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8화
“크악! 이 개 같은···.”
“언젠가···. 네놈들도···.”
-쾅!
-적색 무복을 입은 놈들을 피해! 폭사 당한다고!
“뒷줄 무사들은 우회해서라도 빨리 지원을!”
혼전 중의 혼전이었다.
유리한 지형을 선점하고 몰아치던 사황성의 무사들과 무림맹의 무사들이 뒤엉켜 전열은 거의 무너지다시피 했고, 그저 살기 위한 또 적을 죽이기 위한 그 혼전 속에서 단연 빛나는 무인들은 고수들이었다.
조금이라도 눈에 띄는 고수들이 보이면 서로 간 진형에서 더 강한 고수들이 달라붙어 추살하기 위한 싸움이었다.
적의 고수 하나를 베어내면 우리 측 무사 열을 살리는 결과와 같았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절대 무림맹의 고수들이 무시하는 사황성의 고수들이 있었으니, 사황성주 비영과 화령가주 주염철, 철령가주 철가군, 흡성신공의 전인 사패일성 강진후 그리고 살화패성 수일지였다.
특히나 살화패성 수일지의 경우는 그 실력보다도 잔인한 손속에 같은 사황성의 고수들조차 수일지를 피하는 경우 또한 있었다.
단전을 깨고 팔다리를 잘라 놓고 정작 숨통은 끊지 않는 수일지의 방식은 비록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지언정 무림맹의 사기를 꺾는 효과는 대단히 크게 나타났다.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져 죽어가는 동료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무림맹 무사들의 사기가 꺾이는 것은 당연했다.
한참 외다리로 적진을 누비며 암검대와 암영대를 대동하고 무림맹의 무사와 고수들을 격살하던 비영의 옆으로 진벽가주가 내려섰다.
“전황이 썩 좋지 않습니다.”
“그만큼 쳐 죽이고 시작했는데도 말입니까?”
“머릿수도 머릿수지만 고수의 수가 너무 모자랍니다.”
“...”
“그나마 희망이라면 압도적으로 초절정 고수가 저희 측이 많다는 것이지만···.”
뒷말을 흐리는 진벽가주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아도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있는 비영이었다.
자신을 포함한 초절정의 고수는 사황성에 셋이나 있었다. 반면 무림맹 측에는 초절정의 고수는 공동파의 신진고수 단 하나뿐. 하지만 전체적인 고수의 질은 무림맹 측이 두수는 더 위였다.
그로 인해 자신까지 직접 나서며 전장을 누비고 있지만 쉽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아무리 초절정의 고수라지만 자신들 또한 사람. 결국, 지치기 마련이었다.
“으드득!”
이를 가는 비영을 보고 진벽가주는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이대로 가면 잘해야 같이 동귀어진하는 정도로···.”
“그가 올 겁니다.”
“꼭 그래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희에겐···.”
그 순간 진벽가주의 말이 끊어질 정도의 무시무시한 기세가 중봉의 산 중턱을 휘감기 시작했다.
진득한 살기.
본능을 옥죄는 듯한 압박감. 그리고 원초적인 공포.
-적영대장이 돌아온다! 모두 힘을 내라!
비영의 내력을 잔뜩 담은 외침이 터지는 순간 사황성의 무사들 기세가 더욱 치솟아 올랐다.
난전 속에서 진을 짜며 분전하던 무림맹의 무사들은 반대로 피로가 배가 되며 힘이 빠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첫 출전에 너무나 대단한 전장으로 발을 내뻗었던 혈개문의 무인들은 이미 적지 않은 수의 무사들이 죽었다.
거의 삼 분의 일도 넘는 무사들을 잃었지만 그런데도 무기와 무공의 이점을 살려 분전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분전에는 호개와 설개의 활약이 큰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도무지 이제 무공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되는 애송이들이라고는 보이지 않을 만큼 그들의 싸움은 너무나 노련했다.
또한, 그 손속에 일말의 망설임이 없어 많은 무림맹의 무사들 목숨을 끊어 놓았다.
무림맹의 많은 고수가 그런 설개와 호개를 잡기 위해 검을 들이밀었지만 그들의 곁에는 공숙과 소개 그리고 경도평이 있었다.
세 명의 절정고수.
그리고 사슬 낫을 날리며 쇄진을 유지하는 무사들. 마지막으로 그들의 근처에 접근하는 무사들을 때려죽이며 손을 피로 물들이는 혈개의 제자들.
도무지 첫 출전이라고는 볼 수 없을 그들의 활약에 무림맹의 무사들이 점점 그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때였다.
점차 밀려드는 질 높은 고수들로 인해 혈개문의 힘이 부치는 순간 주변을 휘감는 연수의 살기를 느낀 소개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 순간 호개가 외쳤다.
“태상문주님이 오신다! 힘내! 더 쥐어짜!”
호기로운 호개의 외침에 소개의 표정이 밝아졌다.
-슈아아악! 뻐억!
순식간이었다.
검붉은 무복과 복면을 한 고수가 순식간에 나타나 호개에게 검을 뻗어 온 것은.
그 검을 천운일지 실력일지 가까스로 피한 호개의 가슴에 괴인의 장심이 닿는 순간 심상치 않은 소리와 함께 줄 끊어진 연처럼 날아가 처박히는 호개였다.
“호개야!”
깜짝 놀라며 호개에게 신형을 날리는 설개.
그런 설개를 향해 빗살같이 날아드는 또 하나의 검붉은 무복을 입은 괴인.
-팡팡팡! 훅키쉬!
하지만 그런 괴인의 앞을 막아서는 독장과 채찍에 괴인은 뒤로 물러서는 수밖엔 없었다.
잠시의 정적 끝에 공숙을 향해 달려드는 두 괴인.
소개와 도평은 공숙을 도와 두 괴인을 향해 마주 달려갔다.
-쇄액! 깡! 타탓 퍽! 훅 파아앙!
엄청난 공방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세 명의 절정고수를 맞서 한 치도 밀리지 않는 두 괴인.
두 괴인의 무위에 공숙과 도평의 표정이 심히 좋지 않았다.
이미 초절정의 벽을 앞둔 두 사람이었다.
초절정이 아니라면 그 어떤 적이 와도 자신이 있던 두 사람과 소개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한 치도 밀리지 않는 적의 경지가 잘 가늠이 되질 않았다.
특히나 그 이질적인 기세와 괴공은 도무지 대처가 쉽지 않았다.
-저들의 기력이 너무도 멀쩡합니다. 이제 막 전장에 도착한 무인들처럼.
도평의 전음에 공숙과 소개의 고개가 미세하게 끄덕여졌다.
-무엇보다 저 검술···. 화산의 냄새가 납니다.
도평의 전음에 소개는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멸문한 화산파의 검공은 기회가 있어 몇 번 견식 할 수 있었던 소개였다.
도평의 경우 패천후가 살아 있을 적 직접 그와 함께 화산을 올라 그들을 멸문시켰으니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엔 없었다.
소개의 입이 열렸다.
“화산파가 멸문하진 않았나 보군.”
“...”
대답 없이 세 고수를 노려보던 두 괴인이 눈짓을 주고받더니 다시금 달려들었다.
-슈우웅 쾅!
공숙을 비롯한 혈개문의 최고수들이 각오를 다지는 순간 운석처럼 떨어져 내린 인영.
굉음과 함께 두 괴인에게 정확히 떨어져 내린 인영의 얼굴을 보는 순간 소개의 표정이 밝아졌다.
비단 소개뿐만이 아니었다. 혈개문의 모든 무인의 표정이 밝아졌다.
“태상문주님이 오셨다!”
-와아아아아!
자신의 뒤로 열화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옴에도 연수의 시선은 두 괴인에게 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심상치 않은 기세에 피떡을 만들기 위해 막강한 기세로 누르며 충격파를 집중시켰는데 겨우 괴인 하나의 팔을 못 쓰게 만든 것이 다였다.
기이한 각도로 비틀린 팔의 부러진 뼈를 맞추며 경계하는 괴인.
왼손에 축 늘어진 옥현인의 뒷덜미를 붙든 연수의 신형이 그런 두 괴인을 향해 날아들었다.
-까까깡! 쾅!
비록 한 손만 썼다지만 연수의 곡월을 전부 막아내고 강기를 두른 일격마저 받아내는 괴인들.
마지막 강기의 일격을 받은 괴인은 뒤로 날아가 처박혔지만, 벌떡 일어서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이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
혈향과 매화향의 미묘한 냄새가 스쳐 지나가자 연수의 얼굴이 구겨졌다.
“화산파의 잔재가 아직 남았던가?”
“...”
“...”
“게다가 자존심을 버리고 인간의 도리마저 버리고 그 마공에 손을 댔고?”
“...”
“...”
“세상이 알게 되면 퍽 좋아하겠군.”
연수의 말에 처음으로 괴인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야.”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네놈들은 곱게 죽이진 않으마.”
연수의 기세가 일변하는 순간 등을 보이며 도주하는 두 괴인.
괴인들의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연수로서도 옥현인을 달고는 쉽사리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적어도 저들을 잡기 위해서는 반 각은 추격해야 할 것 같았다.
순간 연수의 눈에 망설임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황성의 무사들이 죽고 있었다.
게다가 두 괴인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며 도망치고 있었다.
“쳇!”
‘언젠가 기회가 생기겠지.’
생각을 끝내기 무섭게 공중으로 신형을 뽑아 올리는 연수.
-죄인 옥현인을 잡았다!
쩌렁쩌렁 울리는 연수의 사자후에 혼전을 거듭하던 장내에 무사들이 멈칫하며 잠시 싸움이 중단되었다.
사황성과 무림맹 무사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연수는 공중에 도도히 떠오른 채로 옥현인의 신형을 내밀었다.
연수의 손에 머리채를 붙잡힌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옥현인의 얼굴에는 깊은 절망과 포기의 감정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그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무림맹의 무사들은 정신적으로 더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연수는 여기서 끝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텅!
“흐어어어.”
연수의 주먹이 옥현인의 등을 가격하는 순간 투경의 묘리에 의해 파고든 내기가 그대로 옥현인의 단전을 깨버렸다.
허탈한 신음을 그대로 내뱉는 옥현인의 방대한 내력이 흩어지며 그의 검고 윤기 있는 머리가 백발로 변하고 탱탱한 피부가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스걱! 철퍼덕!
그 상태에서 곡월로 옥현인의 목을 자른연수.
그대로 공중에서 바닥으로 처박힌 옥현인의 몸.
그리고 연수의 손에 들려 있는 반은 노인의 반은 젊은이의 얼굴로 멈춰버린 옥현인의 기이한 얼굴이 드러난 머리.
그 광경을 그대로 보고 있던 무림맹의 무사들 전의가 완전히 꺾여버리는 순간이었다.
너무나 참혹한 광경을 눈앞에서 보는 순간 손에 쥔 무기를 떨구는 무인들 또한 적지 않았다.
-너희의 맹주이자 중원의 죄인인 옥현인을 단죄했다. 이제···. 너희들의 차례다.
연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비영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모두 죽여라!
-우와아아아아!
함성과 함께 전의를 상실한 무림맹의 무사들을 몰아치는 사황성의 무사들.
땅으로 내려선 연수는 비영에게 다가서서는 옥현인의 머리를 건넸다.
“명대로 가져왔습니다.”
“음! 수고했네.”
그 목을 진벽가주에게 맡기는 비영이었다.
그리고는 전장을 향해 달려나가는 두 사람.
팔천 명의 사람은 절대 적지 않은 수다.
무림맹 팔천의 무사 대부분은 정파중 군소방파에 속한 무사들이었다.
아직 무림맹의 이해관계에 얽혀 있거나 혹은 맹주를 믿어서 맹을 지키는 몇몇 명문들과 지역적으로 혹은 무공으로 혹은 혈연으로 얽혀 있는 수많은 군소방파의 정예들.
그들이 무림맹을 지탱하던 팔천의 무사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씨 몰살시켰다.
항복 따위 투항 따위 없었다.
했다 해도 받아줄 마음 또한 없었다.
아마도 그런 기운을 충분히 느꼈고 그러했기에 끝까지 결사 항전했을 무림맹이었다.
하지만 입신경의 고수가 있었다.
초절정의 고수들은 어느 정도 고수의 질로서 승부해 볼만 했다.
하지만 입신경의 절대 고수의 유무는 전황에 너무나 큰 변수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철가군의 우악스러운 손에 목을 잡혀있던 제갈휘.
그는 연수를 향해 수많은 저주와 욕설을 퍼부었지만, 그뿐이었다.
철가군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서서히 그의 목을 뽑는 순간 인간의 비명이 아닐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목숨을 다하는 제갈휘였다.
사황성의 사상자만 해도 이천 도합 일만의 목숨이 이곳 형산의 중봉에서 끝났다.
동료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혹시 모를 생존자를 남기지 않기 위해 모든 시체를 확인 사살하는 과정은 제법 오래 걸렸다.
모든 정리가 끝났을 때는 이미 밝은 달이 떠올라 형산을 밝히고 있었다.
중봉의 정상에는 이천구가 조금 넘는 시신들이 눕혀져 있었다.
개중에는 온전치 못한 시신들 또한 적지 않았다.
시신의 수보다 적잖은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부상자들과 무사들을 두고 비영이 입을 열었다.
-오늘 많은 동료가 산화했다. 그들의 죽음은 가치 있었고, 우리는 그들의 시체를 밟고 올라서 더 많은 적의 시체를 형산에 쌓았다. 사황성을 위해, 오늘 산화한 이들을 나는 그리고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다.
성주 비영의 말에 장내의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승리의 기쁨에 취하기보다는 산화한 동료들의 시체 앞에 마음이 가라앉을 수밖엔 없었다.
형산의 중봉 정산에 이천의 시체를 고이 묻은 후 철가군은 집체만한 거석을 지고 와서는 봉우리 가운데에 내려놓았다.
-쿠웅!
소리와 함께 그 덩치를 자랑하는 거석.
연수는 뛰어올라 바위 표면에 글을 새겼다.
-사황성 이천의 무인. 무림맹을 멸하는데 초석이 되어 이곳에 잠들다.
거대한 묘비에 사황성의 살아남은 무사들의 포권이 이어졌다.
그들이 형산을 내려올 때쯤에는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진벽가주의 말에 비영은 잠시 소금에 절여 상자에 넣어둔 기괴한 옥현인의 머리를 바라보았다.
“일단은 그분의 묘를 찾아 이 수급을 올리고 예를 다해야지.”
그 말에 연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 묘비는 새워 뒀어요. 위치는···.”
“기억하고 있다네. 치욕스러운 그 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니까.”
“가시면 제 안부도 좀 전해주세요.”
“자네는?”
“전 무당으로 갈 것입니다.”
“!!!”
연수의 말에 장내 무인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복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무당, 점창, 공동, 황보세가, 팽가.”
“무당을 혼자 간다고?”
“예. 어차피 대부분의 정예가 전부 이번 전쟁에서 죽고 껍데기만 남았을 텐데요. 성주님과 각 가주 분들은 전열을 가다듬고 점창, 공동, 황보세가, 팽가. 이 네 명문을 쳐내 주세요.”
“그들을 전부 쳐내면 정협맹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요.”
“그들과는 이야기가 모두 끝났어요.”
진벽가주는 큰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되물었다.
“소, 소림이···. 그런···.”
“그들의 안위보다 중원의 안위를 택한 거죠. 이번에 사황성의 전력이 크게 줄었는데, 정파의 힘을 고스란히 놓아둘 수는 없어요. 봉문을 시키든 모두 불태워 싹을 뽑던 확실히 해 주세요.”
“그래. 그럼 그렇게 하지.”
말을 마치고는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혈개문의 무사들과 함께 대군에서 이탈하는 연수 일행.
그의 뒤로 남은 사천 명 사황성 무사들이 연수의 등에대고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호개는 좀 어때?”
연수의 물음에 옆에서 함께 걷던 소개가 대답했다.
“목숨에는 지장 없다. 한동안은 요양해야겠지만. 그래도 죽진 않아.”
고개를 끄덕이던 연수가 품에서 두꺼운 비급 한 권을 꺼냈다.
금포로 치장되어 있는 고급스러운 비급을 받아드는 소개.
“뭐야?”
“세상에 알려지면 난리가 날 절세의 비급.”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젓는 소개.
“원 농담도······.”
비급을 펴 넘기던 소개의 말문이 막혔다.
“이, 이거···.”
“뭔데 그래?”
공숙 또한 궁금했는지 다가오며 소개의 손에 펼쳐진 비급을 빼꼼 훔쳐보았다.
“맹주의 품에서 나왔으니 아마 맞을 거야. 너구리 같은 노친네. 절대 기록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들을 모두 비급에 담아 놓았더군. 다른 건 빼고 개방의 비전들은 철저히 필사해놔. 언젠가 정협맹에 돌려주어야 할 물건이니. 시간이 많이 없어. 도평. 너에게는 태극혜검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구나. 그 외에도 필요한 무공이 있다면 가리지 말고 필사하거나 외워둬.”
“여, 연수야···. 이거 문제가···.”
“신경 쓰지 마.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정협맹과의 관계가···.”
“내가 알아서 할게. 개방의 비전은 네게 꼭 필요하잖아.”
“꿀꺽.”
소개는 입을 다물고 침을 꿀떡 삼켰다.
“소개야.”
짐짓 목소리를 낮추며 자신을 부르는 연수를 의아한 눈으로 보는 소개.
“이제 무당이다.”
그 말에 소개의 두 눈에 살심이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떠오르는 해를 등지고 이동하는 연수 일행의 기세가 요동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