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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목장룡이 흑룡단의 조장이 된 지도 석 달이 흘렀다.
새로이 조원이 된 조연연과 단목위는 흑룡공의 진가를 알아보고 더욱 수련에 매진했다. 그것은 이새붕도 마찬가지. 빠르게 뒤쫓아오는 두 사람에게 따라잡히지 않으려 아등바등 무공을 수련한다.
그들이 빠르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단목장룡은 즐거움을 느꼈다.
제자를 키운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그러고 보니 정말 제자가 맞군.’
단목장룡이 그렇게 생각하는 만큼.
이새붕, 조연연, 단목위는 단목장룡을 단순히 형식상의 조장이 아닌 사부를 대하듯이 극진히 예를 차렸다. 조연연과 단목위는 심지어 단목장룡보다 나이가 더 많았는데도 말이다. 무림에서 사부라는 존재는 감히 그림자도 밟을 수 없는 존재.
세 사람에게 단목장룡은 그러한 존재였다.
아무튼, 오늘도 단목장룡은 세 사람의 수련을 지켜보며, 어느 정도로 성장했는지 머릿속에 새겨넣었다. 수하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수장의 덕목이다.
‘일단 지금은 새붕이가 가장 강하지만··· 역시 조연연의 재능이 남달라.’
그녀는 몸을 쓰는 것이라면 뭐든 잘했다.
힘쓰는 일은 물론 균형 감각과 유연성까지. 더군다나 기의 제어 또한 빠르게 적응해나갔다.
그렇다고 용봉지회 결승에서 만났던 남궁일몽과 같은 수준은 아니긴 했지만.
‘새붕이와 단목위의 재능은 비슷해. 누가 더 노력하느냐의 차이겠군.’
그렇게 단목장룡은 그들을 잠시 지켜보다가 집무실 안으로 들어간다.
방 안에는 온갖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그리고 책상의 중앙엔···.
피식.
매일매일 자신의 일과를 보고하듯 보내는 당옥정의 서신이 있었다. 단목장룡이 무림맹에 와서 편하게 지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신경 쓸 것이 많아 잠까지 줄인 상태였다. 그 와중에 그에게 힘을 주는 것은 당옥정의 서신이다.
단목장룡은 순찰당과 비선당에서 온 정보를 살펴보기 전에 당옥정의 서신을 먼저 읽었다.
오늘은 뇌공검법을 수련하다가 막힌 부분이 있는 모양이다.
‘귀여운 필체는 여전하군.’
그는 여러 방면으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은지 종이에 적어나갔다.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단목장룡이 조장으로 있으니 그녀를 흑룡단으로 부를 수도 있겠지만, 그는 그러는 것이 당옥정의 각오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스스로 됐다고 생각할 때, 사천성에서 나설 것이다.
‘언젠간 볼 수 있겠지.’
당옥정의 서신에 답장까지 쓴 다음엔 비선당의 정보를 읽어나간다.
이번에도 그다지 중요한 정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찰나.
“···.”
단목장룡의 눈동자가 어느 한 글자에 멈춰선다.
수라마검(修羅魔劍).
이 무공의 이름이 왜 여기서?
수라마검은 천마신교의 상위 가문 중 하나인 장가의 절기였다. 그런 무공이 왜 암천제의 우승자 상품 목록 중에 있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었다.
‘신교내의 무공이 외부로 유출됐다···?’
그게 가능할까?
단목장룡은 곰곰이 생각해본다. 혈우검마가 교주의 아들인 자신을 죽인 이유는 별 것 없었다. 남의 손에 들어가면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가는 결국 신교에 속한 가문이다. 그들의 절기가 새어나가는 걸 신교에서 가만히 지켜볼 리가 없었다.
‘아니면··· 일부러 유출했던가.’
혹은 저 수라마검이 진짜가 아니던가.
너무 여러 가정이 떠올라 단목장룡의 머릿속에 복잡해졌다. 암천제. 들어본 적은 있었다. 정파의 용봉지회와 비슷하게 사파에서 개최하는 비무대회라 보면 된다.
‘아니, 용봉지회같은 비무 대회는 아니라 했던가.’
암천제는 목숨을 보장해주는 용봉지회와는 달랐다.
듣기로는 참가자 전원이 목숨을 걸어야 하고, 가장 심할 때는 우승자를 제외한 모든 참가자가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매년 참가자는 존재한다. 암천제에서 걸리는 상품들이 너무도 매혹적이기에. 그리고 용봉지회와 같이 암천제에서 높은 성적을 낸다면, 사파 내에서의 입지가 확 올라가는 것이다.
난 나머지 정보들을 최대한 빠르게 속독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장 회의를 소집해야겠군.’
조장은 유사시에 조장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소집할 수 있었다. 이번 일에 대해선 다른 조장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으리라.
* * *
조장 회의.
지금 흑룡전에 남은 것은 2조 조장인 광풍개와 3조 조장인 설비연 뿐이다. 1조 조장인 무상검귀는 특수한 상황을 견디기 위해 수련을 한다며 조원들을 데리고 산동성 하구현으로 떠나갔다. 소식을 듣자마자 돌아온다고 해도 시간이 꽤 걸리리라.
“조장 회의라··· 정말 오랜만이군. 그래, 단목 조장. 무슨 일이 있길래 조장들을 소집했는가?”
“예, 공 조장님. 이 정보를 봐주십시오.”
광풍개와 설비연이 단목장룡이 준비한 정보를 읽는다. 여섯 달 뒤에 암천제가 열린다는 내용이다. 그것을 읽은 광풍개가 고개를 갸웃한다.
“암천제? 이건 가끔 해남도에서 열리는··· 으음···?”
광풍개의 표정이 굳어진다.
아마 그도 우승 상품 중 하나를 발견한 듯했다. 설비연 또한 주먹을 꽉 쥔다.
“수라마공은 분명히 마교의 무공 중 하나라고 알고 있는데··· 암천제의 상품으로 내걸렸다?”
“의심되는 상황이지요.”
“가장 중요한 건 무슨 의도로 저 무공을 상품으로 내걸었냐가 중요하군. 분명 수라마검은 마교에서도 꽤 유명한 가문의 무공이라 들었었는데···.”
확실히 흑룡단에 속해있으니 무공의 이름을 알고 있는 광풍개였다.
정확히 어디 가문의 무공이고, 자세히 어떤 무공인지는 알지 못하겠지만.
당연히 단목장룡은 그것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것을 줄줄 읊는다면 도리어 의심받을 수도 있었다.
“제가 직접 해남도로 가야겠어요.”
설비연이 내뱉은 첫 마디.
광풍개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둘의 사이가 그리 좋진 않았지만, 각자의 원한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설비연은 마교에 복수하고 싶어한다. 당장 신강성으로 쳐들어가는 것은 무리가 있으니 작은 정보라도 발견되면 알아보려 조장이 직접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것에 반대하는 인물이 있었다.
“이번 일은 제게 맡겨주시지 않겠습니까?”
“뭐···! 요···?”
순간 분노를 표출하려던 설비연이 움찔한다.
그녀는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리며 최대한 단목장룡과 시선을 마주하지 않으려 했다. 그의 눈빛을 보고 밤에 그날의 악몽을 꾼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단목장룡의 눈빛은 인간의 본능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물론, 지금 이 상황에서 설비연을 노려보는 단목장룡은 아니다.
“제가 신분을 속여 암천제에 참가하겠습니다. 그곳에 가서 이번에 암천회가 무슨 의도로 마교의 무공을 상품으로 내걸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정말 마교의 무공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설비연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연다.
“이제 막 조원을 받아놓고 바로 떠나겠다고요?”
“문제가 있습니까?”
당연히 있었다.
“단목 조장이 직접 그들에게 무공을 알려주고 있다고 들었는데, 초심자들이 사부가 없다면 어찌 되는지는···.”
말을 하던 그녀의 표정이 찡그려진다.
단목장룡이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웃는 거죠? 제가 뭐 틀린 말이라도···?”
“제 조원들이 초심자라고 칭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말입니다.”
“그럼 초심자가 아니란 말인가요?”
“예, 아닙니다.”
단목장룡과 설비연의 기 싸움에 광풍개가 끼어든다.
“그만! 그만! 설 조장! 요즘 잠잠하나 싶더니 또 단목 조장에게 시비를 거는 것이냐?”
“시비라뇨? 정당한 의문을 제기한 것인데도, 그리 삐딱하게 받아들이면!”
언성이 높아지려고 할 때.
“허허허, 조장 회의는 활기차서 좋구나.”
“단주님을 뵙습니다.”
흐릿한 눈빛의 단주 조백.
그는 이번에도 단목장룡의 기세를 보고 놀랐다. 다시 봐도 놀라운 형상이었다.
하지만 조백은 그것을 티 내지 않았다.
“굳이 한 사람만 갈 필요가 있겠는가? 둘 다 가면 되는 것이 아닌가? 조장끼리 전우애도 다지고 좋을 것 같구나.”
그 말에 설비연이 반발한다.
“같은 조장으로서 향한다면 5조장과 전 분명히 반목할 겁니다. 혼자서 가는 게 훨씬 진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단목 조장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예.”
흑룡단주가 애석하다는 듯이 말한다.
“으음, 흑룡단의 조장끼리 이리 사이가 좋지 않아서 되겠는가?”
그리곤 잠시 고민하더니 손뼉을 딱 친다.
“같은 조장으로서 서로 의견이 충돌이 날 것 같다면, 한 명이 상급자가 되면 되지 않겠는가?”
단목장룡과 설비연이 조백을 바라보았고, 광풍개가 한쪽 입꼬리를 올린다.
“그렇다면 당연히 3조 조장인 제가···.”
“아니. 그렇게 하면 공평하지 못하지.”
흑룡단주가 말을 이어나간다.
“5조장은 자신의 조원이 초심자가 아니라고 했고, 3조장은 5조원들이 무공의 초심자라 했지. 이것으로 두 사람의 서열을 정리하는 것이 어떻겠나?”
당연히.
설비연과 단목장룡 둘 다 흑룡단주의 말에 수긍했다.
격의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