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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놈에서 고수까지-156화 (156/202)

# 156화

막 철가군이 팔쇄가주 재반걸의 근처까지 파죽지세로 다가서고 있는데, 철가군의 등으로 수십 개의 암기가 쏟아졌다.

-따따따따땅!

사람의 등과 쇠붙이가 부딪힌다고는 믿기 힘든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철가군은 오로지 재반걸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그와의 사이에 있는 무사들을 때려죽이고 있었다.

-퍼퍽! 펑!

철가군의 주먹질 한 번에 가슴에 큰 구멍이 나고 머리가 터져 나가는 무사들의 시체가 쌓이기 시작했다.

철가군에게 암기를 투척했던 장내에 도착한 무인들은 철가군의 무식한 전진에 이를 악물며 그를 막아섰다.

철목가와 화령가의 무사들은 점점 몰려드는 사패련의 무사들을 상대로 열세인 수로도 분전하고 있었다.

철가군은 제일 선두에서 앞서나가며 사패련의 핵심 고수들을 압박하고 있었고, 화령가주는 철목가와 화령가의 무사들을 고루 살피며 사방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과연 초절정 고수의 힘은 일반 고수들로는 막기 버거워 보였다.

-콰콰쾅!

난전이 벌어지고 있는 장내의 허공에서 빗살 같은 그림자가 사 층 전각으로 날아간다 싶은 순간 굉음과 함께 전각으로 파묻히는 그림자.

잠시 후 비틀대며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고는 전각 밖으로 나오는 귀형신살이었다.

그런 귀형신살이 강기를 두른 검을 들어 재빠르게 오른쪽을 막았다.

-꽝!

허공에서 나타난 강기의 그림자가 그런 귀형신상의 검과 부딪히기 무섭게 서너 장은 바닥을 굴러가는 귀형신살.

재빨리 몸을 일으키자 어느새 그의 앞에 나타난 연수의 곡월이 그의 어깨 위로 떨어졌다.

-깡! 그그극!

한쪽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잡은 검으로 연수의 짧은 곡월을 막아내고 있는 귀형신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간 세월 좋았지?”

“...”

안간힘을 다해서 연수의 곡월을 막아내는 귀형신살은 대답을 할 여력이 조금도 없었다.

그런데도 조금씩 밀리는 귀형신살의 검.

“얼마나 세월이 좋았으면 이리 실력이 늘었을까? 아쉽겠어. 한 십 년, 아니. 오 년만 더 있었으면 새로운 절대자의 탄생인데 말이야.”

“크윽!”

결국, 밀리다 못해 연수의 강기가 귀형신살의 승모근을 파고들자, 절로 신음을 흘리는 귀형신살이었다.

빙글.

연수의 손목이 도는 순간 귀형신살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서걱! 툭.

“호오. 역시 예나 지금이나 그 감 하나는 끝내주네.”

귀형신살의 어깨를 찍어누르다가 손목을 돌려 그의 목을 자르려 했는데 별호와 같이 귀신같이 몸을 굴러 피한 귀형신살이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의 왼쪽 귀는 흙바닥에 떨어졌고, 귀가 붙어있어야 할 그의 얼굴에는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바닥에 떨어진 귀형신살의 귀를 발로 짓이기며 지르밟는 연수.

“그날에는 기절하는 줄 알았지 뭐야. 복면으로 가리면 못 알아볼 줄 알았나? 원체 노망난 늙은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맹주와 손을 잡고 성주님을 습격할 줄이야 꿈에도 몰랐어.”

“어차피 당시 내가 배신하지 않았다면 내가 성주의 검에 죽었을 것을.”

“뭐 탓할 생각은 없어. 어차피 이런 바닥이잖아? 그러니까 곱게 죽을 생각은 하지 마.”

씩 웃는 연수의 미소에 귀형신살은 움찔거리며 빠르게 주변을 돌아보았다.

철목가와 혈령가는 한참이나 모자라는 수로 사패련의 무사들을 몰아치고 있었다.

물론 그 중심에 철가군과 주염철이 그 대단한 무위를 펼쳐내고 있는 것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도무지 살길이 보이지 않는 귀형신살이었다.

그가 절망적인 표정으로 검 끝을 바닥에 찍으며 검을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키는데 익숙한 기운이 다가옴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몸을 뒤집으며 물러서는 연수.

-콰콰쾅!

엄청난 검기 다발을 피해 물러서자 연수가 있던 자리로 떨어져 내리는 검기 덩어리들.

잠시 날아오른 먼지구름이 잦아들자 적의를 입은 무인 넷이 귀형신살의 주위를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었다.

“정말 죽지도 않고 또 나타나 주었구나!”

연수의 비틀린 입매와 반쯤은 광기로 차오르는 동공.

그 얼굴을 본 네 명의 무인은 흠칫 몸을 떨었다.

-까라라랑!

치열한 전투의 현장에서 날아온 암기들이 연수의 호신강기에 퉁겨져 바닥에 처박혔다.

그런데도 그쪽으로는 시선 한번 주지 않고 적의를 입은 무인들을 바라보는 연수의 신형이 움직인 순간 귀형신살과 네 명의 무인들이 묘한 진을 이루며 공격에 대비했다.

잊을 수 없는 진세였다.

성주가 죽고 무인으로서 한번 죽었던 그 날 겪었던 바로 그 진세.

-스아아아. 푸슛!

곡월에서 나온 반장 가까이 되는 강기가 단단한 방진의 기운을 너무나 쉽게 가르고 들어가자 당황한 무인들이 물러서는 순간 한 무인의 다리 심줄이 끊어졌다.

무릎을 꿇고 앉은 무인의 옆으로 떨어져 내린 연수.

“카~악 퉤!”

그의 정수리에 침을 뱉고는 바닥에 떨어진 그의 장검을 향해 손을 뻗는 연수.

적의를 입은 무인들과 귀형신살은 감히 막아서지 못하고 연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무인의 승모근에 검 끝을 댄 연수는 천천히 검을 사선으로 찔러 넣었다.

“크..아아아악!”

천천히 검을 밀어 넣어 옆구리로 검 끝이 살짝 튀어나오자 눈을 부릅뜨며 비명을 지르던 무인의 몸이 가로 쓰러졌다.

그 잔인한 살해방법에 귀형신살은 절로 어깨가 떨려 왔다.

“또 간다.”

사라지는 연수의 신형.

그와 동시에 사라지는 네 무인.

-콰쾅!

허공에서 한 무인이 바닥으로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철퍼억!

마치 하늘에서 추락한 것처럼 온몸이 짓이겨지며 피떡이 된 무인의 앞으로 연수의 신형이 나타났다.

“카~악 퉤!”

가는 숨을 겨우 이어가는 무인의 얼굴에 연수의 가래침이 달라붙었다.

그리고는 사라지는 연수의 신형.

-투투툭!

이번에는 허공에서 팔다리가 떨어져 내렸다.

-철퍼덕.

몸통만 남은 무인이 허망한 표정으로 자신의 몸에서 떨어져 간 팔다리를 바라보았다.

여지없이 그의 얼굴로 날아드는 가래침.

그와 동시에 그의 단전을 꿰뚫고 등으로 빠져나오는 그의 장검.

-캉! 카카캉!

연수와 몇 번의 손속을 겨룬 귀형신살은 또다시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고 그의 주위를 새롭게 합류한 수백의 사파 인들이 둘러싸고 나섰다.

“하아하아···. 저, 저놈을 막아!”

허공에 둥둥 떠서는 마지막 적의를 입은 무인의 얼굴을 한 손에 쥐고 있는 연수를 가리킨 귀형신살이 악을 써댔다.

하지만 귀형신살을 둘러싼 무인들은 허공에서 사람의 머리를 쥐고 둥둥 떠 있는 고수에게 감히 덤벼들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나는 한번 내뱉은 말은 되도록 지키는 사람이야.”

“...”

얼굴을 잡힌 무인은 전신에 힘이 빠져 도무지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어때? 살길이 있다면?”

“사···. 살려 주시오.”

“좋아. 기분이다. 네놈의 소속과 맹주와 관계를 사람들 앞에서 털어놓는다면 목숨은 살려 주지.”

온몸이 짓눌리는 압박감과 본능적인 공포감에 시달리던 무인은 겨우 입을 열어 목소리를 쥐어짰다.

“무, 무인으로서도 살고 싶소.”

피식 웃은 연수는 꽉 쥐고 있는 손에 힘을 풀며 입을 열었다.

“좋아. 단 약속을 어기면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해 주지.”

무인의 몸으로 한 줄기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온몸이 마비되며 한쪽 구석으로 처박혔다.

천천히 땅으로 내려선 연수는 귀형신살을 둘러싸고 잔뜩 긴장한 무인들을 보았다.

-들어라. 너희 사패련은 시작부터 잘못된 부정이다. 같은 사파인으로서 한 번의 아량을 베풀어 주마. 잘못된 사패련을 부정하고 사황성의 아래 사파의 가치를 다시 세워라.

조용한 음성은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사패련 구석구석을 울렸다.

“헛소리! 이 마교의 개새끼가 어딜 헛소···.”

“누가 마교의 개일까?”

귀형신살의 인생 중 지금보다 더 놀란 적은 단연코 없었다.

분명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등줄기로 소름이 오르며 다리가 후들거렸다.

무인이 완성된다는 경지에 오르고도 다음 벽을 코앞에 두고 있는 자신이었다.

강호 전체를 통틀어 열 손가락의 고수를 꼽으면 꼭 들어가는 자신의 다리가 절로 떨려 왔다.

덥썩.

뒷덜미를 움켜쥐는 손길.

그와 동시에 눈앞에 보이던 죽이고 싶은 놈의 신형이 사라졌다.

귀형신살의 등 뒤로 나타난 고수에게 검을 겨누며 움직이려는 무인들.

“움직이면 죽어.”

오싹.

수백의 무인들은 순식간에 자신들을 옭아매는 살기에 덜덜 떨기 시작했다.

한치도 움직일 수 없는 살을 에는 듯한 느낌.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그 순간 목이 떨어질 것 같은 공포는 사패련의 무인들로서는 난생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망노. 마지막으로 할 말은?”

귀형신살의 옆으로 얼굴을 들이민 연수의 말에 귀형신살의 몸에서 폭발적인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진원을 폭발시킨 귀형신살이었다.

-뻐억!

“허어억···.”

연수의 주먹이 귀형신살의 등을 때리자 투경의 묘리가 그대로 그의 단전을 파고들며 단전을 찢어 버렸다.

단전과 함께 긴 세월을 쌓아왔던 엄청난 양의 내기가 한순간에 흩어지자 귀형신살의 피부가 더욱 쭈글쭈글해지며 머릿결이 푸석푸석하게 변해 갔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후, 후회는 없···.”

-툭.

허무하게 떨어져 바닥을 구르는 귀형신살의 목.

그의 머리 위에 침을 뱉는 연수.

잠시 죽은 귀형신살을 바라보던 연수는 그대로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망노의 목을 베었다! 들어라! 사패련은 끝났다. 부정에서 태어난 사패련은 이제 죽었다. 항복해라! 항복하는 자는 살려둘 것이다. 대항하는 자는 그 누구라도 목을 자를 것이다!

-와와아아아아!

철목가와 화령가의 무사들은 격전 속에서 함성을 내지르며 사기를 올렸다.

사패련의 수뇌들은 이를 악물며 무사들을 독려해 항전하려 했지만, 도무지 그럴 수가 없었다.

-쩌어어억!

“끄아아아악!”

어깨서부터 골반까지 철가군의 손에 잡혀 찢겨 죽는 팔쇄가주 재반걸의 모습을 보는 순간 모든 전의가 꺾이며 도무지 싸워 볼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온몸에 뜨거운 피를 뒤집어쓴 철가군의 살기로 번들거리는 눈빛을 마주친 간부들이 속속 무기를 버리고 항복을 해왔다.

물론 끝까지 무인들을 독려하며 항전하는 자들도 적지 않았다.

그때 사패련의 입구 쪽에서 큰 소란과 함께 일련의 무인들이 들이닥쳤다.

겨우 사십여 명의 무인들. 하지만 그들의 앞에 광기에 물든 얼굴을 한 자를 본 많은 무인은 몸을 흠칫 떨어야 했다.

청화패성 수일지.

오욕의 시간 동안 칼을 갈아온 그가 일단의 무인들을 이끌고 살기를 줄기줄기 흘리고 있는 모습은 보는 순간 몸서리가 쳐졌다.

“모두 죽여!!”

장내에 난입하며 파죽지세로 무사들을 베어 넘기는 무인들.

한쪽에는 무기를 버리며 항복하는 무리와 싸움에 휘말려 피를튀기며 살기 위해 무기를 휘두르는 무인들.

아수라장 같은 장내는 한동안 정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스아아아아아.

기이한 소리와 함께 백여 명에 가까운 무사들의 허리가 반으로 갈라지며 피바다가 열렸다.

그들의 시신 앞에 고고히 서 있는 연수의 모습에 장내에 무인들은 잠시간 멈칫하며 그 광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지막 기회다. 항복하는 자는 무기를 버리고 물러서라.

-쨍그랑! 철컹! 철그랑!

여기저기서 몸을 덜덜 떠는 무인들이 무기를 버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포기하지 마라! 곧 주변에서 지원을···.”

-툭.

청화패성 수일지의 일 검이 무사들을 독려하던 무인의 목을 깔끔하게 쳤다.

땅에 떨어진 무인의 머리에 발을 올리고 힘을 주는 청화패성.

-퍼석!

으깨진 그의 머리를 짓이기며 번들거리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청화패성의 모습에 무기를 버리는 무사들의 수가 점차 늘어 갔다.

이제는 거의 모든 무인이 무기를 버렸고, 화령가주 주염철과 철목가주 철가군은 여섯 명의 무인들을 포박한 채 장내로 들어왔다.

“적영대장! 패륜아들을 잡아 왔어! 이들을 어찌 죽여야 잘 죽였다. 소문이 날 것 같은가?!”

철가군의 쇠를 가는 듯한 목소리에 잡혀 온 무인들은 어깨를 흠칫 떨었다.

사황성주 패천후의 직계제자들.

그들을 피가 강을이룬 격전의 싸움이 끝난 곳에 무릎 꿇리는 철가군.

장내의 모든 무인이 피를 뒤집어쓰고 있음에도 그들의 몰골은 너무나 멀끔했다.

“쥐새끼 같은 놈들이 도망갈 궁리를 하고 있더군. 퉤!”

말을 마치며 그들에게 침을 뱉는 주염철.

그들에게 뚜벅뚜벅 걸음을 옮기는 연수의 손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곡월이 쥐어져 있었다.

“패륜은 정사를 떠나 지탄받아 마땅하지.”

연수의 말에 여섯 명의 무인들은 가슴이 철렁했다.

“사, 살려 주시오!”

목숨을 구걸하는 적연단의 모습에 사패련 무인들의 한탄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분을 배신하고 그분의 명예를 짓밟은 너희들에게 베풀 아량은 눈곱만치도 없어. 안 그렇소? 청화패성!”

“그럼요! 천 갈래 만 갈래 찢어 죽여도 모자라지요!”

피가 뚝뚝 흘러내리는 검을 들고 성큼성큼 걸어오는 수일지를 보며 적연단은 다급해졌다.

“마, 망노요! 망노가 시킨 것이오! 그를 따르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했소. 그가! 그가 맹주와 모두 꾸민 일이오! 그분만 없어지면….”

-툭.

청화패성의 일검은 그의 목을 깔끔하게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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