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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목세가의 역대급 망나니-235화 (235/236)

235화 종장 (1)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풍은 몸집을 키워 중원을 집어삼키기 전에 완전히 소멸되었다.

물론, 전대 천마가 무림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려놓은 상태였기에 정파에도 피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단목장룡이 육왕을 위시한 각 지역의 고수들을 무림맹으로 소집하지 않아 해당 지역에서 마교도를 상대할 고수들의 부재가 없었던 이유가 컸다.

정파에서는 이번 기회에 마교를 완전히 끝장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새로이 천마신교의 교주가 된 영령이 난주에 나타나 정파 무림과 사파 무림에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여 주었고, 완전히 갈등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다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단목장룡은 전쟁의 끝을 선포하고 석 달 동안은 무림맹주로서 각 문파의 수장들과 회담도 가지고, 무림맹의 수뇌들과 여러 회의를 거쳐 짧은 전쟁의 뒤처리를 모두 끝냈다.

단목장룡의 평판은 날이 갈수록 올라갔다.

물론, 그의 위상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그것을 흠집 내려는 사람이나 세력도 존재했지만 중원인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그들의 목소리는 전혀 힘을 키우지 못했다.

그들은 단목장룡의 과거를 들먹이며 어릴 적엔 매번 기루에 들락거리며 주색잡기에 빠져 있었다고 여론을 조작하려 했지만, 그것이 설령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어쨌느냐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그는 중원에선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되어 갔다.

마교만이 강자존을 숭배하는 것은 아니다.

강호라는 곳은 고수를 동경하고 찬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군다나 단목장룡은 평범한 고수 수준이 아니다.

정파 무림에서 최강이라 일컬어지던 육왕(六王).

구파일방의 장문인이나 오대세가의 가주 중에서도 일부만 오른 경지에 오른 이들이다. 그리고 단목장룡은 육왕보다 더 높은 경지에 올랐다는 것이 강호의 절대적인 의견이었다. 아니, 그것은 사실이었다.

천하제일인이라는 칭호도 단목장룡에게 부족했다.

그는 천하제일인이 아닌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으로 불리고 있었다.

별호 또한 달라졌다.

유성검룡(流星劍龍)은 화산파의 장문인 적하 진인이 용봉지회에서 우승한 단목장룡에게 내려 준 별호였다.

하지만 유성검룡이라는 별호로는 단목장룡을 완전히 표현할 수 없었다. 부족하고 또 부족하다. 단목장룡을 표현할 수 있는 별호가 무엇일까? 호사꾼들과 강호의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다양한 별호가 등장하여 난립했지만, 마지막에 남은 별호는 하나뿐이었다.

천마신교의 천마(天魔)와 극마에 오른 부교주들을 단신으로 꺾고, 사파제일인으로 불리던 사마련주 사마백혼에게 승리한 그에게 붙여질 단 하나의 별호.

무신(武神).

검신(劍神)이라는 별호도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지만, 단목장룡은 단순히 검만 잘 다루는 것이 아니다. 그의 무공을 한 번이라도 견식한 사람이라면, 단목장룡의 무공은 궤를 달리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으리라.

천 년의 시간이 흐른다고 한들, 단목장룡을 뛰어넘는 고수가 나올 것인가?

무림에선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수많은 왕(王)의 별호를 가진 이들이 등장했었지만, 단목장룡은 그것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그를 칭할 수 있는 별호는 신(神)뿐이었다. 무(武)의 신. 단목장룡은 지금 무신으로 불리고 있었다.

무신으로 추앙받는 단목장룡.

당연히 그가 속한 단목세가의 세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과거 단목세가는 명가로 취급받곤 했으나 오대세가에는 한참 부족한 가문으로 취급받았다. 세력으로 따지면 오대세가에 미치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한 명의 존재로 인해 단목세가의 격은 몇 단계나 높아졌다.

단목세가는 당당히 오대세가의 반열에 올랐다.

아니, 이제는 남궁세가를 제치고 천하제일가로 불리고 있었다.

이제껏 천하제일가로 명성을 떨쳤던 남궁세가는 반박하지 못했다. 당연히 무림인들은 자존심이 강하다. 하지만 남궁세가의 가주 패왕 남궁욱이 단목장룡에게 패배했다고 인정하고 있는 와중에 괜한 자존심을 부리다간 역풍을 맞는다.

단목장룡의 존재 하나만으로 단목세가는 감히 건드려선 안 될 가문으로 거듭났다.

그것은 정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새로이 사마련의 련주가 된 암천회주 갈천능 또한 정파와의 싸움은 용납할 수 있어도, 단목세가와의 충돌은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고 선포한 상태였다.

사파와 정파는 섞일 수 없는 기름과 물과 같은 사이였다.

아무리 평화조약을 맺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싸우게 된다. 애초에 무림에서 완전한 평화는 없었다. 정파 내에서도 지금도 크고 작은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무림이 아니라 인간이 군집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라면 싸움은 피할 수 없다.

그런 무림이지만, 단목세가는 감히 건드려선 안 될 문파로 거듭났다.

무림에서 힘깨나 쓴다는 문파나 가문들도 마교에 비해서는 조족지혈이다. 그런 마교를 단신으로 끝장내다시피 한 인물이 단목장룡이다. 단목세가를 건드리는 것은 곧 단목장룡을 건드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원 무림에서 단목장룡은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었다.

당연히 강호에선 단목장룡이 향후 오십 년은 맹주의 자리를 유지하며 무림맹을 이끌어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서른이 되기도 전에 무림 맹주의 자리에 올랐으며, 이제까지의 맹주들보다 훨씬 나이가 적었다. 연륜이 적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마교와의 싸움에서 그가 보여 준 모습을 생각하면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정파 무림의 영웅이었고, 감히 그의 자리를 탐하려는 이들은 없었다.

마교와의 전쟁이 마무리되고, 사파와의 관계가 재정립되었을 때. 단목장룡의 시대가 만개하려 할 때.

단목장룡은 돌연 맹주의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선언했다.

당연히 중원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 * *

“크음……. 맹주님, 다시금 생각해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단목장룡을 찾아온 것은 화산파의 장문인 적하 진인이었다. 그는 단목장룡이 만들어 낸 기적을 보았다. 오백 년 전의 고수인 정신이 나가 버린 공공 대사를 꺾고, 마교와의 전쟁을 홀로 막았다. 그런 업적을 가진 이가 정파 무림의 지존이 아니라면 누가 될 것이란 말인가?

그는 단지 무림맹주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무림의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과거 무림맹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그리고 중소 문파의 연합으로 서로 세력을 늘리려 온갖 정치질이 가득했다. 하지만 요즘 무림맹에선 그러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차피 정치를 해서 세력을 늘린다고 해도 단목장룡을 밀어낼 순 없었다.

무력으로는 당연히 안 되고, 명분으로도 그를 몰아낼 수단이 없었다.

더군다나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 그리고 중원에서 명성을 떨치는 모든 고수들이 가장 존경하는 무인으로 단목장룡을 꼽는다. 그의 나이나 배분이 어떻든 간에 단목장룡은 대인(大人)이었다.

정파 무림이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

왜 그가 무림맹을 떠나려고 하는가?

그러한 의구심은…….

단목장룡이 정파 무림에 실망하여 강호를 떠나려 한다는 것으로 변질되었으며.

감히 누가 무신의 심기를 건드렸는지에 대한 분노로 변화했다.

과거 의창현에서 단목장룡이 주색잡기에 빠져 있었다는 소문을 악의적으로 퍼트린 문파는 강호 전체의 몰매를 맞고 있었다. 그 소문에 무신께서 노하셨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쫄딱 망하게 될 것이다.

또, 무림맹 내에서도 백단부흥회에 가입한 이들이 맹주전에 모여 무릎을 꿇고 부디 무신께서 마음을 바꾸길 기원하고 있었다. 당연히 대놓고 단목장룡에게 그만두지 말라고 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먼 옛날부터 비는 하늘의 뜻이라며 기우제를 올리는 것처럼.

단목장룡이 그들을 측은히 여겨 변심하길 기다리는 것이다.

단목장룡이 선언한 퇴임일이 다가오자 무림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고 있었으며, 보다 못한 적하 진인이 찾아왔다. 당연히 그 또한 조심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모든 무인이 무신께서 맹주의 자리에 머무시는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러한 마음입니다.”

마지막으로 서류를 정리하고 있던 단목장룡이 붓을 내려놓는다.

단순한 행동일 뿐이지만, 그 모습에 적하 진인이 긴장한다. 단목장룡은 현 무림에서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아무리 화산파의 장문인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단목장룡이 무림맹주의 자리를 맡은 것은 마교와 싸우기 위해서였다.

결과적으로 맹주의 자리에 오르지 않았어도, 복수에는 성공했을 것이다. 그가 석 달이라는 시간 동안 맹주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은 것은 마지막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였다.

그 또한 인간이었다.

다른 이들에게 존경받고 추앙받으며 자신만의 무림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왜 없으랴? 단상 위에 올라 무인들의 타오르는 눈빛을 마주하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실제로 경험하지 않으면 그 울림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단목장룡은 그것보다 일상을 택했을 뿐이다. 단목장룡이 원하는 것은 그것뿐이다.

“죄송합니다.”

단 한 마디.

단목장룡은 적하 진인에게 사과했다. 그 말에 적하 진인은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단목장룡을 붙잡기 위해 온갖 이유를 머릿속에 정리해 왔던 적하 진인이지만, 그의 사과에 어떠한 말도 입에 올리지 못했다.

“적하 진인께서 무림맹을 이끄신다면 저보다 훨씬 나은 무림맹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닥쳐 오는 부담감.

현재 무림맹에 있는 육왕은 그 하나뿐이었다.

단목장룡의 곁에서 간간이 무공의 가르침도 받고, 그를 보좌하겠다는 생각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다 보니 적하 진인이 새로운 무림맹주의 후보로 떠오르고 있었다. 물론, 그를 지지하는 무인의 비율은 일 할도 채 되지 못했다.

구 할 이상이 단목장룡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다.

그 적극성과 열렬함은 상상만으로도 화경에 오른 적하 진인이 긴장할 수준이었다.

“적어도 반년… 아니, 일 년만이라도…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지금 제가 무림맹주의 자리에 오른다면… 후우우… 솔직히 말해 감당할 자신이 없습니다.”

화산파의 장문인이 감당할 수 없다고 할 수준이었다.

그것은 구파일방의 다른 장문인이나 오대세가의 가주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무림맹주라는 자리는 모든 무인이 선망하는 최고의 자리였다. 당연히 적하 진인도 그 자리에 오르고 싶은 욕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대 맹주가 무신이라 불리는 별호를 가지고 있다면? 단목장룡의 다음으로 맹주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제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제가 적하 진인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면 걱정하신 만큼 부담이 되진 않으실 겁니다.”

“…그건 그렇겠지요.”

단목장룡이 직접 선정한 후임 맹주?

그 위력은 상당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부담감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후우우우우우…….”

차라리 적과 싸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정도의 부담감.

적하 진인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화산파의 장문인이 이렇게 약해진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오직 단목장룡뿐이리라.

단목장룡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다면 이건 어떻겠습니까?”

“무슨……?”

단목장룡이 적하 진인의 앞에 선다.

“만화천검의 개선판.”

“예……?”

“지금 무림에서 맹주라는 자리를 맡아 주시는 부담감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크으음……!”

적하 진인의 눈동자가 또르르 굴러간다.

심장의 고동 소리가 점차 커져 가고 있었다. 그 누구도 아닌 단목장룡이 만화천검을 개선해 준다? 절대 고수들은 자신들만의 길을 추구하며, 무공에 관해서라면 결코 굽힐 수 없는 자존심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자존심도 압도적인 존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이미 몇 번이고 단목장룡과 비무를 해 본 적하 진인은 잘 알고 있었다. 단목장룡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괴물인지 말이다.

그가 만화천검을 개선해 주겠다고 한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래도 부담되신다면… 남궁세가의 가주님이나 대청 진인께…….”

“하, 하겠습니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는 적하 진인.

어찌나 감정이 격해졌는지 두 손끝이 벌벌 떨리고 있었다.

단목장룡이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소매 속에서 서책을 꺼냈다. 그 표지엔 ‘만화천검’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미, 미리 준비를 해 두셨다고……?’

침을 꿀꺽 삼키는 적하 진인.

당했다는 생각보다는 빨리 저것을 읽어 버리고 싶었다. 그 또한 향상심이 남아 있는 무인이었다. 화경에 오른 후 정체되긴 했지만, 단목장룡이라는 ‘길’이 생겼기에 그 또한 더 높은 경지를 추구하고 있었다.

단목장룡을 제외하면 다른 화경의 고수들은 고만고만했다.

그들 중에서 앞서 나가는 것이 육왕들의 묵표나 다름없었다. 현재 무림에서 단목장룡은 논외로 취급되는 수준의 고수였다.

“진인과 비무를 하며 느꼈던 만화천검을 제 나름대로 해석해 봤습니다. 분명히 도움이 되실 겁니다.”

덜덜덜!

적하 진인이 손을 뻗어 그것을 받아 들었다.

단목장룡의 후임 맹주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다, 당장 읽어 봐도 되겠습니까?”

“예, 그러시지요.”

적하 진인이 단목장룡이 집필한 만화천검의 개선판을 읽어 나간다.

이제껏 생각하지 못한 개념이 잔뜩 적혀 있었다. 완벽히 이해하려면 화경에 이른 그라도 꽤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마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그의 무위는 한 단계 더 높아지리라.

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 만화천검을 읽어 나갔다.

‘이제 정리가 완전히 끝났군.’

후임 맹주까지 완전히 정해졌다.

단목장룡은 그토록 원하고 원하던 일상을 영위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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