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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의 높으신 분들이 무슨 일이래?”
“흑룡단원을 모집한다고 하던데?”
“뭐엇···? 거기 들어가면 피똥 싼다던데···.”
“쉬잇! 자네, 경을 치르고 싶은가? 흑룡단 사람들의 성정이 얼마나 고약한지 모르는가?”
“큼큼··· 가세.”
단목장룡은 그 말이 모두 들렸지만,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흑룡단의 사람들의 성정이 고약하다는 건 이미 몸으로 느꼈다. 그들은 전쟁을 준비한다는 명분에 갇혀 있었다. 그것이 나쁘냐? 아니, 실제로 전쟁이 터지면 흑룡단의 현재 방식이 맞을 수도 있었다.
전쟁이라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으니까.
단목장룡 또한 실제 전쟁을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신교에선 어릴 적부터 전쟁을 대비한 교육.
‘아니, 교육이라기보단··· 방치라고 해야 할까.’
위험천만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그것이 신교의 전쟁 대비법이었다. 그때의 기억을 상기하면 아직도 피 냄새가 코에 맴도는 듯하다.
“도련··· 아니, 조장님.”
“그래.”
“이제 저희는 신경도 쓰지 않네요.”
처음엔 올해 용봉지회의 우승자인 단목장룡이 외성을 돌아다니니 많은 주목을 받았었다. 하지만 그게 한 달이 지나버리자 일상처럼 굳어져 갔다. 몇몇 이들은 단목장룡에게 말이라도 걸어보려 다가왔지만, 그의 귀기가 깃든 눈빛에 저도 모르게 몸을 돌렸다.
단목장룡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외성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는 편이 좋지.”
당연히 단목장룡은 놀고만 있는 게 아니다.
그의 감각은 사방으로 뻗어 있었다. 외성의 무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를 말이다. 심지어는 그들의 걸음걸이나 작은 버릇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그는 유유자적 외성을 떠도는 것처럼 보였지만, 머릿속은 항시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역시 저 두 명이 가장 좋겠어.’
단목장룡은 외성을 떠돈 지 한 달 만에 처음으로 영입할 대상을 확정했다.
사실 마구잡이로 인원을 받아들였다면, 열 명이고 스무 명이고 충분했을 것이다. 흑룡단의 지옥 수련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홍보하면 지원자들은 충분히 모이리라. 하지만 단목장룡은 그 수련을 피하면서, 흑룡단의 명성을 얻으려는 자들은 받고 싶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믿을 만한 조원.
작은 일을 시키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게 우선순위였다. 무공의 재능? 그것도 당연히 고려했다. 종합적인 측면에서 최종적으로 두 사람이 선택된 것이다. 물론, 그들의 선택이 남아있겠지만.
“단목위와 조연연이다.”
“헙···!”
이새붕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단목장룡은 그가 왜 저런 얼굴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단목위는 내성 순찰당이 아닌 외성 경비대의 말단 무사였다. 단목위. 성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단목세가의 방계 출신이다. 한 달 동안 보아온 그는 융통성이란 게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같은 경비대원이라면 슬그머니 지나갈 작은 잘못도 상부에 보고하여 동료의 미움을 사곤 했다.
그것만 보았다면 사실 영입하기 부적합한 인물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융통성이 없는 게 아니야. 자기 일에 충실할 뿐.’
경비대의 임무를 맡고 있지 않을 때, 과연 그가 뭘 하는지 미행한 적이 있었다. 그는 생각처럼 그리 융통성이 없지 않았다. 무림맹 외부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노모가 그에게 덤터기를 씌우려 한 적이 있었다. 외성 경비대에서 보던 단목위라면··· 당장에 노모가 위반한 사항을 외며 구속하려 했을 것이다.
그는 그러지 않았다.
단지 무표정하게 노모가 말한 금액을 주었을 뿐.
그가 정확히 어떤 마음에서 그랬는지 모른다. 고작 그 일로 단목위를 모두 판단할 수는 없으리라. 하지만 한 달 동안 그의 거취를 따라가다 보니 대충 알 것 같았다. 단목위가 수하가 된다면 믿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조장님···.”
“응?”
“조연연은 조금···.”
“···.”
조연연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여자였다.
이새붕이 왜 저러는지 알고 있었다. 그는 미녀 울렁증(?)과 같은 해괴한 병을 앓고 있었기에. 하지만 조연연이 미녀냐? 라고 묻는다면, 단목장룡은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평범한 얼굴에 키는 작다. 거기다 피부는 까무잡잡하다.
하지만 이새붕이 미녀로 보고 있다면···.
“새붕아, 이제 슬슬 극복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
“그건···.”
“그런 의미에서 조연연의 영입은 네게 맡기마.”
이새붕도 평생 저렇게 살 순 없으리라.
단목장룡은 그가 좋은 여인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지금부터라도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예에에엣?”
“난 단목위를 데려올 것이다. 그러니 넌 조연연을 영입해와라. 그녀는 외성에서 본 이들 중 재능이 가장 뛰어나.”
조연연.
단목장룡은 무림맹 내부 정보 조직인 비선당에 의뢰하여 그녀의 출신 성분을 알아보았다. 운남성 출신의 여인. 듣기로는 남만에서 운남으로 넘어왔다고 들었는데, 그녀는 전혀 무공을 배우지 않았다. 외성 보급대에서 각 부대에 보급품을 나르는 일을 맡은 여인이었다.
그녀의 유연성은 탁월하다.
높이 쌓은 보급품을 양팔 가득 안고 운송하는 모습을 보았다. 바람이 불어 흔들릴 때도 기어코 중심을 잡고 바닥에 떨어트리지 않는다.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땐, 당연히 무공을 익혔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무공은 전혀 배우지 않았지. 수련도 하지 않았고.’
과연 어느 정도의 재능일까?
육체만 잘 쓰고, 내력을 잘 다루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재능이다.
하지만 그 육체의 재능만으로도 그녀는 가능성이 보였다.
“그럼 믿고 간다.”
“조, 조장니이임!”
“왜 못하겠어?”
단목장룡과 이새붕의 시선이 마주한다.
이새붕은 주먹을 불끈 쥐더니···.
“해볼게요! 부조장으로서, 여인에게 언제까지 약한 모습을 보일 순 없죠···!”
“그래. 부탁한다.”
단목장룡이 이새붕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떠나간다.
이새붕은 어찌해야 하나 막막하긴 했지만···.
‘그래, 나 같은 시종 출신에게 무공을 알려주시고··· 부조장의 직위까지 주신 도련님을 배신할 수 없어. 절대 실망시켜드려선 안 돼.’
이새붕은 포기하진 않으리라.
도련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