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화 영무환신
“…….”
단목장룡은 대답하지 않았다.
분노? 아니, 그가 마교도를 보고 처음 느낀 감정은 짜증이었다.
그가 알던 천마신교는 이런 추잡한 짓은 하지 않았다.
물론, 사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당시엔 전쟁을 겪지 못했다. 그렇기에 마교의 전부를 알고 있다고 할 순 없었다. 과거를 미화했던 것일까? 추잡한 짓을 하는 마교도에 혐오감만 들었을 뿐이다. 이런 짓을 해서 얻는 것이 무엇일까? 그들은 무엇을 보고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
기필코 이번에는 중원을 먹어 치우겠다는 것일까.
‘아무래도 상관없지.’
이제 그의 이름은 사공천이 아니다.
단목장룡으로 살아가고 있다. 애초에 사공천의 이름일 때도, 마교는 그를 배신했다. 그들에게 베풀어 줄 자비는 없었다.
“당신은……?”
“으음.”
양주아의 외침에 단목장룡이 신형을 움직였다.
천우생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고, 밖에서 가주전을 포위하던 백혈단이 조심스럽게 포위망을 좁혀 왔다. 하지만 단목장룡은 천우생을 공격하려고 움직인 것이 아니다. 가장 먼저 그가 손을 뻗은 것은…….
“……!”
양주아였다.
그녀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다음으로 세맥을 찢는 고통에 절규하던 양몽산과 양위군에게 손을 썼다. 기절할 수조차 없는 고통이었다. 하지만 단목장룡의 손길에 몸이 나른해진다. 두 사람은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천우생은 경악한 얼굴로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다.
“대체 어떻게……?”
단목장룡은 당연히 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그는 마교의 모든 무공을 알고 있었다. 교주만이 익힐 수 있는 천마신공까지 알고 있었으니, 단목장룡이 모르는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십 년이 지난 마당이니 다른 무공이 창안됐을 수도 있었다. 마교는 힘을 숭배하기에 발전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하지만 변화했다고 하더라도 큰 틀은 변하지 않는다.
독문(白門)의 심마진결(心魔眞訣).
마교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여덟 가문 중 하나인 독문이 만들어 낸 무공. 특정 무공의 구결에 심마진결의 구결을 붙여 놓는다. 거기에 독문에서 만든 단약을 섭취하도록 해 주화입마에 빠지도록 유도한다.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해독제를 주기적으로 복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완전한 해결책이라고 볼 순 없었다.
이미 심마진결의 힘은 세맥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으며, 독문이 원할 땐 언제든 그 기운이 날뛰게 할 수 있었다. 얼핏 보면 사기적으로 보이지만, 심마진결을 익힌 자들은 독이 세맥에 가라앉은 뒤엔 삼 년을 넘기지 못한다. 그렇기에 들인 수고에 비해 효용이 떨어진다고 한다.
거기에다 이미 단전이 자리를 잡은 일정 수준, 검강을 발현할 수 있는 경지가 되면 시도조차 할 수 없으니 마교의 입장에선 딱히 주목을 받지 못하는 무공이었다.
당연히 그것을 분석한 경험이 있던 그는 심마진결의 파훼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을 굳이 말해 줄 필요는 없었지만…….
“심마진결 따위를 사용하다니, 천하의 천마신교도 예전만 못하다는 건가?”
천우생의 얼굴이 긴장으로 물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교에서 저와 같은 얼굴은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찌 심마진결이라는 이름까지 알고 있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천우생은 당장 움직일 수 없었다. 힘을 숭배하는 그의 본능이, 상대의 강함을 알려 주고 있었기에.
“대체 귀하는 누구십니까? 설마 본 교에서 나오신 겁니까?”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만마를 굴복시킨다는 천마. 어찌 저 사내에게서 그분의 느낌이 나는 것일까?
“뭐, 조금 비슷한가.”
비슷하다고?
설마 교주님의 숨겨진 아들… 같은 것은 절대 아니리라. 그랬다면 소교주가 가만히 내버려 뒀을 리가 없으니까.
단목장룡이 입을 연다.
“하나 물어볼 게 있다.”
“…….”
“신교에서는 왜 이런 해괴한 짓을 벌이는 거지?”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건지 모르겠군요.”
“왜 이렇게 빙빙 돌아가느냐 말이다.”
천우생의 얼굴이 굳는다.
이런 것을 물어본다면 분명히 신교의 사람이 아니다. 그의 마음이 조금씩 정리된다. 애초에 신교에서 나왔다면, 이런 질문을 할 리가 없지 않겠는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 줄 수 있으십니까?”
- 진을 펼친다.
동시에 수하들에게 전음을 보내 진형을 갖추도록 한다.
눈앞의 사내는 처단해야 할 적이었다. 눈빛을 보고 마음이 흔들렸다는 게 부끄러울 뿐. 그에 대한 대가는 피로 갚아야 할 것이다.
“묻고 싶은 것이 많긴 하지만, 네가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 같지 않군.”
천우생의 눈썹이 꿈틀하는 동시에.
“죽여라!”
“충!”
백혈단원들이 문턱을 밟고 들어오려는 순간.
단목장룡의 신형이 사라져 버렸다.
“무슨!”
단목장룡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가주전의 마당이었다. 어떻게 저리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가? 촘촘한 포위망을 어떻게 뚫어 낸 것인가?
‘대단한 실력자다……!’
포위망을 어떻게 뚫었는지는 쓰러진 두 명의 백혈단원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사내는 그 찰나의 순간, 두 명의 목을 베어버 린 것이다.
“폭(爆)!”
천우생의 명령이 떨어지자 백혈단원들의 기세가 변한다. 단원들의 눈동자가 빨갛게 충혈되는 동시에,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선다. 동시에 피부가 하얗게 말라 가는 듯하다.
‘상황 판단이 빠르군.’
천마신교의 전투에서 폭이란…….
이번 전투에서 목숨을 포기하라는 의미였다. 천마신교의 교도는 상명하복이 확실하다. 스스로 배를 찔러 내장을 빼내라는 명령에도 충실하다. 신념으로 똘똘 뭉친, 극단적으로 치우친 교육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내공이 아닌 진원진기.
생명 그 자체의 힘을 사용하면, 단기간에 힘을 증폭할 수 있다. 병력이 줄어들기 전에 사내의 힘을 빼놓겠다는, 천우생의 전략이다. 사실 싸우기도 전에 이런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건… 그가 전형적인 마교도라는 증거 중 하나였다.
“천마강림!”
“만마앙복!”
“군마영세!”
마치 피에 미친 광인처럼 돌진하는 마교도.
처음 마교도를 상대한 이들이라면, 이 상황에 겁을 집어먹을 것이다. 하지만 단목장룡은 다르다. 그가 어릴 적 숱하게 보았던 장면이 바로 이것이다. 당연히…….
“갈!”
단목장룡의 외침에 백혈단원들이 일순간 멈칫한다.
전투단은 그 안에서 대대(大隊)로 나뉜다.
인(人), 지(地), 천(天).
이들의 움직임으로 보건대 지급의 부대였다. 신교에서도 중상위에 속하는 만큼 확실히 강하긴 하다. 하지만 천이 아닌 지급이라면… 결국 천마의 일갈에 멈출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만마를 굴복시킨다는 천마.
그리고 그 천마가 익히는 무공이 바로 천마신공이다.
단목장룡의 단전에는 천마신공의 내력이 깃들어 있다. 또한, 과거 나찰마궁의 천련반야진을 상대할 때의 경험도 있었다. 고수의 싸움에서는 찰나의 틈이 승패를 좌우한다.
그리고.
애초에 단목장룡은 백혈단의 천급의 대대가 달려들어도 어쩌지 못할 경지에 올라와 있다. 초절정이라도 같은 초절정이 아니다. 화경에 거의 근접한. 아니, 천향옥로단과 옥팔찌의 힘을 합친다면…….
“……!”
천우생의 눈의 크게 뜨인다.
처음 보는 사내. 마치 그분의 존안을 뵙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냈던 인물이다. 그런 감정을 느낀 것이 우연이 아니었던 걸까?
힘을 숭배하는 천우생은 순간 단목장룡의 검격에 감탄하고 말았다.
백혈단원들의 심장이 꿰뚫리는 그 순간에도 말이다.
“컥!”
고통을 느끼진 않지만, 장기가 꿰뚫린 몸의 반동까지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잿빛의 검이 공간을 수놓을 때마다 백혈단원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조금만 삐끗했으면, 백혈단원의 도신에 살점이 찢겨 나갔으리라.
‘저 사내는 대체 누구길래……!’
천우생의 눈이 시뻘겋게 변한다.
여기서 죽더라도 단목장룡을 죽여야 한다. 실패하여 도주하면 어차피 ‘어르신’들에게 죽임을 당하리라. 추하게 죽을 바에야 명예를 챙긴다.
‘폭기공.’
단전에서 수 번의 천둥이 친다.
피의 흐름이 빨라지고, 세맥이 단단하게 굳는다. 동시에 더 많은 양의 진기가 세맥을 통해 흐르기 시작한다.
천우생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지급 대대의 대주라는 건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더군다나 그는 여덟 가문 중 하나인 백문 출신이었다.
천우생은 단목장룡의 뒤에 바짝 붙었다. 그가 앞의 단원의 몸을 꿰뚫을 때, 도를 휘두를 생각이다. 아무리 고수라도 검을 회수할 때는 빈틈이 생긴다. 그것을 정확하게 노린다.
‘왔다!’
월광마도(月光魔刀).
일참(一斬).
백색의 기운이 그의 피부를 넘어 도신에 맺힌다.
거대한 도가 공간을 찢을 듯이 사선으로 베었다. 단목장룡은 분명히 백혈단원의 심장을 베고 있었다. 검을 놓고 나려타곤이라도 펼치지 않는 이상…….
‘어깨라도 벤다.’
천우생은 끝까지 집중을 놓치지 않았다.
‘피할 수 없다……!’
짧은 시간처럼 느껴졌지만, 그의 공격은 매서웠다.
단목장룡의 어깨에 날카로운 도신이 닿으려 한 순간이다.
찌릿!
‘무슨……?’
도 끝에 위치한 단목장룡의 얼굴. 그는 마치 피하지 않겠다는 듯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대체 왜? 천우생의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왜 닿는 느낌이 없는 것이냐!’
긴장으로 감각이 예민해져 시간이 느리게 느껴진다고 해도.
이제는 닿아야 할 시간이다. 애초에 단목장룡은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마치…….
‘이형환위!’
너무도 빠른 움직임으로, 잔상이 남아 몸이 두 개처럼 보인다는 최상승의 경신법.
그런데 아무리 이형환휘라도, 이렇게 오래 잔상이 남아 있을 수가 있나?
‘어디냐!’
천우생의 눈알이 빠르게 회전한다.
단목장룡은 이 근처에 있다. 그리고 천우생은 발견했다. 그의 검이 자신의 심장을 노리고 달려오고 있는 걸.
‘살을 내준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것은.
당연한 전법이다.
그렇기에.
‘소녀마공(素女魔功) 백옥경(白玉鏡).’
그의 피부가 동경처럼 번쩍였다. 순간적으로 그의 피부는 검기마저 쉽게 튕겨 낼 수 있는 강도를 지니게 된다. 검강이라도 깊숙하게 들어오지 못하리라. 검이 닿는 피부에 백옥경을 집중한 채로, 도를 위로 올려친다.
쉬이잇!
삼참(三斬)!
바로 월광마도의 절초를 펼치는 천우생.
그의 검이 강철마저도 꿰뚫을 속도로 공간을 베어 낸다. 도신이 향하는 곳은 단목장룡의 가랑이. 피하지 않는다면, 옆구리를 베이고 몸통이 반으로 쪼개질 것이다.
‘내가 이렇게 방어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도신이 그의 가랑이에 닿으려는 순간.
위화감이 엄습해 온다. 분명히 단목장룡의 검은 자신의 옆구리에 닿았어야 했다. 살이 찢어지는 고통이 전해져야 했다. 고통이 두렵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있어야 할 고통이 없다면?
‘속았……!’
쉬이익!
천우생의 도신이 공간을 갈랐다.
“……!”
천우생이 도의 방향을 꺾는다. 이번에도 이형환위다. 근육이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 그에게 상처를 입혀야 한다.
“놈을 베어라!”
백혈단원들도 단목장룡을 향해 달려들었다.
빈틈이 생기면 바로 놈에게 참격을 꽂아 넣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두 손으로 도를 쥐고, 움직임을 쫓던 천우생.
백옥경을 펼치던 그 순간부터 느껴지던 위화감의 정체를 깨닫기 시작한다.
분명히 백혈단원의 반절 이상이 죽었다. 그런데 지금 사내를 공격하는 백혈단원의 숫자는 열을 넘어섰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게……?’
그 미묘한 간극을 알아차린 천우생.
그가 현실과 환상의 존재를 눈치챈 순간.
위이이잉-!
공간이 뒤집혔다.
“커허억-!”
천우생의 눈에 보이는 것은 황토색의 바닥이었다. 숨을 쉴 때마다 흙먼지가 폐부 속으로 들어온다. 기침이 터져 나오고, 온몸에서 힘이 쭉 빠진다.
‘어떻게 된……?’
급변한 상황에 고개를 들어 올리던 천우생.
귀기를 담은 한 쌍의 눈동자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야밤 중에 만난 호랑이의 눈빛이 저러할까? 뒤가 가로막힌 곳에서 맹수를 만난 토끼처럼, 천우생의 몸이 벌벌 떨려 온다.
‘착각한 게 아니다! 이 눈빛은 분명……!’
“이제 정신을 차렸나?”
“…….”
자연스레 눈을 내리깐다. 그 와중에 주변에 피를 잔뜩 뿜어내고 쓰러진 백혈단원들이 보인다. 모두 전멸했다. 대체 어느 틈에? 언제 기절했던 것이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
단목장룡의 검 끝에서 흩뿌려진 검강이 공간을 환상으로 수놓는다.
유성환상검(流星幻像劍).
유성일락의 검 끝에서 터져 나오는 기의 파동은 상대를 환상 속에 밀어 넣는다.
영무환신(靈霧幻身).
유성환상검의 두 번째 오의.
화경의 경지에 올라야지만 온전히 펼쳐 낼 수 있으리라 예측했다. 내력의 소모가 막대한 무공이었고, 아직 세맥이 가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에선 펼치기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평소 숨겨 두던 천향옥로단의 향을 발출해 완성도를 높였다.
오히려…….
‘예상보다 더 위력이 강하군.’
단목세가의 세가원들이 이것을 본다면 팔십일식유성환상검과는 완전히 다른 무공이라 생각하리라. 유성을 지면으로 내리꽂다는 유성일락부터 궤를 달리했다.
“대체… 이런 무공이……? 어떻게……?”
천우생의 의문은 타당했다.
이런 무공은 천마신교에서도 본 적이 없으니까. 합을 나누다가 언젠지도 모르게 환상에 빠져들었다? 환상에 빠졌기에 그에게 당해 이렇게 바닥에 입을 맞춘 것인가? 아니면 바닥에 쓰러졌기에 환상을 보게 된 것인까?
“대체 뭐가 먼저란…….”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단목장룡이 천우생의 턱을 잡아 들어 올린다.
억지로 피하고 싶었던 눈빛. 귀기가 타오르는 눈동자. 그의 눈빛을 보면 오금이 저린다.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난다. 강자존. 힘을 숭배하는 천우생에게, 지금 그의 모습은…….
“교, 교주님……?”
단목장룡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 * *
양주아는 소리에 민감하다.
옆 마을에서 아침마다 닭이 울리는 것을 들었으며, 누군가 변소에서 상관 욕을 하는 것도 들을 수 있었다. 무공의 경지가 어느 정도 오른 후에는 청력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지만… 기절한 순간은 아니었다.
그녀의 심장을 콕콕 쑤시는 나른하면서도 치명적인 음색.
“이제 정신을 차렸나?”
“……!”
덜덜덜!
그녀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런 소리에는 절대 반응하면 안 된다. 소리에 반응하여 움직이는 순간…….
‘죽을… 거야…….’
그녀는 혀를 깨물었다.
비릿한 피 맛이 느껴진다.
공포.
사내의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그를 무서워하긴 했다. 그가 보여 줬던 무위는 감히 양주아가 범접할 것이 아니었기에. 하지만 지금은 귀에 전해지는 음색이 다르다. 그는 목적이 있어서 자신을 기절시켰다. 듣거나 보면 안 되는 게 있다는 것이다.
‘다시! 다시 기절해……!’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정신은 오히려 점점 더 또렷해지기 시작한다.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은 채로.
단목장룡과 천우생의 대화를 전부 듣고 말았다. 그리고 들려오는 죽음의 소리.
“컥……!”
천우생이 죽었다!
두근두근!
‘난 기절한 거야……!’
주변을 감싸는 정적.
단목장룡은 뭘 하고 있을까? 그가 구해 준 것은 당연히 고마웠지만, 오히려 천우생보다 그가 더 무섭다. 왜 그럴까? 그와 천우생의 대화를 다 들었기 때문일까?
“으음?”
“……!”
양주아는 기를 쓰고, 몸의 떨림을 멈추려 했지만…….
“다 듣고 있었군, 양주아.”
그녀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