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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목세가의 역대급 망나니-173화 (173/236)

173화 미끼를 던지다

단목장룡은 회녕 지부의 일을 처리한 후, 바로 절강성으로 날아올랐다.

당연히 하늘을 나는 것은 천응이었으며, 그 등에 올라탄 것은 단목장룡이었다. 처음엔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영물의 등에 오르는 것이 어색했지만, 이제는 그 위에서 잠도 청할 수 있을 듯하다.

그렇게 단목장룡과 천응은 바로 항주에 도착했다.

항주는 아름다운 현이었다. 전당강이 흐르고 있었으며, 서쪽으로는 청산으로 둘러싸인 서호(西湖)가 자리를 잡고 있다. 하늘에서 바라본 서호였지만, 그 물이 어찌나 맑은지 하얗게 보일 지경이었다. 또 항주의 중심으로는 높은 전각들이 줄을 지어 서서 발전한 도시의 위용도 뽐내고 있었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된 아름다움.

항주의 중심에는 화룡점정이 될 나찰궁이 높게 솟아 있었으며, 성의 넓이는 황제가 머문다는 궁궐과도 같았다.

높디높은 하늘에서 그 아래를 둘러본 후, 천응과 단목장룡은 지면으로 활강했다.

당연히 나찰궁으로 바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목장룡이 아무리 강해졌다고 할지라도, 나찰마궁 전체와 홀로 싸우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그렇게 무식하게 싸울 작정이었다면, 천응의 등 위에 또 다른 고수를 태우고 왔어야 했다.

단목장룡이 노리는 것은 하나였다.

일대일의 정면 승부. 나찰마궁주를 바깥으로 불러낸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일이 있었다.

“여기까지 태워 주느라 고생했어.”

천응이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내며 단목장룡에게 머리를 쏙 내밀었다. 정성스러운 손길로 녀석을 위로해 준다.

“조금만 더 고생해 줄 수 있지?”

“끼에엑…….”

회까닥 눈동자를 뒤집고 대답하는 천응.

천향옥로단의 향은 이미 단목장룡의 단전 속에 잠들어 있다. 그의 손길에는 쾌락을 추구하는 향이 깃들어 있었으며, 그가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새어 나온다.

환골탈태.

그것은 익힌 무공을 최적으로 펼칠 수 있게끔 육신이 변화하는 것이다.

무공이라는 것은 심기체의 조화와 발전으로 성장한다. 처음 무공은 심(心)과 기(氣)보다는 체(體)가 우선 된다. 하지만 절정에 오르고 초절정에 오르면서 보통 체를 제외한 다른 것이 월등하게 성장하게 된다.

환골탈태는 결국 심기체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단계 중 하나일 뿐이다.

그렇게 단목장룡은 정의하고 있었다. 이제껏 무공을 익히며 쌓아 올린 모든 것. 검의 초식이니 내공의 구결이니 하는 것들이 완벽히 조화되어 몸에 새겨진다. 그렇다고 화경에 오른 고수라고 같은 몸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만약 음공으로 화경의 경지에 접어들었다면 아마 단목장룡의 육신과는 또 다르게 변화했으리라. 적어도 단목장룡은 그 누구보다 조화로운 육신을 가졌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는 처음부터 화경, 그 이상의 경지를 바라보고 무공을 설계했다.

단목장룡의 몸을 관조하여 어떤 방식으로 발전해야 할지 선택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인생이 이번이 첫 번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갔을 적의 경험. 신교에서 보았던 수많은 절세 무공들이 기억에 남아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단목장룡은 그렇게 천응을 쓰다듬어 주며 이제껏 익힌 모든 것을 떠올린다. 이런 작은 것도 무공을 돌이켜 볼 계기가 된다. 이것 또한 단목장룡이 발전할 수 있었던 습관 중 하나였다.

너무 집중했던 탓일까?

천응이 벌러덩 배를 까뒤집고 까무러칠 정도로 몸을 떨고 있었다.

‘이거 향을 너무 과하게 맡게 했군.’

단목장룡이 쾌락의 기운을 거둬들인다.

이제는 내력을 이용하지 않은 손길로, 천응의 날갯죽지를 주물러 준다. 천응은 다시 하늘을 날아야 한다. 저 높디높은 천공에서 나찰마궁을 감시해야 한다. 나찰궁의 어떤 누구도 항주를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다. 단목장룡 혼자였다면, 그것이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천응이 있다면?

‘당연히 가능하지. 녀석이 고생을 좀 해 주어야 하겠지만.’

“끼에에에…….”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기 때문일까?

천응이 번쩍 눈을 뜬다.

녀석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단목장룡을 응시한다.

“여기를 주물러 달라고?”

“끼에에에…….”

뭐 그 정도야.

단목장룡의 손길이 더욱 빨라진다. 화경에 오른 그에게 이 정도 안마는 노동 축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단목장룡의 손에 정순한 해우심법의 기운이 맺힌다.

그것은 과거 당옥정의 피로를 날려 주었으며, 주화입마에 빠질 뻔했던 태상가주의 내상을 치료했다. 그 기운이 천응의 날갯죽지에 아주 천천히 스며들고 있었다.

* * *

대존자.

나찰마궁의 대존자는 궁주의 짧은 명령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하여 세심하고 폭넓게 대외적으로 시행한다. 현 나찰마궁주의 명령은 단목세가의 지부를 박살 내라는 명령. 본가에는 단목장룡이 있을 터이니, 그들의 핏줄부터 차근차근 죽이고 그들의 피를 말리겠다는 속셈이다.

당연히 무림맹에선 반발이 있었지만, 나찰마궁은 선전포고 때부터 명확히 선언했다.

이번 일은 단목세가와 나찰마궁의 원한일 뿐이라고 말이다.

무림맹이 전면에 나서는 순간, 사마련은 나찰마궁이 밉든 곱든 움직여야 한다. 오랫동안 지켜 온 평화가 깨지게 된다. 나찰마궁에도 군사들이 있었으며, 나찰마궁주의 명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무림맹에서 단목세가의 본가를 지키기 위해 흑룡단과 청룡단을 출정시켰지만, 그들이 당장 나찰마궁에 쳐들어가지 않은 이유가 그것이다. 일단은 전쟁을 막아야 하기에. 다시금 사십 년 전의 악몽을 되살리지 않기 위해서.

물론, 전쟁이라는 것이 피한다고 무조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무림맹에서도 차후의 일을 대비하고 있음이다.

그리고 단목장룡은 무림맹원이기 전에 단목세가의 일원이었다.

그는 홀로 나찰마궁과의 전쟁을 이끌고 있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말이다.

“그게 무슨 말이지?”

“최근 전서구의 보고가 뚝 끊겼습니다. 지부가 무림맹에 당한 것이 아닐까 사료됩니다.”

“헛소리를!”

나찰궁의 제일 군사 관허 법사(觀虛法師).

그의 보고에 대존자의 표정이 구겨진다. 감히 무림맹이 직접 나섰다? 거기다 나찰마궁의 지부를 공격했다고? 만약 그렇다면 군사들의 판단이 잘못돼도 한참은 잘못됐다는 말이 된다. 대존자의 분노에 관허 법사가 움찔 몸을 떨었다.

나찰마궁의 군사들은 그나마 나찰궁에서 정상적인 인간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들은 판단이 흐려지지 않도록 어떤 욕구도 품지 못하는 인간들이다. 어릴 때부터 고환을 잘라 내어 마치 환관처럼 키워진다.

그렇다고 인간의 감정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나찰궁에서 가장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부류라 할 수 있었다.

대존자의 분노에 관허 법사가 몸을 움츠렸다.

그의 손짓 한 번이면 목숨이 날아갈 판이니 두려움에 떠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관허 법사를 바라보던 대존자가 폐부 깊숙한 곳에서 뜨거운 숨을 토해 낸다.

그것으로 어느 정도의 화를 가라앉힌다. 관허 법사를 죽인다고 상황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가 제일 군사인 이유가 있었다.

“전서구가 오지 않았다고 지부가 공격받았다고 확신할 수 있나?”

이성적인 질문에 관허 법사 또한 이성적으로 답한다.

“사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공격을 받았다면 본궁에 도움의 전서구를 수십 마리씩 날려 보냈을 겁니다. 전 성에 뻗어 있는 본 궁의 지부들을 생각하면 적어도 한 마리라도 도착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철저하게 계획하고 동시다발적으로 본 궁을 습격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관허 법사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전서구를 날리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무력의 습격이 있었다면, 반응하지 못한 것이 말이 된다.

하지만.

그것에서 또 의문이 생겨난다.

“무림맹 놈들은 한 몸이 아니다. 우리를 공격하는 것에 회의만 열 번을 넘게 할 놈들이야. 그런 놈들이 갑자기 한마음이 되어서 본 궁의 지부를 공격할 생각을 했다고? 지부 하나면 모를까 모든 지부를?”

“그것이…….”

관허 법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이해되지 않는 것을 최대한 이성적으로 이해하려다 보니 머리에서 열이 뻗친다.

“하오문의 연놈들은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고 있고?”

“사실 그것이…….”

관허 법사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하오문의 전서구도 뚝 끊겼다고 한다. 마치 전서구들이 항주를 피하기라도 한 것처럼.

“제기랄, 전서구가 오지 않으면 전령이라도 보냈어야 하지 않나?”

대존자의 물음에 관허 법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답한다.

그 부분은 군사도 바로 대응했었다.

“해당 사항을 파악한 즉시 전령을 지부에 보냈습니다.”

그런 관허 법사를 노려보는 대존자. 관허 법사의 등줄기에 땀이 맺혀 간다.

“전령이 오려면 시간이 걸리겠군. 이걸 또 어떻게 궁주님께 보고해야 하나…….”

대존자가 탄식을 내뱉는다.

현재 궁주는 분노로 가득 찬 상태. 하루에도 몇 번이나 사람이 죽어 나간다. 그는 전쟁을 기다리고 있다. 나찰궁의 화려하고 웅장한 출정을 말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지부가 모두 망해 버렸을 수도 있다는 걸 어찌 보고할 수 있으랴?

‘제발, 나와 같이 보고하자고 하지만 마라……!’

관허 법사에게 궁주는 경외와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가 존경스럽기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만나고 싶진 않았다.

“일단 조금만 더 지켜보도록 하지.”

다행히도 궁주는 수십 명의 여인과 폐관에 들어갔다.

그것을 방해하는 것은 중죄다.

“예, 대존자님의 뜻대로…….”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관허 법사.

“만약 본 궁의 지부가 당했다면 이미 소문이 널리 퍼졌을 터, 안휘와 강서 그리고 복건성에 전령을 모두 보내도록 해라. 그리고 본 궁의 전서구와 관련된 자들을 모두 불러들여라.”

“예, 대존자시여!”

대존자의 명령에 당분간 책을 잡힐 일이 없을 거라고 판단한 관허 법사. 그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물론, 대존자의 무시무시한 눈빛에 사색이 되어 고개를 푹 숙이긴 했지만.

‘무림맹이 작정하고 본 궁을 치려 했다면, 절강성에도 손이 닿아 있을 터. 어쩌면 내가 직접 나서서 정보를 파악해야 할 수도 있겠군.’

불심(佛心).

나찰궁에서 그것은 궁주에 대한 충성을 뜻한다. 대존자였지만, 그는 직접 움직일 생각도 하고 있었다. 궁주의 호통을 듣는 것보단 직접 발로 뛰는 게 나았다.

‘무림맹 그 쥐새끼 같은 놈들이 그런 선택을 할 리가 없다.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하다.’

그것이 무엇일지는 곧 알 수 있으리라.

그는 그렇게 판단했다.

* * *

“끼이익!”

드높은 하늘에서 천응이 빙글빙글 돌며 아래를 바라본다. 우연히 하늘을 올려다본 사람들이라면 제법 큰 새가 날아다니고 있네? 정도로 생각했을 일.

천응은 지금 사냥감을 물색하고 있었다.

보통 매 또한 하늘에서 작은 토끼를 발견해 낼 정도로 시력이 뛰어나다. 그렇다면 영물 중의 영물 천응은 어떨까? 녀석은 쉴 새 없이 대지를 훑었다.

다행히도 나찰마궁의 궁도들은 신체적인 특징이 명확하다.

그들은 모두 머리를 빡빡 밀었으며,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겨 천으로 두르거나 가리는 경우가 없었다. 밤이든 낮이든 빛을 받으면 반짝반짝한 것이 대지에서 움직이니 결국 천응의 시야에 발각되고 만다.

‘또 전령이 나오는군.’

이번에는 그 수가 족히 이십 명은 되었다.

나찰궁에서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하다.

“천응, 가자.”

“끼이이익!”

강렬한 햇빛에 번쩍이는 머리를 내밀며 달려가는 나찰마궁의 괴승들은.

조만간 사신(死神)과 조우해야 하리라.

쉬이이이이익!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가 대지로 활강했다.

이 사냥은 나찰마궁주가 직접 나서기 전까지 끝나지 않으리라. 단목장룡은 낚시를 하고 있었다. 나찰마궁주 뢰마유를 낚을 미끼를 던져 가며.

* * *

중원의 어느 장원.

그곳에서 백발 사내가 흑의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찰마궁주의 예상 행보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지만, 백발 사내는 물었다.

흑의인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단목세가는 나찰마궁의 손에 멸문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파와 정파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겠군.”

“예, 두 세력 사이에 맺은 평화조약은 의미가 없어질 겁니다.”

계획은 진행되고 있었다.

그것과는 별개로 무림에서는 그들이 모두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리고 지금 벌어지는 모든 일은 그들의 계획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 혼란은 그들이 원하는 바였다.

“슬슬 본 교가 출정할 때인가?”

중원이 혼란이 극에 달할 때.

자신들이 등장하리라.

그리고 이번 출정은 과거와는 많이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무턱대고 사파와 정파 모두를 적으로 두지 않는다. 이번에는 진정으로 무림일통을 실현한다. 그것은 초대의 천마도 이룩하지 못한 거룩한 업적이 될 것이다.

만마앙복(萬魔仰伏)의 시대가 곧 도래하리라.

새롭게 태어난 천마신교.

그 중심에는 백발 사내가 있었다.

“소천마(小天魔)시여, 소림사에서 답신이 도착했습니다.”

또 다른 흑의인이 백발 사내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

서신을 받아 읽어 본 소천마가 입꼬리를 올렸다.

“가자, 숭산(嵩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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