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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목세가의 역대급 망나니-228화 (228/236)

228화 그가 온다

서신을 받았을 땐, 믿지 않았다.

천마는 천마신교의 지존이다. 모든 교도를 통솔하고 지배하는 자. 만마가 앙복하는 거룩한 지배자가 바로 천마였다. 그런 교주가 죽었다고? 더군다나 단목장룡 혼자에게 당해서? 교도들 대부분 천마의 진짜 힘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 직접 천마신공을 배우고, 평생 그를 모셔 왔던 소교주는 알고 있었다. 천마는 괴물이었다. 극마의 고수 다섯이 덤비더라도 천마를 이길 수 없으리라 여겼다. 만약 무림맹의 육왕과 사마련의 오성이 전부 모여서 그를 공격했더라면 천마의 죽음을 믿을 수 있었을 것이다.

“헛소문이다.”

소교주가 말했다.

교도들 또한 천마가 죽었다는 것은 믿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 소교주의 말에 동감했다. 특히 장로를 넘어 천마신교의 수호자가 된 원로 또한 그 의견과 같았다.

잔혹마도(殘酷魔刀) 백리준.

이제 백 세가 넘은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탄력적인 육신을 가지고 있었다.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것이 더욱 잔혹마도의 힘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다. 연륜의 노련함과 힘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증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가 소교주를 보며 말한다.

“동감합니다. 현 천마께서는 역대의 교주님들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오르셨지요.”

백리준 또한 알고 있었다.

신녀의 존재를 말이다. 그녀 덕분에 천마는 한계를 뚫고 새로운 하늘이 되었다.

“아마 우리가 소극적으로 움직이길 바라는 계책인 모양이군. 조만간 곧 들통날 거짓말을 왜 하는지… 쯧.”

소교주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나빴다. 이런 헛소문을 퍼트리면 신교가 겁이라도 먹을 줄 알았던가? 설사 천마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겐 한 명의 부교주와 원로들이 있었다. 원로 중에서는 부교주 출신도 있었다.

“하청이라 했던가?”

“예에-!”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소교주의 앞에 선 흑응대의 대주 하청. 그는 독각수라의 명을 받고 난주까지 달려왔다. 명을 전하는 동시에 수십 마리의 전서구가 하늘을 갈랐다. 지금쯤 중원 각지에서 피가 대지를 물들이고 있으리.

“혈우검마 부교주를 죽인 것이 사마련주라 하였느냐?”

“교주님과 독각수라 부교주님께선 그렇게 판단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썩은 듯한 미소를 피워 올리는 소교주였다. 분명히 사마련주는 신교의 중원 진출을 돕는 척했었다. 신녀 영령을 이용하여 사마련주를 이용하려 했던 것이 소교주다. 하지만 지금 사마련의 행동을 보면 신교의 뜻에 반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신녀도 마찬가지겠지.’

딱히 배신감은 느끼지 않는다. 신녀들은 애초부터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처음에 그 외모만 보고 사랑에 빠진 적도 있었지만,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말에 마음을 접었다. 뭐, 그녀에 대한 관심이 완전히 뚝 끊긴 것은 아니었지만…….

‘개 같은 년. 신교에서 나고 자란 주제에 감히 배신을 해?’

어쩌면 사마련주에게 협박을 당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진정한 천마신교의 교도라면 어떠한 역경이 있어도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

“사마련도 본교의 완전한 적으로 취급한다. 백문주와 독문주 그리고 살문주에게 전해라. 광서성의 사마련 성을 함락시키라고 말이야.”

“예, 그렇게 서신을 전하겠습…….”

“누구냐!”

“커억!”

갑작스레 들려오는 전투 소리. 하지만 소교주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이곳까지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실력이라는 걸 방증하겠지만, 소교주는 신교의 지존이 될 사내였다. 결코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아니 된다.

천막이 걷히고, 두 사람이 소교주의 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소교주도 익히 알던 사람이었다.

“네놈…….”

“오랜만이로군.”

“두 연놈이 무슨 자신감으로 여기까지 찾아온 거지?”

피어오르는 살기. 소교주와 장로들 그리고 원로들까지 두 사람을 압박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마련주와 영령은 그들의 기세가 두렵지 않은 듯한 태도였다.

“이제는 당신이 천마로군.”

사마련주가 말한다.

소교주의 인상이 왈칵 일그러진다. 그 말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사마련주는 천마의 죽음을 말하고 있었다. 이제 막 천마의 죽음에 대한 서신을 받아 보았다. 그런데 사마련주는 이곳에 도착하여 그의 죽음을 언급하고 있었다.

“개소리를 지껄이는군. 네놈들은 이제 신교의 적이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똑똑히…….”

소교주가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영령의 눈동자에 금빛이 어린다. 그 형상이 너무도 기묘하여 소교주가 말을 멈추고 말았다. 묘한 기분이 등골을 스친다. 신녀의 힘은 신교에서도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단지, 미래를 볼 수 있다고만 여겨지는 존재였다. 그렇지만 소교주는 그것을 믿지 않았다. 미래를 본다는 게 가당키나 한 것인가?

“이대로 있는다면 ‘그’가 찾아와 모든 것을 멸할 것이다.”

“…….”

소교주가 알던 영령의 말투와는 전혀 달랐다.

아름다운 겉모습은 똑같았지만, 무언가 사람이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사공천, 그가 되살아났다.”

“개소리를!”

쿠웅!

묘한 기운이 소교주를 압박하고 있었지만, 그것에 굴복할 사내가 아니었다. 그는 천마신공을 익혔다. 완전한 천마의 육신을 얻진 못했으나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사내였다. 고작 이런 묘한 기분 따위에 가만히 있을 사내가 아니었다.

하지만 소교주의 공격은 사마련주에게 너무도 쉽게 가로막혔다.

그의 표정을 마주한 소교주는…….

“……!”

무표정한 얼굴. 하지만 그의 눈동자에 깃든 그것은 마치… 교주와 비슷했다. 천하를 오시하고, 상대를 완벽하게 꿰뚫는 시선. 소교주는 순간 사마련주에게서 천마를 느꼈다. 그것에 자존심이 상해 내력을 끌어 올리려 했다.

“천도신녀의 말은 사실이라네.”

“천도신녀?”

이제는 소교주가 천마가 되었다.

기존의 천마가 죽었으니 소교주가 그 자리를 물려받는 것은 당연했다.

이제 그 또한 진짜 신녀를 마주할 순간이었다.

그의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말이다.

“그들은 종잡을 수 없는 존재. 사마련주와 힘을 합쳐야지만 혼란을 막을 수 있으리라.”

영령이 얼굴을 들이밀어 소교주와 가까이서 눈을 마주친다.

그 금빛의 눈동자에 빨려들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 힘을 가지고 싶지 않으냐? 네 아버지가 천마에 오른 이후 더 강해진 이유를 알고 싶지 않으냐?

속삭이는 듯한 전음이 들려온다.

- 사공천은 하늘이 내린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는 단목장룡이라는 껍질을 뒤집어쓰고 신교에 복수의 칼을 들이밀고 있다. 사공천은 네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

신녀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 한 시진 내로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그가 찾아와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다.

사공천.

대체 십 년도 전에 뒈진 그놈의 이름이 왜 튀어나오는지 모르겠다. 사마련과 영령을 믿을 수 있는가? 두 연놈을 배신자라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사마련주도 종국엔 이용만 하고 버릴 존재였기에 배신자로 취급할 수 있는 건 영령뿐이긴 했지만 말이다.

“단목장룡이 사공천이라는 말인가?”

“그는 이혼대법을 성공시켰다더군. 나도 령이가 아닌 천도신녀에게 들어서 알았다네.”

“……?”

영령이 아니라 천도신녀?

천도신녀는 별호 같은 것이라 생각했던 소교주였다. 그리고 이혼대법이라니?

“수하들을 모두 물려 주게.”

사마련주의 진심 어린 말.

솔직히 그와 마주하며 느꼈다. 아직 자신은 그의 힘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영령 또한 극마의 고수였다. 원로원 전부와 수라대가 이곳에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모두 나가라.”

소교주의 명령은 절대적.

살기를 피워 올리는 교도들이 금방 자리를 뜬다. 소교주가 당당하게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한다.

“모든 것을 내게 설명해라.”

사마련주가 고개를 끄덕인다.

“모든 것을 들은 후, 바로 결정해야 할 것이네. 그렇지 않으면 늦을 테니.”

* * *

천마신교 난주 지부.

그곳의 분위기는 무섭게 가라앉아 있었다.

소교주가 방에서 사마련주나 신녀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듣기로는 한 시진 뒤에 누군가 찾아온다고 했다. 천마를 해한 무림맹의 영웅이라 했던가? 교주님을 죽였다는 걸 아직 믿을 수 없었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착잡한 마음으로 교도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들의 주력 부대들은 중원 곳곳에 흩어진 상태였다. 지금도 살육을 자행하고 있으리라.

하지만 달빛은 청명하고 구름은 없어 왠지 오늘은 습격이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끼에에엑-!

그 순간이었다. 하늘에서 괴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독수리 따위가 내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들은 사냥감을 포착할 때, 소리를 내지 않으니까.

교도들이 모두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엔 기괴한 모양의 구름이 떠 있었다.

“구름이 아니다!”

“새다!”

처음엔 그 크기가 가늠되질 않았다. 하지만 난주에 있는 교도들은 모두 실력이 증명된 무인들이다. 거리와 크기를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수준이 낮지 않았다.

“암기를 들어라! 추락시킨다!”

원로들의 지휘 아래 교도들이 척척 움직인다. 처음 마주하는 상황일 텐데도, 그들은 당황하는 법이 없었다. 그들은 모두 생존자였다. 신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황마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들은 그 방법을 깨우치고 있었다.

그러자 커다란 새가 더 높이 날아오른다.

‘저게 대체 뭐지……?’

십만대산이라고 영물이 흔한 것이 아니다. 물론 신교에는 곰이나 호랑이의 영물 따위를 키우는 가문이 있긴 했지만, 평범한 크기보다 조금 더 클 뿐이었다. 하지만 저렇게 큰 새라니? 하늘의 지배자라 불리는 백응보다 수십 배는 큰 듯했다.

모두가 의문의 괴조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을 때.

무언가가 땅에 착지했다.

그리고 그것을 느낀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왜 하늘만 보고 있나?”

“……!”

잔혹마도 백리준. 장로 출신으로 이제는 원로가 되어 경쟁의 틈바구니에선 탈출했지만, 오히려 무공 경지는 과거보다 훨씬 상승했다. 이제 곧 극마에 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그런데 그가 어떠한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하늘에서 떨어진 것인지, 정문을 통해 들어온 것인지… 심지어 땅에서 솟은 것인지도 파악할 수 없었다. 그는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다는 것처럼 오연하게 서 있을 뿐이다.

이곳에만 수백의 교도들이 있다.

그리고 난주 전체로 따지자면 수천의 교도들이 있다.

그들에게 완전히 둘러싸인 형국인데도 불구하고, 사내는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놈을 죽여라!”

잔혹마도 원로가 외치는 순간.

고오오오-!

순간 사내의 등 뒤에서 보랏빛의 형상이 떠오른다.

여섯 개의 손을 가지고 있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교도들은 없었다. 과거 교주의 즉위식에만 보았던 환상과도 같은 광경. 그 형상을 본 교도들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난다. 심지어는 무릎을 꿇은 이들도 있었다.

“처, 천마현신!”

천마현신은 천마의 증거나 다름이 없었다.

처음 보는 사내가 천마현신을 펼치고 있다. 애초에 천마신교는 천마를 숭배한다. 그런데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천마가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그것은 산전수전을 겪은 잔혹마도 원로도 쉽사리 판단하지 못하였다.

“모두를 죽일 생각은 없다.”

단목장룡은 본래 마교도 전체의 몰살을 생각했다.

하지만 교주를 죽인 순간 그 생각을 바꾸었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

더 지켜봐야 할 테지만, 굳이 모든 마교도를 죽일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가 처음 명부에 올려놓은 이들은 혈우검마와 천마, 소교주와 수라대였다. 혈우검마와 천마에겐 복수했으며, 지금 소교주와 수라대가 남았다.

뭐, 마교도들이 단목장룡에게 복수심을 품어 그의 소중한 것을 해하려 한다면 깡그리 쓸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굳이 교도 전체를 죽일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살육에 미친 괴물도 아니었다.

그래서 단목장룡은 먼저 천마현신을 보여 그들의 반응을 보았다.

천마현신을 보여 주자 저들은 공격의 의지를 상실했다.

“귀인은 대체 누구십니까?”

잔혹마도가 목소리를 덜덜 떨며 묻는다.

그의 등 뒤로 맺힌 아수라의 형상은 교도들에겐 공포의 상징. 섬겨야 할 대상이나 다름없었다.

“난…….”

단목장룡이 대답하려는 순간이었다.

“그놈은 배신자지.”

“…….”

중앙 전각에서 세 사람이 나타났다.

단목장룡이 익히 아는 사람들이다.

“오랜만이구나, 동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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