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화 천응이 굴린 작은 눈덩이
무림맹 비선당.
중원 무림의 정보를 총괄하는 집단. 각 성에 퍼져 있는 지부들이 보내오는 소식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중원 무림은 워낙 광활하다 보니 하루에도 수많은 사건이 생긴다. 그런 소식들을 규합하여 체계화된 정보로 정리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먼 과거엔 사람이 직접 경공을 펼치거나 말을 타고 전령의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 구시대적 방식으로는 넓은 중원의 정보를 취합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무림맹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소수의 문파나 가문이 운용한 전서구를 대대적으로 키워 내기 시작했다. 비둘기의 귀소본능을 이용하여 길러 낸 전서구는 현 무림의 정보 핵심이라 불릴 정도로 중요했다.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다. 매나 부엉이 같은 천적들의 존재를 막아 낼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었기에 가끔 전서구가 실종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서구를 보낼 땐, 중요도에 따라 여러 마리를 함께 보내는 것이 원칙이었기에 최근 무림맹에선 전서구가 실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근래에 전서구가 대대적으로 실종되는 일이 발생했다.
무림맹에서 보내는 것이나 다른 성에서 무림맹으로 보내는 전서구들이 정상적으로 도착하지 않은 것이다.
비선당이 정리한 정보는 청룡단이나 적룡단과 같은 무림맹 주력 전투 집단은 물론이고, 외내성 보급대나 순찰당에게도 필수적이었다. 각 집단의 간부급 인사들은 당연히 비선당에 거세게 항의했고, 비선당주가 직접 나서 이 일을 해결하려 했지만, 당연히 해결하지 못했다.
대체 왜 전서구들이 정해진 목적지로 나아가지 않는지.
다른 성에서 훈련한 전서구마저 무림맹으로 날아오지 않고 황급히 방향을 선회하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어떤 이들은 무림맹 내부에 있는 약방의 냄새가 문제라며, 전서구가 싫어하는 냄새를 가진 약초나 향신료 등을 모두 맹 바깥으로 빼내기도 했지만…….
“대체 왜!”
비선당 내에선 분노한 비선당주의 외침이 울려 퍼질 뿐이다.
“으아아아아악-!”
보통 전서구 한 마리를 완벽히 훈련하는 것은 일 년 이상이 소요된다.
비선당주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여 예산을 집행해 전서구를 훈련하고 있었지만, 당장 이 상황을 해결할 계책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전서구들이 대체 어디로 가는지 추적해라!”
“당주님, 그건…….”
“까라면 까!”
“옙!”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리 경공이 뛰어난 무림인이라도 짧게 전서구를 추적할 수 있을 진 몰라도 장기적으로 계속 따라갈 순 없었다.
그리고 비선당의 한 전각에서 한 여인이 불같이 화내고 있었다.
“비선당이 대체 하는 일이 뭐죠? 비선당의 임무가 정보 수집이 아닌가요?”
“죄송합니다……. 저희도 최대한 이유를 알아내고 있습니다만…….”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할 거예요.”
“예… 알겠습니다…….”
비선당원이 축 늘어져서 대답한다.
그의 앞에는 흑룡단의 설비연이 있었다.
그녀는 얼굴은 아름답지만 함부로 다가가선 안 되는 여인으로 알려져 있다. 기본과 규율을 강조하기에 그녀보다 직위가 낮다면 인생이 고달파진다고 한다. 심지어는 설비연보다 직위가 높은 이들도, 그녀와 일 적으로 엮이길 싫어하는 판국이었으니.
‘후우, 이걸 어떻게 주공께 보고한다…….’
설비연 나름대로도 고충이 있었다.
그녀의 주공인 단목장룡에게 아무것도 보고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비선당에 문제가 생긴 걸 말씀드리자.’
설비연은 비선당에서 나와 바로 단목장룡을 찾아갔다.
연무장에서 오랜만에 조원들의 무공을 봐주고 있던, 단목장룡이 보인다.
“설 조장님, 무슨 일입니까?”
“조원의 교육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이제 다 끝났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예.”
마주 앉은 두 사람.
단목장룡이 묻는다.
“그래, 오랜만에 정보가 들어온 건가?”
마교에 대한 정보가 최근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뭐, 소식이 있다고 해도 무공 수련이 우선이라 판단한 상태이긴 했지만 말이다. 설비연이 정해진 보고 시간이 아닌데도 찾아온 것을 보면 뭔가가 있다고 생각한 단목장룡이다.
“주공, 비선당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문제?”
“그게…….”
설비연이 하나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전서구에 문제가 생겼고, 그로 인해 비선당의 정보 수집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을 말이다. 그 말을 듣는 단목장룡의 얼굴이 묘하게 굳는 것 같았지만, 설비연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비선당 때문에 주공이 분노한 것이라 생각했다.
“제가 따끔하게 일러 뒀습니다. 그리고 비선당이 아닌 개방을 통해 계속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겠습니다!”
결연하게 외치는 설비연.
그런 그녀에게 단목장룡이 물었다.
“전서구가 실종된 게 언제부터였지?”
“그게, 한 달 전부터 조금씩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
“주공,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와 제 조원들이 나서 전서구들이 대체 왜 그러는지 알아내도록…….”
“됐다. 그건 내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군.”
“주공께선 수련으로 바쁘시니, 제가…….”
“아니. 내가 해결해야 한다.”
단목장룡의 단호한 말에 설비연이 입을 다문다. 그녀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역시 주공은 다르시다!’
사실 원흉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기에 내뱉은 말이지만, 전후 사정을 알지 못하는 설비연은 단목장룡의 의지에 감동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수장의 표본이 아닌가? 무림맹엔 귀찮고 어려운 일을 수하들에게 맡기는 상관이 수두룩했다.
“예, 주공!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주공이 해결하겠다고 하는데, 계속 나선다고 하는 것도 좋은 그림이 아니다.
설비연은 그의 말에 복종하듯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리고 그런 설비연을 바라보는 단목장룡은…….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이런, 예상치도 못한 문제가 생겼군.’
* * *
“끼이이익!”
주인님으로 추정되는 인간과 마주한 뒤, 천응은 거의 하늘을 날지 않았다. 사냥을 나설 때는 어쩔 수 없었지만 주변에 기척이 없는 것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 움직인다. 조용히 있으라는 주인님의 명령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이라기보다는 주인님에게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문제가 발생한다.
어두컴컴한 밤, 하늘에 올라 비행할 때는 적당히 눈에 보이는 전서구를 몇 마리 잡아먹었을 뿐이다. 고작 몇 마리가 희생되는 것은 대규모로 전서구를 운용하는 무림맹에선 예상 범위 안이었다.
하지만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주인님의 등장에 벌벌 떨며 작은 야산에서 숨어 지내는 천응은, 마음껏 하늘을 활보하는 전서구들이 눈엣가시였다.
영물(靈物)이라 불리는 것은 평범한 짐승과는 궤를 달리한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인간과 무림인의 힘의 격차로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영물의 특징은 내단이 있다는 것.
그러니까 무림인처럼 ‘내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응은 그러한 영물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로, 이토록 오래 살아남아 내단을 이 정도로 크게 키워 온 경우는 중원의 역사에서도 한 손가락에 꼽을 수준이었다.
무림맹 근처의 야산에 터를 잡은 천응은, 내력을 활용하여 자신의 냄새를 주변으로 흩뿌렸다. 이 근처에선 작은 새들도 자유로이 날 수 없게끔 말이다. 천응의 이런 선택은 당연했다.
이 구역의 지배자인 자신도 날지 못하고 끙끙대고 있는데, 작은 놈들이 날뛰는 것을 좋게 웃으며 볼 순 없었다. 아무리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정도로 똑똑하다고 하지만, 인간처럼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벌어진 일이다.
거대한 매조차도 두려움에 벌벌 떨게 만드는 천응의 냄새는 주변으로 가득 퍼져 나갔으며, 무림맹의 천공을 누비는 전서구들의 ‘귀소본능’은 더는 본능이 아니게 됐다. 귀소본능보다 중요한 것이 생존이었으니까.
“끼이익!”
점점 숫자가 줄어 가는 것을 본 천응은 만족하며 울음소리를 냈다.
사람이 거의 활동하지 않는 밤에는 야산을 지나가는 전서구를 직접 사냥하기도 했다. 천응의 주위에서 잡아들인 전서구 열 마리가 파들파들 몸을 떨고 있었다.
영물의 기세에 눌려 날개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천응이 마음만 먹는다면 모두 먹잇감으로 전락하리라. 공포에 떠는 피식자들 보며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던 천응.
슬슬 출출함이 밀려오자 거대한 부리를 벌리고 비둘기를 집어삼키려는 순간.
“천응.”
“끼이익-?!”
천응이 거대한 날개를 쫙 펼치고 팔딱 뛰었다. 마치 갓 물에서 잡아 올린 생선 같은 반응이다. 단목장룡은 몸이 마비되어 잘게 떨기만 하는 전서구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역시 너였구나.”
“끼이익… 끼이이익…….”
천응이 고개를 조아리며, 서글픈 울음소리를 낸다.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아느냐?”
“끼이익…….”
당연히 천응은 과거에 하늘을 날며 놀았던 걸 추궁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마치 강아지처럼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최대한 주인님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으려 했다.
“네가 사냥한 전서구는 인간들에게 중요한 동물이다.”
“끼엑……?”
주인이 예상치도 못한 말을 꺼내자 천응이 고개를 갸웃한다.
전서구? 이 조그마한 비둘기들을 말하는 건가?
천응의 시선이 전서구로 향하자 단목장룡이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 네가 잡아 놓은 새를 전서구라 부른다. 전서구는 인간의 말을 다른 장소로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지.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생각하지 못해서 말해 주지 못했다. 이건 내 불찰도 있으니 널 탓하진 않으마.”
아무리 영물이라 해도 이런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
단목장룡이 묻는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끼이익……!”
천응이 긍정적인 울음소리를 낸다.
처음엔 당최 천응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던 단목장룡이지만, 교감이 통한 것인지 부정이나 긍정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혹시 몰랐기에 단목장룡은 여러 번의 확인 작업을 거쳤다.
다행히도 천응은 단목장룡이 뭘 원하는지 확실히 이해한 듯했다.
“사냥감이 부족하다면, 내가 직접 구해다 주마.”
“끼엑!”
부정의 의미.
천응은 주인님을 귀찮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영물이라 불리는 자신이 그 정도도 해결하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
“그래, 착하구나.”
단목장룡이 천응의 몸을 쓰다듬어 준다.
천응이 가는 소리를 내며 낑낑댔다. 마치 강아지처럼 주인의 손길을 만끽하는 것이다. 천응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천응을 확실히 교육하지 않은 자신의 잘못이 컸다.
‘혹시 모르니 자주 천응에게 찾아와야겠군.’
오랜만에 천응에게 천향옥로단의 향을 선사해 준 후.
회까닥 배를 뒤집고 복종의 몸짓을 보여 주던 천응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단순히 이동 수단이 아니더라도 천응을 활용할 곳이 많긴 하군.’
전서구의 통제.
이것은 중요하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사소한 정보라도 중요해지는데, 천응이 비선당의 전서구에 했던 것처럼 일정 지역의 전서구를 봉한다면?
‘천응에게 또 다른 능력이 있으려나……?’
그것은 차차 알아보면 되리라.
이렇게 똑똑한 영물이니만큼 단목장룡이 가르칠 것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비선당엔 어떻게 설명한다…….’
쾌락에 절어 있는 천응을 보며 단목장룡이 고민하고 있을 때.
천응의 주위로 수많은 서신들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서신들 사이에 무언가가…….
‘응? 이건……?’
단목장룡이 손을 뻗었다.
* * *
“흑룡단의 단목 조장께서 전서구 사건을 해결하셨습니다.”
비선당주는 처음에 설비연의 말을 믿지 않았다.
당주인 그가 직접 나서도 해결하지 못한 일을 해결했다는 것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설비연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반 시진이 지나기도 전에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무림맹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지부에서 보낸 전서구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다가 천응의 기세에 귀소본능을 잃어버려 주변을 떠돌고만 있던 전서구들 또한 돌아오기 시작했다.
“당주님! 전서구들이 정상적으로 도착했습니다! 예전처럼 발작을 일으키지도 않습니다!”
“당주님! 사천 지부에서의 서신이 왔습니다……! 순찰당에 바로 정보를 제공토록 하겠습니다!”
“당주님……!”
“아니, 이게 대체 무슨!”
행복한 비명. 무림맹에서 온갖 질타를 받고 있던 비선당주. 십 년 묵은 체증이 가시는 듯했다.
당연히 비선당주는 당장 단목장룡을 찾아갔다.
설비연의 말로는 무림맹 주위에 자연적으로 진이 형성되어, 전서구들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단목장룡이라는 이름을 몰랐던 것은 아니었지만, 비선당주는 워낙 일이 바빠 그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확실히 그가 무림맹에서 자주 회자되는 이유가 있었다.
‘정말 대단하군!’
설비연을 통해 감사 인사는 절대 필요하지 않다고 전해 왔었다.
하지만 당주가 되어서 그럴 수가 있겠는가? 단목장룡에겐 적절한 포상이 주어져야 했다. 비선당주의 체면이 있다.
* * *
비선당주와 마주한 단목장룡은 약간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네 덕분에 일이 잘 해결되었다네! 정말 고맙네!”
“아닙니다. 정말 우연히 발견했을 뿐입니다. 비선당주님께서 제게 감사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단목장룡이 자신의 업적을 부정하자 비선당주의 마음속에선 단목장룡에 대한 호감이 무럭무럭 솟아났다. 사실 위지무외 장로에게 비무첩을 던졌다고 들었을 땐, 속으로 건방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위지무외가 잘못을 했더라도, 한참 배분이 차이가 나는데도 대놓고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은 그의 성격을 보여 주는 대목이었으니까.
하지만 오늘부로 그런 부정적인 견해는 모두 얼음처럼 녹아내렸다.
‘허허, 정말 이런 후배가 다 있군! 보통 이런 경우엔 자신의 업적을 치켜세우기 마련인데… 겸손하구나, 겸손해!’
비선당주는 단목장룡에게 보답을 하고 싶었다.
당연히 단목장룡은 양심상 보답을 받고 싶지 않았다. 언젠간 천응이 단목장룡의 것이라는 것이 알려질 날이 올 것이다. 그렇다고 전서구가 이상행동을 보인 것이 단목장룡 탓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겠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니까.
“자네가 원하는 것을 말해 보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모두 들어주겠네.”
“정말 괜찮습니다. 전 어떤 보상도 원하지 않습니다.”
“허어! 말해 보래도! 나 비선당주야!”
“정말…….”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던 두 사람.
비선당주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젓는다.
“자네가 원하는 것이 없다면, 맹주님께 이 일을 보고드리겠네. 이 일은 무림맹 전체의 감사를 받을 일이야. 이 일이 맹원 모두에게 알려지면 맹 내에서 자네의 위상은…….”
단목장룡이 황급히 고개를 젓는다.
“절대 안 됩니다. 전 그런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언젠가 단목장룡은 천응을 이용한 전서구의 통제를 써먹을 요량이다.
이 일이 너무 커지면 골치가 아프다.
“허어, 자네는 정말……!”
자신보다 훨씬 어린 후배였지만, 단목장룡이 영웅으로 보이는 비선당주.
그가 애원하듯 말한다.
“난 빚지고는 살지 못하는 성격이라네. 자네의 공이 알려지길 원하지 않는다면, 알리지 않겠네. 하지만 자네에게 보답하고 싶다네.”
비선당주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
단목장룡은 일을 크게 부풀리는 것보다 적당히 비선당주의 보답을 받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유사시 비선당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허어! 그게 무슨 말인가. 어차피 우리는 같은 맹에 속한 식구가 아닌가? 그것은 보상이 아니라 당연한 걸세!”
비선당주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그는 자신에게 정말 보상해 주고 싶은 것이다. 그런 비선당주를 바라보던 단목장룡이 그냥 철판을 깔기로 했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다.
“그렇다면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뭔가?”
“비선당의 지혜를 저와 제 조원들에게 전수해 주십시오.”
언젠가는 무림맹에서 나가 독립할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는 단목장룡.
정보 집단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독자적인 정보 집단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고, 조원들이 더 발전하기를 원한다. 무공뿐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 말이다. 그들은 현재 조원에 불과했지만, 언젠가 자신만의 집단을 이끌 인재들이다.
그들이 조장이 되고 대주가 되고 단주가 될 날이 올 것이다.
비선당주에겐 조금 미안했지만…….
‘이런 기회를 놓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지.’
단목장룡의 말에 비선당주가 환한 미소를 짓는다.
“하하하하! 정말 자네 같은 사람은 처음 보는군! 훌륭하고 또 훌륭해! 자네의 무공이 이미 경지에 올랐다고 알려져 있는데, 참으로 열정이 대단해! 좋네! 내가 직접 자네와 조원들에게 가르침을 내려 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