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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목세가의 역대급 망나니-179화 (179/236)

179화 새로운 소식

“흡!”

당옥정의 등골에 땀 한 방울이 흐른다. 그녀 또한 무공을 익힌 무림인이다. 누군가의 접근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은 목숨이 달린 문제였다. 만약 적의를 가진 이가 다가와서 단순히 등을 두드린 게 아니라면? 검을 찔러 넣었다면?

당옥정이 급히 소매 속에서 암기를 꺼내고, 바위에서 떨어진다.

‘어디에…….’

당옥정이 낮은 자세로 바위 쪽을 노려본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설마 자신이 잘못 느낀 것일까? 아니면 고양이 같은 동물이 장난이라도 친 것일까?

‘아니야. 분명히 그 감각은…….’

사람이 찌른 것이다. 그녀는 확신하고 주위를 둘러보려 했다.

그런데…….

톡.

또 그녀의 등을 누군가가 찌른다. 이번에는 이전보다 조금 더 깊다. 그리고 이번엔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괴한은 자신의 뒤에 서 있었다. 당옥정의 시선이 아래를 향한다. 달빛에 비친 그림자가 명확하게 보인다.

꿀꺽…….

당옥정의 목으로 침이 넘어간다.

긴장으로 몸이 굳는다. 설마 나찰마궁의 잔당인가? 늦은 밤에 이리 단목세가의 장원에 침입한 것을 보면, 그러한 가능성도 존재한다. 찰나의 순간, 당옥정이 전투를 각오하고 몸을 돌린다.

그리고.

“……!”

당옥정의 몸이 돌덩이처럼 굳는다.

뒤로 달빛이 있었기에 얼굴의 음영이 정확히 구분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찌 그 얼굴을 잊을 수 있으랴?

“많이 놀랐어?”

“장룡!”

저도 모르게 그에게 안겨 버린다.

생각이 아닌 몸으로 움직인다. 그의 몸에선 선선한 가을바람의 냄새가 났다. 당옥정은 그의 넓은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따스한 손길이 등에 닿는다.

그러던 중.

당옥정의 몸이 움찔한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아……!’

그녀는 부끄러움이 많았다. 사실 그날 밤 이후 그 쑥스러움은 모두 털어 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것이 아니었다. 단목장룡이 떠난다는 걱정에 그녀는 평소와는 다른 과감함을 드러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당시에 보였던 과감함. 밤에 있었던 일. 상상만으로 그녀는 사고가 멈춰 버릴 정도의 부끄러움을 느낀다.

다시 당시의 일을 경험한다면 부끄러움을 털어 버릴 수 있을까?

정말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헉!”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당옥정의 귀가 빨갛게 달아오르고, 몸이 딱딱하게 굳는다.

그녀를 품고 있는 단목장룡도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당옥정은 이런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꽤 오래 떨어져 있다 보니 과거의 그녀로 돌아간 모양이었다. 그것이 싫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귀여웠다.

하지만 오랜만에 본 당옥정을 놀리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단지 더 힘을 주어 그녀를 안아 줄 뿐. 당옥정의 긴장도 점차 줄어든다.

두 사람은 서로 밀착한 채로, 체온을 나누었다.

아무 말 없이.

“끼이이이익……!”

얼마나 오래 지났을까?

저 높은 하늘에서 이상한 새 한 마리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두 사람이 겨우 몸을 뗐다.

“몸은 괜찮아……?”

당옥정이 걱정이 담긴 얼굴로 묻는다.

그런 걱정을 녹여 버릴 듯한 미소를 짓곤 단목장룡이 대답했다.

“다친 곳은 없어. 오히려 몸이 더 튼튼해졌어.”

“정말?”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단목장룡의 말이라면 거짓이 아니리라. 당옥정의 눈동자가 크게 뜨인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단목장룡은 그녀가 걱정하지 않을 선에서 그와의 싸움이 어떤 도움이 됐는지 설명해 준다.

“와아……!”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당옥정.

그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기에 그녀는 단목장룡의 성장에 순수하게 기뻐했다. 그는 더더욱 강해져야 한다. 그리고 자신 또한 그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이 늦은 시간에도 잠을 자지 않고 독을 제조하던 것은 그러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다른 사람들은?”

“응, 청룡단과 흑룡단 사람들은 모두 무림맹으로 복귀했어. 난 같이 가려다가 네가 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어서… 장원에서 신세를 지고 있었어.”

조심스럽게 말하는 당옥정.

슬쩍 단목장룡의 눈치를 본다.

“기다려 줘서 고마워.”

“헤…….”

고맙다는 한마디에 당옥정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별다른 일은 없었지?”

단목장룡은 나찰마궁주를 처리하고, 나찰궁의 무공서들까지 모두 불태운 후에 다시금 의창현으로 돌아왔다. 단목세가의 지부들을 돌며 나찰마궁의 존자들을 쓸어버렸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그의 물음에 당옥정의 표정이 급속도로 어두워진다.

“왜? 무슨 일이 있었어?”

“그게…….”

당옥정이 천천히 상황을 설명한다.

분명히 나찰궁의 일이 잘 마무리된 것은 좋았지만, 중원 무림은 단목장룡의 의도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폭풍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다.

“소림사에 마교의 소교주가 찾아갔었어.”

“소교주……?”

“응, 그 소식에 중원이 난리가 났었어.”

마교의 소교주. 마교의 일 공자 사도명.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절대자의 위엄을 타고났던 형제. 어머니가 달랐으나 아버지가 같았으니 두 사람은 형제였다. 어릴 적부터 그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사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당시.

그는 마교의 소교주 자리나 교주라는 이름에 전혀 흥미가 없었지만, 사도명은 그를 경쟁자로 여겼다. 단목장룡은 당시 무공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사도명은 무공에 집착했었다. 또한, 그는 재능까지 출중했다.

솔직히 당시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남궁일몽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

단목장룡에게 기대를 거는 교주가 아니었다면, 그는 열 살 때 아마 소교주로 책정되었을 인물이다. 거기다 그는 천마신공을 익히고 있었다. 수많은 무공을 익힌 단목장룡이었지만, 그 무공의 무서움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거기다 십 년이 넘게 흘렀다.

소교주의 노력과 재능 그리고 천마신공이 만났다. 그의 실력은 단목장룡도 예사로 여길 것이 아닐 것이다.

거기다 더 큰 문제는…….

“소림사라고 했어? 그들이 왜 거기에 찾아간 거지?”

현재의 마교는 단목장룡이 있던 마교와는 확실히 달랐다.

과거엔 만마앙복을 외치며 전 무림을 폭력으로 무릎 꿇리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마치 중원의 평범한 문파들처럼 은근히 중원에서 세력을 넓히려 했다. 그것은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듣기로는 마교의 소교주가 소림사에 평화협정을 제안했다고 해.”

단목장룡이 헛웃음을 짓는다.

마교가 평화협정이라고? 지나가던 개가 웃을 말이다. 분명히 뒤편엔 검은 속내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무림맹에서도 마교에 대한 이야기로 매일 수뇌 회의가 열리지 않았던가? 그래서 단목장룡이 혈세귀막에 특사로 찾아갔던 것이다.

“어떻게 됐어?”

“아직 소림사에서 확실한 답을 내놓지 않아서… 근데 소식을 들은 청룡단주께서 소림사에선 전쟁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기도 하고…….”

되레 단목장룡에게 죄를 지은 것처럼 쭈뼛대는 당옥정. 단목장룡이 그녀의 손을 잡아 준다. 그녀가 미안해할 것이 아니다. 사실 마교라는 이름은 중원에 공포로 남아 있었다. 소림사의 결정이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그들이 단목장룡의 뜻과는 다른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당옥정의 말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말해 줘서 고마워.”

“아니야. 들은 걸 전해 줬을 뿐인데 뭘……. 그런데 장룡, 이제 소림사로 가는 거야?”

“그럴 것 같아.”

무림맹에 돌아가 상황을 파악하는 것보단, 소림사에 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또 그것에 대해서도 알아봐야 하니까.’

생각에 빠진 단목장룡을 빤히 올려다보던 당옥정.

그녀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곤, 결의를 다진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장룡, 미안한데…….”

“응?”

“나도 같이 갈 수 있을까?”

당옥정은 그에게 부담이 될까 봐 이런 부탁을 잘 하지 않는 편이었다. 당옥정이 위험에 처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단목장룡이지만, 소림사는 아무리 그들이 마교와 회담을 나눴다고 해도 그리 위험한 장소는 아니었다.

그가 긍정의 답을 내놓으려는 순간.

“사실… 고모님께서도 숭산으로 가셨거든.”

“독봉께서?”

당옥정의 눈동자엔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응, 모든 걸 말해 주시진 않으셨는데… 뇌왕 대협을 해친 자가 어쩌면 정파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하셨어. 그걸 알아보러 가신다고…….”

“…….”

뇌왕의 장보도. 십 년 만에 그걸 당옥정에게 헐값에 팔아 치운 낭인. 그는 뇌왕을 죽인 사람이 푸른 눈동자를 가진 사내였다고 말했었다. 그 단서로 당용아는 뇌왕을 죽인 범인이 누군지 찾아 오고 있었다.

‘소림사라…….’

며칠 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단목장룡은 천목의방의 의원에게 까마귀 떼라는 정보를 듣고 천목산으로 향했다. 그곳의 봉우리에는 천자산 때와 비슷한 진법이 설치되어 있었다. 뭐, 규모가 그보다 작기도 했고 강시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단목장룡은 그곳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왜 천목산에 이것이 있을까?

그런 의문이 생겼었다.

‘중원의 역사가 깊은 만큼,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많다.’

그 비밀은 어쩌면 그리 중요한 사실은 아닐지도 모른다.

단목장룡은 중원의 역사를 탐구하는 학자는 아니었다. 그의 목적은 마교와의 연을 완전히 끊어 내는 것.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꾸 마주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단목장룡과 연관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기로 했다.

‘신교의 일 때문이라도 소림사에 가야 하니까.’

단목장룡이 생각하는 동안 그의 대답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당옥정.

그가 미소를 머금은 채로 대답한다.

“그래, 같이 가자.”

단목장룡에 대답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당옥정이다. 단목장룡이 거절한다면 그녀로선 더 부탁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폐가 될 수도 있었으니까.

“고마워…….”

“고맙긴. 고모님의 일인데 당연히 우리도 가야지.”

당옥정이 헛바람을 삼켰다.

그의 말은 너무도 따스했다. 특히 ‘우리’라는 단어가 너무…….

“그럼 내일 아침에 출발하도록 하자. 가문의 어른들께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는 말씀드려야 하니까.”

“응응응! 철저하게 준비할게!”

뭘 준비한다는 것인진 잘 모르겠지만, 단목장룡은 미소를 머금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사천당문의 내당주 당용아는 반년 정도 뒤에나 소림사로 향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로 나찰마궁과 단목세가의 일이 빠르게 끝났다.

‘사실 빠르게 끝났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긴 하지.’

그 소식을 들은 모두가 경악했다.

나찰마궁주가 죽었다? 그 사실은 중원 무림을 뒤흔들고 있었다. 화경과 극마라는 경지는 무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라 일컫는다. 그 누구도 죽일 수 없는 절대자.

그들을 죽일 수 있는 것은 같은 화경의 고수뿐이다.

천응의 존재를 모르는 이들은, 소문과는 달리 단목장룡이 나찰마궁주를 죽인 것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냈지만… 당용아는 단목장룡이 나찰마궁주를 죽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의창현에 지원을 왔던 무인들이라면 모두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한 가지뿐이야.’

솔직히 이제는 사랑인지 뭔지 아리송한 그 감정.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자꾸만 과거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그 기억들이, 그녀를 자꾸만 괴롭혔다. 그녀는 뇌왕이 죽은 다음부터 가문을 위해서 살아왔다. 사천당문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그녀는 잠을 줄여 가며 노력했다.

그런 그녀가 사천당문에서 애정을 느꼈던 것이라면, 조카인 당옥정뿐이다.

사실 어릴 적에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자꾸만 사고를 치는 조카가 불안하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장성하여 한 사람분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아니, 솔직히 그 이상이다.

당옥정은 몇 년 지나지 않아 자신을 추월할 것이 분명했다. 또, 당옥정의 곁에는 단목장룡이 있었다. 가끔 당용아는 이십 년만 젊었다면 그를 유혹했을 거라며 당옥정을 놀리곤 했다. 그 말에는 진심도 어느 정도 섞여 있었다.

그만큼 단목장룡은 괜찮은 사내였다.

당옥정의 곁에 그 사내만 있다면, 믿고 조카를 맡길 수 있으리라.

“후우…….”

당용아는 현재 내당주의 신분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단목세가가 있는 의창현으로 올 때만 하더라도 당문의 정예들과 함께 왔었다. 나찰마궁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각오였으니까. 그것은 사천당문의 뜻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당용아는 사천당문이 아닌 그녀 자신만을 위해 행동하고 있었다.

그녀는 내당주로 있으며 사천당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 왔다. 이제는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아도 되지 않겠는가? 한을 풀어도 되지 않겠는가? 그녀는 그렇기에 내당주의 지위를 내려놓고, 소림사가 있는 숭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난관이 기다리고 있겠지. 비밀을 파헤치려다 나도 그 사람처럼 죽을 수도 있어.’

그녀라고 죽음이 두렵지 않겠는가?

꼭 밝혀내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이 그녀에게 남은 마지막 미련이었으니까.

“후우우…….”

그래도 막상 홀로 소림사로 향하고 있으니 걱정이 앞선다. 잘해 낼 수 있을까? 그녀가 사천당문의 내당주로서 깔끔하게 일을 처리한 것도, 모두 그녀의 명에 목숨까지 바치는 수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천당문의 이름을 뗀 자신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일까?

밝은 달빛을 홀로 마주하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문득 든다.

“하아, 오늘따라 달이 참 밝… 으응……?”

하얗고 밝은 달.

오랜 세월 그녀는 달을 보아 왔기에, 당연히 그 생김새를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도 달을 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달이 뭔가 이상하다.

“구멍?”

달의 중심에 검은 구멍이 있었다.

그녀가 눈을 비비는 순간, 구멍의 형태가 바뀌었다.

“구, 구멍이 아니야?”

원형이 아니다. 처음엔 거리가 멀었기에 달빛을 가린 점처럼 구멍으로 보였을 뿐. 점점 형태가 갖춰지고 있다. 양옆으로 길쭉하게 뻗은 그것은 마치…….

“설마… 날개?”

“끼에에엑-!”

마치 조심하라는 듯이.

괴조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미친!”

달빛을 보고 감상에 빠져 있던 당용아.

그녀는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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