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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목세가의 역대급 망나니-207화 (207/236)

207화 퍼지다

“…….”

“…….”

무당의 장문인과 화산의 장문인.

오랜 세월 정파 무림에서 절대 고수로 이름을 떨쳐 왔다. 보통의 무림인이라도 자긍심과 자부심이 상당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정점에 오른 두 무인은 어떠할까? 겉으로는 겸손을 입에 올리더라도, 스스로의 실력이 모자라지 않다고 생각했으리라.

최근 공공 대사와 대허 선사의 비무를 본 후, 그들의 자신감은 떨어졌을지언정 스스로의 실력을 부정하진 않았었다. 공공 대사는 무려 오백 년 전의 고수였다. 그와의 실력 차이가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언젠간 화산과 무당에서도 자신들을 뛰어넘을 후배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그들이 최고였다.

그런데 단목장룡은 다르다.

그에겐 오백 년의 세월도 없었으며,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와 같은 방대한 세력을 자랑하는 가문이 아니었다. 물론, 단목세가 또한 분명히 명문가로 불리고 있긴 하지만 오대세가에 비해서는 한참 부족하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였다.

공공 대사를 보면서 자극을 받았다.

언젠간 그를 넘어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단목장룡은 이미 공공 대사를 꺾어 버렸다. 아직 서른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 말이다. 언젠가 나찰마궁주를 꺾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땐, 솔직히 긴가민가했었다. 자신들이 모르는 무언가가 작용했으리라 여겼다. 단목장룡의 ‘순수한’ 실력이 자신들에겐 미치지 못했으리라 생각했다.

‘대체 단목장룡은…….’

‘압도적인 재능…….’

단목장룡은 생각했던 것보다…….

상상을 뛰어넘는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두 장문인이 전심전력으로 합공해도 승부를 가늠할 수 없었던 공공 대사다. 오백 년 전의 인물이자 정파에서 고금제일인으로 평가받는 무인이었다.

그렇다면 그를 꺾은 단목장룡은 대체 무엇인가?

그가 이토록 강한 이유가 있을 것이 아닌가?

노력과 재능.

물론, 기연을 얻어 강해지는 무인도 있었지만… 기연이라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일면식도 없는 천하제일인이 나타나서 천하제일의 무공을 알려 주고 천하의 영약을 선물해 준 다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는 수련법을 알려 준다면?

현재 단목장룡의 무력을 이해할 수 있을까?

“…….”

“…….”

적하 진인과 대청 진인의 눈이 마주친다.

육왕(六王)이라 불렸던 이들의 어깨가 축 처진다. 분명히 공공 대사를 제압한 것은 정파의 행운이 분명함에도 무인이라는 자각이 그들을 힘들게 만든다. 공공 대사와 단목장룡의 실력을 대충이라도 가늠한 무인들은 모두 같은 좌절감을 느끼고 있으리라.

하지만.

두 사람의 실력을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던 이들과 순수하게 단목장룡을 응원했던 이들은 환호하며 열광했다.

“우아아아아-!”

“단목 조장, 최고다!”

“조장니이임! 멋집니다!”

거대한 외침에 단목장룡의 눈썹이 꿈틀한다.

사실 겉으론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연옥을 활용하여 육신의 한계를 끌어올리는 것은 꽤 큰 부담을 준다. 하지만 여기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분명히 무림맹엔 마교의 간자가 있을 테니까.

전쟁을 막는 방법은 간단하다.

상대에게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면 된다. 문파에서 초절정의 고수나 화경의 고수를 키워 내려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그들이 목숨을 던져 상대를 죽이려 들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상대가 화경 이상이라면?

종국에 마교라는 집단에게 한 사람이 승리할 순 없겠지만, 마교에서도 그에 맞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무림에서 절대 고수의 존재란 그렇다. 그렇기에 어떠한 소속도 없이 절대 고수의 반열에 오른 무인들이 위험했다.

‘뇌왕과 무영신투는 그러한 이유로… 죽임을 당했을까?’

단목장룡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또 어쩌면…….

‘나 또한 그랬을지도.’

뭐, 단목장룡에겐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마교는 역대급 재능을 지닌 무인을 건든 대가를 치러야 했다.

‘곧 보게 되겠군.’

단목장룡은 쓰러진 공공 대사를 끌고, 맹주전으로 향했다.

* * *

“그으으…….”

공공 대사가 눈을 뜬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 보는 고통. 다시는 느껴 보지 못한 감각이다. 당연히 그립진 않았다. 불쾌하고 찝찝한 감각이 엄습해 온다. 또한, 느껴지는 무거운 감각. 뼈가 시리도록 차가운 무언가가 그의 팔과 다리를 속박하고 있었다. 공공 대사가 천천히 눈을 뜬다.

방 안엔 미약한 등불이 자신을 비추고 있었다.

검은 형체가 그 빛을 정면으로 가로막고 있었기에 크게 눈이 부시진 않았다.

“단목장룡.”

“빨리 깨어났군.”

그의 목소리엔 감탄이 깃들어 있었다.

비무가 끝난 지 반 시진도 되지 않았다. 단목장룡과의 싸움에서 큰 내상을 입었던 공공 대사였지만, 맥을 짚어 본 결과 내부의 기운이 알아서 움직여 그의 뒤틀린 기혈을 풀어냈다. 단목장룡에게 베였던 상처 또한 많이 아문 상태였다.

진정한 의미의 금강불괴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의 육신은 확실히 평범한 수준을 아득히 벗어났다.

“넌 대체 뭐지?”

당연히 단목장룡 또한 마찬가지였고.

“그건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인데.”

단목장룡이 의자를 끌어와 공공 대사의 앞으로 다가온다.

순간적으로 공공 대사는 시선을 내리깔고 말았다. 짧은 순간 그와의 공방이 떠오른다. 어떤 짓을 하더라도 그에게 이길 수 없다는 생각만이 뇌리에 들어찼다.

“네가 아는 것을 듣고 싶은데, 말해 줄 수 있나?”

“…말하면 뭘 해 줄 건가?”

“남은 명예를 지킬 수 있게 해 주지.”

남은 명예라…….

공공 대사가 눈을 감고 말았다.

그의 자신감은 실력에서 기인한 것이다.

공공 대사는 오백 년 전 마교와 유일하게 진짜 전쟁을 겪어 본 무인이었으며, 과정이야 어찌 됐든 마교와의 전쟁을 끝낸 장본인이다. 그는 현대의 무림인들이 답답했다. 그들은 이상과 아집에 빠져 적을 과소평가했다. 그 누구보다 무림의 저력을 잘 알고 있는 공공 대사였기에 그들에게 깨달음을 선사하려 했다.

하지만 그러한 것도 단목장룡에겐 이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무림은 힘으로 말하는 것.

공공 대사는 패배했으며.

단목장룡은 승리했다.

거기서 공공 대사가 할 말은 없었다.

“이젠 명예 따위야 신경 쓸 여유가 없군.”

“그런가?”

공공 대사라면 명예에 집착할 줄 알았던 단목장룡이었다. 하지만 공공 대사는 자포자기한 목소리로 대답할 뿐이다. 그에게 정보를 얻으려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한다. 어떤 방법이 좋을지 생각하던 단목장룡에게 공공 대사가 말한다.

“내게 묻고 싶은 게 있나?”

“조금 있지.”

“말해 주마. 대신, 내 부탁을 들어 다오.”

자신을 풀어 달라거나 하는 부탁은 당연히 들어줄 수 없었다. 공공 대사는 풀어놓으면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가 만약 단목장룡의 소중한 것을 파괴하려 든다면 그로서도 난감해진다. 그렇기에 풀어 줄 생각은 없었다. 단목장룡은 일단 들어 보기로 한다.

“뭐지?”

“마교주를 죽여 다오.”

“그건 들어줄 수 있겠군.”

그러자 공공 대사가 한마디를 더 덧붙인다.

“그리고… 천도신녀에게 사로잡힌 그녀를 해방시켜 다오.”

“천도신녀에게 납치라도 당한 건가?”

“납치라……. 그럴 수도… 아닐 수도…….”

단목장룡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언젠간 만나야 할 적들이었다.

“일단 들어 보지.”

공공 대사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 * *

- 그게 무슨……?

영령이 기겁했다.

전음에서도 그녀가 느낀 감정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사마백혼은 그녀의 감정이 드러난 것에 즐거움을 느끼면서도 복잡한 심경이었다.

‘장사에서 봤을 때만 하더라도 단목장룡은 그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힘을 숨긴 것인가? 아니면… 단기간에 강해질 계기가 생겼던 건가?’

의심이 간다.

단목장룡의 재능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공공 대사라니? 사마백혼은 그와 몇 번 마주했던 적이 있었다. 무림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괴팍한 사상을 가진 놈이었지만, 실력 하나는 인정했던 무인이었다. 물론, 자신이 패배한다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비무는 고작해야 이각 정도라고 했었다. 거기에 단목장룡은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다고 했었고.’

자신은 공공 대사에게 그렇게 승리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이 공공 대사와 만났을 땐 십 년 전이었으며, 사마백혼은 그때보다 더 강해졌다. 당연히 공공 대사도 성장했으리라. 그가 무공이 아닌 다른 것에 빠져 있었다고 해도 말이다.

- 어떻게 그가… 공공 대사를……?

“무언가 계기가 있었을 것이다. 급격하게 힘이 강해진 이유가 말이다.”

그 말에 영령의 어깨가 떨린다.

설마?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부정할 수 없었다. 천도신녀는 무림인들이 말하는 신선(神仙)과 같은 존재. 무력으로 따지자면 ‘그’보다 못할 수 있겠지만, 그녀의 능력은 단순히 무력으로 따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지금은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였기에 영령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다시금 힘을 되찾았다면?

단목장룡이 천도신녀와 접촉한 것이라면?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이 뇌리에 맴돌았지만, 영령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영령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아무튼, 계획을 수정해야 하지 않겠느냐?”

- 정보가 더 필요합니다.

아직 확신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복잡한 심경이었지만, 더 확실한 정보를 모아 그에게 접근해야 한다. 공공 대사라는 확실한 패가 사라진 지금 단목장룡의 존재는 몹시 중요했다.

그녀의 전음에 사마백혼이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직접 다녀오는 편이 빠르겠군. 어차피 복마 진인과의 회담을 하기로 했었으니까.”

위험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것이 확실하다. 단목장룡이 천도신녀와 확실히 연관되어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 일단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성급하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었다.

사마백혼마저 단목장룡에게 당한다면, 그를 상대할 패는 모두 사라진다. 영령이 계획했던 것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 기다리고 있겠다.”

그나마 사마백혼은 영령보단 여유가 있었다.

* * *

같은 시각.

감정이 거의 드러나지 않은 표정의 사내의 앞에서 백발의 청년이 부복하여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보고의 내용은 최근 무림을 뒤흔들었던 사건 때문이다. 지금도 시시각각 이 사건은 전 무림에 알려지고 있었다.

“그렇군.”

모두가 그 소식에 경악했지만…….

사내는 당연하게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잠시 지켜보면 되겠지. 어떤 인물인지 알아봐야 할 터이니.”

“예,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보고를 올릴 때만 해도 그 소식에 흥분했던 백발의 청년. 사내의 안정감에 동화된 것일까? 그 또한 평정심을 되찾은 상태였다.

“그래도 아쉬운 것이 있긴 하군.”

“듣겠습니다, 교주님.”

교주.

천마신교의 지존이자 만마를 굴복시킨다는 사내의 말에 소천마 사도명이 감읍하며 귀를 기울인다. 그의 말은 하나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가 교주이며 아버지인 탓도 있겠지만, 마교의 교주는 그의 미래였다. 그 또한 그 자리에 오를 것이기에, 교주를 찬양하고 모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공 대사가 그 자리에 머물렀다면, 마도육문의 노력이 빛을 발했을 텐데.”

천마신교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중원 정벌을 꿈꾸었다.

그것은 마도육문과 더불어 소교주의 계획이었다. 현재 천마신교의 세력은 역대 최고라고 할 만한 수준이었지만, 그것은 정파나 사파도 마찬가지였다.

공공 대사의 행보에 일부러 천마신교는 적극적으로 공세를 가하지 않았다. 그들끼리 반목하고 싸우는 것을 기다렸던 것이다. 하지만 공공 대사가 맹주직에서 물러난다면 계획대로 되진 않을 것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더 확실한 계획을 준비했다면…….”

“널 탓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변하는 것은 없을 테니까. 단지, 시기가 더 빨라질 뿐이지.”

그렇다.

어찌 됐든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천마신교는 이번에야말로 중원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혁혁한 공을 세우고 싶었던 소교주였기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매몰될 필요는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네가 원하는 대로 해 보아라. 마교의 전력을 효율성 있게 운용하는 것도 교주의 덕목이지.”

천마의 말에 소교주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피어난다.

아버지는 자신을 인정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말이다. 그것이 그를 흥분하게 했다. 천마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한다.’

소교주는 힘차게 답한다.

“예, 실망하지 않으시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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