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4화 (114/236)

* * *

설비연은 남궁일몽의 등장에도 딱히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내가 볼 때, 평소 설비연의 성격이라면 남궁일몽을 냉혹한 눈빛으로 노려본다든가 날이 선 말로 쿡쿡 찌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단지…….

“주… 단목 조장님, 만약 마교가 정파의 문파에 접근하려 했다면 감숙성과 사천성은 그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생각됩니다.”

나를 주공이라 부르지 못하는 것이 조금 문제인 듯 보였다. 자꾸 주공이라 부르려다가 단목 조장이라 말을 돌렸다. 뭐 남궁일몽은 그녀가 그러든 말든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렇겠지. 마교가 중원일통을 선언하고 내려왔을 때마다 감숙성과 사천성의 피해가 가장 컸으니까.”

“예, 맞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암천회가 있는 해남도까지 찾아와서 그들에게 협정을 제안했다고 했습니다. 정파 문파에서도 꽤 머리가 먼곳, 그러니까 정파 무림의 뒤를 점할 수 있는 문파와 손을 잡으려 하지 않았을까요?”

그녀의 말에 남궁일몽이 말한다.

“미리 말해 두지만, 남궁세가는 절대 마교 놈들과 손을 잡지 않았습니다.”

뭐 그것도 확신할 수는 없겠지만, 남궁세가가 마교와 결탁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애초에 그들이 마교와 결탁해서 얻을 것이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있는 문파는, 명문이긴 하지만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의 반열에는 들어가지 못하는 문파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물론, 대문파의 결탁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순 없으리라.

“예, 그래도 정보는 계속 모으는 것이 좋을 겁니다. 아마 눈에 보이는 정보로는 마교의 움직임을 알아차릴 수 없을 겁니다. 그들이 작정하고 움직인다면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 테니까요.”

마교도 변화했다.

과거엔 이런 뒷공작을 펼친 적이 없었다. 단지 압도적인 힘으로 중원을 쓸어버리려 했을 뿐이었다. 내가 알던 천마신교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마 새로이 소교주에 등극한 일 공자 사도명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교가 암천회에 손을 뻗으려 했다는 사실이 정말입니까?”

남궁일몽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다.

그 사실이 잘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예. 암천회에게 수라마검을 선물로 주면서까지 그들과 결탁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군요. 왜 맹에선 그와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 겁니까? 설마 흑룡단만 아는 정보는 아닐 텐데 말입니다.”

“무림맹은 최근 복마진인께서 새로운 무림맹주로 등극하셨지요. 또한, 맹 내부에선 그에 관련하여 경쟁이 심화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방심… 하고 있다고 하기엔 너무 거대한 적이긴 하군요.”

남궁일몽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사실 그는 이런 일에 관심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같이 이야기를 나눠 보니 문제의 심각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뭐, 정말 그들이 정파에게까지 마수를 뻗어 왔다는 증거가 있다면, 높으신 분들도 가만히 보고만 있진 않겠지요. 그렇게 썩었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단 안휘성에 서신을 보내 본가의 정보까지 받아 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정보는 매일매일 쏟아진다.

중원 무림이 넓은 만큼 곳곳에서 많은 사건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 사건 하나하나를 우리가 직접 찾아가서 확인하기엔 시간이 너무 소요된다.

“설 조장님, 순찰당과의 협력 건은?”

“예, 순찰당 부당주와 협의를 완료했습니다. 각 지부의 순찰당원이 해당 지역에 대한 정보를 모아 올 겁니다. 그들의 일 처리를 모두 믿을 순 없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말을 해 두었으니 건성건성 일을 처리하진 못할 겁니다.”

“알겠다. 그들도 각 지역의 치안을 담당하느라 임무가 내려오면 달갑지 않을 테지. 개방에도 협조 서신을 발송하는 게 좋겠군. 정 안되면 돈을 지불하여 의뢰를 맡겨.”

“굳이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같은 정파의 문파이고, 구파일방 중 하나인데 돈을…….”

남궁일몽이 의문을 표하자 설비연이 고개를 젓는다.

“개방도들같이 돈을 밝히는 부류도 없을 겁니다. 그리고 비용을 지불한 만큼의 효율이 올라가죠. 세상엔 공짜는 없으니까요.”

남궁일몽이 기가 차다는 듯이 고개를 젓는다.

“천룡각에 있던 전… 무림을 모두 알지 못했군요.”

사실 남궁일몽에겐 돈을 쥐여 주지 않아도.

알아서 접근하여 환심을 사려 하려는 이들이 많았으리라. 남궁일몽에겐 이 상황이 적응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네, 공부하셔야 할 게 많습니다.”

그런 설비연의 대답에.

남궁일몽이 그녀를 바라본다.

“근데 언제부터 제게 존대하셨습니까?”

“오늘부터요.”

“후후. 어색하긴 하지만… 뭐 그래도 같은 조장으로 인정해 주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군요.”

“별말씀을.”

설비연은 눈 하나 끔뻑하지 않고 대답했다. 남궁일몽을 너무 매몰차게 대하지 말라고 내가 미리 말을 해 두었다. 사실 그녀는 성정이 그리 착하다곤 할 수 없었다. 지금은 믿음직한 내 수하가 되어 버렸다곤 하지만, 처음엔 내게도 날카로운 발톱을 들이밀었던 여인이었다.

“일단 매일 이 시간에 모여 회동을 가지는 것으로 합시다. 남궁 조장님, 남궁세가의 정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우리는 첫 회동을 끝냈다.

* * *

단목장룡, 설비연, 남궁일몽.

그들의 회동은 매일 이어졌다. 이렇다 할 마교의 정보를 얻진 못했지만 의외의 수확을 얻고 있었다. 그들이 주목한 사건에는 어김없이 문제가 있었다. 가령 명문가인 줄 알았던 곳이 사실은 강제로 여인과 아이를 납치하여 노예상을 운영했다든지 하는 것이다.

흑룡단의 활약은 당연히 무림맹 수뇌들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것은 청룡단의 부단주인 남궁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놈이…….”

어릴 적부터 그 하늘이 내린 재능을 가지고도 탱자탱자 놀기만 했던 조카. 거기다 이립의 나이가 다 될 때까지 천룡각에서 대장 놀이나 하고 있었다. 그래도 남궁일몽이 언젠젠간 육왕에 오르리라는 것을 확신했기에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흑룡단이라니.’

다른 전투단과 비교하면 흑룡단의 규모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소수 정예라고 하지만, 단급의 무력단이 소수 정예로 운영된다니? 애초에 그들이 추구하는 지옥 수련인지 뭔지는 무학을 갈고닦는 무인을 키우는 거라기보단 전쟁을 위해 준비하는 병기 손질과도 같다. 평화가 지속된 강호에선 인간을 병기 취급 하는 흑룡단이 달갑지 않았다.

뭐 그 외에도 온갖 정치적인 이유로도 흑룡단의 규모는 계속 줄어들었다.

남궁휘는 조카가 무림맹으로 왔을 때,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단주끼리의 대결에서 복마진인이 압도적인 무위로 부맹주로 선출되었을 때, 언젠간 다시 맹주의 자리를 되찾아오겠다고 다짐했었다.

그 희망이 바로 남궁일몽이다.

그는 최연소 무림맹주가 될 자질이 있었고, 그는 오대세가이자 남궁세가의 출신이었다.

그의 영광은 곧 남궁세가와 오대세가의 영광이리라.

그런데 지금 상황이 웃기다.

천룡각에서 그 긴 세월을 놀고 있던 것도 모자라 흑룡단에 들어가다니? 거기다 최근에는 창궁(蒼穹)에 정보를 가져오라고 했단다. 마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고 했나?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마교 따위에 신경을 쓰고 있다니…….

남궁휘는 조카의 버릇을 고쳐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공으로는 이미 조카에게 밀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숙부 된 도리는 다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래야 형님에게 면목이 선다.

남궁휘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흑룡단으로 향했다.

길게 끌어 봐야 좋을 것이 없었다. 남궁일몽을 당장 청룡단으로 끌고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새로운 비선당이 완성되고 있는 지금, 그들을 견제할 세력이 필요하다. 지금 정파 무림은 외부와의 싸움보다 내부의 싸움이 중요했다.

“흑룡전이라…….”

남궁휘는 정사대전의 일부를 경험했었다.

뭐 당시엔 그의 아버지가 남궁휘는 본가를 지키라 명해 그의 형인 남궁욱이 흑룡단에 들어갔었다. 당시엔 형이 자랑스러웠고, 흑룡단이라는 그 이름이 너무 멋져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흑룡은 과거의 유물일 뿐이었다.

“일몽이 육 조라고 했나?”

그런데 흑룡단 내부에선 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이따금 환호성이 들리기도 했고, 철 부딪치는 소리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기도 했다.

‘누가 비무라도 하고 있나?’

그러고 보니 용봉지회에서 남궁일몽에게 패배를 안겨 준 단목장룡이 흑룡단이라 했다.

어쩌면 그 때문에 흑룡단에 온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단목장룡도 청룡단에 영입하면 될 일이다.’

청룡단이 오대세가가 주축이라고는 하지만, 구파일방 출신이나 중소문파 출신이 없는 건 절대 아니다. 최대한 많은 인재를 모아 청룡단의 위세를 높이는 것이 목표였다.

단목세가도 오대세가로 오르고 싶은 열망이 있는 가문이니, 청룡단의 영입 제의는 괜찮은 방법이라 여겼다. 그렇게 남궁휘가 있는 육 조의 전각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카카아앙! 가아앙!

“저, 저건 폭뢰운비?”

“오 조장님은 저걸 대체 어떻게 막는 거지?”

“헙! 무, 무슨! 뇌전이……!”

“저게 바로 유성일락인가?”

폭뢰운비?

뇌전?

그것만으로 남궁세가의 무공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렇다면 남궁일몽이 비무를 하고 있는가? 무림맹에 와서 잠시 이야기만 나눴을 뿐인 조카.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남궁욱이 비무장에 도착하는 순간.

“……!”

타다닷.

몇 걸음 움직이지 않은 것 같은데 이동 거리가 상당하다. 남궁일몽이 뒤로 물러서자 단목장룡은 그림자처럼 그를 따라붙는다. 남궁일몽의 검에서 나온 수십 갈래로 갈라진 뇌전이 찢어지듯 공간을 휘젓고 있었지만, 단목장룡은 그것을 신경 쓰지도 않는다는 듯 검을 휘둘렀다.

단순히 검을 휘두른 것처럼 보였지만.

‘저 가속은 뭐지?’

남궁욱은 차기 청룡단 단주로의 승격이 확정된 인물이다.

십 년 정도만 지나면 무림맹주가 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단목장룡의 검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알 수 있었다.

유성일락?

유성처럼 마지막에 꽂히는 순간 막대한 파괴력을 낸다고 한다.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땐, 웃고 넘겼을 뿐이지만… 실제로 그것을 보니 멍한 기분이다.

‘저런 무공이 있다고……? 대체…….’

폭뢰운비.

제왕검형의 오의 중 하나를 종이 찢듯이 찢어 버린다. 그것은 단목장룡의 내력의 제어가 남궁일몽보다 수준이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

청룡단의 부단주 남궁욱은 멍하니 두 사내의 비무를 지켜보았을 뿐이다.

남궁일몽을 따끔하게 혼내 청룡단에 데려오겠다는 생각은 이미 잊혔다. 정치색에 물들어 차가워졌던 그의 심장이건만 두 사람의 비무를 보며 무인의 피가 들끓는 것이 느껴졌다. 그라고 무림맹의 정치만 생각하고 싶었겠는가? 무림맹에 있으며, 차근차근 위만 바라보며 등반하다 보면 사람이 정치적인 시선만을 갖게 된다.

그런데 젊은 두 사내의 비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그 싸움에 남궁욱이 두 주먹을 꽉 쥔다.

‘네가 흑룡단에 있는 이유가…….’

* * *

무림맹 장로 위지무외의 집무실.

그의 집무실에 장로당의 무인이 찾아왔다. 위지무외의 직속 수하로 무림맹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을 보고하고 있었다.

“뭐? 남궁욱이 흑룡단에 찾아가서 단목장룡을 만났다고?”

“예, 남궁일몽과 함께 말입니다.”

“쯔읏.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군……!”

걱정하는 듯한 그의 말과는 다르게.

위지무외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생각나는 사람

“숙부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청룡단의 부단주 남궁휘. 그는 얼빠진 얼굴로 비무를 지켜보았다. 저것이 이제 막 무림에 나온 이들의 비무가 맞는가? 남궁일몽의 재능이 대단하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어릴 적 그에게 가끔 가르침을 내렸던 기억이 있으니까. 당시에도 남궁일몽을 ‘천재’라 생각했다. 범인은 이해할 수 없는 재능을 가진 조카. 뿌듯한 마음도 있었지만, 질투를 느꼈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남궁일몽의 존재를 인정하고, 마음속에서 받아들였다. 하지만 비무를 보고 난 뒤, 남궁휘의 마음은 크게 흔들린다.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성장하다니……?’

거기다 더 큰 문제는.

남궁일몽의 앞에 선 젊은 무인 때문이다. 단목장룡이라 했던가? 남궁일몽이 천재 중 천재라면 과연 그는 뭐라고 불러야 할까?

“숙부님?”

“아……! 그래, 일몽아.”

“절 보러 오신 거죠?”

땀에 절어 있는 남궁일몽. 그의 눈동자는 열기로 가득했다. 단목장룡과의 비무에서 접전 끝에 패배하긴 했다. 뭐 두 사람 다 죽기 살기로 싸운 것은 아니었다. 단목장룡 또한 힘을 모두 드러내지 않았고, 그것은 남궁일몽 또한 그러하다. 하지만 서로 힘을 숨긴 상태에서 남궁일몽이 패배했다.

‘단목 조장님이 더 힘을 아낀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과거엔 느껴 볼 수 없었던 희열. 앞서 나가는 존재가 있기에, 확고한 목표가 생겼다. 이번 비무로 남궁일몽은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는 단목장룡에게 배워야 한다고. 그가 하는 것이라면 뭐든 따라 해야 한다. 그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이 격차를 따라잡으리라.

“그래, 널 보러 왔었지.”

남궁휘의 시선이 단목장룡에게 향했다.

남궁일몽이 그것을 보고 미소 짓는다.

“괜찮은 승부였습니까?”

“…괜찮은 정도가 아니더구나.”

“단목 조장님은 제 평생의 호적수입니다.”

남궁휘가 의외라는 시선으로 남궁일몽을 바라본다. 그가 남을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뭐 비무를 보면 왜 인정하는지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조카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한 것 같아 뿌듯한 마음도 있었다.

무공의 재능은 가늠할 수 없었지만, 하는 행동을 보면 답답할 때가 많았으니까. 특히 천룡각에서의 남궁일몽은 게으른 천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무공의 수련에도 딱히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아무리 천재라도 노력 없이는 그 거대한 ‘벽’을 넘어설 순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직접 찾아오신 겁니까?”

“흑룡단에서 나와서 청룡단으로 들어오라고 할 셈이었다.”

남궁일몽의 얼굴이 살짝 굳는다.

“전 가지 않습니다. 요즘 흑룡단에서 나오라는 사람이 많군요.”

그 말에 남궁휘의 표정이 변한다.

“네게 그런 말을 했던 사람이 또 있단 말이더냐?”

“아뇨. 단목 조장에게 황룡단에 들어오라는 제의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거절했지만요.”

“그렇군. 그럴 만해.”

“아무튼, 전 청룡단으로 들어가지 않을 겁니다.”

“알겠다.”

남궁휘는 천재라던 남궁일몽에게 마음대로 훈계하던 인물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그의 고집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저리 바로 수긍하니 의문이 든다. 숙부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나?

“비무를 보니 알겠더구나, 네가 흑룡단에 들어간 이유를.”

“그렇죠?”

남궁일몽이 미소 짓는다.

자신이 칭찬받는 것도 아닌데 괜히 뿌듯하다. 애석하게도 단목장룡은 남궁일몽을 전혀 호적수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지만 말이다.

“두 사람은 줄곧 비무를 해 왔던 것이냐?”

“이번이 첫 비무이지만, 계속 비무를 할 것 같군요.”

“그럼 내가 비무를 관전해도 되겠느냐?”

“그건…….”

남궁일몽이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있을 때.

단목장룡이 대답한다. 그는 비무 중에 흘러나온 천향옥로단의 내음을 갈무리하며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청룡단의 부단주께서 심판을 봐주신다면 영광이지요.”

사실 공개 비무는 이걸로 끝이었다.

이번 비무는 흑룡단원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한 비무이기도 했으니까. 그런데도 단목장룡이 이리 말하는 이유는…….

‘청룡단 부단주와 연을 맺어 놓으면 나쁠 것도 없지. 그리고…….’

단목장룡이 말을 이어 나간다.

“다만, 부단주께서도 저와 비무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

부단주의 눈빛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단목장룡과 남궁일몽의 비무를 보며 감탄하기도 했지만, 승부욕도 느꼈다. 저 자리에 남궁일몽이 아니라 자신이 있었다면? 과연 승부는 어찌 되었을까? 아직은 남궁일몽에게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비무를 보니 직접 검을 맞대 보지 않고선 확신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부단주 정도쯤 되면 비무 상대를 찾기도 까다롭다.

과거의 무림맹이라면 서로 무공을 겨루며 발전을 도모했겠지만, 이제는 무림맹 내부의 경쟁이 심화됐다. 어떠한 약점도 드러내면 안 된다.

‘하지만 흑룡단 출신이라면 마음껏 비무를 할 수 있겠지.’

남궁휘의 고민은 짧지 않았다.

남궁일몽이 또 이상한 길로 빠지지 않게끔 감시한다는 핑계도 있었으니.

“자네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네. 다만, 일몽과 한 것처럼 공개적인 비무는 할 수 없다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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