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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놈에서 고수까지-165화 (165/202)

# 165화

-찌이잉.

귀를 찌르는 통증에 도화 역시 귀를 막으며 허리를 굽혔다.

“천영!”

연수의 외침에 도화의 뒤로 나타나며 그녀의 귀를 꽉 막으며 내기로 그녀를 보호하는 천영.

그와 동시에 도화와 연수의 주위로 떨어져 내리는 천화대 십인.

“누구냐!”

연수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노성에도 음악은 끊이지 않았다.

연수의 손에서 바늘이 쏘아져 나오며 주루의 처마에서 금을 타는 노인과 구석에서 피리를 부는 노인에게 날아들었다.

하지만 두 노인의 신형이 흔들린다 싶은 순간 연수가 쏘아낸 바늘은 두 노인을 통과하는 듯 뒤로 떨어졌다.

‘고수!’

사라지는 연수의 신형.

연수의 곡월이 금을 타는 무인의 머리로 떨어져 내렸다.

-깡!

어디서 나타났는지 연수의 곡월을 쳐내는 섭선과 그 섭선을 쥐고 있는 노인.

눈썹이 길게 휘어져 떨어져 내리는 백미가 강해 보이는 인상의 노인이었다.

-파팟!

노인의 섭선이 연수의 명치로 날아드는데 뒤로 몸을 날려 피하는 연수.

하지만 노인은 연수를 따라 몸을 날리며 섭선을 휘둘렀다.

“서하아아-”

노인의 입에서 노래가 시작되자 주변의 무공을 익히지 못한 백성들이 피를 토해내며 쓰러졌다.

연수 또한 속을 울리는 음파에 노인의 노래가 시작되자 절로 인상이 구겨졌다.

-파파파팟!

연수와 순간 몇 번의 손을 뒤섞은 노인은 뒤로 물러서며 더 크게 노래를 불렀다.

천화대의 무인들은 인상을 찌푸린 채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도화의 귀를 대신 막고 있는 천영의 두 귀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를 본 연수의 마음은 다급해졌다.

“뭐 하는 늙은이들이냐고!”

섭선을 든 노인에게 달려들며 그의 우수를 베어가는데 금을 타는 노인의 금에서 날카로운 기파가 날아와 연수를 방해했다.

‘젠장!’

하나같이 보통의 고수들이 아니었다. 그런 고수들이 음진까지 짜고 합공을 해 오자 연수로서도 만만치가 않았다.

무엇보다 도화와 천화대의 무인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합주 되는 음률이 한번 크게 술렁이며 그 기세가 더 거세지자 연수의 속이 다시 한번 울렁거렸다.

자신이 이 정도로 충격을 받는다면 천화대의 무인들은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역시나 천화대의 무인들은 창백한 인상으로 표정을 굳히고 있었다.

-퓌이이이! 끼이이잉-

“이 빌어먹을 노친네들이!”

연수의 곡월에서 강기의 폭풍이 뿜어져 나오며 다섯 노인에게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 강기마저 음진속에서 점차 위력이 줄어들었고, 그들의 악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기에 의해 상쇄돼버렸다.

-파팟 퍽퍽퍽!

연수의 곡월을 가까스로 막아서면서도 노래를 멈추지 않는 노인.

그런 노인의 가슴과 어깨를 연수의 발이 빠르게 타격했다.

삼 층의 전각 지붕에서 떨어져 내리는 노인의 신형.

하지만 여전히 노인의 노래는 끊기지 않았다.

-빌!어!먹!을!

음진의 진세를 뒤흔들며 밖으로 퍼져 나가는 연수의 사자후.

그제야 겨우 멈춘 노인의 노래.

“과연, 그 아이가 당할 만 하구나. 입신경에 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고 들었거늘 필히 죽여 없애야 할 놈이구나!”

“역시 마교의 노망난 놈들이 분명하구나! 살 만큼 살았으면 곱게 뒈질 것이지. 이 많은 사람이 무슨 죄가 있다고!”

주변을 둘러보는 연수.

그의 시선에는 백여 명이 넘는 민초들의 시체가 들어왔다.

칠 공으로 피를 흘리며 눈을 부릅뜬 시체 중에는 어린아이들 또한 있었다.

“아무래도 너희들···. 곱게 죽여서는 안 되겠구나.”

“누가 죽는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연수의 눈매가 날카로워지며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동시에 노래를 다시 시작하는 노인.

그와 동시에 음진이 다시금 장내에 펼쳐지며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화와아아아연!”

-쩌저적!

노인의 음공에 주변 전각의 기둥에 금이 갔다.

“갈!”

연수는 강기를 뽑아내며 두 자루의 곡월을 휘둘렀다.

연수의 강기가 금에서 튀어나오는 강기를 반으로 쪼개며 금을 타는 노인의 어깨로 떨어지는데 허공에서 강기에 휩싸인 섭선이 연수의 강기를 막아섰다.

앉은 채로 잔상을 남기며 뒤로 물러서는 노인의 손은 여전히 금을 연주하고 있었다.

섭선의 얄팍한 강기를 연수의 거대한 강기가 파고드는 순간 사라지는 노인.

“놓치지 않는다!”

노인의 신형에 바로 코앞까지 따라붙는 연수의 신형.

순간 섭선을 든 노인은 인상을 굳히며 연수의 공격에 대비했다.

!!!

노인이 이상을 느끼는 순간 노인의 섭선이 연수의 신형을 갈랐다.

연기처럼 사라지는 잔상.

-따땅!

끊어지는 금의 줄.

가야금을 세우고 물러선 노인의 왼쪽 팔이 사라졌었다.

“추공!”

-툭.

섭선을 든 노인의 외침과 동시에 팔을 잃은 노인의 목이 떨어졌다.

-띠리링!

몇 줄 남지 않은 가야금이 쓰러지며 구슬피 울렸다.

-파파팟! 스아아아!

연수와 손을 섞고는 지나치는 섭선을 든 노인의 입가로 한줄기의 피가 흘러내렸다.

“우웩!”

연수 또한 피를 게워냈다.

음진속에서 입었던 내상이 노인의 일장을 허락하는 순간 악화되며 내장을 울렸다.

금의 소리가 멈췄음에도 이어지는 합주와 노래.

천영의 눈은 어느새 핏발이 가득 서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푸읍!”

피 분수를 뱉어내는 천영.

그런 천영을 힐끔 바라본 연수의 신형이 다시금 섭선을 든 노인에게 뻗어갔다.

쉴 새 없이 노래를 부르는 노인의 섭선이 연수의 맹공으로 인해 너덜너덜해지는 순간 피리 소리가 끊어졌다.

-퍼퍽!

연수의 어깨와 허리를 피리로 후려친 노인이 섭선을 든 노인을 데리고 연수의 곁에서 떨어졌다.

연수는 곧바로 따라붙지 못하고 한 사발의 피를 더 게워냈다.

“홍취. 그간 자네의 벗으로 살았던 인생 즐거웠네. 마지막 합주를 끝내지 못해 아쉽···.”

-푸아악!

말을 끝내지 못하고 정수리부터 가랑이까지 반으로 갈라지는 노인.

“구연! 자네마저···! 사아안-”

다시금 노래를 시작하는 노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굵은 눈물을 흘리며 슬픔과 분노에 휩싸인 표정으로 부르는 노랫소리와 아쟁과 퉁소 소리가 합쳐졌다.

한결 줄어든 음진의 진세에도 불구하고 연수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수생목!’

강화된 목의 기운을 끌어올려 급한 내상을 치유하려는 연수.

내상이 심해 도무지 화기를 사용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자칫 화기를 끌어올렸다가는 내상이 악화 될 것이 뻔했다.

연수의 상태를 금세 알아차린 노인은 입가로 피를 주르륵 흘리면서도 섭선을 휘두르며 연수를 압박해 왔다.

-파파팟!

내상을 입은 것은 마찬가지임에도 죽을 힘을 다해 공격해오는 노인으로 인해 연수는 이를 악물었다.

-스팟! 펑!

곡월에 팔이 떨어져 나가면서도 연수의 가슴에 일장을 먹이는 노인.

뒤로 물러서며 서로를 노려보는 둘.

노인은 떨어져 나간 왼팔의 지혈을 하며 이를 악물었다.

팔과 바꿔 연수의 가슴을 후려쳤지만 오묘한 반탄력이 느껴졌다.

‘무슨 조화인 게지?’

놀란 것은 연수도 마찬가지였다. 목의 기운이 이리 신체를 단단하게 보호해 주는 공능이 있는 줄은 그도 미처 알지 못했다.

가슴을 쓰다듬으며 입으로 올라오는 핏물을 뱉어내는 연수.

“퉤!”

그와 동시에 신형을 늘어트리며 곡월을 휘두르는 연수.

-깡!

곡월과 섭선이 부딪힘에도 불꽃이 튀어 오르며 날카로운 소성이 생겼다.

서로를 노려보며 다시금 달려들려는데 들려오는 소리에 두 무인은 멈칫했다. 그와 동시에 주변으로 소란스럽게 들어서는 일단의 무인들에게 시선을 주는 두 무인.

“누구냐! 감히 섬서에서 이런 살겁을 일으키다니!”

“종남이라···.”

연수의 중얼거림에 노인의 노랫소리가 순간적으로 커지며 음진이 장내로 들어서는 무인들을 밀어냈다.

순간적으로 귀를 막으며 뒤로 물러서는 종남의 무인들.

잠시 연수를 죽을 듯 노려보던 노인이 퉁소와 아쟁을 연주하던 노인과 함께 신형을 날렸다.

“놓칠 것 같으냐!”

음진이 완전히 사라지자 연수는 가벼운 몸을 날리며 추적을 하려 했다.

하지만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한 일행을 둘러싸고 공격을 하려는 종남의 무인들로 인해 마교의 노인들을 추격할 수가 없었다.

“네놈들 사파인이구나!”

눈썰미가 제법 좋은 종남의 무인은 한 눈에 사황성의 무인들을 알아보았다.

“이런 빌어먹을!”

-쾅!

천화대의 무인들을 둘러싸고 검을 겨누고 있는 무인들의 중심에 있는 도화의 옆으로 굉음과 함께 떨어져 내린 연수.

그런 연수는 핏발선 눈으로 귀와 코와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 천영의 등에 손을 대고 목의 기운을 밀어 넣었다.

“수고했다.”

그제야 도화의 귀에서 손을 떼는 천영은 연수를 바라보고는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감히! 섬서에서···.”

말을 하던 종남신권 부곡은 연수를 알아보고는 뒷말을 흐렸다.

“섬서에서 뭐?”

“패신살성···!”

“네놈들 때문에 마교 놈들을 놓쳤어.”

“마, 마교! 하면 이 아수라장이 마교의···.”

“그럼, 내가 그랬을까 봐?”

부곡은 이를 악물며 입을 다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눈앞에 재수 없는 놈에게 이 사단의 모든 죄를 다 뒤집어 씌어서라도 그 죄를 묻고 싶었다.

하지만 상대가 나빴다.

하필 그가 가장 증오하는 놈이 입신경의 고수이자 사파의 거목 패신살성이었으니.

아직도 정사 대회를 생각하면 속이 뒤집히고 얼굴이 붉어져 오는 부곡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자, 자세한 상황설명을 해 주셔야겠소.”

“자세한 건 근처에 살아남은 무인들에게 들어.”

“지금 우리 종남의 영역에서 종남을 무시하겠다는 거요?”

“너희 종남의 개입으로 사황성의 적을 놓쳤어. 그것도 마교의 고수를. 명분 싸움 한번 해 볼래? 지금 중상을 입은 내 식구들을 앞에 놓고 상황설명을 해라? 너야말로 사황성과 한번 붙자고 시비 거는 거 맞지? 이대로 내 종남으로 발걸음을 돌려줄까?”

순간 부곡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다른 이도 아니고 제갈세가를 단신으로 멸문시킨 패신살성이었다.

그제야 종남의 다른 무인들이 부곡을 만류하고 나섰다.

기절한 도화의 맥을 짚어보는 연수.

충격을 받아 기절하기는 했지만, 천영이 도화의 기혈을 잘 보호해서 큰 내상을 입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천영의 내상은 더욱 컸다.

도화를 품에 안은 연수의 전성이 주변을 울렸다.

-돌아간다!

얼굴이 창백한 천화대의 무인들은 천영을 부축하며 연수의 뒤를 따랐다.

종남파의 무인들은 장내를 빠져나가는 연수 일행을 막아설 수가 없었다.

부곡은 유유히 떠나는 사파인들을 보며 이를 갈았다.

“패신살성!”

“듣겠습니다. 목소리를 낮추세요.”

“들으라지! 이곳은 섬서야. 저깟 사파인이 뭐가 두렵다고!”

-두려워해야 할 거야. 오늘의 일은 추후 언젠가 종남에 따질 것이니.

사방을 울리는 육합전성에 종남신권 부곡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

입을 꾹 다문 부곡의 시선이 땅으로 내리깔렸다.

고학루로 돌아온 일행은 별채에 들어서기 무섭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 요상을 시작했다.

놀라 뛰쳐나온 적영대의 무인들은 의문 가득한 눈으로 물어왔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모도산의 질문에 연수는 짧게 대답했다.

“나중에.”

도화를 눕혀놓고는 상태가 제일 심각한 천영의 요상을 돕는 연수.

‘수생목!’

극대화된 목의 기운이 천영의 내상을 치유하기 시작했다.

울컥.

피를 토하기 시작하는 천영.

연수의 도움으로 다급한 상태는 벗어난 천영이었다.

장장 세 시진이 넘게 천영과 십 인의 천화대 무인들의 요상결을 도운 연수는 그제야 가부좌를 틀며 운기 요상을 시작했다.

수생목의 극대화된 목기는 연수의 진탕되며 손상된 혈맥과 기맥을 빠르게 치유하기 시작했다.

“우욱!”

입가로 피를 흘리며 요상을 이어가는 연수.

그런 연수의 주위를 심각한 표정으로 호위하는 적영대 무인들.

천화대의 다친 모습에도 놀랐던 그들은 피를 토하며 운기요상중인 연수를 보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 다른 이도 아닌 패신살성이라는 입신경의 고수이자 자신들의 대장의 부상 당한 모습은 한 번도 상상조차 못해본 그들이었다.

한 시진이 넘도록 요상을 하던 연수의 두 눈이 뜨여지자 연수의 입에서는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젠장! 그 빌어쳐먹을···.”

방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고 욕을 하는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와 눈이 마주친 연수는 뒷말을 머금으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이, 일어났니?”

피를 흘린 연수에게로 엉금엉금 기어 와서는 연수의 입가에 피를 닦아주는 아이.

“많이 아파요?”

“아니. 아저씨는 하나도 안아···.”

자신의 옷에 잔뜩 묻은 피를 바라보는 아이를 보며 뒷말을 흐린 연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낮춰 아이와 눈을 마주쳤다.

“이건 아저씨 몸 안에 안 좋은 피를 뱉어낸 거야. 그러니 아저씨는 하나도 안 아파.”

“네에. 아프지 마요.”

찡-

하고 가슴이 울리는 느낌에 연수는 아이의 몸에 피가 묻지 않게 조심히 안아 들고는 일어서서 아이를 도화가 있는 방으로 데려갔다.

“잠깐만 여기서 언니 옆에 있어 줄래? 언니가 많이 놀라서 몸이 안 좋아.”

“언니···. 아픈 거예요?”

“많이는 아니고 조금.”

아이는 조막만 한 손으로 도화의 이마에 붙은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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