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화 극마
“나찰마궁과 손을 잡은 건가!”
나이가 들어 육신이 노화됐다고 한들, 무림인은 평범한 인간과 비교할 수 없다. 주름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단목세가의 태상가주 단목운뢰의 눈빛과 굳건한 자세엔 위엄이 깃들어 있었다. 단목운뢰의 호통에 하후세가의 가주 하후광이 시선을 피한다.
사실 하후광은 정의롭게 협의를 지키며 살아오진 않았다.
입 밖에 내기엔 부끄러운 짓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이제껏 고개를 숙인 적이 없었다.
왜냐고?
그의 악행은 제대로 밝혀진 적이 없었으니까. 들켰다고 하더라도 하후세가의 권력에 사그라질 작은 불씨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단목세가의 태상가주는 다르다. 그의 아버지가 몇 번 언급한 적이 있던 무인. 마치 돌아가신 아버지를 뵙는 듯한 그의 시선에 하후광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 일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네.”
“…….”
하후광은 대답하지 못했다.
이미 개방의 제자가 목숨을 잃었다. 그의 말대로 이번 일은 돌이킬 수 없었다.
단목운뢰를 죽여야 한다.
그것이 가능할까?
단목운뢰의 육신은 노쇠했을지언정 경륜으로 쌓아 올린 무공의 깊이는 하후광보다 위일 것이다. 그리고 중원인을 무림인으로 만들어 주는 ‘내공’의 존재는, 약해진 육체를 보완해 준다.
하후광 혼자였다면, 그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었으리라.
지금 그의 곁에는, 괴물이 있었다.
“돌이킬 수 없는 건 자신에게 하는 말인가?”
“나찰마궁의 괴승.”
“괴승이라니 말이 심하군. 그 손자에 그 할애비인가? 말버릇이 참 고약해.”
“손자?”
손자라는 말에 단목운뢰의 표정이 더욱 굳는다. 이미 그는 당장이라도 무공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손자라는 말에 마음이 흔들린다. 그는 이미 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겪은 노년의 나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생의 미련을 모두 버린 것은 아니다.
단목운뢰의 마지막 소원은 손자와 손녀가 행복한 가정을 꾸려 살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다.
그런데 왜 저딴 괴승의 입에서 자신의 손자가 언급되는 것인가?
“이놈!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것이냐!”
단목운뢰의 검에 푸른 검강이 맺혀 간다.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자아내는 압도적인 힘의 결정체에도 뢰극찰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소롭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뭘 꾸미는지 알 필요는 없다.”
그의 몸에서 뭉게뭉게 피어나는 자줏빛 연기.
나찰마궁의 자미소(慈美笑)였다.
“네놈은 이 자리에서 죽을 테니까. 네 목은 깔끔하게 베어 단목세가로 보내 주지.”
저 자줏빛 연기가 자신의 공간을 침범하기 전, 베어 내야 한다. 평생 무공을 갈고닦은 그의 본능이 그렇게 경고한다. 단목운뢰가 보법을 펼쳐 그에게 돌진했다.
타다다닷!
쉬이익!
낙일선륜(落日旋輪).
단목세가의 가주만이 익힐 수 있는 검세가 펼쳐진다.
그러나 그를 마주하는 뢰극찰은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다.
“크크, 극마에 오른 이 몸에 그딴 잡기가 통하리라 생각하는가?”
단목운뢰의 검이 자줏빛 연기에 닿았다.
* * *
쉬이이이익-!
천응이 거대한 날개를 쫙 펼쳐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이제껏 주인을 태우고는 적당히 속도를 조절했지만, 단목장룡의 명에 따라 최대한의 속도로 날아간다. 아무리 무공을 익힌 무인이라도, 이 높이에서 떨어진다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것이다. 허나, 단목장룡은 전혀 두려움이 없는 얼굴로 앞을 쏘아보고 있었다.
‘정말 단단해…….’
갈유화는 두 손으로 단목장룡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있었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천응의 몸통에 다리를 고정한다.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가서 그의 복부는 몹시 단단했다. 그의 몸을 마음대로 만질 기회였다. 야릇한 상상을 하며 그의 갈라진 근육의 틈을 피부로 느낀다.
다만, 그런 갈유화의 흥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해남도로 날아갈 때와는 전혀 분위기가 달랐다. 단목장룡은 말없이 앞을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 무거운 분위기 아래서 욕구를 채우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연모하는 사내의 아픔은 곧 자신의 아픔. 갈유화는 단목장룡에 감정을 이입했다.
‘만약 아버지가 위험에 처한다면?’
그럴 일이 생길 가능성은 극히 희박했지만, 모르는 일이다. 중원에선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갈유화는 단목장룡의 감정에 이입하여 분노했다.
‘색욕에 미친 머저리들……!’
강소성 남창에 도착할 때쯤.
두 사람의 기세는 잘 벼려진 칼날처럼 무엇이든 벨 듯이 예리해졌다.
“천응, 내려가라.”
“끼엑!”
천응은 단목장룡의 명령에 충실하여 활강한다.
갈유화는 움찔하여 단목장룡의 몸에 더 밀착했다.
“흡!”
작게 보이던 마을이 점차 그 크기를 키워 간다.
개미처럼 작게 보이던 건물들이 규모에 맞게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다.”
넓은 장원. 그곳의 중심부에 천응이 착지한다. 갈유화는 이 속도 그대로 땅과 충돌한다면 위험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활강하여 사냥감을 낚아채던 천응이니만큼 마지막 순간 극적으로 속도를 줄여 안전하게 착지했다.
“갈유화.”
“아… 넷!”
갈유화가 화들짝 놀라 그의 허리에서 손을 풀었다. 왠지 모를 아쉬움에 탄식했지만, 장원을 둘러보니 그 감정이 빠르게 식는다. 이젠 싸워야 했다.
“몽환의 냄새가 나요.”
몽환은 암천회가 만드는 미약 중 하나다. 약재로도 쓸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대게 유흥의 목적으로 쓰이곤 한다. 장원 내에 냄새가 남아 있을 정도라면… 나찰마궁이 이 장원에서 잔치를 벌였다는 말이다.
“천응, 다른 이들에게 들키지 않게 숨어 있어라.”
“끽!”
천응이 단목장룡의 말에 장원 한구석에 꾸며진 정원으로 통통 튀며 달려갔다. 근처까지 다가가지 않는 이상에야 달빛으로는 천응의 존재를 찾아내기 힘들 것이다.
단목장룡이 바로 움직인다.
그는 하후세가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가주전으로 거침없이 나아가는 단목장룡. 갈유화는 황급히 복면을 쓰고, 그를 뒤따랐다.
‘거대한 기운.’
인간의 감각을 초월한 단목장룡의 감각.
가주전의 중심부에선 막대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을 감지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더러워진다. 이전에도 이런 기운과 마주한 적이 있었다.
‘그때보다 훨씬 진해지긴 했군.’
또 다른 이들의 정기를 포식했을까.
얼마나 많은 이들을 희생해야 저리 덩치를 키우는가?
“나와라.”
“뭐지?”
대충 의복을 걸친 사내. 뭘 하고 있었는지 달빛에 비친 육신이 젖어 옅게 빛나고 있었다. 무식할 정도의 근육. 무인으로선 완벽한 몸매라고 할 수 있었지만, 갈유화는 인상을 찡그릴 뿐이었다.
‘더러워.’
뢰극찰은 혐오의 대상일 뿐이다.
갈유화는 당장이라도 그에게 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단목장룡이 있었기에 참는다.
“네놈은 누구지?”
당연히 뢰극찰은 단목장룡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의 얼굴은 해남도 때와 달라져 있었으며, 환골탈태를 통해 체격 또한 변화했다. 그리고 애초에 단목장룡은 운남성에 있다고 했으니 이곳에 있다고 생각 자체를 할 수 없었다.
“단목장룡이다.”
“뭐라고?”
그 말에 뢰극찰이 고개를 갸웃한다.
수하의 정보가 잘못된 것인가? 그럴 리가…….
‘소식을 듣고 경공을 펼쳐 달려온 건가?’
그렇다고 해도 너무 빠르긴 했다.
당연히 믿을 수 없었다.
“거짓을 고하는 것이라면 네놈의 혓바닥을 뽑아…….”
“태상가주님과 만났나?”
단목장룡의 고저가 없는 낮은 물음.
뢰극찰이 피식 웃는다.
“태상가주? 살려 달라고 엉엉 울며 오줌을 질질 싸던 그 추악한 노인을 말하는 건가?”
“…….”
한 발짝.
뢰극찰이 앞으로 나선다.
“네놈이 정말 단목장룡이라면 말이야……. 그 노인과 곧 재회할 수 있을 것이다.”
뢰극찰이 즐거운 마음으로 단목장룡의 표정을 살폈다.
좌절하고 분노하는 인간을 농락하는 것은, 또 하나의 유희였다. 그 누구보다 높은 위치에서 아랫것들을 살펴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하지만 웬걸?
단목장룡의 얼굴근육은 미동도 없었다.
오히려 그의 옆에 있는 복면인의 몸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뢰극찰이 복면을 쓴 갈유화에게 시선을 돌린다. 당연히 눈동자만 보고 상대를 알아맞힐 재주는 없었다.
단지…….
‘여자군.’
몸매가 부각된 의복이다. 아니, 조금 널널한 옷을 입었더라도 저 굴곡을 감출 수는 없으리라.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졌다. 뢰극찰은 더러운 기분을 감추고자 더 짙은 미소를 띠었다.
“크크크, 옆에 있는 여자는 살려 두도록 하지. 네년은 꽤 즐길 만하겠어.”
그 말과 동시에 단목장룡의 검이 뽑혔다.
시퍼런 검강을 내뿜던 단목운뢰와 비교하면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거기다 뢰극찰의 시선에선 모든 곳이 빈틈이었다. 가볍게 손만 뻗어도 목을 꺾어 버릴 수 있을 듯하다.
“주제를 모르는 놈이로군. 네가 단목장룡이라면 단단히 잘못 생각했다. 네놈이 날 상대하려거든 육왕 중 하나를 데려왔어야 했다. 무슨 소리냐고?”
즈으으으……!
그의 몸에서 한눈에 보아도 위험해 보이는 자줏빛 연기가 넘실거리며 퍼져 나온다.
연기가 땅에서 자라나고 있던 잡초에 닿자, 그 질기고 질긴 생명이 빛을 잃어 간다.
“이 몸은 이미 극마의 경지에 올랐거든.”
자신만만하게 외치는 뢰극찰.
극마라는 말에 갈유화가 당황한다. 확실히 해남도에서 볼 때보다 더욱 진해진 자줏빛 연기. 자미소의 경지가 더 올랐다는 말이다. 그런데 극마라니? 뢰극찰의 나이가 어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재능이 벌써 극마에 오를 정도였나? 아니, 애초에 극마라는 경지가 그렇게 쉬웠던가?
“극마……!”
갈유화가 저도 모르게 외쳤다.
상대를 천천히 농락하며 요리할 생각에 들떠 있던 뢰극찰.
순간 멈칫하고 만다.
“너, 설마……? 갈유화!”
갈유화가 움찔한다. 극마라는 말에 말을 내뱉고 말았다. 그녀가 흘끔 단목장룡의 눈치를 본다. 그는 극마라는 말에도 전혀 미동도 없었다. 단지 차가운 시선으로 뢰극찰을 노려보고 있었을 뿐이다.
“대답해라!”
자줏빛 기운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여 갈유화에게 돌진한다.
그녀가 탕백환희소를 사용하려고 할 때.
단목장룡이 벌레를 쫓듯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결국 자미소의 기운이 갈유화에게 닿지 못했다. 갈유화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단목장룡을 바라보았다. 복면을 쓰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뢰극찰은 치욕을 느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단목장룡을 위해서 같이 여기까지 왔다는 건가? 암천회의 힘을 빌려주려고?
“감히 날 우롱하려 했나! 대답해라, 갈유화! 단목장룡과 왜 같이! 설마 네년이……!”
뢰극찰의 분노에 기가 찬 갈유화가 한마디 쏘아붙이려 할 때.
단목장룡이 입을 열었다.
“극마의 경지에 올랐다고?”
뢰극찰이 살심이 뚝뚝 묻어나는 눈빛으로 단목장룡을 노려본다.
“그래, 극마에 올랐다. 네놈 따위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경지겠지.”
무인에겐 최고의 자존심이 무공이다. 장천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을 때, 그는 단목장룡에게 패배했다. 그 패배의 설움을 몇 배로 갚아 줄 수 있으리라.
질투의 분노가 우월감으로 희석된다.
단목장룡은 이 자리에서 죽여 버리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 김에 갈유화까지 가지면 된다.
“정말 극마에 오른 것이 확실한가?”
“크흐흐흐, 믿지 못하겠나? 응?”
그는 환골탈태를 거쳐 새로운 육신을 가지게 되었다.
장천에게 패배한 날부터 그는 공격적으로 타인의 정기를 갈취했다. 눈에 보이는 인간은 모조리 그의 내공이 되었다. 남의 생명을 취하여 내력을 얻는 마정대흡인술(魔精大吸引術). 나찰마궁이 비밀리에 연구한 술법이다. 그 무공의 위력은 뢰극찰이 증명해 주고 있었다.
현재 그의 내공은 팔 갑자.
전 무림을 통틀어서도 이처럼 많은 내력을 소유한 무인은 거의 없었다.
사아아아…….
더욱 진한 자줏빛 기운이 뻗어 온다. 갈유화는 그것을 보며 몸을 떨었고, 그 모습을 본 뢰극찰이 입꼬리를 올렸다.
“단목장룡, 네놈은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할 것이다.”
뚜벅뚜벅.
그가 걸어온다.
단목장룡이 갈유화에게 눈짓하자 그녀가 황급히 뒤로 물러선다. 자신도 같이 싸우고 싶다니 하는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단목장룡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걱정이 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저딴 놈에게 패배하진 않으리라.
갈유화가 단목장룡의 눈짓 한 번에 물러나는 것을 본 뢰극찰.
희석되었던 살심이 다시 마음을 가득 메운다. 마음이 움직이자 자미소의 기운이 더욱 강렬하게 피어오른다.
“죽! 여! 주! 마!”
그가 일갈하는 동시에, 연옥(煉獄)이 만들어진다.
그것은 어떤 생명이든 녹여 버리는 살(殺)의 기운이었으며, 한 번 진입하면 빠져나올 수 없는 늪과도 같았다. 멀리서 지켜보는 갈유화가 침을 꿀꺽 삼켰다. 언제든 저 연옥으로 달려갈 준비를 한 채로.
‘두려움에 움직이지도 못하는군.’
그래도 봐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연옥 속에서 유영하듯 앞으로 나아간 뢰극찰.
그가 손을 뻗는 순간이었다.
“극마는 무슨.”
“……!”
이형환위!
단목장룡의 잔상이 눈앞에서 흐려진다. 연옥 안에서 이렇게 빨리 보법을 펼칠 수 있다? 이게 말이 되는가? 지금 연옥은 그의 막대한 내력으로 구축된 일종의 진(陣)이었다. 연옥 안에선 그 누구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이노오옴!”
분노한 뢰극찰이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를 마주한 것은 잔상이다.
‘어찌!’
연옥 안에서 그보다 속도가 느리단 말인가?
그는 환골탈태를 거쳤다. 무인이라면 바라 마지않는 최강의 육신을 얻었다. 연옥 안이 아니더라도, 단목장룡의 보법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말이 되질 않는다!
‘대체 어떻게 연옥 안에서 저리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단……!’
뢰극찰이 보법을 펼쳐 그의 움직임을 쫓으려 했다.
하지만 보법을 펼치면 펼칠수록, 그의 잔상이 더 진하게 남기 시작했다. 그의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이다.
“이놈, 무슨 사술을!”
파아아아앙!
사술을 깰 방법은 하나다.
연옥권(煉獄拳)!
힘으로 공간을 터트린다.
연옥의 기운을 가득 담은 주먹을 바닥에 내지른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이 땅이 흔들리고, 자줏빛 기운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거대한 내력을 가진 뢰극찰이었기에 시도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자욱한 흙먼지가 사방으로 뻗어 나갈 때, 뢰극찰이 상체를 들어 올린다.
연옥의 기운에 당한 단목장룡을 찾으려는 것이다.
그리고 완전히 허리를 편 순간.
“……!”
소름 끼치는 귀신(鬼神)의 눈동자가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 * *
번쩍!
땅을 울리는 커다란 굉음.
기절하듯 잠에 빠졌던 하후예민이 눈을 떴다.
왜인지 잠을 잤음에도, 그녀의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
활짝 열린 문.
그녀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