가 크게 요동치며 그 범위가 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대신 더욱 진해져 안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된 혈무.

-텅텅텅!

연수의 곡월과 괴인들의 검이 부딪히자 두꺼운 벽을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순간 눈매가 좁아지는 연수의 몸에서 폭발하듯 주변으로 퍼져 나가는 살기.

-화아아아아아.

혈무를 넘어서 혈개문 전체로 퍼져 나가는 살기에 장내에 모여 싸움을 지켜보는 무인들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괴인들의 마기 못지않게 독한 살기에 청성의 장문 입이 열렸다.

“어, 어찌 이런 흉한···.”

뒷말을 흐리며 슬쩍 강진후의 눈치를 보는 장문.

강진후는 애써 못 들은 척하며 손에 땀을 쥐었다.

그가 느끼기에도 마기 못지않은 살기를 내뿜는 연수의 상태가 괜찮은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콰아앙!

모든 혈정의 기운을 담은 검을 연수의 머리 위로 내려치는 괴인의 검과 곡월에서 반장이 넘게 뻗어 나온 강기가 부딪혔다.

사방으로 경기가 몰아치며 흉흉한 분위기를 내었지만 정작 그 당사자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공방을 주고받았다.

-쾅! 크그그그극! 까쾅! 투퉁!

여섯 방위를 점하며 연수를 포위하려는 괴인들과 그들의 포위를 빠져나가며 공격하는 연수의 치열한 공방이 빠르게 이어졌다.

어떻게 해서든 연수를 포위하여 육망의 가운데에 가두려는 괴인들의 움직임이 점차 빨라지고 있었다.

그에 맞춰 연수의 신형 역시 점차 속도가 붙었다.

괴인들은 적극적으로 달려들면서도 곡월의 강기를 뺀 모든 연수의 공격을 몸으로 때우고 있었다.

방금도 검이 막힌 괴인이 연수의 발에 차여 한참을 뒤로 날아가 일순간 혈무 밖으로 튕겨 나갔지만 튕겨 나간 속도보다 빠르게 다시 혈무 속으로 뛰어들어왔다.

잠시 조금 연해졌던 혈무가 그와 동시에 다시 진해졌다.

점차 사방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장내를 휘젓는 혈무.

-콰콰콰! 투쾅! 카캉! 투펑!

지켜보던 무인들은 한데 모여 간혹 날아오는 심상치 않은 경기들을 막아서며 혈무를 피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말 이리 지켜보기만 해도 되오?”

참지 못한 당일수는 불안한 눈빛으로 빠르게 주변을 휩쓸고 다니는 혈무를 바라보았다.

“믿고 지켜보아야 합니다. 자칫 그에게 방해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한번 연수의 신위를 직접 체험하며 목숨을 건진 소림 방장은 끝까지 믿음을 놓지 않고 혈무를 지켜보았다.

그의 머릿속으로 원공의 목소리가 울렸다.

-하늘이 그를 내린 이유가 결코 중원에 해를 끼치기 위함은 아닐 것이오. 방장은 소림과 중원의 명운을 걸고 그를 믿어야 하오.-

이미 패신살성이 아니었다면 옥현인이라는 인물에 의해 소림을 포함한 중원에는 큰 혼란이 들이닥칠 뻔했다.

정협맹을 만들고 그 이후로 정파인들은 그에 대해 언급을 않고 있었지만, 사패일성의 공을 인정하지 않는 중원의 무인은 없었다.

이미 사파에서는 흡성신공의 고수 일대무적 천일중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성을 얻고 있는 패신살성이었다.

앞으로의 긴 무림 역사에 절대 빠지지 않고, 화자 될 현 중원 최고수를 믿지 못하면 더는 믿을 사람이 없었다.

이미 혈매화진이라는 괴인들의 진은 파악이 끝났다.

하나하나의 검공의 공간을 살리며 혈정의 기운으로 큰 틀의 매화검을 펼치는 식의 진세.

그러면서 혈정의 기운을 한데 모아 사람을 어지럽히는 혈무가 크게 번진다.

어찌 보면 대단한 진법 같지만, 그것은 오로지 혈정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혈무와 괴인들의 혈정의 힘이 대단해서 나오는 위력일 뿐 결코 저들의 진이 대단하여 나오는 힘이 아니었다.

혈매화니 어쩌니 거창한 말을 붙였지만, 힘을 증폭시키고 적을 제압하는 진의 힘만을 따져보자면 혈매화진의 원형이 되었던 본래의 매화진이 아마 훨씬 더 강력할 것이라는 게 연수의 생각이었다.

저들의 힘의 바탕이 되는 혈정의 기운은 오행의 원리로 따져보자면 화기와 목기다. 사람의 생명력이 집약된 뜨거운 정기가 녹아있는 피를 뽑아내 취해 쌓은 기운이니 당연했다.

결국, 수극화 금극목. 수기와 금기를 집중시켜 상대하면 저들의 혈정의 기운을 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연수가 저들을 상대하며 싸움을 이어가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하나하나의 폭사는 충분히 연수의 힘으로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저들이 단체로 폭사라도 하는 날에는 아무리 자신이라도 막아낼 재간이 없었고, 이 큰 혈개문의 장원이 무사하기 쉽지 않을 듯했다.

‘몰아치지 말고 살살 꼬셔야 한다. 조금만 더 하면 잡힐 것 같은 물고기처럼.’

계속해서 싸움을 이어가며 괴인들을 두드리는 연수.

‘그나저나 보통 튼튼한 것이 아니네.’

그랬다. 대체 혈정취연공이 어떤 마공인지 마치 금강불괴를 상대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좀 전에 자신의 봉익퇴에 가슴을 맞아 날아갔던 괴인도 보통의 고수라면 분명 가슴뼈가 으스러져도 모자람이 없을진대 벌떡 일어나 다시 달려드니 어찌 된 영문인지 이해가 잘 안 되었다.

‘하기는 팔꿈치로 단전을 내려찍어도 요지부동인 몸뚱이를 가진 놈들인데···.’

그들의 단단함은 현경의 경지에 오른 자신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강기공으로 목을 베어 버리자니 한꺼번에 여섯 놈을 다 죽여야 할 텐데 그러기도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네놈들을 위해 준비해 놓은 바가 적지 않다.’

입매를 비트는 연수의 전성이 은밀하게 전해지기 시작했다.

점차 빠르게 움직이는 혈무를 심각하게 보고 있던 강진후의 눈썹이 씰룩였다.

두 눈을 부릅뜬 강진후는 그때부터 잔뜩 긴장한 채 혈무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한참을 움직이며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던 중 연수의 곡월이 천천히 움직이는 순간 여섯 괴인은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세를 느꼈다.

수도 없이 휘둘러졌던 패신살성의 단검을 중심으로 주변의 공기가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느껴지며 연수의 몸놀림에 괴인들의 이목이 쏠리는 순간 한 괴인의 목소리가 퍼졌다.

“가만히 보고 있지 말고 육망의 중심으로 몰아라.”

그의 말에 연수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움직이는 괴인들.

괴인들이 연수를 포위하는 순간 연수의 곡월이 천천히 허공을 가르기 시작했다.

혈무가 갈라졌고, 곡월이 가른 허공의 방향 끝에 있던 괴인 한 명의 팔이 너무나 쉽게 잘려나갔다.

만약 괴인이 몸을 트는 것이 조금만 늦어졌다면 팔이 아니라 몸이 두 쪽으로 갈라졌을 것이다.

순간 혈무의 일부가 잘려나가며 벌어진 상태로 크게 휘청이는 듯 보였다.

-개화낙두!

외침과 동시에 여섯 괴인이 빙글 돌며 검 끝을 연수를 향해 뻗었다.

피어나는 여섯 매화.

연수를 향해 날아오며 꽃잎을 날리는 혈향 짙은 매화를 보며 연수의 발이 바닥을 구르며 허공으로 신형을 뽑아 올렸다.

그대로 따라 올라오는 매화들.

그 매화들을 향해 곡월대신 장력을 쏟아내는 연수.

-콰아아아!

한데 모인 혈매화와 연수의 장력이 힘겨루기하는 순간 여섯 명의 괴인들의 기운이 한데 뭉치며 거대한 매화가 연수를 덮쳐왔다. 겨우 균형을 이루고 있던 것 같은 기운이 급격히 연수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놀고 있던 남은 손마저 거대해지는 괴인들의 기세를 향해 뻗는 연수.

-지금입니다!

연수의 전성이 강진후의 머릿속을 울리는 순간 그의 신형이 연수의 옆으로 날아갔다.

무인들의 내력 대결이란 실로 위험한 것이다. 한번 시작되면 상대보다 강력한 내력으로 상대를 압도하지 않는 이상 함부로 그만둘 수가 없게 된다.

반대로 말하면 시작은 마음대로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끝은 자기 마음대로 낼 수 없다는 말과도 같다.

괴인들은 그런 사실을 절감하며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깨달았지만 물러설 수도 없었다.

연수의 곁에 몸을 띄운 강진후와 연수의 손바닥이 맞닿았다.

그리고 반대 손을 하늘을 향해 뻗은 강진후.

순간 밀려오던 혈매화를 밀어내며 막대한 내력을 쏟던 연수가 저항을 멈추었다.

울컥.

일순 내력을 끊어버리며 반발력에 의해 기혈에 충격이 가해져 핏물이 올라왔지만, 연수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괴인들의 내력이 집중된 혈매화에 손을 대었다.

거대한 혈정의 기운이 연수의 손바닥에 닿는 순간 강진후는 흡성신공을 최대로 운공하기 시작했다.

연수에게 받아진 혈매화의 무거운 기운이 연수의 손을 통해 강진후에게 흡수되기 시작했다.

사태를 파악한 괴인들은 온 힘을 다해 내력을 토해냈다.

하지만 연수의 몸을 통해 안전하게 강진후에게 흡수된 기운은 강진후의 손을 통해 하늘로 쏘아지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먼저 가겠습니다.

“푸학!”

내력 대결 중 입을 여는 것은 바보스러운 짓이다. 그 충격을 온몸으로 증명하며 피를 한 사발이 넘게 토해낸 괴인이 발을 구르며 연수를 향해 몸을 띄웠다.

쉴 새 없이 피를 토해내며 창백한 얼굴을 한 괴인의 두 눈이 붉게 빛나는 순간 폭발하는 괴인의 몸.

하지만 그의 폭발되는 기운마저 모조리 빨아들이는 강진후의 흡성신공.

폭발하는 기운을 빨아들인 강진후의 핏줄이 크게 부풀어 오르며 꿈틀거렸다.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듯 크게 부푼 핏줄.

그의 얼굴마저 두껍게 핏줄이 일어서는 것이 마치 극독에 중독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이미 두 눈의 혈관은 버티질 못하고 모조리 터져 흰자 대신 붉은 자위가 생겨 버린 강진후였다.

-투아아아!

장음을 내며 작은 강진후의 손바닥에서 거대한 기운이 하늘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단전이 제법 비워버린 남은 다섯 괴인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눈을 빛내며 자신들을 노려보는 저 괴물 같은 놈은 아직 끝낼 생각이 없는 듯 흡성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때부터 진짜라는 듯 괴인들의 혈정을 본신진기를 뽑아가는 패신살성.

이미 한번 열린 길은 닫힐 줄을 모르고 괴인들의 혈정의 기운을 뽑아갔다.

점차 허물어지는 괴인들의 단전에 자리 잡은 거대한 혈정.

기어코 그들의 혈정이 강진후의 손바닥을 향해 하늘로 흩어지듯 토해졌다.

-쿠와아아!크하아아아아앙!

장내에서 지켜보던 무인들은 마치 용트림의 소리와 같은 굉음과 동시에 혈룡이 승천하는 듯한 그 장대한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 대체 얼마나 대단한 기운이길래···.”

당일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거대한 혈룡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대부분의 혈정을 빨려버린 괴인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폭사할 기운조차 남지 않고 모조리 빨려 버린 그들의 머리가 새하얗게 새어 있었다.

“헉헉헉. 허억···.”

땅에 내려선 연수와 강진후.

강진후는 아직도 진정이 되질 않은 채 그의 몸을 휘도는 혈정의 여운에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고생하셨어요.”

입가에 핏줄기를 닦으며 말하는 연수.

“헉헉, 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짓이었네. 후우···.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리고 터져 나간 기맥이 한둘이 아니야···. 쿨럭!”

검은 핏덩어리를 토해내는 강진후.

“내상 약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어요. 며칠 요양하면 괜찮아질 겁니다.”

“내상은···. 둘째치고 저 혈정의 기운이 주는 쾌감은 과연 사람을 마도로 이끌기 모자람이 없어. 다신 느끼고 싶지 않아.”

“...”

연수는 흥분과 광기를 누르며 고개를 젓는 강진후를 내려다보았다. 과연 아직 그의 한쪽 눈에는 광기가 번들거리는 것이 선명히 보였다.

“부, 분하다. 겨우 쌓은 팔 만의 혈정을 이리 허무하게···.”

“이런 쳐죽일! 단숨에 때려 죽여주마!”

-쾅!

다가온 당일수의 일장을 막아서는 연수.

놀라서는 뒤로 물러서는 당일수.

의문을 가득 담아 자신을 바라보는 당일수를 보며 연수는 고개를 저었다.

“이리 죽여서는 이들의 죗값이 어찌 다 치러지겠습니까? 편한 죽음은 이놈들에게 사치입니다.”

연수의 말에 당일수의 입매가 비틀렸다.

“그렇군. 원곡에 데려가 피를 토하는 참회를 하게 해야겠군.”

“아미타불. 그보다는 참회동에 가둬서···.”

“그러면 모두 찢어지게 하죠. 네 놈은 당문의 원곡과 참회동에 가두고 두 놈은 저희 사황성의 비령곡에 가두겠습니다. 참회동은 저놈들에게 너무 편안하지 않을까 걱정은 됩니다만···.”

제일 먼저 강진후에게 당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괴인을 질질 끌고 오며 말을 마치는 연수.

소림의 방장은 고개를 저었다.

“벌만으로 사람은 참회하지 못합니다.”

“예···.”

소림 방장의 말에 연수는 듣는 둥 마는 둥 합장하며 고개를 숙였다.

*    *    *

“그러니까···. 네 말은 제독동창이?”

“일백의 당두들과 함께 죽었습니다.”

“감히! 역모다! 당장 어림군을 모아라! 십만의 어림군을 이끌고 내 직접 그 역적을 쓸어 버리겠다!”

북경에 십만 어림군이 출병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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