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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놈에서 고수까지-48화 (48/202)

# 48화

연수는 한동안 내가 수련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묵연대의 무사 수는 대장을 빼면 총 스물두 명이었다. 그중 경계근무를 서는 무사는 두 명이 전부였다.

가주와 첫 번째 첩 그의 아들이 머무는 내원 내에 제일 큰 안채는 앞으로 묵연대 무사의 숙소가 들어서 있기에 경계근무를 서지 않고 결국 강진령의 두 번째 첩과 그의 아들이 머무는 내원 한쪽에 작은 안채만 경계가 필요한 장소였다.

연수가 듣기로는 강진령이 지내는 안채에는 몸을 숨긴 근접호위가 따로 있다고 들었다.

‘어차피 강진령에게 접근할 생각도 없었으니까. 상관없겠지.’

연수가 지금 목표로 삼은 건 강진령의 두 번째 첩의 아들이었다.

이제 아홉 살이 되었다는 강진령의 셋째아들 강후민 분명 한참 가전 무공을 익히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스물두 명의 무사가 두 명씩 돌아가며 두 시진을 경계근무 선다. 그 외에는 강후민이 거주하는 안채에는 통 접근하기가 쉽지 않으니 방법이라고는 경계근무를 설 때밖에는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같이 근무를 서는 무사를 신경 쓰자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찌하는 것이 좋을까?’

연수는 궁리해 봤지만, 현재로서는 딱히 방법이 없었다.

경계근무 서는 무사 둘을 따돌리고 강후민을 살필 정도의 실력은 되질 않고 그렇다고 경계근무를 설 때 어떻게 해 보기에도 쉽지가 않았다.

‘일단은 경계를 서며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고 이목공으로 살피는 수밖엔 없나?’

스물두 명의 무사가 돌아가며 근무를 서다 보니 22 시진에 한 번씩밖에 근무를 설 수가 없다는 것도 의외로 짜증스러웠다.

‘얼추 이틀에 한 번꼴인데.’

연수가 묵연대에서 첫 근무를 서던 날은 해가 지는 저녁 시간이었다.

근무교대를 하고 연수와 선임 무사 한 명이 근무를 서기 시작한 지 일각이 지났을 때쯤 초상화를 통해 얼굴을 익힌 강진령의 둘째 아들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선임 무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소 공자님 오셨습니까?”

소 공자 소리에 강후명의 미간이 구겨졌다.

잠시 무사를 노려본 강후명은 선임 무사의 어깨를 밀치며 안으로 들어갔다.

“선배 저 공자는 왜 저럽니까?”

“소 공자 소리를 싫어한다. 소 장주 또는 대 공자라는 말을 들으려고 안달이 나 있지.”

“장원의 장남은 따로 있지 않나요? 정실부인의 아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왜 없겠어? 경 부인과 대 공자는 북경에서 거주 중이다.”

“아, 별거 중이라는 말도 얼핏 들었던 것 같은데···.”

“대외적으로는 군부에 출사한 장남의 뒷바라지를 위한다고 하고 있지. 하지만 강 어르신의 첩실들과 정실부인 사이가 안 좋다 보니 경 부인께서 떠나신 거지.”

“아 그렇군요.”

선임 무사는 안채로 들어서는 강후명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나저나 또 시작이구나.”

“시작이라뇨?”

무사는 잠시 주위를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어르신의 둘째 아드님과 셋째 아드님은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지. 정확히 말하면 둘째 공자가 셋째 공자를 쥐잡듯 잡고 있거든.”

“어떻게 말입니까?”

“가전 무공을 가르친다는 핑계로 가끔 죽지 않을 만큼 두드려 놓는다.”

“아 그래요?”

연수의 눈이 반짝였다.

연수는 귀를 기울이며 이목공을 펼쳐 뒤편 안채에 집중했다. 거리가 꽤 떨어져 있기는 했지만 안채내에 대화 소리가 흐릿하게 들려왔다.

“둘째 형님 안녕하셨습니까?”

“그래, 너는 강가쾌련창법을 얼마나 익혔느냐?”

“저···. 그, 그게···.”

“초식은 다 외웠겠지?”

“예···.”

“좋다. 그럼 봉을 들고 덤벼 보아라.”

“혀, 형님···.”

“어허! 내 몇 번을 말하지 않았느냐? 우리 가문의 가전 무공은 할아버님 대부터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종남파와의 연 덕분이었지. 그때 할아버님은 종남과 무슨 약조를 하셨다고 했지?”

“무공의 비급을 절대 남기지 않는다고 하셨다 했습니다.”

“또?”

“가전의 무공은 절대 비전으로 혈육 외에는 전하지 않고 오로지 구전으로만 전수한다 하셨습니다.”

“그래. 우리는 강씨가문의 혈육으로써 가전 무공인 강가쾌련창법을 익히고 또 익혀야 한다. 나 또한 너보다 어릴 때부터 큰형님에게 질리도록 비무로 단련을 받아왔지. 이건 우리 집안의 전통이다. 봉을 들 거라.”

‘어쩐지 이러니 사부께서 아무리 찾아도 비급을 찾을 수 없었겠지.’

-퍼 퍽! 퍽!

“합!”

-빡!

“크흑!”

“사내새끼가 어딜 눈물을 보이느냐? 무가의 자제로서 체면이 있지!”

그 이후로 연수는 일각이 넘게 이어지는 매타작 소리를 들었다.

장원의 셋째 아들놈의 비명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졌는데 딱 들어보니 하루 이틀 패본 솜씨는 아닌 것 같았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강도를 높이면서 패는구나. 거 사람 팰 줄 아는 놈일세?’

근무를 서는 곳까지 비명이 들려오자 선임 무사가 인상을 찡그렸다.

“거 어린 공자가 어째 저리 손속이 매운지···. 쩝”

“이런 일이 자주 있나요?”

“거의 삼, 사 일에 한 번꼴로 있지.”

“장주 어르신은 관여하지 않는 건가요?”

“반년 전에 셋째 공자 다리가 부러진 적이 있는데 그때 잠시 둘째 공자를 나무란 적이 있기는 했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저 꼴이었다.”

“그래요?”

‘저 셋째아들은 어린 나이에 왜 눈 밖에 났을까?’

매타작 소리와 강후민의 비명이 끊어지자 연수의 눈이 커졌다.

“잘 외워두라고 며칠 후에는 구결 검사를 할 것이다. 얼마나 아둔하면 일 년이 넘도록 아직 구결을 다 못 외우는 거냐?”

“으, 으으···.”

“쯧쯧, 연동서하 벽두진쾌 후연화임 화조광련······. 마음이 죽으면 음기가 살아나고 음기가 사그라지면 정신이 살아나니 정신을 가다듬어 조화를 이루는 구나.”

강후명은 매타작이 지쳐 정신을 잃은 듯 바닥에 널브러진 강후민을 향해 구결을 전부 외워주고는 돌아섰다.

‘체 반도 못 외웠잖아. 근데 무슨 놈의 구결이 저리 뜬구름 잡는 식이지? 알아먹기 힘드네. 장괘구권이랑은 아주 다른데?’

연수는 사부가 정파의 구결은 암구어와 뜬구름 잡는 말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이야기한 것이 생각났지만 장괘구권을 익혔기에 어느 정도 알아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외운 구결 중 제대로 알아들은 부분이 거의 없었다.

‘일단은 외워두자. 잘만 하면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싸늘한 표정의 강후명이 나오자 연수와 선임 무사는 고개를 숙였다.

“흥!”

콧방귀를 뀌며 선임 무사를 노려보고는 지나가는 강후명.

‘거 애새끼 싸가지 하나는 진국일세?’

“어째 선배 제대로 찍힌 것 같습니다?”

“별수 있냐? 그렇다고 대공자니 소장주니 하고 불렀다가 진짜 소장주님 귀에 들어가면 군부랑은 영원히 안녕인데.”

“소장주님이 군부에서 힘이 좀 있나 보죠?”

“좀? 좀이면 신경도 안 쓴다. 차기 어림군 도독으로 지명되는 군부 최고 고수 중 하나가 섬멸창 강후현이야.”

“그래요? 군부 쪽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요.”

그때 연수의 귀로 흐느끼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흑흑···. 민아, 민아 괜찮으냐?”

“어, 어머니···.”

‘뭐야? 안채에 애 엄마도 있는데 애를 잡은 거였어?’

놀란 연수는 슬쩍 선임 무사에게 물었다.

“이 안채는 셋째 공자만 쓰는 안채인 거죠?”

“뭐? 너는 경호 경계서는 놈이 요인파악도 못 하냐? 이 안채에는 셋째 공자와 셋째 부인이 머물고 계시잖아!”

“네? 그럼 셋째 부인이 있는 데서···.”

연수의 의중을 파악한 선임 무사가 한숨을 쉬었다.

“뭐 별수 있냐? 가풍이 이런데, 예전에 대장에게 들었었는데 대부인과 소장주님이 한집 살 때 저 둘째 공자도 꽤 시달렸다고 들었다.”

‘뭔 놈의 집안 꼬락서니가···.’

연수는 흐느끼는 셋째 부인의 소리에 이목공의 운공을 중단했다.

‘들을 건 다 들었지.’

연수와 선임 무사가 씁쓸한 표정으로 근무를 계속하는데 저 멀리 교대 근무자 둘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하나는 연수도 눈에 익은 자였는데, 왼쪽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멍이 든 것이 제대로 얻어맞은 자국이었다.

“킥킥, 반수 선배에게 덤볐다더니 무슨 간땡이로 그랬냐?”

선임 무사의 말에 영호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신경 쓰지 마시죠?”

“어쭈? 어떻게 나랑도 비무 한번 해볼까? 정신 덜 차렸지?”

“...”

영호는 인상을 구긴 채 연수만 노려봤다.

“아서라, 괜히 죄 없는 신입한테 비무니 뭐니 화풀이 잘못했다가는 종각 근무 서는 수가 있다.”

연수와 선임 무사는 대충 인수인계를 마치고는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연수는 뒤통수에 닿는 뜨거운 영호의 시선이 조금 거슬렸지만 별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근데 종각 근무는 뭐에요?”

“아, 두 시진 근무 두 시진 휴식을 계속 반복하는 거. 우리 대장이 다른 거는 몰라도 신입에게 가혹 행위 하거나 선배에게 하극상하는 걸 끔찍이 싫어하거든. 예전에 어떤 선배가 신입이 건방지다며 비무를 가장해 반 죽여 놓은 적이 있었는데 아마 삼 개월간 종각 근무했지? 그리고 영호 저놈도 선배에게 잘못 개겼다가 6개월간 종각 근무 선 적 있다. 혹여 저놈이 도발해도 넘어가지 마라. 괜히 골치만 아파.”

선임 무사의 말을 듣는 연수의 표정이 점점 밝아졌다.

‘그런 방법이 있다는 말이지? 안 그래도 저 빌어먹을 놈 재수가 없었는데 조만간 날을 잡아야겠군.’

연수는 입이 귀에 걸릴 듯 벌어지며 눈을 반짝였다.

“수고했다. 쉬어라.”

“예. 선배도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그래.”

손을 머리 뒤로 흔들며 숙소로 들어가는 선임을 보며 연수는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식단이 뭐더라?’

식당에서 대충 끼니를 때운 연수는 단창을 꺼내 들고는 묵연대 전용 연무장으로 갔다.

시간이 많이 남는 묵연대의 무사들은 왕왕 연무장에서 수련하고는 했는데 연수가 수련을 하러 연무장에 나왔을 때는 마침 아무도 없었다.

‘도대체 이놈들은 무인이라는 놈들이 도통 수련하는 꼴을 못 보네. 하루 한 시진 깔짝대고 맨날 술이나 처 마시지를 않나 쯧쯧.’

묵연대의 무사들은 쉬는 틈이 많다 보니 장원에 내원을 벗어나지만 않으면 꽤 자유가 보장되는 편이었다. 물론 적연대와 청연대만큼 자주 외출을 하거나 할 수는 없지만, 장원 내에서만큼은 다른 무사들에 비해 행동의 제약이 적은 편이었다.

그런 놈들이 하는 여가라고는 술과 수다 별 쓸데없는 농담이 전부이니 연수의 눈에는 보통 한심하게 보이는 게 아닐 수 없었다.

연수는 호흡을 내리며 다리를 굽혀 자세를 낮추고 합연십이창을 펼치기 시작했다.

밥을 먹고 나와서 날이 깜깜할 때부터 창을 휘두른 지 꼬박 세 시진이 지나자 연수는 밝은 보름달을 보며 이마에 땀을 닦았다.

“후유.”

‘이제 좀 알 것도 같네.’

숨을 좀 돌린 연수는 숙소로 돌아와 웃옷을 벗고는 물구나무를 섰다.

약지 한 손가락으로 물구나무를 선 연수.

“후우···. 역시 약지는 조금 힘드네.”

최근 들어 검지만으로 신체단련을 하는 것이 너무 쉬워진 연수는 약지와 소지만 가지고도 100개의 물구나무서서 온몸 굽혀펴기를 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중이었다.

신체단련까지 끝이 나자 그제야 새 무복과 몸을 닦을 천을 챙겨 세면장으로 간 연수는 큰 탕에 받아 놓은 물을 박으로 만든 바가지로 퍼 몸에 끼얹으며 땀을 씻어 내렸다.

“후유~ 시원하다.”

이제 막 개운하게 몸을 씻어내고 새 무복으로 갈아입고 세면장을 나서는데 영호와 마주친 연수.

영호는 연수를 보자 눈을 부라렸다.

“애송이, 선배를 봤으면 아는 체 좀 하지?”

“...”

고개만 까딱하고 영호를 지나쳐 나오는 연수.

최근 마주칠 때마다 꼬투리를 잡으려는 영호가 귀찮아 무시로 대응하던 연수였다.

“야, 사람이 말을 하면 대답은 해야지? 네놈 사문에서는 그런 예의도 안 가르쳐 주냐? 아, 스승이 사파 놈이랬나?”

연수의 낯빛에 장원에 들어오고 처음으로 순수한 분노가 서렸다.

“지금 너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거 알고 있냐?”

“뭐! 너? 너! 이게 미쳤구나?”

“됐고, 연무장으로 나와라. 달빛이 밝더라.”

연수는 단창을 챙겨 연무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어슬렁거리며 연무장으로 걸어 나오는 영호.

“안 그래도 마음을 고쳐먹었거든. 너 하는 짓이 영 두고 보기 힘들던 차에 한번 정신교육 좀 해주려고 했다.”

“아주 미쳤구나? 선배에게 감히 너?”

“선배고 나발이고 사문이 모욕당한 마당에 그런 자질구레한 거 따질 만큼 속 좋은 병신은 아니라서.”

“크크크, 꼴에 무인이라고.”

“그러게 너 같은 것도 꼴에 무인이라고 내가 그나마 무인대접은 하고 있네. 말이 길 필요 없지?”

연수는 단창을 들었고, 영호는 입매를 비틀며 중도를 뽑았다.

“지난번 같이는 안될 거야.”

“두고 보면 알겠지.”

연수는 달려 들어오는 영호를 향해 마주 달려나가며 단창을 휘둘렀다. 연수의 단창에 아지랑이가 폭사하듯 뿜어졌다.

“흥!”

마주 중도를 휘두르는 영호. 영호의 중도에도 아지랑이가 뿜어졌다.

-캉!

번쩍하는 불꽃과 함께 재차 휘둘러지는 두 사람의 무기.

연수는 영호의 무공이 너무나 하찮아 보였다.

도는 검에 비해 베는 형식의 초식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당연했다. 도는 베는데 특화된 무기이니 그렇기에 도법일수록 쾌도가 위력을 내기 쉬웠는데 영호의 도는 너무도 느렸다.

그렇다고 중도를 쓰면서 강력한 일격으로 몰아붙이느냐 하면 그 또한 그저 그랬다. 중도를 쓰느라 가뜩이나 느린 놈이 위력도 별거 없다면 더는 말이 필요 없었다.

‘하수.’

연수의 상체가 잠시 움츠러들듯 쪼여졌다.

연수의 중단을 향해 날아드는 중도.

“지난번처럼 막아 보지그래?”

움츠러들었던 연수의 상체가 획 돌며 연수의 창이 도를 향해 날아들었다.

-깡!!!

마음먹고 영호의 도를 있는 힘껏 쳐낸 연수였다. 마치 단창을 야구방망이 잡듯이 잡고 공을 치듯 휘두른 단창과 부딪힌 영호의 중도는 휘둘러진 것보다 빠르게 뒤로 물려 졌다.

그 정도로 영호의 중도는 연수의 눈에 훤히 보였다.

찢어진 손아귀 때문에 중도를 놓칠뻔한 영호의 눈이 부릅떠졌다.

-찌익

옷소매를 찢어 중도를 쥔 손을 칭칭 감은 영호는 이를 악물며 뒤로 물러서더니 연수를 노려봤다. 그런 영호의 중도에서 아지랑이가 점점 압축되듯 강렬한 기운을 풍기며 뭉쳐졌다.

“핫!”

기합 소리와 함께 허공을 향해 휘두른 영호의 중도에서 사납고 거친 도기가 뻗쳐 나오며 연수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 기도 안 차네.’

저렇게 느린 도기도 어이가 없었지만 겨우 도기 한줄기 뽑아내고 숨을 몰아쉬며 지쳐있는 영호를 보자 연수는 코웃음이 나왔다.

간단히 옆으로 보법을 밟는 것만으로 영호의 도기를 피한 연수는 빠르게 영호를 향해 다가섰다.

연수가 도기를 쉽게 피해 버리자 영호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깡! 퍼퍽!

다시 한번 연수의 단창과 중도가 부딪치자 겨우 손에 매달려 있던 소매가 찢어지며 중도가 멀리 떨어져 나갔고 무방비 상태 영호의 얼굴로 연수의 발과 손이 날아들었다.

“비겁하단 말 듣기 싫으니까, 똑같이 적수공권으로 상대해 줄게.”

-퍽퍽퍽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퍽!

연수의 육합권은 무황도 꺼려할 정도의 숙련도를 자랑한다. 연수의 주먹은 영호의 온몸 구석구석 안 닿는 곳이 없었다.

그런데도 신기한 것은 영호의 몸이 조금도 뒤로 밀리지를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직 쓰러지면 안 돼.”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마지막 연수의 손바닥이 영호의 가슴에 닿자 그제야 영호는 뒤로 날아가며 입으로 피를 뿜었다.

“으으으···. 그, 그만···.”

“그리 부탁하는데 더 때려 줄 수는 없지. 앞으로는 남에 사문을 모욕하는 짓거리는 자제하도록 해. 그 실력으로 그랬다가는 모가지가 잘려도 열 번은 더 잘릴 테니까. 그나마 내가 착하니까 이 정도로 끝나는 거지, 진짜 성질 더러운 사파 인이었으면 사지 근맥을 끊어 놨을걸?”

영호는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도 없이 몰려오는 통증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연수에게 맞고 난 뒤로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점점 더 몰려오며 중첩되어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연수는 그날 밤 기분 좋은 잠에 빠질수 있었다.

다음날이 되자 연수는 대장의 호출을 받고는 대장의 집무실로 불려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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